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185
184. 나가의 섬 6
“뭐, 뭐야? 이건?! 내 눈이 어떻게 되었나? 아니면 내가 미치기라도 했나?”
데하슈람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참상에 기겁했다.
“아, 저기.”
그때 놀랍게도 아자딘 일행의 한 명, 지스와가 다가왔다.
“다, 당신은?”
왜 이놈이 여기 있지?
아자딘 일행은 고작 세 명이었다. 그런데 한 놈이 왜 여기에 있는가? 그럼 지금 단둘이서 바다뱀 나가들의 막사를 습격했다는 소리인가?
데하슈람이 당황하는데 이놈이 하는 말이 가관이 아닌가?
“아, 저 아자딘 도사님이 절 보냈습니다. 약속은 이뤄질 것 같으니까 빌릴 보트에 식량이랑 물 충분히 실어두라고요.”
“허어!?”
데하슈람은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니까 자기가 이길 건 당연하니까 세 명 중 한 명을 보내서 짐 정리를 시켜놓는다고?’
그러는 동안에도 아자딘은 자신에게 덤빈 나가를 모닥불의 꼬챙이로 꿰어 버리곤 그대로 모닥불에 머리부터 거꾸로 처박은 뒤 다음 희생양을 찾아 이동하고 있었다.
“외람되오나 정말 훌륭한 선택을 하신 겁니다. 데하슈람 님.”
“확실히 그렇군. 샤티.”
데하슈람은 샤티의 말을 부정하지 못했다.
“이게, 전령일족이며 마왕 카자스의 제자라는 자의 힘인가. 놀랍군. 처음에 부두에서 포위했을 때 무장해제를 시키고 신왕진서 사본을 내놓으라고 했어야 했는데. 아, 아니지. 그랬다면 내 목부터 먼저 떨어졌겠지.”
부두에서 포위했을 때가 아자딘이 가장 취약한 때였지만 그때가 또 데하슈람이 가장 취약한 때이기도 했다.
“배를 준비해줘라. 빨리 그를 내보내는 게 이득이군. 접대의 관습으로 그를 대한 게 천우신조(天佑神助)였구나. 과연, 마왕 카자스가 나가 제국을 뒤흔드는 명성을 자랑했는데 그 제자답군.”
본래 데하슈람이 아자딘을 접대의 관습으로 초대한 것은 그저 아자딘을 언제든지 제거할 수 있는 약자로 보았기 때문이었다.
강자의 여유, 오만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막상 종횡무진 바다뱀 나가를 휩쓸어 버리는 아자딘을 보니 함부로 그와 싸우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샤티.”
“예. 나가라쟈.”
“그에게 전언을 전해 다오.”
“…알겠습니다.”
*********
아자딘은 바다뱀 나가들의 용사들을 상대하며 지쳐가고 있었다.
바다뱀 나가들은 무서운 힘과 투쟁심으로 스콧이 만들어낸 언데드들, 바로 조금 전까지 자신들의 동료였던 시체들을 토막 내며 아자딘에게 쇄도한다.
처음에는 그런 나가들을 시체 폭발 마법으로 조롱하던 스콧이었지만 그 마법은 마력 소모가 극심하다는 단점이있었다.
“대장. 슬슬… 마력이 떨어지는데.”
“그래. 퇴각할 때로군. 지스와의 상황은 어떻지?”
아자딘은 황제의 목소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스와와 샤티가 해안 절벽 밑 사구에 보트를 준비했다. 나가라쟈가 약속을 지키는군.]“그래? 그쪽으로 피신하자.”
아자딘은 언데드들의 장벽을 이용해 거리를 벌리며 활을 쐈다. 화살은 진작에 다 썼고, 지금은 탄궁을 이용해 바닥의 돌이나 바다뱀 나가들의 뿔, 가시 지느러미 등을 발사했다.
바닥의 돌도 큼지막한 것들은 다 쏴 버려서 이제 손에 잡히는 범위에서는 발사할 만한 돌이 많지 않다.
바다뱀 나가들의 피부와 각질이 두꺼워서 어느 정도 무게가 나가는 돌이 아니면 발사해봐야 의미가 없다.
“퇴각하지. 뒤는 막아라.”
“알겠어, 대장! 그런데 이거 쓰고 나면 나는 완전히 마력이 텅 비어 버리니까.”
스콧은 마지막으로 마력을 쏟아부어 언데드들을 광폭화시켰다. 미쳐 날뛰는 언데드들을 뒤에 남기고 아자딘과 함께 잽싸게 이동했다. 평소에 휠체어 신세를 지던 스콧이지만 달리기 시작하자 단거리는 꽤 잘 달린다.
