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113
112. 타락귀족이 너무 많다 5
아자딘은 지벡을 말렸다.
“자자, 진정하고. 내가 좀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저 남자의 아내가 사교도가 되어서 일을 벌인 모양이야. 아내가 사교도가 되었다고 말해 버리면 아내를 죽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도 연계해서 심문받을 테니까 비밀로 하는 거겠지.”
“아. 그런 이유란 말입니까? 사교도라니…. 하긴 가족이 얽혀 있는 문제면 브록 경도 어쩔 수 없었겠군요.”
기욤발트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유를 알았으니 도와줍시다. 사교도가 무슨 수작을 부려서 브록 경의 아내를 홀렸는지 모르지만 아직 돌아올 수 있습니다. 설득해서 무사히 돌려놓는다면….”
“음.”
아자딘이 그 말을 듣고 혀를 찼다.
“제정신인가?”
“네?”
이번에는 일행들이 모두 놀라서 아자딘을 바라보았다.
‘어 이 사람 무골호인 아니었어?’
미디암은 아자딘이 무골호인인 줄 알았는데 거절했다는 데 당황했고 이스마일도 당혹감을 느꼈다.
‘맞서는 놈들의 생식기를 훼손하는 버릇이 있긴 하지만 사람 돕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아자딘이 구조를 반대하자 다들 당황했다. 그래도 이스마일은 아자딘의 선택을 반겼다.
“이번에는 이해가 일치했군요. 저는 또 당신이 이번에도 대책 없이 도와주자고 할까 봐 걱정했습니다.”
“아니 하지만 사람들을 구하는 게 아름다운 일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미디암이 오히려 아자딘이 왜 거절하는지 궁금해했다.
“좋아. 이 기회에 설명하지. 미디암. 물론 사람들을 구하는 건 아름다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읽혀서 남들에게 이용당하는 데 가만히 이용당하는 것은 어리석음에 다름 아니다. 야박하다고 생각하나?”
“원칙을 잘 모르겠어요.”
미디암은 여전히 아자딘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어떤 때는 시원하게 무료로 도와주고 또 어쩔 때는 막 따진단 말이지.’
아자딘도 그녀가 왜 혼란스러워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사춘기 소녀니까 남에게 영향받기가 쉽다. 게다가 그녀는 긍지 높은 에타르 혈족, 긍지와 미학에 집착하는 것도 당연하다.
“미디암. 네가 이 미학을 이해해 주어서 고맙다. 하지만 미학을 추종하는 자는 그 미학이 남에게 이용당해 더럽혀지는 걸 경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왜 내가 여기에서는 함부로 도우려 하지 않는지 말해주지. 우선 주위를 보아라. 피난민들이 많지?”
“네.”
“말과 소, 나귀와 수레는 얼마나 있지? 사람들에 비해서?”
“음. 약간이요.”
“즉 여기에 온 피난민들 상당수는 도보로 도망친 거다. 어떤 재해가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도보로 도망칠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렇게 봐도 무방하겠지?”
“네.”
“그렇다면 무고한 백성들이 안개 속에 갇혀 있을 가능성은 낮다. 도보로 충분히 도망칠 수 있었을 테니까.”
“그래도 저 브록 경인지 뭔지 하는 사람의 아내는 있지 않겠어요?”
“저 사람은 봉토를 받은 봉신이다. 저 기사와 그 아내, 가족들은 봉토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해. 브록 경의 아내가 사교도라서 이 안개를 불러일으키는 데 일조했다면 그녀는 장원에 살던 주민들에 대한 가해자이지 피해자가 아니다. 그걸 기욤발트 경은 그저 지인이니까 그녀를 돕자는 식으로 말하고 있어. 우리의 도움은 그렇게 싸구려가 아닌데 말야.”
“아. 알겠어요. 그런 뜻이었군요. 확실히 지금은 여기서 시간을 지체할 때가 아니지요. 얼른 빨리 란타릭에 가서 저 남자를 란타릭 백작으로 만들어주고 황제의 보물고에 대한 단서를 얻어야….”
미디암도 아자딘의 설명을 듣고 납득했다. 심지어 놋쇠의 기사 상태인 브란드 경도 긍정했다.
“기사 된 자의 도리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군! 아내가 사교도에 떨어져 사람들이 폐를 입었다면 기사 된 도리라고 할 수는 없지.”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은 서둘러야 할 때야. 그럼 기욤발트 경. 우리는 우회해서 이동합시다.”
