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127
126. 란타릭 진입 5
아자딘은 자신이 조사한 것을 기욤발트에게 귀띔해주었다.
“그래서? 기욤발트 경. 어떻게 하겠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엘프 상인 케프카가 물어보았다.
“3년간 소금 전매권을 풀어주겠다.”
“소금 전매권? 약한데. 게다가 기한 한정이라니.”
“이미 당신들이 소금을 밀매하고 있다는 건 잘 안다. 3년간 전매권을 풀어준다고 해서 크게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건 잘 알지.”
기욤발트는 그렇게 말하고 턱을 내밀었다.
원래부터 얼굴이 길어서 특이한 턱이 앞으로 쑥 돌출되었다. 빈말로도 잘생겼다고 할 수 없는 용모지만 그 기괴함에서 나오는 품격이 있었다.
“애들러에게 붙은 가신들이 그대들을 원망하는 것을 원하진 않겠지? 나를 애들러에게 안내하면 나는 애들러를 죽일 거다. 가신들은 애들러가 죽으면 내게 굴복하겠지만 나를 돕고 과하게 보상을 뜯어가는 그대들을 좋게 볼지 의문이군.”
“우리에게 보상을 과하게 주면 가신들이 우리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그런 소린가?”
케프카는 기욤발트가 은근히 자신을 협박하는 걸 보며 미소를 지었다. 불쾌하다기보다는, 상대가 꽤 품격 있는 방식으로 협박해서 놀랍다.
“그런데 소금 전매권을 3년이지만 그대들에게 주면 후후. 그대들을 해칠 경우 소금 먹기가 힘들어지지 않겠나?”
즉 3년간의 전매권 보장은 수입을 올리라고 내주는 것도 있지만 3년간 안전보장이기도 하다. 기욤발트는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때. 애들러에게 안내하는 정도만 하는 데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조건일 텐데?”
“알겠다. 흠. 이번 란타릭 백작은 만만치 않겠군.”
케프카는 그리 말하고 자신들의 물건을 내주었다.
“우리 상회의 복장이다. 입을 수 있게 미리미리 수선해두는 게 좋을 거야. 그리고 우리에게 너무 많은 기대는 하지 않도록. 딱 들여보내 주는 정도만 할 테니까. 그다음에 애들러를 죽이건 족치건 그건 알아서 하라고.”
“알겠다.”
텔바린 길드의 엘프 상인과의 교섭이 성립되었다.
*********
아자딘 일행은 케프카의 상회의 짐꾼 복장으로 갈아입고 란타릭으로 향했다.
란타릭까지 가는 길에는 살벌한 관문들이 여럿 설치되어 있고 많은 병력이 깔려 있으며 심지어 그들 중에는 전령일족도 있다. 하지만 케프카가 가지고 있는 통관증 덕분에 그 많은 관문을 일사천리로 통과할 수 있었다.
결국 일행은 란타릭 성하 마을까지 무사히 들어왔다.
“믿을 수가 없군.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지?”
너무나 쉬운 여정에 아자딘이 놀라서 물어보았다.
“그야. 우리가 애들러 공자의 명으로 마약을 운반하고 있는데 우리 짐을 다른 놈들 보는 앞에서 뒤지다 마약이 나오면 애들러 공자의 체면을 구기니까 건드리겠어?”
“…….”
“이제부터는 당신들 영역이야. 어떻게 할 거지?”
“그것까지는 말해줄 필요가 없겠지. 화물은 어떻게 인수시키지?”
“강가의 창고에 적치하고 끝이다. 성에서 사람들이 나와서 따로 인수해가지. 참고로 화물을 인수하는 이들 중 애들러 공자는 없어. 즉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다.”
“알겠다. 어쩔 수가 없군. 약속대로 내가 백작이 되면 란타릭에서의 3년 전매권을 인정해주지.”
“되면 말이지. 애들러에게 붙잡혀서 괜한 소리 하지 말라고.”
“후후. 우리를 애들러에게 팔진 않을 건가?”
“여기까지 들였으면 애들러도 바보가 아닌 이상 우리가 관여한 걸 알겠지. 우리 소문이 안 좋은 건 아니지만 우린 나쁜 놈이지 바보는 아니거든.”
“그거 다행이로군.”
기욤발트는 쓴웃음을 지었다.
텔바린 길드의 엘프 상인과 거래해 무사히 란타릭에 들어선 기욤발트였지만 이제부터가 문제였다.
