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159
158. 학질의 비약 1
샤티가 식사를 준비하고 지벡 경이 물을 떠오는 동안 스콧과 아자딘은 신왕진서 사본에서 백색 마력을 흡수해 아자딘의 강화에 전념했다.
그것은 마치 자연히 새는 자루에 물을 붓는 기분이었다.
신왕진서 사본에 충전된 마력을 아자딘의 몸에 올바르게 인도하면 화조풍월 카자스 해서 전체가 강력해지지만, 그 마력은 시간이 지나면 점차 사라지고, 힘 또한 예전처럼 돌아오게 된다.
백색 마력을 주입하는 순간과 주입하고 일정 시간 동안에는 강력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상 복귀되는 것이다. 하지만 스콧이 말하는 바에 의하면 이것을 반복함으로써 점진적으로 아자딘의 마도서 전체가 강해진다고 한다.
스콧이 의외의 제안을 해왔다.
“사실 대장.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차라리 신왕진서 사본의 백색 마력을 이용해서 대장의 카자스 해서를, 그러니까 불완전한 마도서인 화조풍월을 지워 버리는 게 좋을 수도 있어.”
“무슨 소리지?”
“대장은 마법 자체에 조예가 있어. 마력을 다루는 감각도 탁월하고. 정상적인 마도서가 있다면 충분히 강력한 마법사가 될 수 있을 거야.”
“즉 내 몸 안의 불완전한 마도서를 없애 버리면 나도 정상적으로 마법을 배울 수 있다 이건가?”
“맞아.”
“하지만 그러고 나면 새 마도서가 있어야겠지? 신왕진서 사본은 아직 해석되지 않았어. 이걸 쓸 수는 없지. 그동안은?”
“그동안이야 약해지겠지. 하지만 곧 복구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새로이 주입할 마도서는 내가 가르쳐줄 수 있어.”
“흑마법 말야?”
“좋잖아? 사령술? 편리하고 유용하다고. 아둔한 인간들에게 오크의 위대한 마법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인간 사령술사들도 적지 않으니 뭐, 내 발끝 정도의 실력만 쌓아도 인간들 사이에서는 나름 한가락 하지 않겠어?”
“…….”
“본래 저희 성기사들이 사용하는 왕화의 빛 교전은 신왕진서에서 파생된 하위 마도서입니다. 이걸 배우는 건 어떠신지요?”
지벡 경은 아자딘에게 왕화의 빛 교전을 추천했다.
“나쁘지 않은 계획이긴 한데 그렇게 할 시간이 없는걸. 대충 얼마나 걸리는 일인데 그게?”
“뭐 대장 몸의 일이니까 나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반년 정도는 약해지지 않을까?”
“반년이나 무력한 채로 있을 여유가 없어. 게다가 최소 반년이라는 소리잖아. 실제로는 그보다 더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고.”
아자딘은 스콧의 제안을 거절했다.
“지금은 신왕진서의 힘으로 날 강화하는 정도로 충분해. 게다가 아주어 스틸 보검도 얻었잖아. 웬디고의 단도도 매우 좋은 무기고.”
아자딘은 그리 말하고 보검을 뽑아보았다. 푸르스름한 칼날이 서늘한 한기를 발하고 있었다.
아자딘은 검을 격렬하게 사용하는 탓에 대부분의 검은 소모품이었다. 그렇기에 산양의 안장가방에 온갖 무기를 잔뜩 실어서 가지고 다니곤 했었다.
그러나 그런 아자딘에게도 아주어 스틸로 만들어진 청강검은 매혹적인 물건이었다.
“적법하지 못한 절차로 얻은 무기니 만약 인연이 있는 이를 만나면 돌려주어야겠지만 그동안은 내가 쓴다. 그럼 이 검에 임시로라도 이름을 붙여야지. 이제부터 너는 ‘파랑이’다.”
“…….”
주위 모두의 시선이 아자딘에게 집중되었다. 진심인가?
“뭐? 왜?”
“꼭 그런 이름을 지어야 하나?”
“임시로 빌려 쓰는 거니까.”
그때 밥을 짓고 있던 샤티가 외쳤다.
“이봐! 배가 한 척 다가오고 있어!”
“뭐?”
작은 연안 항해용 삼각돛 선박 하나가 멈춰서더니 아자딘 일행을 향해 효시를 날렸다. 화살이 바람을 가르며 휘리릭하는 소리를 냈다.
