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171
170. 북방의 위협 2
한편 아자딘은 황제의 목소리를 통해서 도네어 일당을 확인하고 있었다.
황제의 목소리는 스스로 선견조 역할을 자처해 주위를 정찰하고 아자딘에게 그 정보를 알려주었다.
선견조처럼 아예 마법으로 이어져 시력을 공유하는 것은 아니지만 황제의 목소리가 설명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도움이 되었다.
이전에는 그러지 않았다.
황제의 목소리는 인공정령. 주인 없는 인공정령은 자신의 유지보수를 위해 마력을 최대한 덜 소모하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자딘에게 이렇게 협력적이 된 것을 보면 제2령으로 승진해서인지, 아니면 그간의 기여가 많아서였는지, 어느 쪽이건 간에 협조적이어서 나쁠 건 없었다.
[조심해라, 아자딘. 약 8명 정도 되는 무장 세력이 이쪽으로 향하고 있다.]“8명 정도의 무장 세력? 그놈들인가? 길가의 도적들이 찾던 살인 마물?”
[확신할 수 없지만 네더 마력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게다가 이놈들 근처에 오우거와 고블린의 시체가 쓰러져 있는데, 놀라운걸. 거의 1개 중대의 시체가 쌓여 있어.]“8명이 중대 하나를 상대했다고?”
그 말이 사실이라면 아마 저들이 바로 도적들이 찾고 있던 살인자, 마물일 것이다.
“이봐, 내 목소리를 우리가 지나쳐 왔던 도적들에게 전해줄 수 있겠어? 너무 거부감 들지 않게 잘 설명한다면 그들의 조력을 얻을 수 있을 거야.”
갑자기 인공 정령이 말을 걸어오면 도적 떼들이 놀라서 도망갈 수도 있다. 그런데 황제의 목소리가 의외의 제안을 꺼냈다.
[저 도적들에게 살해당한 동료들의 흉내를 내면 어떨까? 으스스한 목소리로 사정을 설명해주면 저들 스스로 알아서 오지 않을까?]“번듯한 황제의 목소리가 왜 그런 수를….”
[하지 말까?]“아니, 나야 좋지. 좋은데, 갑자기 적극적이니까 당황스럽네. 이거 내가 승진해서 그러는 건가?”
[자의 아니면 타의로 전령을 그만둔 이들이 많다. 마력이 남아도니 그나마 있는 전령을 보호할 뿐이다.]“뭐?”
아자딘은 황제의 목소리의 말에 깜짝 놀랐다.
자의 혹은 타의로 전령을 그만둔 자가 있다니 그런 것은 말도 안 된다.
물론 전령일족이라고 해서 완전 무적은 아니다. 부상이나 더러는 영구적 손상을 입어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지기도 한다.
혹은 나이를 먹어서 기량이 쇠퇴하면 후임에게 자리를 넘기고 은퇴하곤 했다.
그러나 그런 은퇴, 되물림이라면 황제의 목소리가 마력이 남아돈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공석을 남기는 전령의 소멸.
죽임을 당하거나, 파직을 당한 것을 돌려서 말하는 것이다.
임무를 수행하다가 죽었다고 생각하기에는… 바로 최근, 아라엘 지파의 반역 사건이 있었다.
“설마 원로원이 반역했던 아라엘 지파에 찬동한 전령들을 죽인 건가?”
[내가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군, 아자딘. 저들에게는 자신들 동료들의 목소리인 양 원수를 갚아달라고, 그렇지 않으면 저주하겠다고 한 뒤에 정보를 전달해주었다.]“아, 저주한다고까지? 그럼 발에 땀 나게 뛰어오겠군.”
[실제로 그렇다. 다들 겁을 집어먹어도 도망치지 않고 저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그리고 동료의 원수를 갚기 위해 열심히 오고 있군.]황제의 목소리가 말한 대로 도적 떼들은 야영지에서 무기를 꺼내어 들고 이쪽을 향해 오고 있었다.
“도적들을 싸우게 할 생각이군. 성격도 나쁘지.”
샤티는 일부러 황제의 목소리까지 써가며 도적들을 싸움에 끌어들이는 아자딘의 속셈에 놀라워했다.
“하지만 타당합니다. 도적들은 복수를 원하고 있고, 저들을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없는 일 아닙니까?”
지벡은 아자딘을 옹호하며 자신의 칼을 뽑아 칼날을 살펴보고 가죽끈으로 날에 묻은 것들을 닦아내었다.