적장자인 그가 출가에 동의하지 않으면 란타릭 백작이 실종된 지금 모든 권력이 기욤발트에게 이전된다.
하지만 애들러는 부친의 실종이 곧 기욤발트가 란타릭 백작을 살해한 증거라고 고발해 버렸다. 이 경우 재판이 끝날 때까지 적장자로서의 권한은 정지되며, 당연하지만 가신들이 돌아서 있는 지금, 기욤발트를 가만히 놔둘 리가 없다.
그렇다고 자신을 추종하는 다른 이들을 모으거나 돈으로 용병을 사서 애들러와 싸우는 것도 바보 같은 짓이다. 애들러의 가신단이 나서게 될 것이고 가신단을 죽이면 결국 란타릭 백작령은 빈 껍데기가 된다.
그렇지 않아도 살라스마에 쳐들어가서 많은 병력과 인재, 돈을 잃어버린 상태다. 기껏 기욤발트가 란타릭을 손에 넣었는데 가신단이 거덜 난 상태여선 곤란하다.
깔끔하게 애들러만 잡아 족치면 새높이 요새를 평정한 명성도 있겠다 가신들도 부담 없이 깃발을 갈아탈 것이다.
“비밀통로로 갑시다.”
“비밀통로?”
“란타릭 백작과 그 가족들만이 알고 있는 비밀통로가 있지요. 다만….”
“애들러도 알고 있겠군?”
“네. 하지만 애들러도 가신들이나 병사들에게 거길 알려주진 않겠지요.”
가신들이 배반했을 때를 생각해서 만든 탈출 통로다. 별일이 없는데 가신이나 부하들에게 알려주진 않을 것.
다만 기욤발트도 아자딘도 그곳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고 있었다.
“가신들에게 지키게 하진 않아도 언데드를 깔아뒀을 수는 있겠지.”
애들러가 사들인 물자를 보면 그가 사령술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거 또 언데드의 스페셜리스트인 이 스콧 맥그린 님이 나설 차례로군.”
“…….”
“왜? 불만이야? 성기사? 자랑스러운 신성마법으로 쾅쾅 때려 부수게? 천 리 밖에서도 울려 퍼질 걸?”
“아니오. 쯧.”
지벡은 감각이 무뎌지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
란타릭 백작의 성으로 이어진 비밀통로는 감춰진 영묘와 이어져 있었다. 기욤발트는 녹슨 기관을 낑낑거리며 돌리려 애썼다.
“이, 이걸 돌리면 영묘의 감춰진 문이 열리는데 거길 통해서 성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잠깐. 비켜보시오.”
“브란드?”
브란드가 기욤발트를 대신해 녹슨 기관의 크랭크를 붙잡고 돌리자 끼릭끼릭 돌아가더니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기욤발트가 매달렸을 때는 미동도 안 하던 문이 너무나 쉽게 열렸다.
“자 그럼.”
스콧이 휠체어에서 일어나 열린 통로 안으로 자신의 그림자를 보냈다.
“역시 안에는 언데드들이 드글거리는군. 그런데….”
“왜?”
“어린아이들의 시체인 걸. 게다가 다들 비슷하게 생겼어.”
“…….”
그 말을 듣는 순간 브란드의 표정이 기이해졌다.
“일단 공감능력이 있는 언데드는 없군.”
“공감능력?”
“언데드의 눈이나 감각을 술자와 연결해서 언데드가 눈치채는 순간 술자도 눈치채는 거야. 하지만 그런 마법을 걸어두면 피곤하지. 시체를 이용한 단순한 강령술에서는 그런 게 불가능하기도 하고. 다만 공감능력은 없어도 언데드가 많이 쓰러지면 술자도 알 수 있게는 되어 있어.”
“해제할 수 있나?”
“언데드를 쓰러뜨려도 술자가 알지 못하게? 후후. 그게 내 주특기지. 아니 굳이 쓰러뜨릴 필요도 없을 거야. 이걸….”
스콧은 품에서 부적을 꺼냈다.
“이걸 자신의 이마에 붙이고 숨을 참으면 언데드들이 알아채지 못하지. 이걸로 언데드들을 피해서 들어가자.”
“…….”
아자딘은 스콧의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 자식 엄청나게 쓸모 있네. 지벡 경 앞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사령술에 사람들이 매혹되는 이유가 있군.’
*********
영묘로 침입하자 과연 영묘 안쪽에는 어린아이들의 시체가 득시글거렸다.
