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131
130. 감정의 평행선 4
“저들은 황제의 보물고의 위치를 모를 겁니다. 알더라도 그렇게 쉽게 열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잊혀진 옛 드워프들의 왕국에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정신을 차렸군요. 선생.”
“네. 축하드리오. 기욤발트 경. 애들러 공자가 양팔을 잃었으니 이제 당신께서 정당한 란타릭 백작의 계승자요.”
브란드는 그렇게 말했지만 전혀 웃는 낯이 아니었다.
피맺힌 원한마저 느껴진다.
‘그렇겠지. 그는 평생 아버님에게 충성해왔었지만… 아버님은….’
브란드가 란타릭 백작에게 끔찍한 일을 당해 미쳐버렸음을 알고 있는 기욤발트는 그의 축하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그에게 보상하고 싶었는데….
“우, 웃기지 마! 이 못난이가 무슨 백작이라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애들러가 소리를 질렀다.
“애들러 공자. 너는 이미 끝났어. 네가 백작에게 후계자로 인정받아서 가신들이 너를 지지하기는 했지만 지금 이런 상황에, 양팔까지 잃은 네놈을 지지할 가신들이 누가 있을까? 게다가 지하에 강령술의 흔적이 저렇게 선명한데? 당장 화형당해도 할 말이 없는 명백한 증거들이다. 다시 말하지. 넌 끝났어!”
브란드가 애들러를 조롱했다. 하지만 애들러는 고통 때문인지 제정신이 아니었다.
“감히! 웃기지 마라! 나는 성공작이야! 기욤발트 네놈이나 저 영묘에 잠들어 있는 시체들! 덜떨어진 실패작들과 나는 달라! 그런데 너희들이 날 망쳤어! 으윽. 파, 팔을 붙여야 해! 강령마법으로 아직 팔을 붙일 수 있을 거야! 내 팔!”
애들러는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팔을 향해 엉금엉금 기어갔다. 하지만 브란드가 성큼성큼 걸어가 손에 들고 있던 도끼 창으로 바닥에 떨어진 애들러의 팔을 쿵 찍어 버렸다.
“이, 이 자식!?”
-쿵!
브란드가 다시 도끼 창을 들어 내리치자 애들러의 팔이 토막 났다. 마치 푸줏간의 고기처럼 잘려나가는 팔을 보며 애들러는 경악했다.
“그, 그만해!”
“아하하. 내가 왜 그만해야 하나? 내가 그만두라고 할 때 도적놈들은, 란타릭 백작에게 충성하던 공작원 놈들은 전혀 멈추지 않았다!”
도끼 창을 든 브란드가 눈물을 흘리며 웃고 있었다.
“전혀 멈추질 않았다고!”
그것은 기괴한 모습이었다. 웃으면서, 울면서 브란드는 도끼 창으로 애들러의 팔을 잘게 다졌다. 이미 몸에서 떨어져 나간 육신이라 그렇게 다진다 해서 애들러가 고통받는 것은 아니지만… 보는 이들의 모골을 송연하게 만드는 끔찍한 광경이었다.
“브란드 선생.”
기욤발트가 브란드를 불러 세웠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었다.
차마 말릴 수는 없었다. 눈에서 광기가 번들거리고 있는 브란드를 말렸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감히 짐작하기 어려웠다.
그때 브란드의 고개가 빙글 돌아 기욤발트에게 향했다. 마치 맹수가 돌아보는 것 같아서 섬뜩하기까지한 움직임이었다.
“지나치다고 하시려오? 물론 그렇겠지요. 이 애들러는 백작이 아니니 말입니다. 우리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겠지요. 하지만 그럼 내 딸과 사위는, 외손주는? 무슨 죄가 있어서 끔찍한 죽음을 맞이해야 했습니까?”
“미안하네. 브란드 선생! 그렇지만….”
“네, 압니다. 연좌제는 미개한 이들의 분풀이일 뿐이라오. 그러나… 당신들이 권력과 부를, 그리고 의지마저 상속하는데 죄만은 상속되지 않는다는 건 말도 되지 않소! 상속받을 게 있는 자는 죄까지 상속받아야 마땅하단 말이오! 그리고 나는, 내 딸과 사위의, 내 아이들의 부모 된 자로서 응당….”
“이런. 안 돼!”