“다들 허튼소리는 관두고 사람들을 피신시키자! 저 도적들과 합류하자고!”
유민들을 보호하면서 후퇴한 아자딘은 달려오는 도적들과 합류했다.
그리고 그와 거의 동시에, 언덕에서 내려온 도네어 일당도 아자딘 일행의 앞에 당도했다.
*********
“저 자식은 그 전령일족이잖아?”
도적왕 도네어는 아자딘의 일행을 발견하고 오히려 기뻐했다.
이단심문관 젝트는 도적왕 도네어에게 아자딘과 지벡을 찾아내라고 명령을 내렸었다. 그런데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젝트 그놈이 아주 도사네 도사야. 어째서 저 전령일족이 국경을 넘을 걸 알고 있었지? 아니면 그냥 우연의 일치인가?’
도네어는 몸이 근질거리는 걸 느꼈다.
과거, 그는 아자딘 일당에게 호된 맛을 보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의 그가 아니다. 이제는 어떨까? 아무리 상대가 신왕살해자, 영혼 없는 불경자라 불리는 전령일족이라고 해도 이미 마물에 익숙해진 그들의 힘이 더 뛰어나지 않을까?
그때 아자딘이 활을 빼 드는 게 보였다.
-쐐액!
화살이 날아온다.
믿을 수 없이 빠른 화살이지만 거리가 있고, 또 보고 있는 와중에 발사해서 화살이 날아오는 게 다 보인다.
“뻔히 보인다! 이 자식!”
도네어의 부하가 방패로 화살을 쳐내려했다.
그런데….
-퍽!
화살이 방패를 들고 있던 놈의 머리통을 관통했다. 분명히 화살의 궤도를 보고 방패를 휘둘러 화살을 걷어내려 했는데 도중에 화살이 회전하면서 궤도를 틀어 머리에 명중한 것이었다.
“카하하핫. 멍청한 놈! 전령일족의 화살은 궤도를 바꾼다니까! 그런 것도 모르냐?”
동료의 머리가 화살에 꿰뚫렸는데도 다들 대수롭지 않게 웃어 젖혔다.
머리를 관통당한 장본인도 머쓱해하면서 화살을 뽑아냈다. 보통 사람이라면 죽어 마땅한 중상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화살을 뽑자 그의 상처에서 검붉은 벌레들이 꿈틀거리며 나오더니 상처를 메웠다.
그 모습을 본 청건당 병사들은 기겁했다.
“힉?!”
“저, 저게 뭐야?!”
“괴물이다!”
“아 저게 그….”
모두의 뇌리에, 길가에 부서진 나무가 떠올랐다.
사람을 내팽개쳐 거목을 부러뜨릴 정도의 괴력을 가진 괴물. 저것들이 바로 사람들을 죽이고 잡아먹는 괴수들이다.
달려오는 것은 인간이되 그 인간에게서 괴물의 그림자를 보고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웃기는 건 너희들도 권속이잖아.’
아라엘의 약으로 중화되긴 했지만 그들도 바로 전날, 죽음을 행사하던 괴물이었다.
“어디 좀 쪼개볼까?”
아자딘은 싸구려 철전촉으로 만든 화살들을 연거푸 날렸다.
이선궁, 여러 발의 화살을 차례차례 날리나, 맞는 쪽에는 동시에 꽂히는 전령일족의 기예를 펼쳤다. 그러자 단 한 명에게 세 발의 화살이 동시에 착탄한다.
상대는 방패로 화살을 쳐내려다 다른 화살들에 맞아 비명을 질렀지만 이내 화살의 상처를 회복한다.
“화살로는 죽일 수 없는 상대인 것 같습니다.”
청건당 도사, 지스와가 당황했지만 아자딘은 계속 화살을 쏘아 여덟 명의 적이 단번에 쇄도하지 못하도록 적들의 발을 늦춰 분단시켰다.
그리고 도적들이 나섰다.
동료들을 잃고, 자신들의 구역을 침탈당해 분노한 도적들은 기꺼이 달려들었다. 화살을 쏘고 폴암을 휘둘러 달려드는 선두의 괴인들을 강타했다.
피가 튀고 혈풍이 일어났다.
무장 상태가 좋은 도적들은 과연 무예도 능통한지 매우 잘 싸웠다. 청건당 청년들의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였다. 아마도 꽤 이름 있는 용병들이었으리라.
“이야. 이 자식들 너무 잘 싸우는데요. 도네어!”
“사람 모습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해라!”
