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119
118. 웬디고 4
“자, 위기 상황이니까 일단 저것들부터 처리합시다!”
아자딘은 지벡을 다독이며 화살을 쏘았다.
스콧이 마법으로 먼저 웬디고들을 흩어둔 덕분에 화살을 쏘기 쉬워졌다. 웬디고들은 겉보기로는 야수지만 그 정체는 사실상 언데드라서 화살을 쏜다고 해서 그들을 죽일 수 있지 않다. 그래서 아자딘과 미디암, 이스마일은 화살을 웬디고의 무릎 관절을 노리고 쏴서 움직임을 방해하기로 했다.
웬디고들이 다가오자 지벡 경과 브록 경, 기욤발트와 브란드가 전열에 섰다. 지벡 경이 아자딘에게 받은 강철 검을 휘둘러 다가오는 웬디고들을 베어 버렸다.
아자딘의 화살을 무릎에 맞아서 다리 근육과 관절이 찢어져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웬디고들을 상대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아서 심지어 기욤발트조차 하나를 처리했다.
그렇게 처리한 웬디고는 스콧의 강령술로 조종되어 다가오는 웬디고들을 상대하는 육벽이 되었다.
“이 오크가! 내가 가만히 있다고 선을 넘는 거 아니오!”
지벡은 대놓고 강령술을 써대는 스콧에게 분노했다.
“아니 웬디고는 이미 언데드야!”
스콧은 그리 말하며 강령술을 계속 시전했다.
‘뭐 약간의 불협화음이 있긴 하지만 잘 굴러가는데?’
아자딘은 지금 상황을 그렇게 평가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웬디고들은 분명히 앞발을 휘둘러 때리면 갑주가 우그러지고 사람이 죽을 그런 괴물들이다.
하지만 체계화된 원거리 공격으로 움직임을 둔하게 만들고 검술에 능한 지벡과 힘이 좋은 브란드가 앞장서서 이들을 격퇴하고 위험한 부분은 스콧이 강령술로 보좌하니 상당히 잘 싸우는 팀이 만들어졌다.
반면 기욤발트나 브록 경은 영 쓸모가 없었다. 아자딘은 기욤발트에게도 검 대신 창을 쓰라고 조언했는데 기욤발트는 창을 몇 번 쓰지도 못하고 웬디고의 앞발을 그대로 창으로 받아 부러뜨리고 맨손이 되었다.
브록 경은 기욤발트보다는 조금 더 나았는데 방패를 들고 기욤발트를 도우려 하다가 웬디고의 앞발을 방패로 받고 또 그대로 나가떨어져 빙판 위를 뒹굴었다.
이런 사소한 문제가 있었지만 그래도 웬디고들이 차곡차곡 일행들 앞에 쓰러져갔다.
그런데….
“어, 너무 춥지 않아? 온혈동물인 너희는 어때?”
나가인 샤티가 그렇게 물어보았다.
“음?”
아자딘 역시 한기가 계속 몸에 스며드는 걸 느끼고 있었다. 격렬한 활동을 하고 있으니 체온이 올라야 하는데 그렇게 오르는 체온보다 주위 기온 저하가 더 심해졌다.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합수부에 돌입하지 않은 웬디고들이 멀리서 냉기 숨결을 뿜어내서 안 전체의 기온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놀라운데.”
언데드이지만 공격 방식이 꽤 교활하다. 냉기 숨결에 직격당하지 않더라도 이렇게 전체 기온을 떨어뜨린다면 위험해질 것이다.
“어, 어쩌지? 온혈동물?! 나는 버티기 힘들다고!”
나가인 샤티는 추위에 약한지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
“어쩌긴! 이렇게 한다!”
아자딘은 앞으로 나서서 웬디고의 공격을 유도했다. 입에서 냉기를 뿜으며 덤벼드는 웬디고를 아자딘은 가볍게 뛰어넘으며 뒤로 차서 오크와 리즈 부인의 힘이 엮여 있는 곳으로 내몰았다.
-바지지지직!
웬디고의 몸이 두 마법사의 힘이 격돌하고 있는 포인트에 당도하자 몸에 전기스파크가 튀며 털들이 불타기 시작했다. 털이 타는 역한 냄새와 함께 웬디고의 몸에 불이 붙었다.
“하나 더!”
아자딘은 화살에 무릎을 맞아 절뚝거리는 웬디고에게 달려들어 로우킥을 날려 아예 녀석의 다리를 끊어 버리고 쓰러진 놈을 집어서 풍차처럼 빙 돌린 뒤 던졌다. 이번에도 웬디고가 두 마법사의 격전지에 떨어져 불타올랐다.
“우엑! 냄새가!”
“아니 잠깐! 당신 뭐 하는 짓이오!”
월터가 기겁했다.
“그, 그래! 이거 태운다고 한기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잖아! 어서 저 오크를 죽이면 내가 웬디고를 해결해 주겠어!”
리즈 부인도 당황했다.
‘으음. 어쩐다?’