주로 네다섯 살 어린 소년 소녀로 이루어진 사체들이 기이한 마법에 의해 변형되어 끔찍한 형상이 되어 있었다. 견갑골에 뼈가 자라나 있었는데 마치 날개의 잔해처럼 보였다.
“네크로 엔젤이다. 제법인데.”
“네크로 엔젤?”
“시체에 신족의 피가 섞여 있는 거지. 몸집은 작아 보여도 굉장히 강력한 놈들이니까 주의해. 다만 감지능력은 많이 떨어져.”
스콧은 그리 말하고 부적을 이마에 붙이고 걸어갔다.
“아 제길. 근육 찌는데.”
그는 길을 막고 있는 네크로 엔젤에게 다가갔다. 끔찍한 모습의 네크로 엔젤은 스콧이 다가가도 알아채지 못하는 듯했다.
스콧은 손끝에서 검은 그림자의 칼날을 만들어서 가볍게 네크로 엔젤의 목덜미 뒤에 쿡 찔러넣었다.
“!!!!!”
네크로 엔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스콧은 그렇게 마비된 네크로 엔젤을 들어서 길옆으로 치웠다.
“따라와.”
“…….”
지벡 경이 그 뒤를 따라 걸으며 쓰러진 네크로 엔젤을 힐끗 바라보았다. 야에가스 신족의 특징인 은발이 드러나 있는 기형아였다.
“이건….”
“란타릭 백작의 소행이겠지. 애들러 하나를 뽑기 위해서 교배를 거듭한 흔적이지.”
아자딘이 설명해주었다.
“교배라니. 백작의 아이들…이란 말입니까? 왜 이런 아이들을?”
“아마 어느 정도 자라서 추후 성장도나 지성이 보여야 성공인지 실패인지 알 수 있을 테니까.”
“그런 이유로 네다섯 살이 될 때까지 키운 후 죽인다고요?”
지벡은 왕의 교회에서 옹호해야 할 귀족이 저지른 끔찍한 사술의 증거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나 정도면 학문의 영역에서 깔끔하게 접근하는 거라니까. 인간들은 너무 야성적이야. 금수 새끼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 어떻게 이렇게 더럽게 강령술을 쓰지?”
스콧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길을 가는 데 방해가 되는 네크로 엔젤들을 차례차례 정리했다.
그때 이스마일이 스콧을 멈춰 세웠다.
“…함정이 있습니다.”
이스마일은 바닥에 설치된 목함을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그걸 치웠다. 목함 안에 스프링 장치가 붙어 있는데, 이것이 풀리는 순간 연결된 줄이 풀리면서 아마도 어디 장치된 알람이 울리게 되어 있는 것이리라.
이스마일은 목함에 연결된 밧줄을 조심스럽게 다른 단단한 바위에 고정했다.
“좋아. 영묘는 다 통과했군. 지금 영묘에 있는 언데드들 만으로도 애들러는 산 채로 화형시킬 수 있겠어.”
기욤발트는 그렇게 말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충격적이군. 나에게 아버지는 냉정하지만 이렇게까지 할 사람은 아닌 걸로 보였는데.”
“그만큼 절망하고 있다는 거지. 목성의 시대에.”
샤티가 그리 말하고 코웃음 쳤다.
“잘나신 야에가스 신족이라는 놈들은 가진 게 많기 때문에 더더욱 겁이 많지. 모든 걸 잃어버릴 날이 다가오면 사령술이건 네더 마법이건 가리지 않고 쓸걸. 웃기는 놈들이야.”
“…….”
지벡은 샤티의 빈정거림에 딱히 반박하지 못했다. 심지어 심판자 젝트 경마저 네더 마법을 쓰지 않는가.
“자자. 그만. 이제부터는 조용히 해야 할 거야. 성이다.”
아자딘은 영묘 구간이 끝나고 성 밑에 당도했음을 알렸다.
*********
영묘를 통해 지하에 도착한 곳에는 병사들이 있었다.
아자딘이 손짓하자 미디암과 이스마일이 재빠르게 어둠을 타고 이동해 병사들의 배후에 접근해 단검으로 그들의 목을 겨누었다.
“헉?”
“자 조용…. 위는 어떻게 되어 있지? 애들러 공자는 어디에 있나?”
“애, 애들러 공자는… 접견실에서, 전령일족을 만나고 있습니다.”
“전령일족? 누구?”
“저, 전령일족들의 두목인 여자입니다.”
“…….”
아자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아라엘이 여기 와 있단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