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184
183. 나가의 섬 5
농담이 아니라 아자딘이 날린 돌에 맞은 바다뱀 나가는 두개골이 함몰되며 눈알이 떨어지고 목의 비늘이 찢어지며 목뼈가 부러졌다.
돌멩이가 아니라 포탄에 맞은 것 같은 끔찍한 참상이었다.
“나가들을 지금 좀 줄여놓으면 브투마에서 싸울 때 편해지겠지!”
단둘이서 나가 군대의 숙영지 막사를 습격하면서 할 말은 아닌 것 같지만, 이미 싸움은 시작되었다.
“그림스로운의 활, 이거 너무 좋은데? 부서질 기미가 안 보이고 스스로 수액을 흘려서 자동으로 유지보수가 된다. 수액 덕분에 물에 젖지도 않아서 기존의 월각궁보다 훨씬 쓰기 편하고 위력도 강력해.”
아자딘은 연거푸 탄궁을 날려 막사 밖에서 망을 보고 있는 바다뱀 나가 경비원들의 머리통을 차례차례 터트렸다.
경비를 서던 바다뱀 나가들은 영문을 모르고 차례차례 쓰러졌다.
“스콧!”
“네, 대장.”
스콧은 죽은 나가들을 사령술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아자딘은 그렇게 나가 경비들을 치워서 다음 막사로 이동할 길을 트며 걸어갔다.
그리고 또 막사의 주위를 경계하는 경비병 나가들을 활로 쏴 죽여 버리고 이들 역시 스콧에게 맡겼다.
그렇게 세 개의 막사를 지나오니 스콧이 거느린 언데드 나가들만 해도 스무 놈가량이 되었다.
다만 네 번째 막사의 경우엔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동안 뚫고 온 다른 막사에서 경비들이 사라지자 소란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뿌우우우!
아자딘이 지나온 막사에서 뿔피리 소리가 들려왔다.
“크르르르?!”
나가들이 막사 안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좋아. 스콧. 해라!”
아자딘은 연거푸 탄궁을 날리며 스콧에게 명령했다. 스콧이 언데드 나가들을 진군시키자 막사에서 뛰쳐나온 나가들이 기겁했다.
“어, 언데드?!”
그렇게 말하는 나가의 머리가 순간 박살 났다. 아자딘이 탄궁을 날릴 때마다 주먹 반 개 만한 돌멩이가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날아가 나가들의 머리통을 후려갈긴 것이다.
“좋아!”
아자딘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또 탄궁으로 쏠 만한 돌이 있나 찾아보았다.
그러나… 큰 돌이 많지 않다. 데하슈람의 정원사와 하인들이 열심히 이 근처를 다듬어서 그런지 작은 자갈밖에 없다.
아자딘이 급한 대로 작은 돌을 탄궁에 재워서 발사해보니….
“크르르르!”
몇몇 나가들은 거대한 형상으로 변화했다.
그렇게 나가들이 흉포하게 변화하니 껍질과 비늘이 두꺼워져 아자딘이 발사한 돌이 표면을 깨뜨리지 못하고 깨져 나갔다.
“젠장. 역시 피부가 두꺼워. 좀 중량이 나가는 돌을 쏘지 않으면 효과가 없겠는데?”
게다가 또 다른 몇몇 나가 술사들은 지면에서 진흙 정령을 소환해내 아자딘이 발사하는 돌의 방벽으로 삼았다.
“제법인데.”
아자딘은 진흙 정령을 소환하는 나가 술사들의 기민한 대응에 감탄하며 직접 앞으로 나섰다.
나가들은 아자딘의 움직임에 반응했지만 아자딘이 카자스 해서, 땅거미를 펼쳐 스콧이 부리는 언데드들 사이로 자취를 감췄다.
그다음 순간.
-퍼억!
갑각을 두른 거대한 형상으로 변한 나가의 가슴에서 푸른 장검이 튀어나왔다.
아자딘의 아주어 스틸 장검, 파랑이가 나가의 심장을 꿰뚫고 이빨을 드러낸 것이다. 분명히 언데드들 사이로 피신했던 아자딘이 어느새 나가들 사이로 나타나 그들에게 기습을 가한 것이다.
“크웩!”
나가 술사가 아자딘의 발길질에 맞고 하늘로 튕겨 올라 천막으로 만들어진 막사 지붕에 널려졌다.
거구의 나가가 아자딘에게 덤벼들었지만 아자딘은 나가의 입천장을 파랑이로 찔러 버리고, 검을 수평으로 휘둘러 푸른 검광으로 나가의 아래턱을 절단했다.
“아이쿠. 대장이 화가 났구만.”
인간 아이와 개를 무단으로 잡아먹은 나가들에 대한 분노일까?
