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118
117. 웬디고 3
“봤지?”
오크 마법사 월터가 으스대듯 말했다.
“뭘 하는 거냐?”
“저 여자는 저 웬디고를 소환하고 제어에서 실패했다. 그녀를 죽여야 웬디고를 봉인할 수 있을 텐데 그녀가 우리가 의식의 마력원으로 사용한 신왕진서 사본의 절반을 가지고 있지. 내가 나머지 절반을 가지고 있고.”
“신왕진서 사본이 있다고? 몇 장 있는데?”
“내가 두 장, 그녀가 두 장이다.”
그러니까 지금 이 자리에 신왕진서 사본이 네 장이나 있다는 것이다.
‘완전 최곤데?’
아자딘이 현재 가지고 있는 신왕진서는 다섯 장. 여기에 네 장이 더해지면 아홉 장이 된다. 이 정도면 복무의 저주로 아자딘을 죽인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웬디고가 뭐지??”
“저 거대한 네더 괴물의 이름이다.”
그때 리즈 부인이 분노했다.
“새빨간 거짓말이야! 날 죽여야 저 괴물을 봉인할 수 있다니! 허튼소리다!”
그녀의 외침에 아자딘이 나섰다.
“리즈 부인?”
“넌 또 뭐야?”
“프랑이라는 여자는 죽었습니다. 브록 경의 손에 의해서.”
“그래? 쳇. 안쓰러운 계집이군. 멍청한 짓을 하다 간 거야 자업자득이라지만 브록이 직접 죽였다고? 그래서 뭐? 자기 손으로 죽였으니 이제 와서 용서해 달라는 거야?”
“그 전에 물어보지요. 왜 그녀를 아트라 권속으로 만들었습니까?”
“왜냐니? 본인이 그렇게 미모와 사랑에 관심이 많은 것 같길래 미와 사랑의 여신에게 그 모든 걸 헌신하게 해준 거지!”
“불륜을 해서 미운 거라면 남편 잘못이 더 크다는 걸 알 텐데요?”
“날 바보로 보는 거야? 내가 그깟 꿈꾸는 계집 때문에 물러나야 한다고? 웃기지 마! 나는 다시 브투마의 정글지대로 돌아가고 싶진 않다고!”
프랑이란 여성은 머릿속이 좀 비어서 순진무구했다면 이 리즈라는 영주부인은 훨씬 교활하고 무서운 인물이었다.
“으….”
브록 경은 그 말을 듣고 겁에 질렸다.
“알겠어? 또 새 여자를 만들기만 해봐. 그때는 죽여서 스튜에 넣어서 처먹일 거야! 그래도 넌 안 죽여! 살아서 계속 벌벌 떠는 모습을 볼 거라고! 평생 네 욕망이 불러온 참사를 기억하면서 살란 말야!”
‘잘도 이런 여자를 놔두고 바람을 피우려고 했군. 용감한 건지 멍청한 건지… 이 경우는 둘 다겠지?’
아자딘은 브록 경의 어수룩함에 다시금 감탄하고 물어보았다.
“음. 뭐 당신 부부 문제는 그렇다 치고 저 밖에 있는 거대한 괴물은 어떻게 된 겁니까? 당신이 소환했다고 하는 데 정말 당신이 소환한 거 맞습니까?”
“소환? 내가 그렇게 대단해 보여? 저 산만한 걸? 저 웬디고는 본래 이곳에 봉인되어 있던 존재야. 아주 오래전 쿠르트 신족들이 막대한 희생을 치르며 봉인한 존재고 왕화의 빛에 의해서 그 연결마저 끊어져서 현세에 현현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존재지.”
오크와 하는 이야기가 다르다. 오크는 그녀가 소환했다고 하고…. 그녀는 원래 봉인되어 있던 존재라고 주장하는데 아무래도 그 장엄한 거구의 괴물을 직접 본 바로는 그녀의 말에 더 신빙성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월터도 즉각 자신의 말을 수정했다.
“정확히 말하면 웬디고는 이곳에서 봉인된 게 아니라 이곳에서 추방당한 것이다. 그런 추방당한 존재를 다시 불러들이는 거니까 소환이 맞지. 용어 혼동일 뿐이다. 내가 속이려고 한 게 아니야. 내가 속이려고 했다면 난 하프 오크다. 하프 오크.”
월터라는 이 오크도 인간들 앞에서 인간을 모욕하는 것으로 자신의 진실을 증명하려 한다.
‘대체 이놈의 오크 놈들, 인간을 뭐라고 생각하는 건가?’
아자딘은 오크들의 오만함에 반감을 느꼈지만 오크도, 리즈 부인도 워낙 흥분해 있어서 말이 빠르다. 이들이 원하는 대로 떠들게 했다간 이곳이 시장통으로 변할 판이었다.