이대로 웬디고들이 계속 냉기를 뿜어내면 아자딘 일행은 위험에 처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 둘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오크 마법사이며 나가 제국에 고용되어 있던 월터를 택할 것인가? 아니면 네더 마법을 쓰는 브투마 마녀 출신의 리즈 부인?
둘 다 문제가 있다.
‘나 혼자 선택하라면 오크 마법사를 살리겠는데.’
나가 제국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아무래도 의도적으로 타인을 해치는 리즈 부인에게는 반감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남편인 브록 경이 보는 앞에서 부인을 죽이는 짓이 아닌가?
게다가 오크가 제시하는 해법은 신왕진서를 소실시키는 짓.
‘둘 중 하나를 반드시 죽여야 하나? 분명히 다른 해법이 있을 텐데 시간이 없군.’
그때 브록 경이 자신의 검을 들고 오크 마법사에게 다가섰다.
“이 오크를 죽이겠소! 아무리 그래도 내 아내를 해치게 할 수는 없지!”
“오? 좋아! 처음으로 당신이랑 결혼한 게 잘했다고 생각되네! 길을 열어줄 테니까 치라고!”
리즈 부인은 브록 경이 자신을 편들자 기뻐했다.
“이런 어리석은! 멍청한 종족인 건 알았지만 이런 어리석은 선택을 하다니!”
오크 마법사 월터가 자신의 도끼 창을 잡았다.
‘저거 마법 지팡이로군.’
아자딘은 월터가 들고 있는 도끼 창이 마법 지팡이에 도끼 머리를 끼웠다는 걸 알아챘다. 그러니까 저것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지팡이이고, 거기에 그저 좀 크고 묵직하고 뾰족한 강철 장식(?)이 붙어 있을 뿐이다.
“근획득을 두려워할 때가 아니군!”
월터가 자신의 지팡이(?)를 잡고 휘둘러 쳤다.
-칵!
브록 경이 또 빙판 위를 나뒹굴었다. 단번에 브록 경을 날려 버린 월터는 신왕진서 사본을 품에서 꺼내더니 움켜쥐었다.
“안 돼! 마력 방출이다!”
스콧이 비명을 질렀다.
과연, 신왕진서 사본에 충전되어 있던 빛이 방출되면서 팽팽하게 유지되던 두 마법사 간의 힘겨루기가 순식간에 한쪽으로 균형이 기울었다.
“꺄악!”
리즈 부인이 튕겨 나갔다.
“일이 이리된 이상! 야에가스의 추종자들은 웬디고를 스스로 감당해라!”
오크 마법사 월터가 그리 외치고 리즈 부인에게 달려들었다.
“이런!”
지벡이 리즈 부인을 지키기 위해 나섰지만 월터가 무서운 기세로 도끼 창이나 다름없는 지팡이를 휘둘러댔다.
지벡은 자신의 검으로 월터를 상대하면서 철저히 무기끼리 닿지 않도록 공격을 흘려보냈다. 근육이 너무 붙어서 고민일 정도인 괴력 오크를 상대로 무기끼리 부딪치면 완력에서 휩쓸려 버릴 게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는 건 자신은 상대의 무기를 피하면서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것. 검술의 고수가 이제 막 검술에 입문한 초심자를 상대하더라도 하기 힘든 일이다. 더구나 상대는 장병이 아닌가?
그런데….
-투콱!
지벡은 월터가 내려치는 순간 도끼 창 뒤를 지그시 눌러 얼어붙은 하수도 바닥을 때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앞으로 걸어 나오며 빠른 일검으로 월터의 목을 노린다.
“흥! 금강신의 술!”
월터는 마법을 써서 자신의 몸을 강철처럼 만들어 목을 긋는 지벡의 칼날을 튕겨냈다.
“죽어라, 성기사!”
그리고 한 손으로 지벡의 몸통을 향해 무색 마탄을 방출했다. 하지만 지벡 역시 백색마법의 방패로 그 마탄을 받아냈다.
놀라운 일이다. 보통 상대의 목을 그어 버리면 자연히 방심하기 마련이다.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순간, 팽팽한 긴장의 끈을 놓는다.
오크 마법사 월터는 그래서 일부러 목으로 칼이 날아오는 순간 술법으로 그 공격을 흡수하고 지벡의 빈틈을 만들어 공격하려 했다. 그런데 지벡은 그 순간에도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대응한 것이다.
월터가 마탄을 방출한 수결을 주먹으로 바꾸어 지벡을 후려쳤지만, 지벡은 손바닥으로 월터의 주먹을 받고 뒤로 몸을 날려 월터의 괴력을 흡수하고 무사히 착지했다.
‘엄청난데?’
아자딘은 지벡이 상당한 실력자라는 걸 알고 놀랐다. 원래 성기사들 사이에서도 지벡이 좀 재주가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런 사람이 왜 무명인지 모르겠다.
‘하긴 젝트의 제자라고 했지.’
아자딘은 자신을 고생시킨 심판자 젝트를 떠올렸다.
