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135
134. 코랄 사하르의 폭풍 2
재물을 빼앗기고 부정 전표를 받은 상인들과 갑자기 삶의 터전을 잃고 쫓겨난 주민들은 모두 눈이 뒤집어져서 국왕의 험담을 했다.
“다른 이가 왕이 되었어야 했소이다!”
“옳소!”
“하지만 그렇다고 카젤 백작은 좀….”
“그럼 심판자 젝트 경은 어떻소? 그도 왕족인데.”
“북방 왕족이잖소? 우리 지역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래도 엄청난 성기사 아니오. 그가 왕좌에 올랐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사람들 사이에서 젝트의 이름이 오르자 지벡이 참지 못하고 사람들 앞에 나섰다.
“지금 무슨 경솔한 망발을 하고 있는가?”
“헉?!”
“아!”
왕의 교회의 성기사인 지벡을 보자 다들 화들짝 놀랐다.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헤헤….”
상인들은 즉시 자신들의 말을 철회하고 비굴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러나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피난민들은 왕의 교회의 기사인 지벡을 눈앞에 두고도 눈의 독기를 빼지 못했다.
독기를 빼고 강자 앞에서 웃으며 비굴하게 굴 수 있는 것도 상인들이 강인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미 지치고 절망한 이들은 왕의 교회의 성기사건 뭐건 아랑곳하지 않고 비웃었다.
“흥.”
“이 세상은 끝장이오. 왕의 수도에서 비가 1주일, 아니 2주일 내내 온다는 건 듣도 보도 못한 일이오.”
“그런 재앙이 벌어지는 걸 보면 뭐 뻔하지 않소?”
“카젤 백작이나 젝트 경이 왕이 되었다고 해서 딱히 나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지금 왕이 자질이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지.”
“입이 있으면 어디 한 번 말해보시오. 성기사 나리?”
난민들은 오히려 화를 내며 지벡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아자딘 일행이 뒤에 서 있지 않았으면 정말 다 함께 달려들어 지벡에게 몰매라도 가할 기세였다.
“자자. 그만하고 갑시다, 가요. 아, 이건 이야기 값이오.”
아자딘은 피난민들에게 동전을 좀 주고 그들의 기분을 풀어주었다.
“저런 불경자들에게 돈을 줍니까?”
지벡은 불경한 소리를 한 이들에게 돈을 줘서 달래는 아자딘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공교롭게도 나도 불경자라서. 참아, 지벡 경. 민간인들이랑 주먹다짐을 할 것도 아니잖아?”
“그런데 정말 위험하긴 한가 보네요. 국왕이 있는 궁성이 홍수를 겪는다니 상상할 수 없는 일 아닌가요?”
미디암이 그렇게 말하고 걱정되는지 생각에 잠겼다.
“시온 오라버니가 무사하실지 모르겠네요.”
“시온이라면….”
“제 사촌 오빠예요. 전직 전령이지요.”
미디암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저를 예뻐했으니까 만나면 분명히 얘기를 들어주실 거예요. 아자딘. 당신의 오해를 푸는 데도 도움이 될 거예요.”
“글쎄. 일단 살아 있나부터 걱정해야 할 것 같은데.”
그만큼 코랄 사하르의 상태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에이. 그래도 전직 전령인데 설마 별일 있겠어요?”
“글쎄다?”
아자딘은 그리 말하면서도 코랄 사하르로 발걸음을 향했다.
*********
코랄 사하르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강물의 수량이 불어나고 있었다. 살라스마에서는 거의 바닥을 드러내던 코라 강의 수량이 이제는 범람해서 강둑까지 들어찰 정도였다.
그런데….
“강물이 역류하고 있군.”
아자딘은 강물이 들썩거리는 걸 보고 혀를 찼다.
“코랄 사하르에 비가 많이 왔다는 뜻이지요. 보통 바다에 밀물이 들어오면 강물이 역류하는데….”
“기껏해야 하류 정도에서 끝나지. 그런데 아직 코랄 사하르까지 오지도 않았는데 이런다는 건… 여기까지 강물이 역류한다고?”
코랄 사하르에 엄청난 양의 비가 내리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아자딘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쐐액!
아자딘을 향해서 화살이 날아왔다.
