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173
172. 북방의 위협 4
아자딘이 너무 쉽게 제압해서 몰랐는데 이 남자가 정말 이 엄청난 수의 오우거와 고블린들을 죽였단 말인가?
사방에 널린 끔찍한 시체들을 보면 이들을 몰살시킨 도네어의 능력에 경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도네어를 너무나 쉽게 제압한 아자딘에게도 다시금 경탄하게 되는 것이었다.
“음… 오우거들에게 편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자딘은 시체들을 뒤적여보다가 혀를 내둘렀다. 스콧이 사방에 널린 시체들을 보고 기뻐하는 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대장. 내가 좀 해도 될까?”
“나에게 묻지 말고 지벡에게 물어봐.”
“지벡….”
“아, 제게 물어보지 마십시오. 제가 입이 찢어져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을 리 없잖습니까? 그냥 하세요. 왜 제 허락을 받으려는 겁니까?”
지벡이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벡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타협이었다.
스콧이 지금 하려는 마법은 사악한 강령술로 죽은 이들의 영혼을 심문하는 것이었다. 차라리 시체를 가지고 노는 것이 양호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성기사 된 체면에 입이 찢어져도 강령술을 쓰라고 허락해 줄 수는 없다. 차라리 허락받으려고 하지 말고 안 보이는 곳에서 몰래 하고 정보를 얻어오는 게 좋지 않겠는가?
‘지벡 경도 많이 둥글어졌군. 다른 성기사들이 보면 타락이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성기사 중에도 흑마법에 손댄 놈들이 많은데 뭘.’
당장 지벡의 스승인 심판자 젝트부터 온갖 흑마법에 네더 마법까지 손을 댔다. 지금 이 도네어 일당을 괴물로 만든 게 바로 젝트가 아니던가?
“그럼 알겠어. 휴우, 죽은 당사자는 사실 별 감흥도 없을 텐데 합리주의자인 내가 지능이 낮아서 미신과 악습에 얽혀 있는 이들을 이해해줘야지.”
“…….”
지벡이 노려보건 말건 스콧은 주문을 외워서 두목으로 보이는 오우거의 시체에 시전했다.
시체로부터 피가 촥 뿜어져 나와 커다란 피의 원을 그리더니 그 안에서 음울한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으워어? 나 죽었다? 왕의 어전에 가야 한다.]“그 전에 잠깐 이야기나 해볼까? 브투마를 침공하기로 했었나?”
[브투마. 인간 왕국, 고기도 많고 먹을 거 많다. 빤짝이도 많아. 가지고 싶은 거 다 가져도 된다고 했다.]“오우거들은, 너희는 어디까지 갈 생각이었지? 선봉인가? 정찰대인가?”
[우리는 길 몰라서 헤맸다. 길 안내용, 길 가던 인간 잡아서 꼬챙이에 꽂고 길 안내 시켰다. 그런데 곧 죽었다.]보아하니 산에서 내려오면서 아무나 잡고 꼬챙이에 꽂은 뒤 길 안내를 시켰던 모양이었다.
오우거들의 무지막지한 일처리 방식에 아자딘은 치를 떨었다.
“이런 잔인한 놈들.”
“아니….”
도적 용병들은 사악한 흑마법으로 영혼을 불러내어 안식을 방해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오우거들에게 분노하는 아자딘을 보며 두려움을 느꼈다.
당신도 딱히 뭐 잘하는 건 아닌데… 라고 생각했지만 감히 그걸 입 밖으로 내진 못했다.
“군대의 규모를 물어보지. 너희는 얼마나 되지? 다른 세력들도 있나?”
[우리 오우거들, 대대장이 음, 하나 둘 셋… 많다. 많이 출동했다.]오우거들은 한 손에 다섯 개 이상의 숫자를 많다고 말하기 때문에 제대로 숫자를 들을 수 없었지만 대대장이라는 직급을 말한 건 큰 도움이 되었다.
이상하게 오우거들은 계급에 굉장히 민감하고 이 계급에 따른 휘하 병력 숫자를 칼같이 지켰다. 다섯 개 이상의 숫자를 셀 수 없는 놈들이 권력에는 어찌나 민감한지 계급은 아주 정확하다.
“대대장급 오우거가 다섯 이상?!”
“…맙소사.”
듣고 있던 청건당원과 도적 용병들이 기겁했다.