아자딘이 그렇게 말했을 때였다.
“흠. 생각이라는 게 좀 있군. 가자.”
샤티가 길을 재촉했다.
“…….”
“왜?”
샤티가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보고 물어보자 스콧이 투덜거렸다.
“그런 몸으로 잘도 공작원을 했군.”
“뭐?”
“야. 여기 들러 봐. 원래 여기가 나가들 동남권 지부가 있던 곳이야. 아마 샤티 저 여자가 살라스마에서 일이 망가졌을 때 신왕진서를 들고 전달해야 했을 곳이 여기일걸.”
“이, 이 자식! 감히 무슨 짓을!”
“아니 나는 비밀을 지켜주려고 했어. 그런데 그런 허접한 짓으로 의혹의 눈길을 스스로 사는데 어쩌라고. 참고로 나는 지성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아무리 저능하고 어리석은 나가라 해도 고문당하는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고문 행각을 생략하기 위해서 이렇게 말하는 거야.”
내가 말하지 않았으면 아자딘이 널 심문하느라 고문했을 것이다. 스콧은 샤티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아니 그럴 리가.”
샤티는 아자딘의 포로 신세인 주제에 무슨 이유에선지 아자딘이 자신을 고문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어, 어쨌건 다들 이 오크를 믿어도 되겠어?”
“쯧, 이미 네 행동이 나에 대한 신뢰를 더더욱 두텁게 만들어주는 거다. 멍청한 나가 여자. 하지만 좋아. 내가 여기서 나의 신뢰를 보증하는 최고의 맹세를 보여주지.”
“뭔데?”
아자딘이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아 이 자식에게 이런 거 물어보면 십중팔구 황당한 소리를 해서 열 뻗치게 할 텐데 묻고 말았다.’
아자딘은 호기심에 져 버린 자신을 후회했지만 이미 입 밖으로 내 버린 말을 어쩔 수 없었다. 과연….
“이거다.”
스콧은 엄지와 검지를 펴고 자신의 코를 누르는 시늉을 했다.
“무슨 의미지? 그건?”
“이건 오크들이 자신의 말을 담보하는 수신호다. 내가 한 말이 틀리면 나를 인간 혼혈로 불러도 좋다는 뜻이지. ‘나 하프 오크’라고 하는 사인이다.”
“…….”
“물론 나처럼 초천재 오크의 피에 너희 인간의 저능한 피가 섞였을 가능성은 만에 하나도 없다는 것쯤은 다들 잘 알고 있겠지.”
“제발 좀 조용히. 왜 굳이 사족을 달아서 매를 벌지?”
“때리겠다고? 훗, 나의 지성에 대항할 수단이 폭력뿐이라는 거구만. 어쩔 수 없네. 인간은. 야만적이기나 하고 말야.”
“제발 좀 다물어.”
아자딘은 스콧을 조용히 하게 하고 기욤발트를 바라보았다.
“뭐 그렇게 되었으니. 돕도록 합시다.”
“다, 당신들은 대체 뭐요?”
기욤발트는 진작에 물었어야 할 의문을 던져보았다.
“보시다시피. 저는 전령일족. 이쪽은 왕의 교회의 성기사고 이쪽은 나가 제국의 공작원, 이 친구는….”
“고용주에게 매번 성의를 다하는 초천재 오크.”
“…….”
참으로 기묘하고 해괴한 조합이 아닐 수 없다.
“그런 표정으로 보지 마. 나도 상처받는다고.”
아자딘은 기욤발트에게 그리 말하고 안개 앞에서 술에 취해 망연자실한 브록 경이란 기사를 가리켰다.
“저자에게 안내를 부탁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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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브록 경. 사정은 병사들이나 다른 사람들을 통해 들었네.”
“네? 그, 그거 헛소문입니다.”
“너무 그러지 말게. 흠. 어. 뭐라고 해야 하나. 저기….”
기욤발트는 브록 경을 설득하지 못하고 아자딘에게 부탁했다. 결국 아자딘이 대신 나섰다.
“가르나헤어 백작님이 전투 중 실종되었다는 건 들으셨나요?”
“금시초문이오. 하지만 그렇다는 건….”
“예. 기욤발트 경이 바로 현재 백작 대행이십니다. 그래서 급하게 백작 대행으로서의 업무를 행하기 위해 란타릭으로 가시는 중이십니다. 하지만 란타릭에 가지 않더라도 기욤발트 경이 백작 대행으로서 란타릭의 모든 행사를 결정할 권한이 있다는 건 동의하시지요?”
