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140
139. 페어 트레이드 1
전령일족의 활, 월각궁은 크기에 비해 엄청난 강궁이지만, 그것은 재료를 복합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며 이러한 복합궁은 습기에 취약했다.
지금의 활도 어제 불에 굽고 왁스를 발라둔 상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
“활 너무 많이 당기지 마라.”
“네!”
“그럼 시작!”
아자딘, 이스마일, 미디암 셋이 동시에 화살을 날렸다.
건물 입구를 지키고 있던 나가들이 깜짝 놀라 무기를 들었지만 아자딘의 화살은 그의 뇌수를 후벼 파고, 이스마일의 화살은 다른 나가의 눈에 꽂혔다.
그러나 미디암의 화살은 그만 나가의 곡도에 맞고 튕겨나갔다. 눈을 찔린 나가가 고함을 질렀다.
“습격자다!”
“이런….”
활이 부서질까 봐 완전히 당기지 않았더니 위력이 부족해서 이런 일이 생겼다.
그런데 그때….
-퍽!
나무 조각이 나가 경계병의 입에 빨려 들어갔다.
“좋아, 성공했군.”
스콧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아, 이런, 승모근이 성장한다. 이런 버릇 들면 안 되는데.”
“잘했어. 스콧. 그런데 지금 이거 던진 거야?”
“아니, 마법을 썼다. 투척이라니 그런 행위를 했다가 팔에 근육 붙으면 어쩌려고.”
“그, 그래. 잘했어. 승모근 걱정한 것은 각목을 투척해서가 아니라 어깨를 으쓱한 것 때문이로군?”
“그렇지. 이것만으로도 우리 종족은 과할 정도로 근육이 붙는단 말야. 그리고 인간이 아니라서 투척 속도도 그렇게 잘 안 나온다. 오크들은 어깨 근육이 너무 발달해서 투척할 때 팔이 앞으로 빠르게 당겨지지 않거든.”
“그래 잘했다.”
아자딘이 스콧을 칭찬하고 우선 미디암과 이스마일을 입구 근처에 배치시켰다.
둘이 화살을 활에 걸고 입구를 노려보고 있자 과연 나가들도 바보는 아닌지 좁은 건물 입구로 뛰어나오는 대신 창문으로 의자를 집어던졌다.
“뭐냐? 너희들?!”
“감히 우리들에게 대항하는 거냐? 하등종족 놈들아!”
그때 아자딘이 화살을 날렸다. 창문으로 화살이 빨려 들어가고 비명 소리가 들렸다.
“쿠엑!”
“이런 젠장!”
“전령일족이냐!?”
휘어져 날아오는 화살을 본 나가들은 아자딘의 정체를 알아채고 경악했다.
하지만….
-쿠웨엑!
-카악!
갑자기 이 건물로 접근하는 길목에 나가들이 나타났다.
“뭐야? 저건!?”
“적인가?!”
나가 정찰대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 그 숫자가 많다. 한 그룹이 못해도 6마리, 2그룹이니 12마리가 넘는 나가들이 있고, 건물 안쪽에도 나가들이 있다.
게다가….
“크웩!”
아자딘의 화살에 맞은 나가가 일어나서 화살을 뽑아 던졌다. 분명히 뇌수까지 화살이 관통했는데도 죽지 않은 것이다.
물론 이스마일의 화살을 맞고 스콧의 각목을 입에 맞은 나가도 일어났다. 나가들의 재생력, 생명력은 정말 대단하다.
‘뇌수가 흘러나오고 있으니 아무리 나가래도 무사할리는 없는데, 그래도 지금 당장은 움직여진다 이건가.’
한편 이 상황이 되자 샤티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어. 이때가 기회인 것 같은데. 그런데….’
샤티로서는 잠시 망설여졌다.
자신이 배신해도 아자딘이 이겨 버리면 어쩌지? 인원이나 병력이나 현재 나가들이 우세해보이지만 아자딘은 이보다 훨씬 위험한 상황에서도 승리했다. 무려 카젤 백작을 물리치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렇다고 이 상황에서 그녀가 적극적으로 아자딘 일행을 돕는다면? 그건 확실한 배신이다.
이미 여러 차례 나가들을 배신하긴 했지만 아직 그녀는 자신에게 변명의 여지가 있다고 믿고 싶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마른땅 부족 만세!”
아자딘이 그렇게 외치고 대뜸 나가들에게 화살을 날렸다.
“…마른땅 부족 만세!”
미디암과 이스마일도 눈치가 빨라서 즉시 아자딘을 흉내 내며 화살을 쏘았다.
나가들이 마법을 쓰며 반격해왔지만 미디암과 이스마일이 주문을 화살에 걸고, 또 지벡 경이 심판의 마법을 써서 응징에 나서니 숫자가 더 많은 나가들이 오히려 공격력에서 밀렸다.