아자딘이 말리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분노한 브란드가 몸을 돌리며 도끼 창을 휘둘러 기욤발트를 후려쳤다.
아자딘이 촛대를 날려 도끼 창의 위력을 죽였지만 그것만으로 괴력의 브란드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그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기욤발트가 검으로 브란드의 공격을 막아냈다. 브란드가 분노할 때 기욤발트는 그가 자신을 공격할지도 모른다고 미리 예측했던 것이다.
“윽!”
무시무시한 힘이 기욤발트의 몸을 구기며 밀고 들어갔다.
-퍽!
도끼 창을 막아냈지만 힘에 밀린 기욤발트의 몸이 바닥을 굴렀다.
“그만!”
아자딘이 브란드를 멈춰 세웠다. 그러자 브란드는 오히려 흐느끼면서 도끼 창을 내던지는 게 아닌가?
“으으흐흑! 제발. 참을 수가 없어… 차라리 날 죽이시오.”
“우선 애들러는, 살려두는 게 더 고통스러울 거야.”
“…….”
“그리고 기욤발트는…. 괜찮나?”
“파, 팔이 부러졌습니다.”
“당신 정말 약하군.”
기사가 서기에게 맞아서 팔이 부러지다니. 아자딘은 쓴웃음을 지으며 기욤발트에게 물어보았다.
“브란드에게 보복하고 싶나? 서기 따위가 장차 영주가 될 분을 해쳤으니까 그냥 넘어갈 수는 없어.”
“아, 아니오. 무슨…. 하하.”
기욤발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분노해 마땅합니다. 저는 그가 그런 고통을 받는지 몰랐어요. 제 아버지와 동생이 그런 짓을 했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
아자딘은 쓴웃음을 지었다.
“브란드 경. 애들러 공자의 목숨은 당신 거야. 하지만 기욤발트는 이 정도로 봐주지 않겠나?”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소.”
“하지만 잘 보라고. 이 면상을 봐봐. 제 아비랑 전혀 안 닮았잖아?”
“…….”
그러잖아도 외모에 콤플렉스가 있는 기욤발트인데 말이 너무 심한 것 같다.
“버림받은 자식을 아비의 죄로 후려치는 건 너무하잖아. 기욤발트에게 란타릭을 계승하게 해. 그것이 란타릭 백작에 대한 복수다. 란타릭 백작이 정말 싫어할 거야. 안 그래?”
아자딘은 브란드를 설득했다.
“확실히… 기욤발트 경은 백작을 닮지 않았지요.”
아자딘의 설득에 브란드는 지면에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기욤발트 경. 제가 그만 정신이….”
이걸로 브란드가 설득되다니!
기욤발트는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도 자신의 용모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브란드를 설득했다는 기쁨이 더 컸다.
“괜찮소. 브란드 선생. 오히려 당신이 나의 존재를 참아준다면 내가 고마워해야 할 일이오. 팔 부러진 정도야 뭐 대수겠소?”
기욤발트는 브란드의 사과를 받아들이며 오히려 자신이 용서를 비는 배포를 보여주었다.
“부끄럽군요. 정신을 잃어버릴 것 같습니다.”
브란드가 그리 말하자 아자딘이 정색했다.
“아 그렇다고 벌써 정신 나가지 말고. 나는 놋쇠의 기사인 당신을 좋아하지만 정신이 돌아온 김에 황제의 보물고에 대한 이야기는 마저 해줘야지.”
“하하하.”
브란드는 쓴웃음을 짓고 아자딘에게 손짓했다.
“백작의 서재로 갑시다. 거기에 백작의 비망록을 찾아봅시다.”
하지만 일행들이 서재로 향하기 전, 뒤늦게 가신들이 몰려왔다. 그들이 발견한 것은 양팔이 잘린 채 붙잡혀 있는 애들러 공자와 부상을 입었지만 여전히 정정한 기욤발트 였다.
“이, 이게 무슨!?”
“기욤발트 경?!”
가신들이 놀랐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의미하는 것은 명명백백하다.
“야에가스의 신성한 여덟 개 왕좌가 세운 법도에 따라 장자인 내가 내 아버지 란타릭 백작을 대행해 이 땅의 법도를 바로잡으러 왔다. 나의 생득권을 부정할 자가 있다면 지금 내 앞에 나서라.”
기욤발트는 당당히 가신들에게 나섰다.