아자딘은 자신에게 덤벼드는 나가를 추풍낙엽처럼 쓰러뜨리고 이번엔 그림스로운의 곤봉으로 또 다른 나가의 턱을 올려쳐 보았다.
-빠각!
턱이 두 조각으로 쪼개지고 앞니가 두개골 안으로 함몰되어 즉사하는 걸 보니 그림스로운의 곤봉이 가지는 불살의 효과는 던질 때만 발휘되는 모양이었다.
*********
데하슈람은 자신의 저택 전망대에서 샤티를 불렀다.
“어쩐 일이십니까? 데하슈람.”
“그를 섬긴 지는 얼마나 되었지?”
“살라스마에서 도망치다가 그에게 붙잡힌 이후 쭉이니까 두 달 좀 넘는 것 같습니다.”
“그와 잤나?”
“네?”
“진실을 말해라. 어차피 나는 널 처벌하지 않는다. 그런 약속이었으니까.”
“안 잤습니다.”
“의외로군. 육체관계도 맺지 않았는데 널 옹호했단 말인가? 상당히 널 아끼는 걸로 보였는데?”
“그런 사람입니다. 아마도 그렇게 하면 제가 그에게 충성까지는 아니더라도 호의를 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겠지요.”
“그래서. 효과는 있었나?”
“아닙니다. 제 충성은 오직 조국, 나가 제국과 코브라 여왕의 것입니다.”
“그래. 그래야지. 흠.”
데하슈람은 바다뱀 나가들의 막사 쪽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내가 건 의뢰긴 하지만 그들이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군.”
“아자딘이 말입니까?”
“그래. 그가 뛰어난 업적을 거두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인간의 몸으로 네더에 영혼을 팔아 버린 바다뱀 나가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고작 인간 세 명에게 너무 어려운 임무가 아닐까 걱정되는군. 바다뱀 나가들에게 잡혔을 때 내가 시켰다고 말하지 않을까 걱정되는데.”
“외람되오나 데하슈람 님. 그런 걱정은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사실 데하슈람 님께서 그를 초대한 것은 저로서나 데하슈람님께나 매우 좋은 결과였습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지?”
데하슈람은 샤티의 말에 당황했다.
가장 신분이 낮은, 거의 노예나 다름없는 샤티가 감히 왕족인 데하슈람에게 말대꾸를 하는 것만 해도 나가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인데, 그 말의 내용도 가관이다.
아자딘을 초대해서 우호적인 관계를 맺은 것이 다행이다.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아무리 상대가 전령일족이라지만 인간에게 너무 감화된 게 아닌가?’
데하슈람도 나가 왕족들 사이에서는 너무 인간친화적이라고 욕먹는 입장이지만 샤티의 언행은 그런 데하슈람으로서도 참아주기 힘든 내용이었다.
그러나….
“어디 볼까?”
정찰용 마법을 사용해서 아자딘 일행의 활약을 지켜보던 데하슈람은 깜짝 놀랐다.
*********
-뿌우우우!
뿔피리 소리와 함께 바다뱀 나가들이 막사에서 뛰쳐나온다. 은밀 행동이 아니라 이제 본격적인 접전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나가의 머리가 하늘로 날아오른다.
보통 나가들은 인간보다 두 배가량 큰 체구를 가지고 있는데… 아자딘은 이런 나가들에게 전혀 힘에서 밀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몸에서 은은한 빛이 발하면서, 엄청난 힘으로 나가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크아아아아!”
양손에 거대한 배의 닻을 들고 붕붕 휘두르며 돌진하는 나가 콜로설이 나타났다.
이 거대한 나가는 과거, 살라스마 백작이 변신한 나가보다 살짝 작은 크기다. 그렇다고 해도 그런 거대한 짐승이 움직이는 걸 보면 그야말로 장엄하다 할 모습이었다.
거대한 만큼 반사 속도가 떨어지지만, 이 나가는 입에서 독액을 토해내며 아자딘을 향해 흩뿌렸다.
그렇게 독액으로 움직일 구석을 막은 뒤 아자딘에게 닻줄을 날렸다.
독액을 뒤집어쓸 각오를 하던가 아니면 닻줄에 맞아야 할 상황!
‘나가의 점액과 혈액에 독이라… 뱀장어 같은 건가?’
아자딘은 그리 생각하면서 지면을 박찼다.
뱀장어의 점액과 피에 있는 독은 눈이나 점막에 닿지 않으면 사람을 죽일 정도로 독성이 강하지 않다.
맞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아자딘은 독액을 피하고 오히려 닻줄을 향해 뛰어들었다.
그리고….
-슈욱!
아자딘은 목에 걸었던 활을 다시 손에 잡고 아주어 스틸 장검을 땅에 떨궜다.
