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23
22. 아트라 추종자 4
아자딘은 그런 미디암의 요구에 코웃음 쳤다.
“널 종사로 받으면 오늘 여기서 있었던 일도 내 책임이 되잖아. 하인들이라고 무작정 두들겨 패다니. 걔들 뒤에 사반 가가 있다는 건 모르지 않았을 텐데? 혹시 나와 사반 가를 서로 싸움 붙이려고 그런 거냐?”
“아, 아니 그, 그런 게 아니라요.”
미디암은 아자딘이 그렇게 추궁하자 당황했다.
“저는 그저 그들이 당신을 너무 무시하고 모욕하기에 참을 수가 없었어요.”
“물론 그건 고맙다. 다만 그게 계속 고마운 채로 남으려면 너는 내 종사가 되어선 안 돼. 에타르의 미디암으로서 저들을 두들겨 팼다면 내가 너에게 고마워해야 하지만 나의 종사로서 저들을 두들겨 팼다면 내가 네 버릇을 고쳐줘야 하지. 엎어두고 볼기짝이라도 때려야 할걸?”
“윽, 너무해요. 휘브리스의 백성들에겐 그렇게 다정하면서 왜 제게는?”
“그야 너는 백성이 아니니까?”
그때 아자딘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황제의 목소리가 말을 걸어왔기 때문이었다.
[청원자가 나타났다. 하지만….]“죽었나? 방향은?”
[서쪽이다. 아, 방금 숨이 끊어졌다.]“제길.”
아자딘은 서쪽 관문을 향해 달려가 보았다. 그곳에는 이미 끔찍한 학살극이 펼쳐져 있었다. 병사들이 살해당하고 마물화한 용병들이 시체를 뜯어먹고 있었다.
“크르르륵!?”
“고기?”
이미 마물화가 심하게 된 용병들은 네 가닥의 거미 다리가 몸에서 돋아나 있었다.
“아까 전엔 두 개였는데.”
“시간이 지나면 점점 더 크게 변화하는 것 같다.”
아자딘은 망토를 벗어 팔에 둘렀다.
“너희들은 불을 준비해.”
아자딘은 그리 말하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크르르르!”
이미 거미 마물로 변한 용병이 덤벼들었다. 하지만 아자딘의 제공권에 들어간 순간 그가 전광석화 같은 발차기로 용병의 턱을 차올렸다.
-빡!
어찌나 빠른지 흐릿한 그림자가 지나가는 것 같은데 용병의 목이 부러지며 뒤로 나뒹굴었다. 경추가 부러지고 신경이 끊기며 용병의 몸이 경련을 일으킨다.
하지만 이 공격은 아자딘에게도 무리가 좀 있었다. 단번에 너무 엄청난 힘을 발휘하다 보니 공격의 발출과 회수까진 빠르게 되었지만 몸이 그 힘의 여파를 가누지 못하고 흔들린다.
그 틈을 노리지 않고 다른 거미 용병이 날아든다.
“흡!”
아자딘은 허리에 차고 있던 곡도를 뽑아 들어 휘두르며 자신은 힘이 다한 팽이처럼 쓰러졌다.
-쫙!
거미 용병의 팔과 거미 다리가 잘려나가며 피를 뿌렸다. 아자딘은 지면에 쓰러지자마자 굴러서 그 쏟아지는 피들을 피해 일어났다.
순식간에 마물화한 용병 둘을 쓰러뜨렸지만….
“키익!”
“켈록….”
용병들은 기침을 하면서 일어났다.
목이 부러진 용병은 신경계를 대신하기 위해서인지 목에 거미들이 들끓고 있고, 팔이 잘린 용병 역시 잘린 단면에 거미들이 들러붙어 출혈을 막고 있었다.
둘 다 즉사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처를 입었음에도 살아난 것이다.
“조각내서 절단시키면 되는 것 같군.”
아자딘은 그 모습을 보고 힐끔 시선을 돌려 방금 휘두른 곡도를 살펴보았다. 날이 조금씩 깨져 있었다.
단칼에 팔과 거미 다리 두 개를 절단한 대가다.
“흠.”
아자딘은 다시금 칼날을 반전시켜 정방향으로 칼을 쥐었다.
“키엑!”
“크악!”
거미 용병들이 다시금 달려든다. 손에는 무기를 집어 들고 거미의 다리를 휘두르며 돌진해오지만 아자딘은 자세를 낮춘 뒤 움직였다.
-어스름!
그의 몸이 흐릿해지더니 어느새 거미 용병들 사이를 빠르게 지나갔다.