-퍽!
-퍼억!
활이 젖어서 부러질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감수하고 다들 활을 강하게 날렸다.
-빠각!
결국 아자딘의 활이 도중에 부러지고 말았다. 아자딘은 활을 하나 더 꺼내서 활줄을 걸었지만 이미 가져온 화살이 다 떨어졌다.
“케엑! 이 자식들!”
“잘도!”
그런데 나가들은 또 증원되었다. 한 왕국의 수도를 점령하려고 공격해온 놈들이다. 그 병력이 상당한데다가 조직력도 매우 우수하다.
“도망쳐야겠군.”
아자딘은 근처 건물로 들어갔다.
“쫓아라!”
“이 자식들!”
나가가 아자딘을 추격해 건물 안에 들어간 순간….
-퍼억!
피투성이가 된 나가가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어?”
“자, 잠깐?!”
코랄 사하르의 업무지구는 건물들끼리 서로서로 바짝 붙어 있기 때문에 위층에 올라가서 도망갈 수 있다. 그것을 막으려면 계단으로 진입해야 하는데….
-투콱!
또 계단에 진입한 나가가 피투성이가 되어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아자딘이 후방에 남아서 계단에 진입하는 나가들을 상대해 둘을 계단 밑으로 떨어뜨렸다.
“아자딘!”
“먼저 가!”
“괜찮겠어요?!”
“물론이지! 난 발이 빠르니까 먼저 옥상에 올라가서, 배로 돌아가!”
아자딘은 그리 말하고 좁은 계단에서 버텼다.
그때 이번엔 긴 창을 든 나가가 들어왔다. 그 나가는 체력이 강하고 덩치가 큰 나가의 모습 대신 엘프의 모습으로 둔갑해 있었다.
엘프의 모습이지만 눈의 동공이 세로로 찢어져 있는 특유의 모습을 한 남자가 창을 잡고 아자딘에게 손을 까딱였다.
“혼자 뒤에 남다니 실력에 깨나 자신이 넘치나 보군. 스스로 남았다면 제법 배짱 있는 인물이겠구나.”
“너도 나가의 모습이 아니라 엘프의 모습이라니. 특이한데? 나가 모습이 체중이 더 올라가서 힘이 세지지 않나?”
“좁은 장소, 특히 계단에서는 두 다리가 있는 편이 지탱하기 편하지. 꼬리만으로 기어 다니다간 미끄러져 떨어지기 십상이니까. 그걸 노리는 건가?”
이 나가는 아자딘의 노림수를 알고 엘프 모습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럼!”
아자딘이 앞으로 뛰어드는 시늉을 하자 눈앞에 창날의 장벽이 생긴다.
역시 이 나가, 창 솜씨가 상당하다.
아자딘이 검으로 창을 걷어내어 벽이나 바닥에 창을 처박히게 하려고 했지만, 상대 역시 아자딘의 노림수를 아는지 걷어내기를 피하고 생기는 빈틈을 노리려 한다.
아자딘과 나가의 창검이 서로 얽히는 일 없이 공간을 가르며 춤췄다. 서로 페인트와 함정을 펼치는데 수읽기가 비슷해서 아예 병장기가 부딪히질 않는 것이다.
잠깐의 공방 끝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한 발짝씩 물러났다.
“상당한 실력이군. 네가 대장인가?”
“너 역시. 전령일족이지? 아라엘 지파가 아니라 원로원 쪽인가?”
“…….”
“대답하지 않아도 돼. 원로원 쪽이라고 생각하지. 만약 그렇다면 우린 좋은 거래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거래?”
예상치 못한 단어가 상대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나가들이 숫자도 많고 위세도 대단한데 먼저 거래를 제안하다니?
“그래.”
엘프 형상의 나가는 아자딘이 거래에 관심을 보이자 미소를 지었다.
“으음. 어디 한 번 이야기 해봐. 설마 나보고 자기 부하가 되라느니 그런 시시한 이야기는 아니었으면 좋겠군.”
“안심해. 그런 건 절대 아니니까. 현재 우리는 바다뱀 부족 장군의 지휘를 받고 있어. 문제는 바다뱀 부족 녀석들이 이단자란 말이지.”
“이단자?”
“그래. 코브라 여왕 대신 네더의 신을 섬기는 놈들이 많아졌지.”
“…….”
“실제로 그놈들은 심해에서 네더의 존재들을 만나서 변형되었어. 더 이상 우리와 같은 동족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 그 녀석들이 전령일족과 손을 잡고 우리 쪽 마하아트마, 그러니까 부족장을 설득했지. 이것만 해도 내 입장에서는 화가 나는 일인데 전령일족의 마녀가 정말 왕화의 빛을 약화시키고 코랄 사하르 침공에 성공해서 이제 곧 완벽한 성공을 목전에 두고 있거든. 이 상황이 나에게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아.”