“…….”
‘이 자식도 그 애들러인지 하는 놈이 진짜 상속자라는 걸 알고 있구만.’
아자딘은 브록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한 것을 보고 그 사실을 알아챘다.
‘하긴 황제 가도의 중추를 봉토로 받는 놈이다. 백작이 믿을 수 있는 놈으로 배치했을 거고, 그렇다면 당연히 후계 구도에 대해서도 언질이 있었겠지.’
아자딘은 그 상황을 눈치채고 어흠어흠 헛기침을 했다.
“백작님이 애들러 공자를 후계자로 정해두고 일부 가신들에게 알려주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그걸 뒤집을 중대한 사실이 발견되었습니다.”
“네? 그게 무슨?”
“당신의 아내가 사교도가 된 진짜 이유를 아십니까?”
“…윽?!”
“애들러 공자는 사교도와 긴밀한 접촉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대륙 가도에 있는 새높이 요새에 어찌 사교도가 범접한단 말입니까?”
“?!”
듣고 있던 지벡이 혀를 찼다.
‘아자딘이 거짓말을 잘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뭐….’
아내가 사교도가 되어 모든 걸 잃고 화형당할 판인 브록 입장에서는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은 이야기였다.
“뭐 그런데 무시하고 애들러 공자의 편을 들겠다면 저희는 이만 길을 우회해서 물러나겠습니다만.”
“자, 잠깐만요. 애들러 공자가 사교도를 불러들였다 그겁니까?”
“어허.”
아자딘은 남들 듣지 않게 조심하라고 신호를 보냈다.
“뭐 그래서 본래 배우자가 사교도라면 남편도 엄정하게 심문을 하는데 이 심문에서 살아나 봐야 인대와 뼈가 끊어져 폐인이 되곤 합니다. 그건 아시지요?”
“어으….”
“그런데 우리 기욤발트 공자님께서는 평소에 브록 경의 성실함을 높이 사고 계셨습니다. 브록 경처럼 성실하고 신실한 사람이 그저 정무에 시달리느라 아내의 타락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이 란타릭의 인재를 잃는 자해행위라고, 공자님께서는 안타까워하십니다.”
“그, 그럼….”
“저희가 안을 조사하고 이 사건을 해결하면서 겸사겸사 증거를 약간 조작해서 브록 경에게 화가 미치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대신이라기엔 뭐하지만….”
“추,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브록 경은 기욤발트에게 자신의 검을 바쳤다. 기욤발트를 란타릭의 백작으로 여기고 지지하겠다는 뜻을 표한 것이었다.
“브록 경….”
기욤발트는 그런 브록 경을 보며 눈물까지 글썽거린다.
‘얼마나 미움을 받고 자랐으면 이렇게 옆구리 찔러서 절받는데 감격하지?’
아자딘이 기욤발트의 모습에 당황할 때 또 눈시울을 붉히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놋쇠의 기사 브란드 경이었다.
“아, 참으로 아름다운 기사들의 충성심이로고.”
“…….”
여기의 어디가 충성심인가? 아자딘이 거의 목줄 잡고 억지로 끌고 왔는데. 이게 기사도의 미학으로 여겨진다면 도살장에 밧줄로 끌려가는 돼지를 봐도 그 헌신에 감격해 눈물 흘릴 판이다.
“그럼 브록 경. 안내를 부탁드립니다. 안개 자체에 마력이 있으니 마법에 익숙지 않은 병사들은 많아 봤자 소용이 없을 것 같고, 최소한 기사나 성직자들로 꾸려야 할 것 같습니다만.”
“그런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직접 뛰어들어야겠군요. 하지만….”
“안에서 생기는 모든 불상사에 대해서 함부로 누설하지 않을 테니 염려 마십시오. 당신이 기욤발트 공자의 가신이 된다면 우리는 한 배를 탄 사이입니다. 어찌 동맹의 불화를 기꺼워하겠습니까?”
“…….”
듣고 있던 지벡이 실소했다. 언제부터 아자딘이 기욤발트의 가신이었다고 한 배를 탄 사이를 운운한단 말인가?
그러나 눈물을 그렁거리며 기뻐하는 브란드의 모습 때문일까? 브록은 아자딘을 완전히 신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