거미 용병 중 한 놈은 허리가 절단되어 두 동강 나고 다른 한 놈은 절반 정도 잘렸지만 거기서 칼이 부러져 몸에 박혀 버리고 말았다.
“이런. 잘 쓰던 칼인데… 결국 여기서 부러지는군.”
아자딘은 반토막만 남은 칼을 붙잡고 혀를 찼다.
허리가 절단된 용병은 꿈틀거리며 지면을 기어 다니기 시작했지만 절단면이 너무 커서 결국 사망했다. 다만 몸통에 칼이 박힌 용병은 그대로 상처를 무시하고 아자딘에게 뛰어들었다.
그 순간 갑자기 놈에게 화살이 날아와 명중했다.
-벽뢰(霹雷)!
전기 불꽃이 튀며 순식간에 거미들을 튀겨 버렸다.
“끼아악!”
용병이 허우적거리며 쓰러지더니 일어나질 못 한다.
“역시! 불에 약하면 전기에도 약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들 안에 있는 거미들이 작으니까….”
미디암은 그렇게 말했지만 순간 현기증을 느끼고 휘청거렸다. 그녀가 쓰러지려 하자 깜짝 놀란 이스마일이 부축하려 했지만 아자딘이 더 빨랐다.
아자딘은 발을 들어서 미디암을 받쳐 쓰러지지 않게 했다. 마치 썩어서 쓰러지는 문짝을 지탱하는 듯한 자세였다.
“조심해라. 화조풍월은 무색 마도서. 전기를 일으키는 벽뢰 같은 마법은 효율이 너무 나빠. 마도서 안에 있다고 해서 막 써도 되는 게 아니지. 그래도 네 나이에 벽뢰를 쓰는 건 대단하군. 과연 에타르야. 감탄했다.”
“!”
미디암은 그 말을 듣고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렇죠? 제 나이대에서 벽뢰를 쓸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요. 후후. 이 미모에 이 재능, 참 스스로 생각해도 전 죄 많은 여자예요.”
“좀 쉬어라. 마법을 너무 써서 머리가 아픈가 보군.”
아자딘은 미디암을 칭찬해주고 바닥에 떨어진 용병들의 무기를 회수했다.
“그럼 거미에 불을 붙일까?”
아자딘은 주위에서 건초를 몇 움큼 모아 시체에 뿌리고 횃불로 지졌다. 건초들이 순식간에 타서 시체에는 그을린 화상 정도만 입힐 뿐이지만 거미들에게는 충분히 치명상이었다.
“이런 처리방식은 훌륭하지만 한 번에 적이 많이 나오면 어쩌시렵니까?”
이스마일이 냉정하게 물었다.
두 놈까지는 괜찮다. 하지만 그 이상은?
아자딘은 마법을 못 쓰니 체술만으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다.
그런 아자딘이니 더더욱 마법을 쓸 줄 아는 종사들을 필요로 하지 않겠는가?
“이제 그만 저희를 종사로 받아주시는 게….”
“할 수 있을 만큼 해보는 거지. 뭐 만리타향에서 만난 일족들이 설마 날 무시하진 않겠지?”
아자딘은 끝끝내 그들을 종사로 받아들이는 걸 거부하고 바닥에 떨어진 용병들의 무기를 집어 들었다.
이것들도 상태가 좋지 않다. 용병들이 쿠르트 신족의 거미에게 오염되면서 생긴 괴력을 휘둘러 손상된 상태다.
“도끼나 할버드가 차라리 낫겠군.”
아자딘은 그 무기를 챙기고 서쪽 관문으로 향했다.
*********
서쪽 관문은 살육의 장으로 변해 있었다. 일단 피를 보기 시작한 용병들은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살육을 하고 인육을 탐하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그들의 몸은 더욱더 빨리 변이되어 어느새 거미 다리가 여섯 개나 등에서 돋아나 있었다.
그런 그들을 용병대장과 타르키가 지켜보고 있었다.
“이봐, 이거 괜찮은 거야? 신왕진서 사본을 찾는다면서? 그러면 좀 더….”
타르키는 용병대장에게 따지고 들었다.
“음. 뭐 예상과는 좀 다르지만… 잘되고 있군.”
“잘되고 있다니! 이봐, 이런 식이면 신왕진서를 가지고 있는 놈이 여기 마을에 올 리가 없잖아? 겉으로 평화로운 모습이어야 사람들이 올 거 아냐?”
“시체는 치우면 된다. 얼른 저항세력을 쓰러뜨리고 치우면 되지.”
용병대장은 그리 말하며 시체들을 지나가다 문득 지면에 그려진 삼각형을 발견했다.
“이건 뭐지?”
“땅에 삼각형….”
