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21
20. 아트라 추종자 2
“데릭, 당신 권한이 맞아?”
“무슨 소리야. 내가 월권을 한다는 거냐 지금?”
“아니 적어도 지역장에게 직접 줘야 할 것 같은데. 게다가 여기 오면서 불온한 녀석들을 봤거든.”
“불온한 녀석들이라니?”
“카젤 백작의 사생아 중 한 놈인데 용병단을 끌고다니면서 관문 마을을 약탈한 놈이거든? 그놈의 용병단에 쿠르트 사교도들이 있어.”
“그 녀석들이 무서워서 여기로 피신해왔다 이거냐?”
“그런 건 아니지만 결국 놈들이 공격해오겠지.”
“하아, 그게 어떻다고? 내가 비록 네놈 여동생에게 당해서 몸이 엉망진창이지만 전직 전령이다. 그리고 여기 있는 네 동기 녀석들도 어지간한 용병 나부랭이들 따위는 상대도 되지 않아.”
“그야 그렇겠지만. 코라사르 보부상 조합 사람들이 너무 잘싸우더라 하는 소문이 나는 것도 안 좋지 않을까?”
아자딘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야. 우리가 신왕진서 사본을 충분히 지킬 수 있으니까 지금 넘겨라! 운좋게 한 장 얻은 걸 무위로 돌리고 싶지 않으면.”
“아니, 별로 넘겨주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나중에 지역장이랑 상의해보지.”
“이 자식… 약올리나. 네놈의 능력으로는 그 신왕진서를 지킬 수 없잖냐! 지난 3개월간 전령다운 일은 하나도 하지 않고 놀지 않았나!”
데릭이 아자딘에게 분개했다.
“아니 했는데? 여기저기서 사람들을 구조하는 일을 했지.”
“멍청한 놈! 누가 그런 일을 말하는 거냐? 경쟁 길드를 작살내고 우리에게 거슬리는 놈들을 암살해야지! 우리가 유통하는 물건의 시세를 조정하기 위해 남의 창고에 불을 지르고!”
“…….”
아무래도 아자딘이 말하는 전령다운 일과 데릭이 말하는 전령다운 일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았다.
“이 정도까지 견해 차이가 심하면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도 모르겠군. 됐어. 어쨌건 너에게 신왕진서 사본은 내주지 않을 거야.”
“건방진 놈. 넌 나보다 2년 후배지 않냐? 감히 선배의 말에 토를 달아?”
그렇지 않아도 아라엘에게 패해 은퇴해야 했던 데릭이었다. 아라엘의 혈육인 아자딘이 곱게 보일 리가 없다.
그런데 이렇게 미운 짓만 해대고 있으니….
하지만 데릭과 아자딘이 언성을 높이며 험악해지는 그때 갑자기 밖에서 소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
역참 마을은 살라스마 백작의 녹봉을 받는 기사, 제란 경이 다스리고 있었다.
본래 인근 남작가의 자제로 그의 나이 이제 25세. 한창 때의 나이이지만 아버지는 죽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아버지의 후처가 얻은 자식도 15세를 넘어서서 그는 점점 불안해지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정식 후계자이지만 이러다가 후처의 베갯머리 송사에 홀딱 넘어간 아버지가 자신은 왕의 교회에 출가시켜 버리고 동생에게 영지를 물려주는 게 아닌가 그런 걱정에 시달렸다.
이 걱정을 달래기 위해서는 축재, 축재, 또 축재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는 역참 마을의 관문을 지키면서 오가는 상인들이나 여행객들에게 적당히 뇌물을 받고 있었다. 뇌물을 받으면 관세를 은근히 면제하거나 할인해 주고 통과 절차도 간단히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해질 무렵 한 무리의 용병단을 이끄는 젊은 기사가 들어왔다.
카젤 백작의 사생아인 타르키와 그 휘하 용병단이었다.
“뭐야? 무장병력이잖아? 너무 많아. 해 질 무렵이니까 오늘은 밖의 여관에서 쉬든지 공터에 야영하든지 하고 내일 오쇼.”
제란 경은 까다롭게 굴었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이게 정석이긴 하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뇌물을 제시하기 마련. 과연 타르키는 제란 경에게 뇌물을 슬그머니 건넸다.
“그, 그러지 말고 이거라도 받아주시지요.”