그리고 공중에서 몸을 비틀어 닻을 피해내고 닻줄에 휘말리지 않게 주의하면서 비틀어진 그 자세로 화살을 쏘는 게 아닌가.
-퍼억!
나가 콜로설의 두꺼운 피부에 아자딘의 화살이 박혔다. 그 힘이 어찌나 강한지 화살대가 안 보일 정도로 화살이 꼬리 끝까지 쑥 들어가 버렸다. 그것은 더 이상 화살이라기보다는 살을 파 들어가는 기생충이라고 해야 할 것이었다.
그렇게 화살들을 몇 대나 박아넣은 아자딘은 그대로 돌진하며 손을 곤봉에 뻗었다.
그림스로운의 곤봉이 스스로 날아다니다가 아자딘의 손으로 빨려 들어왔다. 아자딘은 그 곤봉을 잡고 방금 자신이 화살을 박아넣은 나가 콜로설의 피부 위를 후려갈겼다.
-퍼억!
이미 균열이 가 있던 나가 콜로설의 비늘이 깨져 나가고 속살이 찢어지기 시작했다. 살 속에 파묻힌 화살대가 곤봉질에 부서지면서 살과 함께 저며진다.
“끼에에엑!”
나가 콜로설이 고통으로 몸을 비틀었다.
분노한 나가 콜로설이 어떻게든 아자딘을 잡으려고 애쓰지만 아자딘은 너무나 빠르게 움직이며 곤봉을 자신의 몸 주위로 던졌다.
곤봉이 마치 먹이를 노리는 승냥이 떼처럼 스스로 아자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날아 다닌다.
그 틈에 아자딘은 활줄을 건 활을 몸에 끼우고 바닥에 떨궜던 아주어 스틸 장검을 다시 집어 들어 나가 콜로설에 맞섰다.
“덩치가 거대하니 가볍게 썰어도 몇 접시는 나오겠구나!”
푸른 검광이 춤추며 나가 콜로설의 다리, 꼬리지느러미를 연거푸 베어 버린다.
나가 콜로설이 고통스러워하며 인간에게는 독이 되는 피와 체액을 흩뿌렸지만 아자딘은 장검으로 바닥을 푹 찌르더니 그 바닥의 포석을 까뒤집어 쏟아지는 핏물을 받아냈다.
“크워!”
나가 콜로살이 몸으로 달려들며 포석을 깨부수고 아자딘을 집어삼키려 하자, 아자딘은 옆으로 피하며 오히려 나가 콜로설의 턱을 베어 버렸다.
‘백작과 비슷한 크기, 아주 약간 작은 크기인 것 같은데 이상하게 상대할 만하군. 물론 이 녀석이 그때의 백작보다 강력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너무 쉬운데. 이건 내가 강해진 건가?’
신왕진서 사본의 마력을 매일같이 흡수한 탓일까?
아자딘은 자신의 힘이 강해진 것을 느끼며 나가 콜로설을 아주어 스틸 장검으로 베어 나갔다.
그런데….
-빠각.
칼자루에서 소리가 났다.
칼날은 상하지 않았는데, 칼자루의 슴베를 고정하는 나무못이 버티지 못하고 부서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아자딘은 손에서 헛돌기 시작하는 아주어 스틸 장검, ‘파랑이’를 잡고 당황했다.
칼날이 상하지 않았으니 못만 교체하면 되겠지만 하필 지금 망가지다니. 다행스럽게도 주변엔 무기로 쓸 수 있는 게 많았다.
아자딘은 나가 콜로설이 던졌던 닻을 집어 들었다.
연안 항해용 작은 배의 닻이라고는 해도 사람 혼자서 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지간한 성인 남자 두 명의 체중에 달하는 쇳덩이를 아자딘은 번쩍 집어 들더니 그걸 휘둘러 나가 콜로설의 골통을 찍었다.
거대한 나가 콜로설이 비명을 지르는데… 그 순간 닻의 갈고리가 나가 콜로살의 광대뼈를 뚫고 얼굴에 박혔다.
나가 콜로살이 몸을 일으켰지만 아자딘이 닻줄을 잡고 당기자, 마치 거대한 황소가 코뚜레에 끌려다니듯 아자딘이 쥐고 있는 닻줄에 끌려갔다.
“흡!”
아자딘은 그 닻줄을 휘두르며 주위에 덤벼드는 다른 나가 병사들을 튕겨내곤 바다 절벽 밑으로 나가 콜로설을 던졌다.
거대한 나가 콜로살이 비명을 지르며 해안 절벽 아래로 떨어지자 물기둥이 치솟아 올랐다.
“마, 말도 안 돼!”
보고 있던 나가들 중 이성이 남은 이들이 비명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