애들러의 팔을 자른 건 전령일족, 아라엘 지파의 인물들이지만 이렇게 말하면 다들 기욤발트가 애들러의 팔을 자른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가신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모두 기욤발트의 아래 무릎을 꿇었다.
“기욤발트 경! 당신이 진정한 란타릭의 주인이십니다!”
“부디 란타릭을 이끌어주소서!”
“이, 이런 개자식들!”
애들러는 가신들마저 자신을 배신했다는 걸 알고 분개했지만 그가 팔을 잃어버린 시점에서 승부는 이미 끝나 있었다.
애들러가 이미 잡혀 버렸는데, 가신들 주제에 기욤발트의 생득권에 도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애당초 애들러에게 그렇게 충성하는 사람도 없었다. 백작이 애들러를 지목했고, 그때까지 기욤발트가 별다른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으니 애들러를 지지했을 뿐이었다.
기욤발트가 예사롭지 않은 기량을 피로한 지금, 굳이 왕국의 법도를 어겨가며 막내인 애들러를 지지할 이유가 없다.
“고맙군. 귀공들의 헌신적인 보좌가 있었기에 란타릭의 번영이 있을 수 있었다. 그대들의 노고를 내 잊지 않고 있었지.”
기욤발트는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뒤집은 가신들을 칭찬해주었다.
가신들은 기욤발트의 앞에서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얼굴을 붉혔지만 기욤발트는 진심으로 그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자신의 아버지가 이미 애들러를 후계자로 낙점하고 가신들에게 말을 해뒀을 테니. 이들이 애들러를 고른 것은 곧 그의 아버지에 대한 충절이기도 했다.
“아버님께서 애들러를 당부하셨다는 건 알고 있으니 그대들이 애들러의 곁에 있었던 것이 충절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 살라스마는 가뭄에 시달려 난민들이 들끓고 거기에 무리한 전쟁을 걸어 주민들이 살해당하고 우리 란타릭의 금고도 바닥이 났지. 내가 백작이 되면 살라스마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굶주리고 있는 백성들을 구휼할 생각이오! 그러니 그대들의 도움이 아주 절실한 상황이지! 나를 도와주겠소?”
“가, 감사합니다.”
가신들은 기욤발트가 자신들을 숙청하지 않고 오히려 가열하게 부려먹겠다고 말하는 것에 안심했다. 그냥 봐주겠다고 말하는 것과 필요한 곳이 있으니 너희를 살려두겠다는 것은 천지 차이지 않은가.
게다가 기욤발트의 말은 대범하면서도 자비로워서 저절로 흠모하는 마음이 들게 했다.
“자 그럼… 나는 가신들과 함께 란타릭의 일을 처리하겠소. 브란드 선생은 나를 도와준 이들에게 내 약속한 바를 이루게 해주시오.”
“알겠습니다.”
브란드는 기욤발트의 허가를 받아 서재로 향했다.
“샤티!”
아자딘은 서재로 향하기 전 샤티에게 명했다.
“기욤발트 경의 팔에 재생 마법을.”
“진짜 날 무슨 약상자 같은 걸로 생각하는 거야?”
“하기 싫어?”
아자딘이 그렇게 물어보자 미디암과 이스마일이 슬금슬금 무기에 손을 가져갔다.
나가인 샤티에게 뜯어낼 정보는 이제 다 뜯어냈다. 남은 건 그녀가 가진 녹색 마법. 특히 재생의 힘이 유용한데 본인이 더 이상 협조하기 싫다면 죽이는 수밖에 없다.
“아, 아니!”
샤티는 은근히 위협하는 미디암과 이스마일에게 겁을 집어먹었다.
‘나가 공작원치고는 겁이 많단 말야.’
‘허약하기는….’
그때 아자딘이 미디암과 이스마일을 막아서고 말했다.
“은근히 협박하는 꼴이 되었는데 그걸 떠나서 네게는 기대가 커. 아주 유용하고 힘이 많이 되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기대 이상이라 매번 고맙게 느끼고 있어.”
“…….”
“부탁하지.”
“아 참나. 어쩔 수가 없구만, 온혈동물은. 알겠어.”
샤티는 기욤발트의 상처를 치료해주기로 했다.
“고맙군.”
아자딘은 씩 웃으며 브란드의 뒤를 쫓아 서재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