삼각형 주위에 피가 묻어 있고 죽은 시체를 용병이 뜯어먹고 있었다. 타르키가 문득 놀라서 중얼거렸다.
“금화의 악마?”
“금화의 악마라면, 황제의 전령 말인가? 전령일족?”
용병대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생각해 보니 신왕진서 사본은 전령일족들 때문에 세상에 뿌려졌다고 했지? 그들이 혈안이 되어 찾고 있겠군. 어쩌면… 전령일족이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어.”
“설마 금화의 악마와 싸우려고?”
타르키가 당황해서 물어보았다.
“물론. 생각해 보니까 우리 야영지에 침입해서 깔끔하게 우리 물건을 훔쳐 달아나는 놈이라면, 그놈들 외엔 드물 거야. 일반적인 좀도둑으론 어림도 없는 일이지.”
용병대장은 그리 말하고 시체를 뜯어먹고 있는 동료 용병을 걷어찼다. 그러자 용병이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었다.
“어디 보자. 금화가 없군. 썼나? 썼다면 잘된 일이지. 전령이 찾아올 테니까.”
용병대장은 그리 말하고 웃었다.
“상대가 언제 올지 안다면 이쪽이 유리하다. 함정을 파둘까?”
그러나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용병대장의 머리에 화살이 날아왔다.
“이런.”
용병대장은 어렵지 않게 그 화살을 손으로 잡아서 막았다.
“재미있군. 너무 빠르잖아? 역시 저놈들도 우리 행보를 주시하고 있었군.”
용병대장이 화살을 집어던지자 또 다른 화살이 그의 안면을 향해 날아들었다.
“소용이 없는 걸 보고도 모르겠냐?”
용병대장이 비웃으며 날아드는 화살을 붙잡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화살대가 미끄럽다. 기름이 잔뜩 발려 있어서 화살을 붙잡는 것으로 멈춰 세울 수 없게 된 것이다.
게다가 첫 번째 화살보다 강하다. 아마도 첫 번째 화살은 일부러 방심하라고 약하게 쏘고 두 번째 화살은 제대로 갈긴 모양이었다.
“윽?!”
-퍽!
화살이 미끄러지며 용병대장의 안면에 정확하게 박혔다. 눈알과 눈알 사이 미간이 부서지며 양쪽 눈 모두 제어를 잃었다. 안구를 움직여 초점을 잡아주는 근육, 내안근이 끊어져 버린 것이다.
그와 동시에 매의 가면을 쓴 남자가 질주하며 달려온다. 깜짝 놀란 타르키는 칼을 잡았지만….
‘어? 그런데 내가 이놈들을 굳이 지켜주어야 하나?’
타르키가 망설이는 걸 본 남자는 그를 피해서 용병대장에게 뛰어들었다.
검이 번뜩이며 용병대장의 목을 노린다.
-콰작!
그러나 날아간 것은 칼날뿐. 오히려 용병대장의 가슴에서 돋아난 거미 다리가 달려든 남자의 가슴을 꿰뚫었다.
“하, 이게 황제의 전령인가. 재밌는 놈이네.”
용병대장이 으스대며 거미의 다리를 좌우로 움직였다. 상대를 꿰뚫은 다리를 움직여 상처를 찢어 버리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투툭!
거미 다리가 떨어져 나갔다.
“…….”
분명 남자의 가슴을 꿰뚫었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격돌로 이미 용병대장의 거미 다리가 절단되어 버린 것이다.
잘려져서 힘을 잃은 거미 다리가 눈앞 남자의 가슴, 가죽 갑옷에 걸려서 매달려 있을 뿐이다.
“너도 재밌는 놈이군, 사교도.”
“이런 썅.”
용병대장이 거미 다리를 몸에서 뽑아내고 스스로도 검을 뽑으려 했지만 상대가 더 빨랐다.
매의 가면을 쓴 남자는 용병대장의 허리에 차고 있던 칼자루에 손을 뻗어 칼을 뽑아냄과 동시에 반대 손으로는 어퍼컷을 날렸다.
-빠각!
단 일격에 턱뼈가 부러지고 의식이 날아간다. 하지만 용병대장은 즉시 의식을 회복했다. 그의 몸 안에 기생하고 있는 거미들이 기절한 육체를 척수반사로 깨운 것이다.
“괴물인가!”
명백한 괴물인 용병대장이 오히려 이 전령의 힘에 놀라워했다. 그는 전신의 힘을 끌어모아 거미 다리를 뻗었다.
두 개는 등 뒤로 보내 지면을 찍어 몸이 쓰러지지 않게 지탱하고, 나머지 두 개는 앞으로 보내 눈앞의 적을 공격한다.
그러나 눈앞에서 적이 사라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