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165
164. 권속의 폭주 1
“그리고 무고는 개뿔이! 누가 칼 들고 네더의 힘에 의지하라고 협박이라도 했냐? 자기들이 죽기 싫으니까 네더의 약을 받아 처먹은 것 아닌가?”
세라프 또한 사람들의 고통에 전혀 공감하지 않고 있었다.
“학질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질병인지 아십니까? 그것 때문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네더의 힘에 의존했다고 해서 뭐 어떻단 말입니까? 귀족들이나 성직자들도 네더 마법을 연구하고 있지 않습니까?! 야에가스 신족의 힘이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네더의 힘을 빌렸을 뿐이라고요! 그런데 그들을 폭주시키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역시 영혼 없는 마물들! 당신들이 진짜 마물이야!”
청건당의 도사는 분노하면서 정신을 집중했다. 그와 연결된 권속들, 본래 청건당원이던 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들을 죽여!”
도사가 권속들을 조종해 살상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 전령일족의 남녀들은 코웃음 쳤다.
“이 자식이 엉뚱한 화풀이를 하네?”
“디미아. 아자딘에게 맥없이 털렸었다며? 컨디션은 좀 돌아왔나?”
“그래.”
“그럼 실력 좀 보자.”
꽃의 디미아가 혀를 차고 허리에 차고 있던 연검을 풀었다. 아주어 스틸이 들어간 푸른 칼날의 연검이었다. 그녀가 그것을 활에 걸고 발사하자 허공에 푸른 궤적이 그어지며 연검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뱀처럼 춤추며 날아갔다.
-퍼억!
떡갈나무 악귀의 권속이 나뭇가지로 날아오는 연검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연금은 살아 숨 쉬듯 움직이며 빈틈을 찾아 들어가 악귀의 목을 절단했다. 푸른 검광을 뿌리며 차례차례 권속들을 처단했다.
“끄아악!”
“카악!”
목과 몸통이 끊어지자 떡갈나무 악귀의 권속이 몸을 비틀며 뇌수를 토해내며 파괴되었다.
활로 연검을 발사해 간단히 권속들을 쓰러뜨리는 모습을 보며 도사는 이들의 힘이 엄청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이 악마들!”
청건당 도사는 자신의 부하들이 맥없이 살해당하는 모습에 비명을 지르며 마법을 쓰려고 했지만 단도라기엔 너무 커다란 소검이 그의 팔을 꿰뚫었다.
“크악!”
“어이쿠.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고. 당신에게는 아직 듣고 싶은 게 많이 있으니까.”
새의 세라프가 어느새 그에게 다가와 목에 칼을 겨누고 있었다.
“웃기지 마! 네놈들에게 굴종할 것 같으….”
도사의 발 아래에서 나뭇가지들이 치솟아 올라 세라프를 공격한다. 하지만 그 순간 검은 검광이 휙 휘둘러 쳐졌다. 나뭇가지와 함께 도사의 다리가 깔끔하게 잘려나갔다.
“아, 이런… 치명상을 입힌 것 같은데. 설마 네더의 권속이 다리 좀 잘렸다고 죽지는 않겠지?”
“크윽!”
과연 도사는 출혈부에 나뭇가지를 출몰시켜서 상처를 막았다. 그러나 이미 그로서는 전령일족을 상대할 수 없음을 알 수 있었다.
“벌써 시작하고 있나?”
그때 청건당 본부에 인딤을 대동한 아라엘이 나타났다. 아자딘과의 만남을 끝내고 온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라엘 님.”
“청건당에 손을 대 버렸군?”
“네. 죄송합니다만 아라엘 님. 아자딘의 성격상 약을 타라는 요구를 들어줄 리 없습니다.”
디미아의 여동생, 제니스가 그렇게 말하자 아라엘이 그녀를 노려보았다.
“내 동생에 대해서 꽤 상세히 알고 있는 모양이로군. 뭐 좋아.”
아라엘은 쓰러진 도사에게 손을 뻗었다. 그 순간 도사의 옷자락이 풀어지고 그의 안에서 열쇠가 튀어나와 아라엘의 손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럼 이 녀석은 어떻게 하지요?”
세라프는 도사의 목에 칼을 겨누고 아라엘에게 물어보았다.
“약을 먹여.”
