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143
142. 독자 노선 1
“하하하하. 미쳤구나.”
장로 세발리는 자신에게 도전하는 아자딘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감히 하위 전령 주제에 장로에게 도전하다니!”
세발리의 검이 휘둘러지자 검붉은 궤적이 번뜩인다. 폭풍우 속에서 어두운 칼날은 어둠에 녹아들어서 눈에 보이지 않는다.
아자딘은 그 검과 자신의 검을 맞부딪히는 걸 피했다.
‘근력에는 자신이 있지만 딱 봐도 정말 이상한 칼인걸. 함부로 부딪히면 칼이 잘릴 거야.’
아자딘은 장로가 휘두르는 검을 경계하며 우선 활통에 있던 화살을 단검처럼 투척했다. 하지만 세발리가 손을 입 앞으로 가져가더니 소리를 질렀다.
“갈!”
화살이 공중에서 폭발하며 아자딘의 몸 위로 무시무시한 굉음이 쏟아진다.
“윽!”
아자딘이 귀가 아파서 휘청거릴 때 세발리가 손을 뻗어왔다.
“어리석은 녀석아! 여기까지 찾아온 게 가상해서 대화를 나누었을 뿐이다. 설마 내가 네놈이 두려워서 그런 줄 아느냐?”
검붉은 어둠이 세발리의 손에서 뻗어 나와 아자딘을 노린다. 아자딘이 그 어둠의 마탄을 피해내고 검으로 받아 쳤지만 그 순간 손끝이 찌릿찌릿 저려왔다. 마법의 힘이 접촉한 것만으로 아자딘의 손까지 타고 올라온 것이다.
“죽어라!”
세발리는 승리를 확신했는지 자신의 검을 치켜들고 아자딘을 향해 내리쳤다.
그가 사용한 마법은 화조풍월의 ‘암월’, 급소에 적중하면 죽고, 접촉하기만 해도 눈이 잠깐 멀게 만드는 강력한 저주형 마법이었다.
하지만 아자딘의 몸은 다른 이들과 전혀 다른 강력한 항마력과, 특수한 시야가 있었다.
‘내 눈이 멀었다고 생각하는군. 화조풍월의 신월이구나, 이거.’
갑자기 세발리가 긴장을 풀고 여유 있게 칼을 휘두르는 걸 본 아자딘은 일부러 기다렸다가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며 칼을 휘두르고 도약 발차기로 반격했다.
-퍼억!
칼은 피했지만 아자딘의 발차기가 세발리의 안면에 꽂혔다.
뒤로 물러나던 중에 공격이 들어와서 제대로 맞지는 않았지만 아자딘의 힘은 매우 강력하다. 손가락만 튕겨도 사람 코를 잘라 버리고 킥 한 번에 사람의 척추를 꺾을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게 안면에 꽂힌 것이다.
장로 세발리는 머리가 아래로 처박히며 꼴사납게 바닥을 굴렀다.
“흡!”
하지만 아자딘은 방심하지 않고 즉시 투검을 펼쳤다. 검을 투창처럼 잡아서 던지자 무서운 기세로 날아간다.
“윽!”
보통 사람이면 의식을 잃고도 남을 충격을 받았을 텐데, 세발리는 바닥에 쓰러지자마자 몸을 일으키며 검을 휘둘러 아자딘의 투검을 받아냈다. 아자딘의 칼이 공중에서 토막 나 떨어진다.
“역시. 칼끼리 부딪히면 위험했겠군요.”
아자딘은 단도와 곡검을 뽑아 들었다. 곡검은 웬디고 사건 당시 나가들의 시신에서 가져온 무기. 단도는 웬디고의 단도였다.
“네놈. 감히!”
아자딘의 킥에 맞은 세발리가 떨리는 몸으로 일어났다. 코피가 줄줄 흐르고 눈앞이 빙글빙글 돌며 머리 안쪽에서 번갯불이 번뜩이고 있었다.
뒤로 물러나면서 거의 스치듯 살짝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자딘의 킥의 위력이 예사롭지 않다.
‘한 치, 아니 한 푼만 더 깊이 맞았으면 즉사했겠어! 사람의 각력이 아니군! 그런데다가 내 마법이 통하지 않아? 어째서지?’
세발리가 분노하는 걸 본 아자딘이 피식 웃었다.
“현역을 그만두신 지 오래되셔서 실전 감각이 떨어지셨군요. 너무 방심하는 거 아닙니까?”
전령일족의 장로, 그리고 에타르 혈족의 고위 간부이며 코라사르 보부상 조합의 최고위 조합장. 감히 아자딘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높은 신분인 그가 아자딘의 발차기에 맞고 땅을 굴렀으니 그것만으로도 치욕이다.