“험험. 타르키 경. 곤란하오. 당신도 기사인데.”
그것도 현재 고용주인 백작의 사생아 아닌가.
“아니 거 잘못하면 저희 둘 다 왕의 교회로 출가당하지 않겠습니까? 동병상련의 처지니 받아주십시오.”
“음, 그렇다면야.”
제란 경은 뇌물을 받고 타르키의 일행이 관문 안으로 들어오는 걸 허용했다. 그런데 그들이 안에 들어온 그 순간이었다.
-촤악!
갑자기 선혈이 길가에 흩뿌려졌다.
“응?”
제란 경은 병사들이 쓰러지는 걸 보며 의아해했다. 문 좌우에 서있던 문지기 병사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진다.
그리고 자신의 눈 앞에는 쌍검을 빼든 용병대장.
놀랍게도 이 용병대장이 양옆으로 칼을 휘둘러 한칼에 한 명씩 병사를 제압한 것이다.
“어?”
깜짝 놀란 제란 경이 놀라서 허둥지둥 칼을 뽑으려 했지만 이미 쌍검을 빼든 용병대장이 달려들어 제란 경의 머리를 검으로 후려 갈겼다.
-텅!
투구에 격중하며 눈앞이 번쩍인다. 둔중한 아픔과 함께 몸에 마비가 찾아왔지만 그래도 제란 경은 정식 기사. 양손으로 허리에 찬 롱소드의 가드를 잡고 앞으로 밀며 칼집에서 뽑지 않은 채로 우선 폼멜로 찌르기를 먹였다.
용병대장이 뒤로 물러나며 제란 경의 턱을 노리고 검을 올려친다.
“윽! 이놈들이!”
제란 경이 공격을 피하고 검을 뽑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 와중에 이미 관문 안으로 난입한 용병대가 병사들을 습격하고 있었다.
게다가….
-퍽!
타르키가 롱소드를 휘둘러 제란 경의 무릎 뒤 오금 부분을 강타했다. 갑옷이 접히는 부분을 노린 공격이라 제란 경은 다리가 시큰거리는 걸 느꼈다.
‘이, 인대가….’
또다시 날아든 쌍검이 투구의 틈으로 찔러들어와 제란 경은 그만 즉사하고 말았다.
“이봐! 이렇게 무지막지하게는….”
타르키는 기겁했다. 그는 제란을 억류할 생각이었지 죽일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그가 무력화시키는 사이 저 용병대장이 제란 경을 살해해버린 것이다.
상당히 큰 마을인데 대놓고 관문을 암습해서 지키던 기사를 죽여 버리다니? 제정신인가?
이런 무도한 짓을 벌이면 순식간에 국적이 되어 모든 적들에게 공격당하게 된다. 귀족들 간의 토지분쟁이나 명예 결투가 아니라 무차별 공격이라니?
“잘하셨습니다, 도련님. 실력이 대단하시군요.”
“이 자식 제정신이냐? 이래서는….”
타르키도 꼼짝없이 반역자가 되게 생겼다.
“안심하십시오. 이 정도는 해야 약탈할 거리가 많지 않겠습니까? 틀림없이 엄청난 재산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용병대장은 비열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관문 입구 근처에 캐러밴들이 야영하는 야영지가 보인다.
“상인들인가. 약탈하려면 저쪽을 털어 버리는 게 우선이겠지만….”
그가 원하는 건 관문의 통제다. 신왕진서를 찾을 수 있는 마법의 완드를 잃어버린 지금, 그는 일단 이 관문을 완전히 장악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 역참관을 처치하고 손에 넣읍시다. 지금 당장 상인들을 약탈하려고 해서 상인들의 경비병들과 싸울 필요는 없습니다. 우선 이 마을의 제어를 손에 넣는 게 중요합니다.”
“우리만으론 무리야! 관문 하나는 기습으로 땄지만 여기는 관문이 세 개나 있어!”
“염려 마십시오. 우리 쪽 전력은 그 이상이니까.”
용병대장은 그리 말하고 손을 벌렸다. 그의 손에 작은 검은 반점 같은 게 꿈틀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뭐?”
“거, 거미다.”
아주 작은 거미들이 뭉쳐서 꿈틀거리고 있다. 그는 그 거미를 후 불어서 자신의 부하들에게 보냈다.
“어?”
“히익!?”