아라엘은 그리 말하고 아자딘에게 주었다가 거부당했던 약병을 세라프에게 던졌다. 세라프는 칼날로 청건당 도사의 입을 비틀어 열고 그 약병을 들이부었다.
“크억?!”
도사가 저항하려고 했지만 그의 입 안으로 가차 없이 약물이 흘러 들어갔다.
“자, 처먹고 후회해라. 멍청한 놈아.”
세라프는 청건당 도사에게 약물을 먹이고 비웃으며 그를 내동댕이쳤다.
*********
하늘을 찢고 뇌광이 대지에 내리꽂혔다.
“맙소사. 세상의 끝이군. 막을 수가 없어.”
아자딘은 벼락이 연거푸 떨어지는 캠프를 보며 절망마저 느끼고 있었다.
청건당의 비약을 먹은 자들이 권속으로 변하고 있었는데, 그때마다 하늘에서 번개가 떨어지는 것이다.
즉 번개가 떨어지는 만큼 지금 이 순간에도 난민들 사이에서 권속들이 출몰하고 있는 셈이다.
난민들 사이에서 권속이 출몰하니 성벽이나 해자 등을 이용해 그들의 진입을 막을 수가 없게 되었다.
“안 되겠어, 대장!”
스콧도 그 숫자에 질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스콧의 술법에 저 네더의 권속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었다. 하지만 권속들끼리 정보가 공유되는지 점차 다들 스콧의 술법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스콧이 만들어낸 언데드들을 제일 먼저 제거해 버리고 다들 스콧을 집중적으로 노리며 덤벼든다.
“끝이 없어! 대장!”
“그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때지! 청건당 본부로 가자!”
아자딘은 더 이상 이곳에서 권속들을 상대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이곳에서 권속들을 처치하며 사람들을 구하는 것보다 원인을 알아내고 대처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하지만 그것은 죽어가는 사람들을 무시한다는 것, 그래도 현재로서는 어쩔 수가 없다.
아자딘과 지벡, 스콧이 아무리 애써봐야 계속해서 권속들이 출몰하고, 그때마다 사람들이 죽기 때문에 여기서 시간을 끌어봐야 결국 비약을 먹은 모든 이가 죽어야 끝나게 된다.
아자딘은 청건당 도사가 있던 야영지를 향해 최단 루트를 잡았다. 그리고 루트에 걸리적거리는 권속들만 처리한다.
루트에 걸리지 않는 다른 권속들이 사람을 해치겠지만 거기까지는 아자딘도 어쩔 수 없다.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로 고민하는 것도 멍청한 짓이지! 지금은 이게 최선이다!’
아자딘은 앞을 가로막는 권속들을 아주어 스틸 장검으로 베어 버리며 아디로프 남작 성으로 향했다.
*********
아디로프 남작 성의 성문 앞. 청건당 도사는 이미 자신의 핏물 위에 쓰러져 있고, 저 멀리서 아라엘과 화조풍월의 4인, 그리고 제니스가 남작의 성으로 향하고 있었다.
거리가 너무 멀다.
아자딘은 아랫배에 힘을 주고 최대한 큰 목소리로 아라엘을 불렀다.
“아라엘!”
그러자 주위에 널려 있는 권속의 시체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윽?!”
“조심하십시오.”
지벡이 경고했지만 아자딘은 침착하게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때 아라엘의 목소리, 아라엘이 다루는 인공정령이 그곳에 나타났다.
[아아. 아자딘. 목 찢어지겠다. 이렇게 대화하자고. 하긴 넌 아직 제대로 된 마법을 못 쓰지?]“뭘 한 거냐?! 아라엘?”
[청건당 놈들이 가지고 있던 황제의 보물고 열쇠를 얻었다. 열쇠는 두 개. 이걸로 황제의 조폐기는 내 것이 될 거야.]“넌… 아무것도 못 느끼는 거냐? 네가 저지른 짓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청건당 놈들이 멍청하게 네더의 힘을 썼기 때문이지. 그게 왜 내 탓이지?]“애초에 네가 코랄 사하르를 침수시키지 않았던들 이들이 여기 와서 죽을 이유도 없었어! 네가 나가들과 손잡고 코랄 사하르에서 사람들을 죽여댔으니까 여기에도 그 화가 번진 게 아니냐!”