괴물들이 본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들은 복수하러 온 도적들의 칼솜씨를 구경하면서도 자신들이 전력을 끌어내면 얼마든지 이들을 죽일 수 있다고, 마치 구석에 몰아둔 쥐새끼를 희롱하는 고양이처럼 자신들의 우위를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조금 전까지 선전하던 도적들이 단번에 열세에 몰렸다.
“당신의 뜻은 알겠습니다만 보고 있지만은 못하겠군요.”
지벡은 그 모습을 보고 참지 못하고 나섰다.
아자딘이 도적들을 일부러 도네어 일당과 붙여서 힘을 빼려고 한다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눈앞에서 죽는 걸 수수방관할 수는 없었다.
“이놈은….”
“그 성기사 아냐?!”
도네어 일당은 지벡을 알아보고 덤벼들었다. 젝트가 그들에게 명령을 내릴 때 지벡 또한 잡아 오도록 명령을 내렸었다.
하지만 지벡은 침착하게 도적들을 맞이했다.
“브란드 경이 안부를 전하더이다.”
그 순간 지벡의 손에서 녹슨 철퇴가 날아가 땅에 떨어졌다. 왕의 교회의 신성마법이 발동하며 막 변신한 이들을 왕화의 빛의 신벌로 강타했다.
“크악!”
그리고 뛰어든 지벡은 장검을 휘둘러 도네어 일당의 팔을 자르고, 오른쪽으로 각을 먹으며 비스듬히 치고 들어가 뒷다리, 무릎 뒤 오금을 베어 버렸다.
도적단도 꽤 숙달된 검술가들이었지만 그들의 솜씨를 어린아이 전쟁놀이처럼 보이게 하는 세련된 검술이었다.
지벡은 순식간에 팔다리를 베어 상대를 무릎 꿇리게 하고 검을 수평으로 휘둘러 사형집행인이 죄수를 참하듯 도네어 일당의 머리를 잘라 버렸다.
그러고도 방심하지 않은 그는 축문을 외워 정화의 주문을 시전해 베인 몸에서 계속 쏟아져 나오는 검은 벌레를 하얀 불꽃으로 태웠다.
“으윽!”
“왕화의 빛이!”
도네어 일당은 지벡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왕화의 빛이 너무 눈부셔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들이 마물이 되어 강대한 힘을 얻었지만 그만큼 더 왕화의 빛에 취약해진 탓에 지벡처럼 제대로 된 성기사를 만나면 오히려 더 맥을 못 추게 되는 것이었다.
“…뭐야? 저놈. 저 정도의 실력자였나?”
도네어가 당황할 때 이번엔 아자딘이 그에게 쇄도해왔다.
*********
“막아!”
“이 자식!”
도네어의 부하들이 몸에서 벌레를 쏟아내며 몸뚱이를 키우고 손발을 휘둘렀다. 그 거대화된 손발에 들린 무기가, 그리고 거대화된 팔뚝 자체가 무서운 질량감을 가지고 아자딘에게 날아들었다.
그러나 아자딘은 땅거미를 펼쳐 그들의 공격 밑으로 빠져나가 다른 녀석들을 무시하고 도네어의 코앞에 섰다.
“안녕했나. 도네어. 네가 왜 여기 있지?”
“윽… 네놈! 그때의 전령일족이구나!”
도네어가 아자딘에게 반격하려 했지만, 그 전에 아자딘의 손이 도네어의 왼쪽 눈을 관통했다.
손가락을 구부러지게 하고 모아서 가볍게 눈을 찍어 왼쪽 눈과 안저 전체를 찢어발긴 것이다.
“크악!”
지금의 도네어에게 눈이 날아가는 정도는 그렇게 대단한 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아자딘에게 맞은 환부로부터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이 도네어의 몸 전체로 퍼져나갔다. 신왕진서 사본으로 전신에 왕화의 빛이 충만해져 있는 아자딘의 공격은 도네어에게 고통을 안겨주었다.
“아아아악!”
도네어는 견딜 수 없는 고통에 땅을 뒹굴었다. 그런 도네어를 아자딘이 발로 걷어차 버렸다.
“으억!”
“너무 엄살을 부리는데? 브란드 경의 얼굴을 봐서 네놈을 그렇게 쉽게 죽여줄 수는 없는데 엄살이 이렇게 심해서야.”
“이 자식. 그 노인네의….”
“넌 고통스럽게 죽어야 해.”
“웃기지 마라!”
도네어가 반사적으로 무기를 휘둘렀지만 아자딘은 그 공격을 피하며 도네어의 몸통에 발차기를 차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