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178
177. 청건의 천주 5
“조심해. 대장.”
그렇게 말하는 스콧은 숲까지 끌고 온 콥스 어보미네이션을 분해해 다시 인간 크기의 언데드 병사로 만들어낸 후 그걸 직접 조종해서 들어왔다.
언데드를 자율로 움직이게 해서 쫓아오게 하면 여기서 제어를 잃는다고 한다.
즉 지금의 언데드는 스콧이 하나하나 일일이 직접 조작하는 중이다.
“일단 언데드 병사를 앞으로 보내봐.”
“어.”
스콧이 아자딘의 말에 동의하고 나무 곤봉으로 무장한 언데드 병사를 앞으로 보냈다.
그 순간 울창한 나무들 위에서 새카만 그림자가 급강하하며 언데드 병사를 덮쳤다.
-퍼억!
단 일격에 언데드 병사의 머리가 날아갔다. 홉고블린의 두개골이 수박처럼 깨지는 걸 보니 사람이었다 해도 살아남지 못할 흉악한 일격이었다.
“이런 젠장! 기껏 마련했는데!”
스콧은 자신의 언데드 병사가 무력하게 박살 난 것에 분개하며 다른 언데드 병사들을 조종했다.
하지만….
-퍼퍼퍽!
나무 위에서 강습한 검은 그림자가 앞발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언데드 병사들이 맥을 못 쓰고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졌다.
“크다.”
샤티가 경탄했다.
나무 위에서 급강하 공격을 감행한 것은 거대한 검은 표범이었다.
그런데 그 덩치가 일반적인 표범보다 훨씬 커서 북방의 호랑이, 혹은 그 이상으로 보이는 데다가 몸 여기저기에 나무껍질이 마치 갑옷처럼 돋아나 있었다.
“무시무시한 괴물이군. 과연….”
아자딘은 활을 당겨서 화살을 날렸다.
저런 거대한 표범에게 화살 따위가 무슨 효과를 보겠나 싶었지만… 아자딘이 날린 화살은 표범의 콧구멍을 꿰뚫고 들어가 정확하게 뇌수를 관통했다.
“크앙!”
놀란 표범이 고통에 몸부림치며 코에 박힌 화살을 후려갈겼지만 화살은 도중에 부러져 버렸다.
표범이 몇 차례나 화살을 빼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그럴 때마다 뇌수가 오히려 헤집어지면서 손상만 더 커질 뿐이었다.
결국 버티지 못한 표범은 쓰러져 숨이 끊어졌다.
“원 세상에. 언데드 병사들이 단 일격에 쓰러지다니. 오우거 근육도 썼는데 말이지.”
스콧은 투덜거리면서 주문을 시전해 아자딘이 쓰러뜨린 표범을 조종했다.
“또 보내봐.”
“알겠어.”
스콧이 언데드화한 표범을 앞으로 보내자 과연 또다시 정글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송아지만큼 거대한 늑대 떼가 나타났다.
“크르르르르!”
광견병이라도 걸린 듯 입에서 침을 흘리는 늑대들은 조금 전의 표범처럼 전부 몸에 나무껍질 같은 게 돋아나 있었다.
“이놈도 그렇군.”
“이번엔 내가 좀 해볼게.”
샤티가 주문을 시전하자 풀들이 억세게 자라나면서 늑대들을 휘감았다.
늑대들이 풀밭을 헤치며 지나오는 사이 털이 뽑혀 나오고 늑대들 개개마다 속도 차가 나서 다 함께 덤벼들지 못했다.
“좋았어!”
그것만으로도 스콧의 언데드 표범에게는 충분한 여유가 있었다. 스콧은 언데드 표범을 조종해 선두에 나온 늑대의 머리통을 앞발로 힘껏 가격하고 목덜미를 물어뜯어 한 놈을 죽였다.
다른 늑대들이 뒤늦게 덩굴풀에서 빠져나와 언데드 표범에게 덤벼들었지만 언데드 표범은 광분하면서 앞발을 휘두르며 늑대들을 상대하고 아자딘도 화살을 날려 공격했다.
“오, 좋아. 별 피해 없이 쓰러뜨렸는데?”
“아마도 한 번에 여럿을 직접 조종하려고 하니 안 되는 걸 거야. 스콧. 우선 늑대를 하나 조종해서 보내봐.”
“알겠어. 대장.”
스콧은 아자딘의 말 대로 늑대를 하나 사령술로 조종해서 보내보았다. 그러자 과연, 숲이 또 반응해 거대한 포자 괴물이 출몰했다.
“포자 괴물이군. 이건 볼 거 없네.”
