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190
189. 슈가러시 5
“하하. 실수했구나, 전령일족. 너희들의 악명이 아주 엄청나던데 여기서 망신당하게 생겼어.”
클럽하우스로 접근한 모험가들은 아자딘을 궁지에 몰아넣었다고 확신하고 으스댔다.
하지만 아자딘 옆에 그들의 고용주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가 작정하고 고용주들을 해치기 시작하면 인명피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들은 조심스럽게 아자딘을 회유했다.
“어때? 우리 고용주들을 보내주면 널 그냥 살려보내주지.”
“흐음. 노리는 게 너무 빤히 보이는데?”
아자딘은 모험가들의 말을 듣고 미소를 지었다.
“내가 바보로 보이나?”
“…….”
“당연히 풀어줘야지.”
“응?”
고용주들, 농장주들은 갑자기 변한 아자딘의 태도에 깜짝 놀랐다. 이런 상황에서 인질이 될 수 있는 그들을 풀어주겠다니?
모두 놀라워하자 살코라는 농장주가 으스댔다
“하하. 이건 내가 고용한 모험가 중 혈마법사의 재주요. 혈액의 뭐를 조종해서 사람의 감정을 조종한다더군.”
“아….”
“심령을 조종하는 마법의 효과입니까?”
“아닌데?”
아자딘이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농장주나 모험가들은 아자딘이 마법에 취해서 그러겠거니 하면서 웃어넘겼다.
아자딘이 농장주들을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언제 그가 공격적으로 돌변할지 모르는 법. 농장주들은 창문을 통해서 빠져나갔다.
“자, 위험하니 피하십시오.”
“이제 저 전령일족을 잡을 겁니다.”
모험가들이 그리 말했지만, 몸만 피한 농장주들은 창문으로 빼꼼 내민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정도 떨어졌으면 이제 안전하지 않겠나?”
“간만에 재미있는 구경인데 보고 싶구먼.”
“투견이나 투계보다 사람 싸우는 게 재밌지. 흐흐.”
농장주들은 간만에 보는 모험가들의 싸움을 구경할 생각에 기뻐했다.
모험가들은 농장주들이 자신들의 생사를 건 싸움을 그저 오락거리로 소모하려고 하는 태도에 진저리를 냈지만 이들이 지불하는 금액이 한두 푼이 아니기에 불쾌감을 탐욕이 간단히 짓눌렀다.
“그럼 조심하십시오.”
“비록 상대는 한 놈이지만 소문의 절반만 사실이더라도 위험한 놈입니다.”
그들이 그렇게 말할 때였다.
“어, 저기.”
눈이 퀭한 남자, 살코가 고용했다는 혈마법사가 혀를 차며 말했다.
“저 녀석 마법에 안 걸렸는데.”
“뭐?”
“내 마법에 걸렸으면 녀석의 심장박동과 혈류 상태가 보여야 하는데 안 보여.”
“무슨 소리야?”
“하, 항마력이 엄청나.”
“?”
다들 그 혈마법사의 말을 듣고 의아함을 느꼈다. 그럼 저 전령일족은 맨정신으로 농장주를 놓아줬다는 건데 인질을 풀어준다는 게 말이 되나?
그때 전령일족 남자, 아자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그럼 슬슬 시작하지?”
그리고 그들의 시야에서 아자딘의 모습이 사라졌다.
-화조풍월 카자스 해서 땅거미!
아자딘의 몸이 흐릿해지나 싶더니 순식간에 블런더버스를 든 드워프에게 접근했다.
놀란 드워프가 방아쇠를 당겼지만 아자딘이 뻗은 단검이 놀랍게도 블런더버스의 발화기, 화승 장치를 막아냈다. 웬디고의 단검이 냉기를 뿜으며 화승의 불을 단번에 꺼트렸다.
“아니?!”
하지만 이 드워프도 셀 소드 조합의 A급 용병이었다. 그는 즉시 벨트에 꽂아두었던 손도끼를 뽑아 휘둘렀다.
그런데….
-캉!
그의 손도끼가 블런더버스의 화약접시를 때렸다. 아자딘이 단검으로 블런더버스를 뒤집어 드워프의 도끼를 화약접시로 유도한 것이었다.
이 드워프의 손도끼는 부싯돌로 된 돌도끼였기에 화약접시를 치자 그것만으로도 불꽃이 튀며 블런더버스가 격발되었다.
-퍼엉!
굉음과 함께 벽으로 총탄이 쏟아졌다.
그리고….
“으악!”
겨우겨우 클럽하우스를 빠져나간 농장주들이 비명을 질렀다.
야자수 나무판자로 만들어진 벽을 뚫은 총탄들은 그대로 농장주들을 덮쳐 그들에게 큰 부상을 입혔다.
“윽!?”