“아라가사는 아니군.”
효시가 날아가는 비거리를 보며 아자딘은 저들이 아라가사가 아님을 알았다.
아라가사들, 전령일족이 쏜 효시라면 저보다 두 배는 더 빠르고 멀리 날아야 했다. 그래도 효시를 쏜 것을 보니 이쪽에 용무가 있는 것 같다.
아자딘이 기다려보니 저들이 작은 보트를 내려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누구지?”
“못 보던 얼굴인데?”
그런데 이쪽을 향해 손짓하고 고함을 지르는 걸 보니 아마도 아자딘 일행을 만나기 위해서 온 이들 같았다.
“전령일족인가?”
“아닌 것 같은데. 효시의 비거리가 너무 짧았어.”
그때 보트에서 세 명의 남자가 내려섰다.
“무사했군, 전령일족.”
“당신은?”
“흠. 내 인간 모습을 보지 않았던가?”
“아.”
아자딘은 그의 정체를 알아보고 혀를 찼다.
“나가라쟈?!”
물뱀 부족의 나가라쟈, 데하레스가 인간의 모습으로 아자딘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그래. 내게 인장을 다시 돌려준다고 하지 않았나?”
어째서 멀리서 알아볼 수 있었나 했는데 역시 이 인장을 추적하는 마법이 걸려 있었던 모양이다.
“무사했었군. 샤티, 인장을 돌려줘.”
“아, 네. 그, 여, 영광입니다. 라쟈.”
“이 나가는 왜 그대와 함께하고 있지?”
“정이 들어서.”
“정? 음. 그건가?”
데하레스는 아자딘과 샤티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이해하네. 몸정이 무섭지.”
그는 아자딘과 샤티 간에 육체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나가 제국 시절부터 나가들은 인간과 정을 많이 통했다. 나가들끼리의 교미는 적어도 하루 24시간 온종일 목숨을 걸고 해야 한다. 그러나 인간과는 부담 없이 즐거움만을 얻을 수 있었고 인간들 또한 나가들과의 관계에서 동족들 이상의 즐거움을 얻었다.
물론 나가 제국에선 그렇게 정을 통한 인간들을 죽여서 먹어 버릴 것을 규정하고 있지만 규정을 어기고 몸정 때문에 인간을 살려두던 나가들이 많았다.
“아니, 저, 라쟈 님.”
샤티가 오해를 풀려고 했지만 아자딘이 그녀를 제지하고 데하레스에게 인장을 돌려주었다.
“그래, 인장은 잘 썼는데. 결과는 만족스러운가?”
“…바다뱀 나가들이 엿을 먹은 건 좋은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군. 새로운 황제라니. 이거 참. 귀띔이라도 좀 해주면 좋았을 걸 그랬어.”
데하레스의 목소리가 깔렸다. 알디스가 왕좌를 차지하고 황제의 후손임을 천명한 것은 나가들에게 그리 좋은 일이 아니다.
쿠르트 신족들의 만신전을 섬기는 나가들에게 야에가스 신족의 힘이 강해지는 일은 그리 반길 만한 것이 아니리라.
“말하면 믿기 힘들겠지만 나도 일이 다 터질 때까진 몰랐어.”
“몰랐다고?”
“이번에 황제에 등극한 것은 아라엘이 아니라 알디스라는 인물이다. 나가들과 일을 벌인 파벌이 아니라 다른 파벌이 도중에 날름 낚아챈 거지.”
“아. 그런 건가. 고맙군, 그걸 말해줘서. 그런데 이쪽으로 가는 걸 보니 혹시 브투마로 가고 있나?”
“…….”
“괜찮다면 답례로 가는 길까지 우리 배를 타지 않겠나? 브투마 왕국의 세람바 항구로 가고 있는데 거기까지 태워다 주지.”
세람바 항구는 아자딘의 목적지 중 하나로, 걸어서 열흘이 걸리는 거리였다.
하지만 물뱀 부족의 나가들의 배에 타라니. 지금 아자딘은 신왕진서 사본 전체 페이지의 8분의 1가량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거절해야….”
지벡이 그렇게 말했지만 아자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기꺼이 호의에 응하도록 하지.”
“하하. 잘 선택했네. 그렇지 않아도 말동무가 부족했었는데 가는 길에 내 말벗이나 되어주게.”