아니 아자딘에게 만이 아니다. 아자딘 일행 전원을 노린 엄청난 양의 화살비가 강둑 밑에서 위로 비처럼 쏘아졌다.
아자딘은 별다른 생각 없이 날아오는 화살을 무심결에 손으로 쳐내며 뒷걸음질했다.
“으악! 나 죽는다!”
반면 스콧은 비명을 지르면서 몸을 웅크렸다.
“전령일족인가?”
지벡이 칼집과 망토, 갑옷을 이용해서 스콧에게 날아드는 화살을 막아내 주었다. 예사롭지 않은 위력의 화살이었지만 지벡은 무사히 화살들로부터 자신과 스콧을 지켜냈다.
“윽! 젠장. 왜 너희는 너희들끼리 싸우는 거야?”
나가 공작원인 샤티는 비명을 지르며 스콧의 휠체어 뒤로 숨었다.
“시작 인사치고는 너무 격한데?”
아자딘은 날아든 화살들의 숫자를 헤아리며 혀를 찼다.
강둑 밑에 매복한 아라가사가 하나둘이 아니다. 적어도 20여명이 화살을 날리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서 우두머리로 짐작되는 이가 보였다. 아자딘과 비슷한 연령대로 보이는 젊은 청년이 아자딘과 비슷하지만 훨씬 화려한 보석으로 장식된 가면을 쓴 채 태연히 서 있다.
아까 살수를 뻗친 인물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태연한 자태는 조금 전의 공격이 그저 인사였다고 주장하는 것 같았다.
과연, 그가 아자딘에게 말을 걸어왔다.
“이 거리에서 화살을 맞으면 아라가사라 칭할 자격이 없지! 가벼운 인사였다! 만약 맞았다면 매우 실망했을 거다!”
말도 안 되는 억지다. 100보 이상에서 화살을 쏘면 아라가사끼리 인사라고 하는 말은 맞다.
그러나 그건 서로서로를 인식하고 있을 때의 이야기. 아무리 아라가사라 해도 매복해 있다가 암습하는 화살에는 대처할 수 없다.
아자딘이 미리 의심하고 있었으니까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화살에 맞아 죽었을 것이다.
“그래? 그럼 나도 인사를 해줘야겠군!”
아자딘이 활줄을 걸고 화살을 쏘았다.
가면의 청년은 코웃음 치면서 아자딘이 쏜 화살을 공중에서 잡았지만….
“?!”
엄청난 힘에 놀라며 뒤로 발을 끌며 간신히 화살을 비틀어서 방향을 틀었다. 그대로 잡으려고 했다면 안면에 구멍이 뚫렸을 것이다.
“윽?! 미친…. 인사치레 화살에 마법을 걸다니! 사람을 죽일 셈이냐!?”
시작부터 기습으로 화살을 갈긴 주제에 사람을 죽일 셈이냐고 묻다니 어이가 없다.
“마법 안 걸었어.”
“하. 거짓말도. 허세 부리지 마라. 표준형 월각궁에 화살도 경량화살인데 어째서 이런 위력이 나오나?”
“고전 아라가사 사법을 쓰면 같은 활이어도 더 위력적으로 쏠 수 있지.”
“아라가사 사법으로 이런 정확도를 보인다고? 농담도.”
활을 채서 탄속을 늘리는 아라가사 사법은 본래 병사들이 집단으로 화살을 날릴 때 사거리를 늘리기 위해 고안한 것이다.
그것은 활이라기보다는 화살 투척기에 가까운 개념.
아자딘이 방금 보인 정확도는 말도 안 되게 예리해서 아라가사 사법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그때 미디암이 그 청년을 알아보았다.
“시온 오라버니!”
이름이 불리자 그 청년은 가면을 벗었다.
새하얀 피부에 밝은 금발, 그리고 청회색 눈동자를 가진 미청년이었다.
“오. 그래. 미디암이구나. 하하, 이거 몇 년 안 본 새에 아가씨가 다 되었네.”
그는 미디암을 보고 아는 체 하다가 아자딘을 노려보았다. 아자딘의 화살을 쥔 손이 다쳤는지 아려온다. 장갑을 끼고 있었는데도 이 정도니 맨손이었으면 틀림없이 피부가 찢어졌으리라.
“이 위력이 마법을 안 걸고 쏜 화살이라고?”