스콧은 늑대를 돌진시킨 후 시폭 주문을 사용해 늑대를 폭파시키고, 그 힘으로 포자 괴물에 손상을 입혔다.
“왜?”
“포자 괴물의 몸은 일단 죽으면 언데드로 만들기 애매하거든. 시체 여러 개를 동시에 조작하면 전투능력도 떨어지니까 그냥 소모해 버려야지.”
스콧은 그리 설명하고 다른 늑대를 보내 또 시체를 폭발시켜 포자 괴물을 완전히 찢어버렸다.
*********
그렇게 몇 겹이나 되는 방어벽을 뚫고 나서야 아자딘 일행은 늪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늪의 물가에는 예사롭지 않은 사람 형상의 나무가 있었다. 사람의 얼굴로 보이는 부분에서 붉고 반투명한 수액이 피눈물처럼 뚝뚝 땅에 떨어지고, 늪지에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아마도 이 수액이 섞인 물을 마신 짐승들이 그림스로운의 권속이 되어서 다가오는 이들을 위협하는 것이리라.
“이게 그림스로운의 신체인가? 청건당 천주에게 계시를 줬다는?”
그림스로운의 파편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인지 또다시 늪지에서 거대한 고목들을 끄집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아자딘은 바람처럼 지면을 박차고 가속해 순식간에 그림스로운의 앞에 섰다.
“이게 천주에게 가르침을 줬다는 그림스로운의 파편인가?”
아자딘이 그림스로운에게 손을 뻗자 갑자기 낙뢰가 아자딘을 때렸다.
*********
“자, 멍청한 제자야. 이것이 바로 네더의 언어들이다. 함부로 보지 말도록 해라.”
“네?”
아자딘은 불현듯 고개를 치켜들었다.
거기에는 카자스의 오두막이 있었다. 아자딘이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보냈던 곳. 카자스에게 훈련받으며 지낸 곳이 그날의 풍경 그대로 아자딘의 앞에 펼쳐져 있었다.
“어?”
“신기하지?”
카자스는 자신이 펼친 책의 글자를 아자딘에게 보여주었다.
네더 문자들이 책 표면에서 살아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글자가 변화한다. 이 변화를 너무 지켜보지 말도록 해라. 심약한 이들은 보기만 해도 미쳐 버리는 경우가 있으니까.”
“이건 네더 문자를 배우던….”
아자딘은 네더 문자를 배우던 때라고 말하려 했지만 카자스는 아자딘의 말을 듣고 달리 해석한 모양이다.
“그래. 네더 문자를 배우기 위한 책이지. 여기에 적힌 이것들은 우리 차원의 언어가 아니다. 보렴, 이 나무가 드리우는 그림자를….”
“?”
“우리들의 세계에서는 저 나무가 본질이고 이 그림자는 우리보다 차원이 낮은, 2차원의 세계에 드리워지는 본질의 그림자이지. 마찬가지로 여기 적힌 네더의 언어들은 그 본질이 드리운 그림자의 파편들이다. 하지만 올바르게 그 차원을 인지하고 발음하면….”
그리 말하고 카자스는 네더의 언어를 발음했다.
그 순간 카자스의 혓바닥 일부가 변화해 벌레가 나타났다.
카자스는 즉시 가지고 있던 흑요석 칼날로 혀를 베어 자라난 벌레를 잘라내고 바닥에 내동댕이친 뒤 그것을 발로 밟고 비볐다.
“놀랍군. 넌 괜찮으냐?”
태연하게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아자딘을 보며 카자스는 놀라워했다.
“그야.”
아자딘은 이걸 처음 겪는 게 아니다. 아주 오래전, 카자스에게 끌려가 네더의 연구를 도울 때 이미 경험한 것이었다.
분명히 그때는 카자스가 발음한 네더의 언어가 지니는 사악한 힘에 놀라서 두려움에 떨었었지. 고통스러웠고.
그러나 지금의 아자딘에게 그 정도 네더의 언어는 어렵지 않았다.
“놀랍구나. 아자딘. 네 항마력은 내 예상 이상인 것 같군.”
“스승님. 이건 꿈입니까?”
“…아, 그렇지만도 않은가? 착란을 일으키고 있구나. 괜찮냐?”
카자스는 아자딘이 네더의 언어 때문에 착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걸 보면 그냥 꿈은 아닌 것 같은데.’
아자딘이 상념에 빠지자 카자스가 당황했다.
“몸이 안 좋다면 좀 쉴까? 혹시 이걸로 벌써 미치는 건 아니지?”
“괜찮습니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라.”