드워프 용병은 자신의 블런더버스가 고용주들을 다치게 하자 분개하며 아자딘에게 덤벼들려 했지만 아자딘의 주먹이 가볍게 드워프의 턱을 스치고 지나갔다.
“어….”
술과 싸움을 세끼 밥보다 좋아한다는 드워프가 꼴사납게 가벼운 주먹 한 방에 다리가 풀리며 주저앉았다. 별로 세게 친 것 같지도 않은데 실신해 버렸다.
“이 자식!”
방패와 검을 든 용병이 달려들었지만 아자딘은 가볍게 몸을 돌리며 주먹을 방패 한가운데에 때렸다.
-텅!
방패를 든 용병이 뒤로 튕겨 나가며 다른 용병들을 몸으로 덮쳤다.
모두가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믿지 못했다.
“으악!”
“이 자식! 왜 우리에게 덤벼?!”
“아. 아니… 아냐. 내 의지가 아니라. 크악! 파, 팔이!”
어느새 방패 용병의 팔이 부러져 있었다.
“뭐?”
“젠장! 이 자식!”
한 용병이 포획용 그물을 던졌다.
아무리 개인의 무력이 뛰어나도 이 인간잡이용 그물은 무술 실력과 별개의 물건이다.
곰조차 이 그물에 감기면 고통스러워하며 헐떡이다 죽을 수밖에 없는 것, 투기장에서도 그물을 쓰는 이가 가장 승률이 높다. 일대일의 싸움에서 대인그물은 그야말로 최강의 무기인 것이다.
그러나….
“바보냐?”
아자딘은 진심으로 놀라워했다. 자신들이 다수면서 그물을 던지다니.
전령일족의 신법, 땅거미를 쓰며 아자딘은 가볍게 그물의 권역에서 빠져나갔다. 엉뚱한 용병들이 그물에 잡히며 비명을 질렀다.
“야이 미친놈아!”
“꺄악! 뭐 하는 짓이야!”
“젠장! 포위해! 우리가 더 많은데 뭐 하는 거야?!”
창과 할버드, 장봉을 든 용병들이 힘을 합쳐 아자딘에게 뛰어든다. 그러나 아자딘은 당구대 밑으로 쓱 기어들어 가더니….
“으악!”
당구대 근처에 있던 다른 용병이 마치 개미지옥에 붙잡혀 끌려 들어가는 개미처럼 당구대 밑으로 사라졌다.
“끄악!”
그리고 방금 빨려 들어간 이가 장병기로 무장한 용병들에게 던져졌다. 장병기 용병들이 깜짝 놀라서 무기를 거두는 사이, 그들의 무기에 이번엔 그물이 던져졌다.
“앗?”
“젠장!”
그물이 확 당겨지며 그들의 무기가 나포되었다. 그리고… 어느새 그물을 빼앗아 던진 아자딘이 당구대 위에 올라서더니 곤봉을 던지는 게 아닌가?
“가라!”
짧지만 묵직한 곤봉 하나가 붉은빛을 뿌리며 날아들어 용병들의 얼굴을 타다닥 치고 지나갔다.
분명히 무서운 기세로 던져진 곤봉이지만 신기하게도 딱 기절할 만큼의 타격만 주고 빙그르르 돌더니 다시금 아자딘의 손으로 쓱 빨려 들어갔다.
“이 자식!”
지붕을 뜯고 위에서 보고 있던 이가 화살을 날렸지만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화살인들 제대로 박힐까?
게다가 아자딘은 가볍게 그 화살을 피하며 오히려 손을 뻗었다.
‘아니?! 저게 말이 돼?’
화살을 쏜 궁수는 기겁했다. 자신이 쏜 화살을 상대가 슬쩍 밀어서 옆의 사람에게 꽂히게 만든 것이었다.
“우리 팀한테 뭐 하는 짓이야!”
“아니, 저 자식이 화살을 휘게 했어!”
“말이 되는 변명을 해라!”
“사실이라니까.”
“이 좁은 곳에 왜 화살을 쏴?”
“나는 쏠 만한 실력이 있어!”
“못 쐈지?! 엄한 사람에게 오사했지? 쏠 만한 실력이 없는 거지, 그럼!”
“저 자식이… 아이고, 내가 말을 말지.”
서로 입씨름을 하던 셀 소드 조합 모험가들을 보며 아자딘은 당구대를 밟고 뛰어올랐다.
-퍼엉!
아자딘이 서까래와 지붕을 걷어차자 지붕 위에 있던 이들에게 재앙이 닥쳤다. 사람의 발차기 하나로 지붕이 폭풍에 벗겨지듯 산산조각이 나며 날아가고 지붕 위에 있던 이들이 죄다 안으로 굴러떨어진 것이다.
“으아!”
클럽하우스 안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젠장! 여기서 싸워선 끝이 없다!”
“탈출해!”
“밖에 나가서 포위하자고!”
모험가들은 기겁해서 클럽하우스 밖으로 튀어 나갔다.