데하레스는 자신들의 배에 효시를 날려 추가로 보트를 더 내리게 해서 아자딘 일행의 말과 산양까지 전부 자신들의 배로 옮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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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라쟈 데하레스는 호기심이 많은 인물이었다.
그는 전령일족, 그리고 전령일족이 휘브리스 대륙에 오기 전 가지고 있던 천사 아라엘 신앙에도 궁금증을 보였다.
“사룡 아자딘과 정의의 천사 아라엘인가. 아니 잠깐만 아라엘 파벌의 두목이 아라엘이라고 하지 않았나? 섬기던 신의 이름을 사람에게 붙인다고?”
“그만큼 우리가 옛 신앙에서 벗어났다는 뜻이지.”
“놀랍군. 신앙을 그렇게 쉽게 버릴 수 있다니.”
“그렇다기보다는, 그게 신기한 일인가? 당장 바다뱀 나가들도 코브라 여왕보다 네더의 사신들을 섬기는 것 같던데.”
“아, 그렇지. 흠, 그렇군. 재밌는 이야기야. 자네들의 활은 왜 그렇게 강하지?”
이런 식으로 데하레스는 항해 내내 아자딘에게 전령일족에 대한 것을 물어보았고, 대신 아자딘이 물어보는 나가들에 대한 것도 역사적인 것에 한해서는 쉽게 이야기 해주었다.
“현재 나가 제국이 어디에 있고, 얼마나 있는지 등은 전략을 노출하는 질문이기 때문에 대답해줄 수 없네. 자네도 그런 질문은 피하고 있지 않나.”
“그렇지.”
“서로서로 그런 점은 이해하자고.”
그렇게 사흘 정도 항해하였을 때였다. 데하레스의 부하 나가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데하레스에게 나가어로 속삭였다.
“…….”
데하레스의 표정이 구겨졌다.
“자네. 매일 아침 그 오크와 신왕진서로 이상한 짓을 한다지?”
“그래.”
아자딘은 나가들의 배를 타면서도 신왕진서 사본으로부터 마력을 흡수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어차피 심심하던 차였다. 아자딘은 스콧, 지벡과 함께 신왕진서 사본에 차오르는 백색 마력을 이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단련하는 데 매진하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나가들 사이에서 말이 나온 건가?
아자딘은 올 게 왔다고 생각했다. 신왕진서 사본은 코브라 여왕도 탐내고 있는 지고의 마도서. 아무리 나가라쟈라 해도 탐내지 않을 리 없다.
그런데 데하레스가 짚고 넘어가는 부분은 그런 점이 아니었다.
“사실 부끄러운 이야기인데 그대들을 배에 태우면서 말이나 산양이 있으니 건초를 소모할 것을 각오하고 있었네. 그런데….”
“그런데?”
“저 오크가 너무 먹네. 부하들이 저 오크를 바다에 던져버리자고 하는데….”
“…….”
말이나 산양이 건초를 먹는 것보다 스콧의 먹는 양이 더 거슬린다니. 대체 녀석이 그간 얼마나 먹어댄 건가?
“미, 미안. 내리도록 하지.”
“자네 친구 성기사가 낚시를 열심히 해서 채우고 있긴 하지만 미안하게 되었군. 원래 약속대로 세람바까진 데려가려고 했는데 이대로라면 식량이 떨어질 판이니 말이네.”
데하레스는 아자딘 일행을 도중에 내려야 하는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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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자딘 일행은 세람바 항구까지 사흘 거리 정도 남은 해안절벽 지대에 내릴 수밖에 없었다.
배에서 내릴 준비를 할 때 샤티가 아자딘의 눈치를 살피며 청했다.
“저기, 진짜 나 여기서 놔주면 안 돼?”
정말 간절한 소망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자딘의 감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마치 지나가듯 가볍게 청하는 그 말투에서 그녀의 내적 갈등을 엿볼 수 있었다.
샤티는 인품이 훌륭한 나가라쟈 데하레스의 가신이 되는 꿈을 꾸고 있었다.
마른땅 부족의 나가인 그녀가 물뱀 부족의 나가라쟈를 섬기는 것은 이상하게 여겨질 테지만 이미 신왕진서 사본을 잃고 임무를 실패한 이상 원래 위치로 돌아갈 수는 없다.
본래 부족들에게 돌아가면 혹독한 징계를 받을 터. 하지만 데하레스라면 사정을 이해해 줄 것이다.
그런데 아자딘은 샤티가 떠나는 것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