“으음.”
그러나 어찌 되었건 결과적으로는 월터의 승리였다. 지벡 경을 비켜나게 만들고 리즈 부인에게 가는 길목을 열고 만 것이다.
“수고했어요. 이제부터는 내가 맡지.”
이번엔 아자딘이 월터의 앞을 막아섰다.
“전령일족인가.”
월터는 몸에 힘을 주었다. 우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옷자락이 터지며 거대한 근육에 혈관들이 돋아났다.
“너희들 때문에 내 수명이 줄어들었다! 죽여 주마!”
“우발적 사고인데 정말 이렇게 해야겠나? 난 당신을 죽이고 싶지 않은데.”
“헛소리! 너희 같은 열등종이 감히 오크의 신, 카낙의 축복을 받은 우리의 적이 될 것 같으냐!? 근획득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우는 내 결사의 의지를 무시하는군!”
오크들은 육탄전을 벌일 경우, 싸움에 지는 것보다 근육 획득을 더 두려워하는 모양이다. 아자딘은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 타협할 생각이 없나?”
“없다! 원래부터 나는 쿠르트 판테온의 신실한 추종자다. 이왕 이리된 거 네놈들을 다 죽여주지!”
“그렇게 말하니까 죽이는 데 양심의 가책이 덜어지긴 하는데.”
“네놈이!”
월터가 아자딘에게 뛰어들며 지팡이를 휘둘렀다. 거대한 도끼 창이나 다름없는 걸 한 손으로 가볍게 휘두르고 그러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수결을 맺어 무색 마법인 마탄을 방출한다.
아자딘은 그 공격을 여유롭게 피하고 전통의 화살을 꺼내서 날아드는 마탄을 받아낸다.
“?!”
가느다란 화살로 어떻게 맞으면 부상을 입을 정도의 마탄을 받아내는가?
그것은 아자딘이 손안에서 화살을 회전시키고 있기 때문이었다. 마탄을 비껴 나가게 하면서 충격으로 화살이 부러지지 않도록 관리한다. 예사롭지 않은 센스와 제어력이다.
월터는 그 모습을 보며 내심 뜨끔했다.
‘아까 전 성기사도 대단했는데 이놈은 이질적이군.’
그때 아자딘이 발로 뭔가를 차올렸다. 얼음덩어리였다.
“여전히 대화로 해결할 생각은 없지?”
“이놈!”
“안됐군.”
아자딘은 얼음덩어리를 던졌다. 그런데 월터를 향해 던지는 게 아니다. 지면을 향해 던진 것이다.
-파악!
지면에 얼음덩이가 명중하면서 얼음 파편들이 월터에게 튀었다.
“윽!?”
아자딘은 검을 휘둘러 또다시 빙판에서 얼음을 깎아서 얼음 파편들을 월터에게 날려 보냈다.
“이 자식! 무슨 짓을? 콜록!”
월터가 아자딘을 향해 뛰어들었지만 아자딘은 월터를 직접 상대하지 않으며 계속 피하며 빙판을 깎으며 얼음 파편들을 월터에게 날렸다.
“…크억?! 콜록!?”
그렇지 않아도 한기가 들어찬 곳이다. 그 안에서 활동하던 월터는 점점 자신의 기관지가 얼어붙어 기침이 나는 것을 느꼈다. 무엇보다 호흡을 조심하지 않으면 얼음 입자가 호흡에 스며들어 기침이 나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콜록, 콜록…. 이, 이런!?”
호흡이 방해받아 산소가 줄어들자 급격히 운동능력이 저하된다. 막대한 양의 근육들이 오히려 무거운 짐이 되어 월터의 발을 묶는다.
“윽!”
-퍽!
아자딘이 칼끝으로 가볍게 월터의 대퇴부를 찍었다. 두꺼운 근육을 뚫지는 못했지만, 출혈을 일으키기엔 충분한 짧고 간결한 찌르기가 대퇴부를 찍고 손목과 팔뚝을 노려서 순식간에 월터를 피투성이로 만들었다.
“아악!”
오크 월터가 바닥에 쓰러졌다. 가뜩이나 호흡 곤란 비슷하게 산소 부족을 느끼고 있었는데 출혈이 일어나니 심장이 쿵쾅거려 감당하기 힘들었다.
‘큰일이군!’
출혈을 일으키면 심박수가 오르고 호흡이 가빠지는 법, 그렇지 않아도 호흡을 제한당한 월터는 마치 물에 빠져 익사하는 기분이었다.
“크억?! 헉 이 자식. 교활하다!”
오크 월터는 아자딘이 무엇을 노리고 얼음 파편들을 쳐냈는지 알고 경악했다.
“인간치곤 제법이지? 그래서, 웬디고를 치울 방법은 정말 신왕진서를 소진하는 것뿐인가?”
아자딘의 가면 안에서 흉흉한 살기가 튀어나왔다.
하지만 오크 마법사, 월터는 휘어진 송곳니를 입술 밖으로 내밀며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