“저, 저리가!”
용병들이 놀라서 피하려 했지만 용병대장이 날린 거미들은 허공에서 춤추며 용병들의 몸에 닿았다.
“뭐?”
“시, 실이 이어져 있어?”
그 순간 용병들은 이 실이 자신들의 몸에서 나온 것임을 깨달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어?”
“언제?”
그들은 자신들의 몸에,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등에서 어느새 좁쌀만 한 작은 거미들이 우글우글 쏟아져 나오는 걸 알아챘다.
방금 용병단장이 날린 거미가 아니다. 그것보다 훨씬 많은 수가 이미 그들의 몸 안에 있었던 것이다.
“너희들은 그걸 떨칠 수 없을 거다. 이미 오래전부터 사실 너희의 피와 살을 먹고 자란 놈들이거든.”
“어.”
“으악!?”
“사, 살려!”
용병들이 기겁해서 몸에서 나타난 거미를 떨궈내려 했지만 그들의 체모 속에서 계속 거미들이 나타난다.
피부 속에 파묻혀 있던 놈들이 피부 밖으로 모습을 드러낼 동안 모르고 있었다니?
그리고 용병대장이 보낸 거미가 그 거미무리에 닿자 거미들이 은은한 녹색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마치 용병대장이 보낸 거미가 불씨를 전달한 것처럼.
용병들의 몸에 나타난 거미들이 일제히 녹색 빛을 발하더니 다시금 그들의 몸 안으로 파고들었다.
“아!?”
“아프지 않아?”
“말했잖냐. 이미 오래전부터 너희들의 피와 살을 먹고 자랐다고. 그 거미들은 이제 너희 일부다. 그리고 지금 이걸로….”
용병대장은 그리 말하고 바닥에 떨어진 시체를 차올렸다. 그것은 관문을 지키던 병사의 시체였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시체를 차서 지면에서 띄운다는 건 보통 인간에겐 불가능한 일이다. 하물며 갑옷을 챙겨입은 병사의 시체다. 그 장비 무게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그런데도 그는 마치 작은 가죽공을 차올리듯 간단히 머리 높이까지 시체를 차올렸다.
쌍검이 번뜩이자 그 시체가 토막났다.
무시무시한 괴력이다.
“이제 너희도 이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다.”
“어….”
“힘이 넘친다.”
용병들은 자신들의 몸에도 괴력이 넘쳐흐르는 걸 느끼며 경악했다.
“그렇지?”
“예.”
“그, 그렇지만.”
“저항할 거냐? 그것도 좋겠지.”
용병대장이 휘파람을 불자 모든 용병은 갑자기 자신들의 몸 안에서 휘몰아치는 격통에 기겁했다.
“끄악!?”
“아, 아파!”
“사, 살려!”
“이제 이해했겠지?”
용병대장이 휘파람을 멈추자 모두의 통증이 씻은 듯 사라졌다.
“너희의 목숨은 내게 달려 있다. 그럼 빨리 가서 역참관을 제압하자. 일부는 나뉘어서 관문을 제압하고….”
용병대장은 용병들을 나누어서 관문과 역참을 습격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타르키는 그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이제 보니 네놈, 쿠르트 사교도구나.”
“아, 그걸 이제야 깨닫다니 참 영특하시군요.”
“크윽.”
“뭐 협력합시다, 협력. 당신도 왕의 교회에 그냥 끌려가긴 싫지요? 적당히 한밑천 챙기고 당신을 싸지르고 내팽개친 백작에게 복수하는 겁니다. 나도 신왕진서 사본을 얻어서 좋고. 서로 좋은 게 좋은 거 아닙니까? 어차피….”
용병대장이 휘파람을 불자 타르키는 다시금 배가 아파오는 걸 느꼈다.
“으아아악!”
“당신에게 선택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쿠르트 신족도 아주 말이 안 통하는 이들만 있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왕의 교회보다 더 융통성이 있다니까.”
“크윽… 이 개자식!”
타르키는 분개했지만 이미 거미가 몸에 파고 들어간 지금으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
“원 세상에. 난리 났군.”
아자딘은 마차 위에 사다리를 들고 올라가서 그 위에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동쪽 관문이 함락당했다. 그놈들이야.”
아자딘의 예상대로 쿠르트 사교도인 용병단이 역참 마을을 정말 습격하기 시작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