[그건 참 신기한 해석이로군. 그래. 분명히 코랄 사하르에서 일을 벌인 건 나다. 하지만 내가 행하지 않으면 목성의 시대에, 더 많은 희생을 막을 수 없어! 나는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최선의 행동을 했을 뿐이다.]“어이가 없군. 희생을 최소화하겠다고 한 최선의 행동이 그 정도면 희생을 최대화하려고 했으면 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그랬냐?”
[그래. 너라면 더 적은 희생으로 처리할 수 있었겠지.]“뭐?”
[그러니까 아자딘. 내 곁으로 와라. 네가 있어야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 나는 저들을 버림돌로 쓰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으니까 네가 내 곁에서 저들을 지켜줘.]“…….”
아자딘은 말문이 막혔다. 설마 지금 이 순간에도 아라엘이 자신을 회유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사람들의 희생을 최소화하자는 명분으로?
‘어이가 없네. 죽이는 주체는 자기면서 날 보고 자길 말려 달라고 오라는 거 아냐? 지금?’
아라엘의 회유가 너무나 그녀 중심적 사고라서 아자딘은 기가 막혔다.
[물론 지금 당장은 무리겠지.]그 순간 갑자기 아라엘의 목소리가 폭발했다.
“윽!”
“대장!”
“아자딘!”
스콧과 지벡이 땅에 쓰러져 있던 청건당 도사를 가리켰다. 그가 일어나는 순간 사방에 번개가 치며 권속들이 밀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칫!”
아자딘은 청건당 도사를 치기 위해 칼을 뽑아들고 몸에 힘을 모아서 단번에 베어 버릴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때 청건당 도사가 손을 들었다.
“자, 잠깐! 진정해요!”
“응?”
“저 의식 있습니다! 괜찮아요!”
“…….”
놀랍게도 청건당 도사는 의식이 멀쩡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단 제가 권속들을 제어하겠습니다.”
청건당 도사가 정신을 집중하자 남작의 성 앞뜰로 몰려드는 권속들의 움직임에 어떠한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날것의 폭력, 야성의 금수이던 것들에게 조직된 움직임과 질서가 보인다. 도사가 정신으로 권속들을 제어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작은 나뭇가지를 형성해냈다. 그것은 석궁에 걸어서 쏘는 볼트와 같이 날렵한 형상이었는데, 끝이 뾰족해서 갑옷 없는 생살 정도는 충분히 찢고 남음이 있었다.
나뭇가지가 바람처럼 날아가 권속들의 두꺼운 나무껍질에 명중해 마치 겨우살이가 거목에 붙어 자라듯 그들과 하나가 되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권속들이 이성을 되찾았다.
“어. 도, 도사님?”
“히익, 이게 뭐야? 이게 내 몸?”
인간성을 회복한 이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그들은 자신들이 방금까지 저지른 끔찍하고 잔혹한 폭력을 잊었는지 경악했고 자신들의 변모한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저, 여러분! 혹시 저와 함께 있던 어린아이를 못 보셨습니까? 이 헝겊으로 된 인형을 들고 다니는 머리 짧게 깎은 아이인데….”
그렇게 말하는 그 남자의 나뭇가지에는 피 묻은 헝겊인형이 걸려서 처량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아마도 그가 찾는 아이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리라.
아자딘은 그 모습에 칼을 거두고 청건당 도사를 노려보았다. 이 남자가 수습하였지만, 이자가 비약을 뿌리지 않았다면 아예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물론 각종 풍토병의 고통이 사람들을 비약에 의존하게 하였으니 온전히 이들의 책임으로 몰아붙일 수는 없을 것이나 피에 젖은 헝겊인형이 아자딘의 뇌리에 들러붙었다.
‘내가 눈이 있었다면 망막에 들러붙었다고 했을 텐데.’
아자딘은 도사를 추궁했다.
“정신 차렸나?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주실까?”
“저도 잘 모릅니다.”
“그럴 것 같았어. 내가 원하는 건 당신 입장에서 최대한 변명해 보라는 거야. 어차피 내가 가감해서 들을 테니까. 지금 여기까지 오면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신의 가족을 죽이고, 그래서 내가 얼마나 많은 이들을 죽여야 했는지 알아?”
아자딘의 목소리에 노기가 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