아자딘은 카자스가 발음했던 네더의 언어를 그대로 따라서 발음했다.
“!?”
아자딘의 혀에도 네더의 힘이 침투하려 했지만 아자딘은 자신의 몸 안에 깃든 왕화의 빛, 신왕진서의 힘으로 네더의 침투를 차단했다.
카자스조차 흑요석 칼날로 자신의 혀를 베어야 했는데 아자딘은 멀쩡하다.
“맙소사. 넌? 뭐냐? 천재? 뭐 그런 거냐?”
“그럴 리가요. 그보다 스승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뭐?”
“마도서 먹는 마왕이라는 게 뭡니까?”
마도서 먹는 마왕. 세간에서는 다들 카자스를 그렇게 불렀다.
“아, 그건 어디서? 어째서 네가 알고 있는 거냐? 흠. 그렇군. 알디스가 미리 이야기했더냐?”
카자스는 아자딘에게서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나오자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래. 나는 나가 제국의 밑에서 인간을 잡아먹던 자였다. 내가 먹은 이의 마도서를 흡수할 수 있었고, 그것으로 온갖 마법에 통달하게 되었지. 어느샌가 나가라쟈들도 나를 두려워하게 되었고 나 스스로도 많은 세력을 거두게 되었다. 많은 마법사들에게 마법을 가르쳐주고 그들의 성취를 다시금 나의 것으로 만들었지. 사람들은 나를 두려워해서 마왕이라 불렀다.”
“어떤 마법들을 연구했습니까?”
“제일 처음은 혈마법이었다. 많은 인간들에게 혈마법을 가르쳐주고 나가 제국에서 탈출시켜주었지. 개중에는 탈출한 뒤에도 나의 추종자가 되었고, 난 그들의 왕이 되었다. 그때부터 마왕이라 불렸지. 그 이후로 많은 이들이 내게 도전했고 나는 혈마법을 연구하며 그 도전자들을 죽이고, 그들을 먹고 힘을 키웠다.”
“그 끝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나가 제국이 멸망할 때 내 작은 마법사들의 나라도 멸망했지. 나는 혈마법에 한계가 있다고 여기고 사령술, 네크로맨시를 익혔다.”
“그 끝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황제와 그 추종자들에 의해 패배했지. 다양한 마법에 대한 지식으로 유용하다 여겼는지 아라가사들은 나를 끌고 왔고, 나는 그들의 마법 연구에 대한 자문을 해주게 되었다.”
“장로는 언제 되신 겁니까 그럼?”
“두령 하티르가 아라가사들을 이끌게 되었을 때. 그는 약속대로 날 해방해 주었고 내게 네더 마법을 연구할 기회를 주었다. 물론 나에게 네더 마법을 연구하도록 강제했다고 하는 게 옳겠지. 나는 각지를 돌아다니며 네더 마법을 연구하는 이들을 잡아먹고 그들의 마도서를 빼앗았다. 내 몸에 저장된 마도서 중 잡다한 것들은 네더의 힘과 충돌시켜 지워가면서 내 생명을 연장하며 네더 마법을 연구했지.”
카자스는 그리 대답하며 퍼뜩 놀랐다.
“놀랍군. 왜 내가 너에게 그런 걸 말하고 있지? 너는… 지금 시간대의 네가 아니구나!”
“…네.”
아자딘이 고개를 끄덕이자 카자스가 물러나 단도를 빼 들었다.
“맙소사! 꼬마야. 너는… 뭐냐?”
“글쎄요?”
아자딘은 아득히 멀리에서 들려오는 네더의 목소리를 들었다. 네더의 언어로 말하고 있는 그것은 아마도 그림스로운의 목소리일 것이다.
“이게… 청천의 도인가 이치인가 뭐 그런 건가 보군요.”
아자딘이 쓴웃음을 지었을 때 꿈에서 깨어났다.
*********
“괘, 괜찮아? 대장?”
“이봐.”
스콧과 샤티가 겁에 질린 채 아자딘에게 다가왔다.
반면 지스와는 아자딘을 향해 절을 하는 게 아닌가?
“처, 천주님!”
“음?”
아자딘은 눈앞에 있던 그림스로운의 파편이라는 나무가 굳어 버린 것을 발견했다.
분명히 아까까지는 사람이 피눈물을 흘리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야말로 살아 있는 사람 뺨치게 생동감 넘치는 나무 조각상 같던 나무가 이제는 어렴풋한 인간 형상을 하고 있었다. 굉장히 근시가 아니면 인간이라고 보기 힘든 왜곡된 형상이었다.
그 대신 아자딘의 손에는 알지 못할 나무토막이 하나 들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