“그래서?”
“너희들이 우리 물뱀 부족을 해치지 않고 바다뱀 쪽만 건드려줬으면 좋겠다. 대가로 지도와 정보를 주지.”
“…….”
“이건 우리 지도다. 여기에 각 부족 별로 담당 구획이 나뉘어 있으니까. 나가어로 쓰여 있지만 사하르어로 가필해주지. 어때?”
무슨 함정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함정이라기엔 너무 조건이 좋았다.
“거절하기엔 너무 좋은 조건이로군. 좋아.”
“말이 통해서 다행이로군. 펜을 꺼낼 건데 괜찮겠지?”
“음.”
아자딘은 교섭에 응하겠다는 뜻으로 칼을 칼집에 꽂아 넣었다. 나가도 창을 내려놓고 품에서 펜을 꺼내서 잉크병에 적시더니 지도에 가필하기 시작했다.
아자딘이 그 상황에서 물어보았다.
“여기에 나타난 전령일족이, 꽃의 디미아와 제니스인가?”
“잘 아는군. 아라엘 지파의 핵심 간부라고 하더군.”
“나는 황제의 전령 108령 아자딘이다. 그쪽은?”
“물뱀 부족의 라쟈 데하레스.”
가필을 끝낸 나가라쟈, 데하레스는 아자딘에게 지도를 던졌다.
“라쟈라면 왕족이잖아?”
“정확히는 번왕이지. 너희들로 치자면 백작 같은 거다.”
“높은 신분이군.”
“어쨌건 가라. 내가 협력했다는 이야기는 하지 말고 바다뱀 부족하고만 싸우도록. 만약 우리 구역에 들어와서 물뱀 부족과 싸우게 되면 그때는 거래가 파기된 걸로 알지.”
“알겠다.”
아자딘은 지도를 챙기고 계단을 올라가다 멈칫했다.
“혹시 어떻게 왕화의 빛을 꺼뜨렸는지 알고 있나? 단서라도.”
“등대에서 뭔가 의식을 치렀다는 것만 안다. 다행스럽게도 등대는 바다뱀 부족의 영역이지.”
“직접 조사해보라는 뜻이군?”
“그렇지.”
“혹시 화살 보급할 만한 곳은?”
“우리랑 바다뱀 부족이 징발한 병기고가 몇 곳 있는데, 남은 화살들이 좀 있을 거다. 지도에 집중 순찰구역으로 표시되어 있으니까 찾기 쉬울 거야. 그리고….”
라쟈 데하레스는 자신의 손목에서 팔찌를 풀어 아자딘에게 던져주었다.
“근처에서 우리 부족을 만나면 이걸 보여주도록. 바다뱀 부족에게 걸리면 훔쳤다고 해라. 만약 그들에게 잡힐 경우 산채로 잡아먹히고 싶지 않으면 자살하는 게 좋아.”
“고문당해서 너에 대해 불어 버릴까 봐?”
“순수한 충고다. 나는 인간을 먹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거든. 촌티 나는 짓이야.”
“그런데 아까 전에 인간을 잡는 것 같던데?”
“구역에 쳐들어온 인간들은 어쩔 수 없지. 코랄 사하르 왕성에서 밖으로 계속 파발을 보내서 바깥의 원군을 부르려고 하는 건 나로서도 허용할 수 없다.”
“그들은 그냥 여기 주민인 것 같던데? 나와 거래하겠다는 의미에서 그들을 도망치게 놔주면 안 되겠나?”
“뭐? 너 이 자식 내가 준 팔찌가 뭔지는 알고 있냐? 이미 얼마나 양보를 했는데….”
“팔아먹을 거 아냐. 쓰다가 때가 되면 돌려줄 거다. 그리고 어차피 위험한 도박을 할 때는 조금이라도 성공률을 높이는 게 좋지 않아?”
“왜 그 인간들을 살려주는 게 성공률을 높이는 일이지?”
“나는 기분파니까. 그들이 살면 기분이 좋아지고 능력도 올라가지. 피로감도 사라지고.”
“하. 하하하.”
라쟈 데하레스가 아자딘의 억지에 웃음을 터뜨렸다.
“재밌는 녀석이로군. 알겠다. 가급적 인간을 덜 해치도록 하지. 단 오늘 하루만이다. 오늘 하루 안에 뭔가 재밌는 소식을 전해주지 않으면 다시 여기 사람들을 팍팍 죽일 거야.”
“하루간의 유예인가? 충분하군. 고맙다.”
아자딘은 라쟈 데하레스와 거래를 하고 돌아서서 건물 위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