“알겠으니까 잠시 가만히 있고. 그래서 소환인지 봉인해제인지 왜 했습니까?”
아자딘은 리즈 부인에게 물어보았다.
“본래는 웬디고의 봉인을 풀 생각이 아니었어. 제정신이면 저걸 풀어내고 싶겠어? 그저 가볍게 권속 계약을 맺어서 힘이나 좀 끌어낼 생각이었지.”
“가볍게?”
네더의 존재의 힘을 끌어낸다? 그것만으로 끔찍한 흑마법 사용자로 처형당할 짓이다. 하지만 그 흑마법의 당사자, 리즈 부인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했다.
“그런데 이 쿠르트 추종자 놈들은 생각이 달랐던 거야. 이 거대한 걸 풀어 버리면 팔왕국이 국력을 엄청나게 소모할 테니까. 야에가스 신족 추종자들이 국력을 소모해 버리면 자기들 세상이 올 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내가 의식을 치르는 걸 보고 간섭해서 봉인을 풀게 한 거라고! 내 잘못이 아니야!”
그 말을 듣고 있던 이들로서는 아연실색할 소리였다.
물론 리즈 부인 입장에서는 자신은 풀려고 하지 않았고 그저 네더의 괴물에게서 힘이나 약간 얻어낼까 했을 뿐인데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억울하다 할 수 있으리라.
‘결국 당신의 말이 사실이라고 쳐도 왕의 교회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화형시켜도 시원찮을 범죄 아닌가?’
성기사인 지벡은 자신이 최근 들어 복잡한 환경에 처했다는 걸 실감했다. 전령일족에 오크 강령술사와 나가 공작원이 모인 모임에 들게 되더니 이제는 네더의 괴물을 건드리는 귀족 부인인가.
허나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녀의 지식과 정보가 필요한 상황, 아자딘이 다시금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아자딘은 리즈 부인에게 물었지만 월터라는 오크가 대답했다.
“매개인 저 여자를 죽이고 신왕진서 사본들을 왕화의 빛으로 되돌려 왕화의 빛으로 웬디고를 다시 추방, 봉인하면 되오!”
“웃기지 마! 날 죽이려는 수작이야!”
리즈 부인이 격노했다.
“그런데 왜 둘이 서로 마주 보고 있습니까?”
“내 마력과 오크의 마력이 지금 격돌하고 있어. 여기서 누구 하나 손을 빼면 빼는 쪽이 타죽을 거다.”
“저 부인이 도망치려 하기에 도망치지 못하게 속박의 주술을 걸었소. 그 주술을 되치기해서 지금 서로서로 붙잡고 있는 상태지.”
즉 지금 오크와 이 영주부인은 번식기에 서로 들이받다가 뿔이 얽혀서 둘 다 죽게 생긴 수사슴 꼴이라는 소리다.
“저 오크를 죽여! 그러면 내가 웬디고를 처리하지.”
“웃기는 소리. 여러분들. 저 여자를 믿지 마십시오. 사악한 여인이오! 웬디고는 제가 처리할 수 있소이다.”
“오크가 감히 그런 소리를 해!?”
“당신도 마녀잖소!”
그 모습을 보던 브란드가 문득 브록 경에게 사과했다.
“어, 음. 조금 전에 심하게 말한 것에 대해서 사과하겠네. 물론 그, 불륜은 옹호할 일이 아니지만 자네 마누라가 무섭긴 무섭구만.”
바람 폈다고 바람 핀 대상을 마물로 만들어 버릴 정도로 무서운 여자다. 물론 먼저 잘못한 게 브록 경이긴 하지만 마냥 그를 심하게 비난했던 것도 너무한 처사라고 여긴 걸까?
“뭔 소리 하는 거야? 아 그러고 보니 당신은 브란드 서기이고 저기 저분은 기욤발트 공자잖아?”
“그렇소. 오랜만이오. 리즈 부인.”
“하아.”
리즈 부인이 고개를 숙였다.
“네더 마법을 쓰는 게 들켰으니 어쩐다?”
여기서 살아나가도 그녀가 사술을 쓰는 마법사라는 게 귀족 사회에서 알려지게 된다. 게다가 네더 마법을 쓰는 것만이 아니라 처음부터 이곳의 나가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쿠르트 신족들과 배후에서 내통하고 있고 아무리 연적이라지만 휘브리스의 백성을 쿠르트 신의 권속으로 강제로 만들어 버렸으니 이 여자 또한 죄가 엄청나다.
“어차피 당신들 입장에서 쿠르트 신족과 내통한 여자를 영주부인으로 살려둘 수는 없을 것 아니오? 거래합시다.”