“나는 화살에 마법을 못 건다.”
“뭐? 그게 무슨….”
“설마 내 소문을 모르나? 무안의 아자딘이 마법도 못 쓰는 얼간이라는 걸 아라가사라면 모두 다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에타르 혈족 외에는 다 얼간이 아니었던가? 누가 더 얼간이인가를 겨루는 데는 관심이 없어서.”
그 말을 들은 샤티가 웃었다.
“스콧 같은 놈이 또 있군. 말하는 게 아주 오만한데?”
“나는 현실을 말하는 거니 오만하다기보다는 솔직한 거고, 저 녀석은 오만한 게 맞지.”
스콧은 당당하게 그렇게 말하고 투덜거렸다.
“전령일족의 인사는 거칠구먼. 인사에 죽을 뻔했네.”
“그런데 인사는 이제 시작일 뿐인 것 같은데?”
샤티가 말한 대로 시온과 그 부하들은 무장을 거두지 않은 채로 아자딘을 보고 있었다.
애초에 이들이 기습한 것은… 이 길을 따라 아라엘 지파의 전령일족이 오면 그를 제압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첫발이 인사였던 것은 미디암이 일행에 있다는 걸 알아채서였을까?
“일단 대화는 해봐야겠지?”
아자딘은 미디암이 저 청년을 알아보았던 것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
“…그래서 네가 무안의 아자딘이군. 아라엘의 동생이라는.”
시온 에타르는 아자딘에 대해서 이미 들어온 바가 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내가 오빠고 그쪽이 동생이다.”
“쌍둥이끼리 그런 걸로 다투고 있나? 정말 우애가 깊나 보군. 사이가 좋아야 서로 위아래를 결정지으려고 하는 거 아니었나? 정말 사이가 나쁘면 서로 죽이려고 하느라 위아래 따위는 신경 안 쓸 텐데? 어차피 뭐 상속받을 재산도 없는 빈털터리 아닌가.”
“이 자식이….”
“그래서. 너는 원로원의 배신자, 그렇게 생각해도 되겠지? 아무래도 혈육을 따라갈 테니까. 그렇다면 내 사촌 여동생을 해방시켜 다오.”
“아, 아니에요. 오라버니! 아자딘은 아라엘의 편이 아닙니다! 제가 보증해요!”
“…그래?”
시온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다면 환영하지. 하지만 형제 남매끼리 사이가 그렇게 안 좋다니 놀랍군. 인성에 문제 있는 거 아니야?”
“불만이 많나 보네. 내가 아라엘의 편이 아닌 걸 좋아해야 할 일 아닌가?”
“아니. 뭐, 하위 전령 정도야. 적이건 아군이건 크게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
“하위 전령?”
“무안의 아자딘. 당신 위계가 어떻게 되지?”
“108령이다.”
“진짜? 바닥 중의 바닥일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진짜 최하위잖아? 그래서 자존심 때문에 인사치레 화살에 마법을 실어서 쏜 거구만.”
시온은 아자딘의 화살의 묵직함이 결코 근력이나 기술의 차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아자딘이 마법으로 수작을 부렸다고 믿고 있었다.
“원래 저런 사람이야?”
아자딘은 미디암에게 물어보았다.
“아하하하.”
그때 시온이 아자딘에게 정색했다.
“이봐. 내 사촌 여동생에게 함부로 접근하지 마라. 아무리 전령과 종사 사이라고 해도 우리 미디암은 에타르 혈족, 네가 그렇게 함부로 대할 사람이 아니야. 물론 자네도 혈기 넘치는 사내니 우리 미디암의 미색에 빠지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
“미디암도 참. 왜 굳이 뛰쳐나가서. 좀 기다리면 어련히 좋은 자리를 만들어줬을 텐데.”
“그보다 코라사르, 코랄 사하르에 대해서 물어보지. 대체 무슨 일이지?”
“꽃의 디미아와 그 여동생인 제니스가 이곳에 들른 이후로 폭풍우가 계속 휘몰아치고 있다. 우스운 일이지?”
“뭐가?”
“폭풍우가 휘몰아치는데 그러면 바람의 알레프가 와야 하는 거 아니냐 이거지. 꽃의 디미아가 와서 일을 벌이다니. 이명에 어울리지 않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