“좋아! 젠장! 좁은 곳에서 싸우는 건 어리석었어!”
“넓은 데서 포위하자!”
“그런데 이 자식 어디 있지?”
모험가들은 클럽하우스 안이 텅 비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게?”
그들 사이에서 아자딘이 능청스럽게 클럽하우스 안을 살펴보며 말했다.
그 자세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모험가들은 으레 자기편이겠거니 하고 가만히 있었는데, 바로 옆에서 이렇게 능청을 떨 줄이야?!
“크윽. 이 자식!”
“어디까지 우릴 우습게 볼….”
분노한 모험가들이 무기를 휘둘렀지만….
-스릉!
푸른 검광이 그들의 병장기를 훑고 지나갔다. 아자딘이 등에 차고 있던 아주어 스틸 장검을 뽑아 휘두른 것이다.
이 푸른 검광에 부딪힌 일반 무기들이 깔끔하게 잘려나갔다. 어찌나 깔끔한지 무기를 휘두른 장본인들도 그 가벼운 손맛에 당황했다.
“어?”
“마, 말도 안 돼!”
“아주어 스틸?!”
모두가 깜짝 놀라서 물러났다.
“내가 우습게 봐서 불만인 것 같은데 그럼 이제부터 제대로 해줄까?”
아자딘이 푸른 장검을 그들에게 겨누자 모두 침을 꿀꺽 삼켰다. 입안이 저절로 타들어 간다. 아자딘이 칼을 빼 들고 휘두르는 걸 보고 나서야 깨달은 것이다.
‘이 자식, 지금까지 맨손으로 우리 무기만 빼앗아서 썼어.’
‘그것도… 다들 그냥 때리기만 했지 찔러 죽이지 않았어!’
‘설마 지금까지 봐주고 있었단 말야? 말도 안 돼!’
‘하지만… 아주어 스틸 장검이라고! 저걸 휘둘러대기 시작하면….’
지금까지 별다른 무기를 쓰지 않은 것만 해도 괴물인데, 저런 괴물이 강철 무기를 풀 베듯 베어 버리는 아주어 스틸 보검을 마구 휘둘러댄다면?
이곳은 삽시간에 피바다가 될 것이다.
“역시 당신들도 칼밥 먹고 사는 셀 소드들인데 너무 우습게 보는 것도 매너가 아니겠지? 진심으로 상대해줄까?”
“아, 아뇨. 외람되오나 계속 우습게 봐주십시오.”
엘프 여성이 수치를 무릅쓰고 아자딘에게 그렇게 요구했다.
“좋아.”
놀랍게도 아자딘은 정말로 아주어 스틸 장검을 칼집에 꽂아 넣었다. 그 모습을 보며 모험가들은 그제야 깨달았다.
‘정말 우리를 갖고 놀고 있었단 말인가?’
모험가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일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분노했던 마음은 싸늘하게 식고 대신 공포가 이슬을 머금은 아침 안개처럼 스멀스멀 피어올라 그들의 몸을 적시기 시작했다. 상대가 아주어 스틸 장검을 거두었는데도 다들 감히 덤벼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뭣들 하는 거냐! 이 머저리들!”
농장주들 입장에서는 환장할 노릇이었다. 비싼 돈 주고 고용한 모험가들이 고작 이 한 놈 당해내지 못하고 쩔쩔맨다.
그리고 지금, 명백히 사기가 꺾여서 이제는 도망갈 기회만 엿보는 것 아닌가. 이 자식들이 벨 호다에서 칼 솜씨 좀 있다고 어찌나 유세를 떨었는데!
그동안 농장과 마을의 치안을 엉망으로 만들면서 으스대던 놈들이 제대로 된 임자를 만나자 솔개 보고 놀란 병아리처럼 처마 밑에 숨어서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넓은 공간이니까 포위해! 아무리 대단한 녀석이라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할 거다!”
농장주의 호통에 모험가들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늦어서 죄송합니다!”
갑자기 모험가들의 뒤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란 모험가들이 뒤를 돌아보니…. 그들의 배후에 어느 틈에 가면 쓴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전령일족과 같은 새 모양 가면이다. 인원은 약 여섯 명 정도, 그렇게 많은 숫자는 아니다.
하지만 아자딘 단 한 명에게 이렇게 고전했는데 전령일족의 가면을 쓴 이들 여섯이라니.
‘모든 전령일족이 이렇게 강할 리 없어. 이자는 제2령이라고 했지? 전령일족들 중에서도 특히 강한 자일 거야.’
‘하지만 그럼 뭐? 저 녀석들의 힘을 확인하고 싶어? 난 사양이다.’
‘나도 사양….’
이미 아자딘에게 호되게 혼난 모험가들은 감히 여섯 명의 새로운 전령일족에게 도전해 그들의 실력을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증원은 그뿐만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