월터라는 이름의 오크가 자신의 도끼 창을 잡았다.
“내가 길을 열어줄 테니 저 마녀를 처치하시오! 소환자를 잃으면 웬디고의 존재가 흐려져서 신왕진서 사본을 왕화의 빛으로 되돌리면 웬디고도 다시 봉인될 것이오!”
“잠깐. 그래서 신왕진서를 쓰면 어떻게 되는 거지? 소실하나?”
아자딘이 그 점을 물어보았다.
“소실되오. 뭐 완전히 소실되는 게 아니라 신왕진서는 왕화의 빛과 융합되어서 나중에 조건을 맞추면 다시 현현하게 될 것이오.”
“…….”
신왕진서 사본이 소실된다. 여기에 있는 페이지가 네 장이나 되는데 그걸 잃는다는 것은 아까운 일이다.
그러나 웬디고의 거대한 모습을 생각할 때 정말 그것을 봉인할 수 있다면 손익을 따질 때가 아니다. 문제는 그렇게 신왕진서를 왕화의 빛으로 되돌렸는데도 웬디고가 봉인되지 않으면?
추가로 아자딘이 가지고 있는 신왕진서도 넣어야 할지 모르고, 그렇게 되면 아자딘은 전령일족들, 아라가사들과 교섭할 재료를 잃게 된다.
‘복무의 저주가 걸려 있어도 안심하고 있는 이유는 내가 신왕진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그걸 잃어버리면… 그게 아니더라도 과연 지금 왕화의 빛으로 신왕진서를 되돌리는 게 옳은 걸까? 귀족들이나 왕들이 타락해서 왕화의 빛이 계속 약해지기만 할 뿐인데?’
아자딘이 망설이자 리즈 부인이 그 의향을 눈치챘다.
“나라면 신왕진서를 잃지 않아도 수습할 수 있어. 저 오크를 죽여라!”
“저 여자는 흑마법사보다 더 질이 나쁜 네더 마법사요. 아무리 인간이 저능한 생물이라지만 네더 마법사를 믿는 멍청한 짓을 하지는 않겠지?”
살려달라고 해야 할 처지에 오히려 인간들을 멍청하다고 욕하는 오크를 보며 모두가 아연실색했다.
그러는 사이 늑대울음 소리 같은 게 지하도 안에 울려 퍼졌다.
“이런.”
“새끼 웬디고다.”
지하도 안에 있던 시체들이 작은 웬디고로 변형되어 일어나 이쪽으로 몰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강령술을 쓰지 말라고 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어쩔 수가 없군!”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스콧 맥그린이 수인을 맺고 발로 지면을 굴렀다.
“일어나라! 죽음의 너머에서!”
그의 그림자가 발광석이 뿌리는 빛의 그림자를 따라 흐르며 지면을 달려 얼음 밑에 깔려 있는 시체들을 건드렸다.
시궁쥐들이 얼음을 깨고 언데드가 되어 일어났다. 시궁쥐라고 해도 작은 강아지 정도의 크기다. 생활 하수에서 넘어오는 쓰레기들의 양분으로 포동포동 살이 오른 쥐들의 사체가 불길한 안광을 빛내며 전율로 몸을 떤다.
“가라!”
스콧의 마법을 받아 언데드로 일어난 쥐들이 지면을 달려 웬디고들에게 향했다. 웬디고들은 쥐들을 무시하고 인간에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쥐들이 웬디고에 들러붙은 순간 스콧이 수인을 변환해 양손을 교차했다.
“시폭!”
쥐들의 사체가 폭발하며 그 체액과 살이 웬디고들에게 흩뿌려졌다.
“불사조종!”
쥐들의 체액을 뒤집어쓴 웬디고들에게 스콧이 검은 마력의 탄환을 발사했다. 그것이 명중한 웬디고 중 두 놈 정도가 몸을 비틀더니 오히려 자신의 동료인 다른 웬디고들에게 뛰어들어 자기들끼리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음. 고작 두 놈 조종인가. 마력을 대량으로 쓴 것 치고는… 마법이 잘 안 통하는데?”
스콧은 수통을 입에 물고 벌컥벌컥 물을 마시며 뒷걸음질을 치더니 다시 수인을 맺었다.
“강령술을 쓰지 말라고 경고했잖소!”
지벡이 노하자 스콧이 넉살 좋게 받아쳤다.
“그러네? 내가 지금 쥐새끼의 죽음의 존엄을 모독했구먼? 쥐새끼에게 강령술을 썼다고 왕의 교회의 성기사님께서 쥐새끼를 대신해서 나에게 성질을 내시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