그때 황제의 목소리가 아자딘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 말대로다. 지금 브투마 왕국 북쪽 국경에 갑자기 오우거 군대가 나타나 전쟁이 벌어지려 하고 있다. 브투마 북쪽 하르탐 변경백이 황제의 금화를 발동해 서원을 빌었지만 현재 전령일족들은 금화의 서원을 무시하고 있다.]“윽….”
아자딘은 황제의 목소리의 말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금화의 서원을 최소한 들어주기는 해야 하는 게 전령의 사명. 그런데 현재 전령일족은 바로 그 전쟁을 불러온 장본인이 아닌가?
그들은 자신들의 야욕을 위해서 브투마 왕국을 공격하는 데 나가를 끌어들였고 나가들은 오우거들을 끌어들였다. 자신들이 병을 주었으니 약을 줄 리가 없다.
[하르탐 변경백은 브투마 왕에게 원군을 요청했고, 브투마 왕은 자신의 병력을 최대한 끌어모아서 하르탐 변경백에게 지원을 보내둔 상태다. 덕분에 지금의 브투마는 직접 습격당하면 대응할 병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흠, 대장. 어떻게 할까?”
현재 아자딘 일행은 브투마 왕국의 동편 국경을 이제 막 들어온 상황.
하르탐 변경백에게 갈 수도 있고, 아니면 브투마 왕성으로 바로 향할 수도 있다. 양쪽 모두 거리는 비슷하다.
“일단 도네어 저 녀석에게 감지 주술이 걸려 있는 건 확실해. 저 녀석을 죽이면 술자는 죽었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어. 심지어 죽은 위치도 알 수 있는 주술인걸?”
“해제할 수는 없나?”
“해제하면 그걸로 죽었다고 알게 되는데? 그보다는 대장. 이 녀석에게 오우거들을 상대하게 하는 건 어때? 왕화의 빛에 약해서 그렇지 힘만 센 오우거나 고블린 같은 놈들에게는 오히려 강할 거야.”
스콧은 도네어를 전력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을 했다.
아자딘은 도네어 같이 식인을 즐기며 타인을 괴롭히는 가학성애자를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그를 죽이면 젝트에게 신호가 가는 데다가 지금은 상황이 너무 급박해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
“제가 통제하겠습니다.”
지벡이 나섰다.
“그럼, 이봐 용병들.”
“네.”
“자네들은 지금부터 지벡 경의 지휘를 따르도록. 도네어.”
“어.”
“네가 숨겨둔 재물 위치를 알려주고 지벡의 명에 따라서 북쪽, 하르탐 변경백을 도우러 가라.”
“살려주는 건가?”
도네어가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을 병력으로 써서 하르탐 변경백을 구하려 하다니.
이 전령일족이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설마 정말로 황제의 전령으로서 사명을 중시한단 말인가? 황제가 죽었는데도?
“나는 황제의 전령으로서의 사명을 소중히 하니까. 네가 죽을죄를 짓긴 했지만 쓸모가 있다면 좋아, 오우거들 손에 널 붙이지. 잘 싸우면 너에게도 목숨을 구할 기회가 있겠지.”
아자딘은 그리 말하고 지벡에게 손짓했다.
“네.”
“혹시 모르니까.”
아자딘은 지벡에게 신왕진서 사본 한 장을 건네주었다.
“이건….”
“도네어가 강해져서 덤벼들더라도 당신에게 이게 있으면 확실히 제어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사용하는 건 봤지?”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자딘. 당신의 기대에 부응하지요.”
지벡은 아자딘에게서 용병들의 급료를 줄 수 있는 돈과 하르탐까지 갈 물자를 받았다.
“일을 끝내면 브투마에서 다시 뵙도록 하지요!”
“그래!”
도네어와 도적 용병들을 이끌고 지벡은 즉시 하르탐을 향해 출발했다.
“그럼 우리는 브투마를 향해 서둘러 가야겠군.”
아자딘은 도네어가 사람들을 죽이고 빼앗은 농장에 감춰둔 금화와 식량들을 챙겼다.
“잠깐만 대장. 그럼 이제 지벡이 없으니까.”
스콧이 바닥에 널려 있는 오우거와 고블린의 시체들, 그리고 농장에 있는 커다란 짐마차들을 보며 눈을 빛냈다.
“시체를 좀 써도 되겠지?!”
“그래. 지벡에게 지휘를 맡긴 건 그것 때문도 있지. 그래도 작작해. 오우거나 고블린들이 언데드가 되어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잖아.”