그런데 아자딘이 도발까지 하니 분노로 미칠 것 같다.
-화조풍월, 카자스 해서, 땅거미!
아자딘은 능글맞게 장로를 도발한 후 즉시 지면을 낮게 깔면서 세발리를 향해 돌진했다.
‘어리석은 놈! 내게 육탄전을 걸어와? 아무리 내가 부상을 입었어도!’
아라가사의 장로는 아라가사들의 지식과 기술을 전승하는 존재이다. 검술과 마법, 법률, 정치학, 은신, 공작, 모든 방면의 지식과 기술의 전수자.
그것이 아라가사 장로의 의미였다. 그 장로의 일원인 세발리의 검술은 이미 달인의 경지였다.
하지만 세발리는 검술보다는 힘 대 힘의 격돌을 선택했다.
아자딘의 킥을 맞아본 바, 아자딘은 자신의 힘을 믿고 검으로 밀고 들어온 것이리라. 그러나 현재 세발리의 마법검은 보통 강철 검들을 수수깡처럼 부러뜨릴 수 있다.
‘힘을 믿고 덤벼드는 것 같은데 오히려 환영이다!’
세발리가 마법검에 힘을 집중하고 아자딘을 통째로 썰어버리기 위해 크게 쓸어쳤다.
아자딘이 세발리의 검에 자신의 병장기를 가져가는 모습을 보며 세발리는 승리를 확신했다.
그러나….
-캉!
아자딘은 웬디고의 단검을 먼저 세발리의 검에 맞추고 곡검으로 단검을 지탱하면서 세발리의 공격을 받아냈다.
아자딘이 지닌 웬디고의 단검은 네더의 존재, 웬디고의 신물, 그것은 이 세상의 것으로 파괴할 수 없다.
세발리의 마법이 만들어낸 검이 물질로 이뤄진 검들을 가볍게 잘라내지만 웬디고의 단검은 세발리의 마검과 맞서 훌륭히 버텨냈다.
“큭?!”
장로 세발리는 자신에게 벌어진 일에 경악했다.
자신의 마검이 아자딘의 검을 자르고 그 몸통까지 잘라냈어야 했는데.
하지만 웬디고의 단검은 마법이나 힘으로 부러지지 않는 네더의 신물이었고, 아자딘 째로 썰어 버리려고 너무 힘을 많이 준 탓에 그만 아자딘과 너무 가까이 접근하고 말았다.
-퍼억!
아자딘의 로우킥이 세발리의 대퇴부를 강타했다. 그 순간 세발리의 몸이 허공에서 빙글 돌았다.
천지가 뒤집어지는 경험을 하며 세발리는 무의식중에 머리를 감쌌다. 팔꿈치부터 바닥에 떨어지면서 지면 위로 구른다.
그러자 격렬한 고통이 찾아왔다. 사람의 킥을 맞았다기보다는 달리는 마차에 치인 것 같은 충격이었다.
‘대, 대퇴부가! 근육이 터지고 뼈가 부러졌어! 무슨 발차기가! 워해머에 맞은 것 같잖아!’
세발리는 아라가사의 장로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그 상황에서도 균형을 잡고 무의식중에 지면을 손으로 짚고 머리를 똑바로 세웠다.
다년간 단련된 전투능력은 마치 생물의 본능처럼, 의식이 날아갈 것 같은 상황에서도 스스로 발동한다.
하지만 아자딘 역시 아라가사다. 아라가사의 장로라면 이 정도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잘 알고 있었다.
-쐐액!
아자딘의 곡검이 추격해온다.
급한 대로 세발리는 땅을 손으로 짚고 손의 힘만으로 몸을 지탱하며 간신히 피해냈다.
다리 근육이 파열되는 중상을 입은 채로 이런 곡예를 펼쳐 아자딘의 검을 피하다니 역시 전령일족의 장로라고 할 만한 실력이다.
그러나 이미 승부는 기울었다. 다리 근육이 터져 버린 것만이 아니라 아예 허벅지 뼈까지 부러졌다.
머리에도 다시 충격이 전해져서 세발리는 눈앞이 흔들려 현기증이 일어나고 코에서는 피가 비처럼 쏟아져 호흡을 방해한다.
‘맙소사. 내가 이런 애송이에게?!’
장로 세발리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아직 펼치지 못한 검술, 마법, 재주가 많이 있는데 부상이 너무 쌓여 버렸다.
애초에 이 녀석과는 접근전을 벌여서는 안 되었다. 철저히 거리를 벌리며 마법과 궁술로 상대했어야 했다.
이 녀석이 이런 괴력의 소유자라는 걸 알았다면 결코 저지르지 않았을 실수!