하지만….
“헉… 헉. 사, 산소가 부족해!”
“체력이 영 별로로군.”
“근육이 많으면 헉… 헉… 산소를 많이 마셔야 하니까. 아 산소라는 건 공기를 말하는 거야, 대장. 게다가 나의 뇌는 여느 근육 못지않게….”
“말하지 말고 숨 쉬어, 숨.”
“헉헉… 노, 높은 지능은 그만큼 많은 산소를….”
“말하지 말고 숨 쉬라니까. 그렇게 떠들고 싶냐?”
아자딘은 해안 절벽의 사면을 내려가 불을 밝히고 있는 보트에 당도했다. 보트에는 지스와와 샤티가 대기 중이었다.
“샤티는 왜 나가들 사이에 안 남고?”
“그게 말이지.”
샤티는 난처해했다.
현재 그녀는 동족들이 두렵다. 신분도 낮고 임무 실패, 그리고 이종족이자 나가들의 사업을 망친 적, 아자딘에게 강제당했다고는 했지만 협력한 정황이 엿보인다.
이런 상황에서는 동족들보다 아자딘 옆이 더 안전하다.
“나가라쟈께서 이 작은 보트를 몰기 위해서 내게 마법을 가르쳐 주셨어. 내 마법이 없으면 이런 작은 보트로 노를 저어서 브투마까지 가려면 한참 걸릴걸.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함께 가는 거니까 착각하지 말라고.”
“그래? 그거 안됐네. 드디어 동족들의 품에 돌아가나 싶었는데 말야.”
“그, 그렇지? 하지만 뭐 나가라쟈의 다른 부하들을 파견할 수도 없는 일 아니겠어? 여튼 나가라쟈께서는 자기 하인의 원수를 갚아줘서 고맙다고 하셨어. 하지만 너무 과한 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가라쟈인 데하슈람은 아자딘에게 자신의 정원사의 아들을 찾아보고 못 찾으면 복수를 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설마 아자딘과 스콧 단둘이서 이렇게 많은 바다뱀 나가들을 죽일 줄은 몰랐으리라.
물뱀 부족의 나가인 데하슈람 입장에서는 바다뱀 나가들이 피를 보는 것도 좋지만 브투마 왕국도 큰 손해를 입어야 한다. 양자 공멸하는 것이 가장 좋은 그림인데, 여기서 아자딘이 나가의 군세에 상당히 많은 피해를 입혀 버린 것이다.
“어차피 여기 녀석들 나중에 브투마에 군대로 올 텐데 그 전에 미리 숫자를 줄여놔서 나쁠 거 없지. 하지만 전초기지가 여기만 있는 건 아닐 테니까 빨리 브투마에 가서 방어 준비를 하고 청건당 사람들을 조직화해야겠어. 그래서 샤티. 뭐 나가슈람에게 들은 건 그게 끝이야?”
“아니. 전언을 하셨어. 마왕 카자스는 나가 제국에서도 두려워하던 인물로 나가 제국의 반역자이기도 했는데 한창 승승장구하고 진군하던 그가 카자스 해서의 부작용으로 진군을 멈춰야 했다고 해. 당신이 쓰는 게 카자스 해서라면 그와 같은 약점을 지니고 있지 않겠냐고 하던데.”
“흠. 뭐 현재로서는 딱히 다른 선택지도 없잖아. 출발하자. 샤티.”
“아이고 대장. 한동안 난 죽었다고 생각해줘. 아무리 천재적인 지성의 별 아래 태어난 오크일지라도 너무 많은 마력을 쓴 데다가 육체로 달리기까지 했으니 이로 인해 생기는 근육들이 더더욱 내 숨통을 조이는… 헉헉….”
“말 길게 하지 말고 숨 쉬어, 숨.”
“헉헉. 으윽. 나 죽네.”
스콧은 배에 드러누워서 그대로 기절하듯 잠들었다.
‘이런 해괴한 일행이지만 동족들보다는 이들과 있는 게 안심이 된다니. 나도 미쳤나 보군.’
샤티는 쓴웃음을 지으며 주문을 시전해 배를 출발시켰다.
*********
바다뱀 나가들과의 전투로 아자딘도 지쳤는지 배에서 쓰러지더니 죽은 듯 잠들었다. 배가 흔들리건 말건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깊은 잠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잤을까?