“쯧쯧. 대장. 내가 그런 초보적인 실수를 할 것 같아? 나는 그런 저능아들이 상상하는 흔하디 흔한 네크로맨서가 아니라고. 창의력과 예술성, 그리고 이 가슴에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는 진짜 네크로맨서란 말야. 로망스가 없으면 네크로맨서라고 할 수 없는 법!”
“그, 그래? 무슨 엽기적인 일을 저지르려고?”
아자딘은 불안에 떨며 스콧이 하는 짓을 지켜보았다.
*********
“어음.”
“차, 참으로 뜻이 크십니다.”
지스와는 아자딘의 행동에 감탄했다.
아자딘은 무서운 실력으로 도네어 일당을 제압하더니 백작령 하나를 구하기 위해 병력을 쪼개어 보냈다.
성기사 한 명에 도네어, 그리고 잘 무장했다고는 해도 일개 소대도 안될 적은 수의 용병이 전부긴 하나, 도네어 일당이 죽인 오우거와 고블린 군대의 숫자를 보면 틀림없이 하르탐 변경백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게다가 아자딘 자신도 브투마를 구하기 위해 가고 있었다.
처음에 지스와는 아자딘을 의심했었지만 이제 아자딘의 의도를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남자, 혈혈단신으로 나라를 구하려고 하고 있다.
솔직히 그 점에서는 지스와는 정녕 감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부분의 사이비종교가 그러하듯 청건당 역시 교전에는 이웃을 사랑하고 가정을 화목하게 하고 노약자를 보호하고 아녀자를 존중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신도들이 정작 주목하는 것은 그런 올바르고 합당한 가르침들보다는 세부적인 부칙들, 아내가 불륜의 의혹이 있으면 어떻게 대해야 하며 고리대를 거둘 때는 어떻게 두들겨 패야 하는가와 같은 사소한 것들에 더 집중할 뿐이다.
그 누구도 뻔하고 올바른 일에는 힘을 쏟지 않는다.
그런데 이 남자는 원하면 그 어떤 돈과 권력, 미녀들을 취할 힘이 있으면서도 진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건 좋은데….
“그워어어!”
오우거 머리가 포효한다. 그리고 마차가 끌려가고 있었다.
“후후후.”
스콧 맥그린은 자신의 걸작품을 보며 기뻐하고 있었다.
“이름하여 오우거 근육마차! 어떻습니까?”
“너무 모양이 엽기적인데? 게다가 왜 소리를 지르는 거야?”
“그야 산소를 흡입하느라 그렇지요. 그냥 근육만 누덕누덕 기우고 산소를 흡입하지 않는 시스템으로 언데드를 만들면 금세 시체가 썩어서 못 쓰게 된다고요. 저급한 나가 사령술사 놈들은 썩은 시체를 방부 처리해서 미이라를 만드는데 저는 이렇게 생명 창조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
아자딘은 생명 모독의 결과물을 보며 혀를 찼다.
스콧은 죽어 버린 오우거의 살과 피, 근육과 뼈를 이용해 거대한 사족 보행 괴물을 만들어냈다. 그것도 피와 살이 통하고 호흡을 할 수 있는 새로운 형상의 괴물을 말이다.
“죽자마자 시신은 부패할 텐데….”
“그래도 억지로 피와 장기를 연결해서 순환시키면 썩는 속도가 줄어든답니다.”
“하지만 네 말대로 생명력이 있다면 음식을 먹어야 할 거 아냐?”
“그래서 음식도 챙겼지 않습니까?”
스콧은 부품으로 쓰고 남은 고블린들의 시신을 짐마차에 올려놓았다. 아마도 저것을 ‘음식’이라고 부르는 것이리라.
‘지벡이 이 꼴을 못 봐서 다행이로군.’
아자딘은 방수포를 덮어 끔찍한 괴물의 얼굴을 가려 버렸다.
게다가 오우거의 시체를 기워서 말 형상으로 만든 이 짐승은 속도까지 상당했는데, 아자딘의 산양이 경보로 빠르게 쫓아가야 했다.
“아. 내가 만들었지만 정말 잘 만들었네. 예술이다, 예술이야. 콥스 어보미네이션이라고 할까?”
스콧은 사람들이 혐오스러워하건 말건 신경 쓰지도 않고 자신의 걸작에 심취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