여기서 패배를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아라가사의 장로가 고작 하위 전령에게, 그것도 선별 과정에서 탈락했던 놈에게 패한다니 도저히 자존심이 용납 못 한다.
“이놈이!”
세발리가 다시 고함을 치려고 손을 입으로 가져갔지만 아자딘의 곡검이 그의 손을 자르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세발리는 손을 빼서 피해야 했고 다리가 온전치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움직이는 바람에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다시금 바닥을 뒹굴었다.
“장로 세발리. 승부는 났습니다. 투항하겠습니까? 아니면 여기서 죽겠습니까?”
아자딘의 싸늘한 살기와 곡검이 세발리의 목을 겨누었다.
그때 창 밖에서 뇌광이 번뜩이며 아자딘과 세발리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다.
그리고 뇌광이 사라진 뒤 한 사람의 그림자가 추가로 등대에 나타났다.
-쿠르르르릉.
뇌명이 뒤늦게 뇌광을 뒤따라 천지를 뒤흔들었다.
*********
-짝짝짝….
새로이 나타난 그림자는 아자딘에게 박수를 쳤다.
“대단하군.”
젊은 여성이 창가에 기대어 서 있었다.
“낙오자로 유명하던 네가 설마 장로를 이기다니. 그게 바로 화조풍월 카자스 해서의 힘인가? 아라엘 님이 왜 너를 반드시 아군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하시는지 이제 이해가 되는 걸?”
“제니스인가?”
아자딘은 눈살을 찌푸렸다.
“오래간만이야, 아자딘. 어릴 때랑 완전히 달라졌는데? 어릴 때는 네가 너무 추악한 괴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주 매력적이야. 이야, 솜털이 다 빠지니까 아라엘 님을 닮기는 닮았구나. 눈이 없는 것 정도는 감수할 만큼 매력적이네.”
제니스는 아자딘보다 두 살 위지만 훈련에 늦게 참여해서 아자딘과 같은 때 훈련을 받았었다.
그때도 이미 아름다운 용모로 유명했지만 지금의 제니스는 약간 곱슬거리는 길고 풍성한 갈색 머리칼에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미녀로 자라 있었다. 나이에 비해 믿겨지지 않는 농염한 색기가 풍겨 나와서 많은 이들이 그녀의 포로가 되곤 했었다.
“흠.”
그리고 물론 아자딘이 학대와 멸시받는 걸 방관하고 때로는 동조하던 인물이었다.
아자딘은 화살을 하나 집어 들어서 비수처럼 던져 바닥에 쓰러진 세발리의 팔을 관통시켰다.
“크윽!”
“그만하는 게 좋을 텐데. 장로를 죽일 셈이야?”
“마법을 못 쓰게 하려면 이럴 수밖에 없지. 다행히 내 쪽에 치유마법을 쓸 줄 아는 자가 있어서 바로 치료하면 죽진 않을 거다.”
“그거 말이지?”
제니스가 손가락을 튕겼다.
“어, 대, 대장.”
아자딘의 가방에 들어가 있던 생쥐로부터 스콧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포위당했어! 그리고 적은….”
그다음 순간 생쥐가 몸을 부르르 떨더니 그대로 죽어 버렸다. 사령술이 풀려 버린 것이다.
“…….”
“자. 인질이 생겼네?”
“너희들에겐 장로 세발리의 목숨이 더 중요할 텐데?”
“아, 허세 떨지 마. 아자딘. 네가 동료를 버릴 수 있는 놈은 아닐 텐데? 아니면 그렇게까지 혐오스러운 놈이냐?”
“혐오?”
“휘브리스의 백성을 위해서 널 믿고 따라온 동료들을 죽이면서까지 우리에게 맞설 거냐고.”
“내 동료들과 연락이 끊기긴 했지만 그들을 제압하는 건 그리 쉽지 않을 텐데? 이 정황으로 그들이 너희의 인질이 되었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아하하. 그렇게 생각해? 네 종사들은 에타르 혈족 사람들이잖아? 그런데 에타르 혈족의 더 높은 사람이 명령하면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아?”
“시온 에타르 말인가?”
“웁스. 내가 말해 버렸나?”
“연락이 두절된 시점에서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은 했지. 이거 참, 놀랍군. 아라엘은. 어떻게 이 많은 사람들을 장악했지?”
아자딘은 쓴웃음을 지었다.
아라엘의 야심이 많은 아라가사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알겠다. 그렇지만 그것은 다른 부족을 짓밟고 모든 것을 지배하겠다는 패도다. 그 과정에서 누구를 얼마나 죽이더라도 상관하지 않겠다는 패도.
이것이 아라가사 부족 내에서 이렇게나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것은….
‘아라가사 전체를 적으로 돌릴지도 모르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