내장이 찢어지는 듯한 복통에 아자딘이 눈을 떴다.
“으윽.”
“왜 그러십니까? 아자딘 도사.”
“배가 아파.”
“화장실 가실 겁니까? 배라서 지금 음… 스콧이 하고 있습니다.”
“뭘 해?”
아자딘이 보니 스콧이 바닷물에 들어가 있었다. 바닷물 안에서 볼일을 보고 올라오는 모양이다.
“와 대장. 이거 봐봐. 볼일을 보니까 물고기들이 몰려와.”
“…별로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인데.”
아자딘은 물속에서 볼일을 보는 스콧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꽤 오래 잤어. 배고프지? 이거 먹어. 그런데 코피 나오네?”
샤티가 건량을 쪼개서 아자딘 분을 내주었는데 그의 코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발견했다.
“음. 이거 때문에 잠에서 깼지.”
아자딘은 자신의 불완전한 화조풍월과 신왕진서 사본에서 뽑아낸 백색 마력이 충돌하며 생긴 강력한 힘의 격류가 몸 안에서 날뛰는 걸 느꼈다.
빠르게 그 격류를 분산시켜서 몸 곳곳으로 흘려보내자 아픔은 사라지고 전신에 힘이 충만해진다.
그러나… 이번엔 근육과 인대, 뼈가 스스로의 힘에 의해 삐걱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찾아오는 힘의 갈증.
아자딘은 신왕진서 사본을 꺼내서 마력이 많이 충전되어 있는 것을 골라 쥐고 힘을 흡수했다.
통증이 사라지고 안도감이 찾아들었지만 이러면 이럴수록 다음 발작 때는 더 타격이 커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카자스 해서를 포기하고 힘을 버릴 수는 없었다.
“자는 동안 이동했나? 지금 어디쯤이지?”
[벨 호다까지는 약 두 시간 정도 거리다. 브투마까지는 하루를 더 가야 하고.]황제의 목소리가 답해주었다.
“벌써 벨 호다 근처라고? 상당히 빨리 왔네?”
“내가 수류를 조종하고 지스와가 노를 열심히 저었어.”
“손이 떨어질 것 같습니다. 하하. 그래도 브투마까지는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브투마까지 바로 연안으로 가자고?”
“네. 굳이 육로로 갈 필요 없잖습니까? 배에서는 교대로 잠을 잘 수도 있고.”
“확실히, 배로 가는 게 좋겠군.”
아자딘은 지스와의 의견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 황제의 목소리가 말을 걸어왔다.
[전령 아자딘, 청원자다.]“…아.”
누군가가 근처에서 황제의 금화를 사용한 것이다.
본래 아자딘은 살라스마 인근을 담당하는지라 이곳은 다른 전령의 담당지역일 텐데….
전령일족의 내전이 시작된 탓에 부득불 아자딘에게 청원이 들어온 모양이었다.
“죽었나?”
[거부했다.]“거부? 그런 게 가능해?”
[아라엘 지파도, 원로원도 특이한 힘으로 복무의 계약을 변형시키고 있다. 아니 애초에, 지금 너희들에게 걸린 복무의 계약은 황제가 처음 만들었을 때와는 크게 달라져 있지.]“…….”
[본래는 내가 알려선 안 되는 정보다만 제대로 된 전령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으니 전령 위계 제2령인 그대에게 정보를 공개하고 맡길 수밖에.]“그러니까 복무의 계약이 바뀐 건 원로원의 횡포라 이거야? 젊은이들을 자기들 마음대로 주무르기 위해서?”
[누가 어떤 이유로 계약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는 말해줄 수 없다만 황제가 아닌 다른 존재가 이 복무의 계약을 왜곡했다는 것은 말할 수 있다. 황제 시절에는 복무의 저주라고 사람을 죽이고 남녀 가리지 않고 아이를 낳다 죽게 만드는 해악은 존재하지 않았다.]“으음. 뭐 이거 참. 승진한 보람이 있네. 그런 것도 말해주고. 그렇지만 나도 지금 브투마로 가야 하고, 브투마에서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지금 여기서 청원자 한 명의 개인 사정을 듣느라 시간을 낭비할 이유가 있을까?”
[그대도 거부할 것이냐?]“아니. 그럴 리가. 방금 데하슈람의 섬에서 나가들을 많이 때려잡았으니 어떻게 되겠지.”
아자딘이 낙천적으로 말하자 듣고 있던 샤티가 당황했다.
“그걸로 끝? 지금 당장 브투마로 열심히 달려 가자고 하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