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242
241. 신참 성기사 아자딘 2
일반 저수지는 벌레와 진흙이 꼬이지만 구덩이에 모래와 자갈을 채워 만든 저수지는 물이 더럽혀질 걱정 없이 빗물을 상당량 저장할 수 있었다.
물론 일반적인 저수지보다 건설비가 훨씬 많이 들지만 진사 광산 같은 곳에서는 깨끗한 상수원을 구하기 위해서 투자할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놀랍군. 지금까지의 소대장들과는 격이 다른 녀석이다. 이게 황제의 전령인가?’
시비 걸려고 온 병사들은 아자딘의 업무처리 능력에 놀라워했다. 그런데 그때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이 여자가 병사라고? 킥! 농담이겠지?!”
병사들이 카밀라를 발견한 것이었다.
대도시의 셀 소드 중에도 여자는 드물지 않다. 여성 암살자, 여성 전투원, 주술사 등등 꽤 많기에 여성 전투요원에 다들 익숙하다.
그러나 이런 시골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야. 예쁜데, 아가씨? 허리에 찬 그 칼은 뭐야? 과도 치곤 너무 큰데?”
“이봐. 긴 밤 보내는 데 얼마면 되지?”
병사들은 즉각 카밀라를 희롱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카밀라가 혀를 찼다.
“야. 너희들. 뒤에 일어날 일은 생각하고 이빨을 연주하는 거냐?”
“어쭈? 화난 얼굴도 귀여운데?”
그 모습을 본 아자딘은 힐끔 분대장들을 보았다. 분대장들은 아자딘이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한지 그냥 이 상황을 내버려 두고 있었다.
‘이거 참 어쩔 수가 없군.’
소대장인 아자딘이 이런 일에 직접 나서면 점점 통솔력을 잃게 된다. 병사들끼리의 사소한 분쟁을 일일이 간섭하면 병사들은 아자딘을 더더욱 싫어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에는 말을 잘 듣는 중간 관리가 이들을 조율해 줘야 하는데 아자딘의 부관인 맥도갈도 아자딘을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게 문제였다.
“그만. 그녀는 뛰어난 척후다. 쓸데없이 그녀를 모독하면 가만두지 않겠다.”
아자딘이 그렇게 말하자 병사들은 키득키득 웃었다.
“네네. 알겠습니다. 소대장님의 이거라고 생각하겠습니다.”
병사들이 새끼손가락을 펼치며 낄낄대자 쿤타치가 성큼 걸어 나왔다. 쿤타치는 머리를 벅벅 긁적이며 누나에게 물어보았다.
“누나. 얘들 뭐라고 하는 거야? 설마 누나 놀리는 거야?”
“죽이진 마.”
“역시 놀리는 거 맞았지?! 이 자식들!”
그 순간 쿤타치가 달려들어 방금 쳐웃고 있던 병사에게 주먹을 날렸다. 깜짝 놀란 병사가 팔을 들어 방어했지만 쿤타치의 주먹은 그 팔을 뚫고 얼굴까지 들어갔다.
“끄웩!”
병사가 허공에 붕 뜨더니 곧 지면을 나뒹굴었다.
“이, 이 새끼가!”
다른 동료 병사들이 무기를 빼 들려고 했지만 그 순간 쨍 하고 그들의 칼자루에 돌이 명중했다. 아자딘이 돌을 던져 그들의 병장기를 때린 것이다.
골반 전체가 쩌렁쩌렁 울리고 아랫배가 아릴 정도로 강력한 충격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모두 그만. 너희끼리 싸움에 날붙이를 빼 들면 즉결 처분하겠다. 쿤타치. 너도 진정해.”
“으어엉. 아자딘. 나 진정했다. 진정. 때리지 마라.”
쿤타치가 손을 들고 얼굴을 가리며 겁먹은 태도를 보인다.
‘남들이 보면 내가 평소에도 널 때리는 것처럼 보이잖아.’
아자딘은 과할 정도로 겁을 집어먹은 쿤타치의 태도에 당황했지만 주위 사람들에게는 아주 효과적인 위협이었다.
저 크고 무시무시한 거한이 아자딘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 그것은 아자딘이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님을 반증하고 있었다.
“카밀라. 동생을 말리진 못할망정 부추기면 안 되지.”
“말렸어. 죽이지 말라고 했잖아. 그 정도면 충분히 말린 거지.”
“안 놀린 거라고 변호해 줬어야지.”
“쿤타치를 상대로 그런 거짓말을 하면 안 돼. 애가 머리가 나빠서 그런 상황에서 거짓말하면 점점 자기 직감을 못 믿게 된다고. 우리 엄마가 그런 식으로 편한 대로 막 거짓말하고 애의 직감을 부정했다가 애가 망가졌는데 날 보고 그 짓을 하란 말야?”
“그건 확실히 문제가 있군. 알겠다.”
아자딘은 카밀라의 변명이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는 걸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머지 병사들은….”
“퉷!”
쿤타치에게 주먹을 맞은 병사가 침을 뱉었다. 그러자 바닥에 피와 이빨이 쏟아져 나온다. 치아가 세 개나 부러졌다.
“뭐 하는 겁니까, 소대장님! 저놈이 날 때렸다고요! 그런데 저놈만 편드시는 겁니까?”
“쿤타치는 원래부터 좀 그런 병을 앓고 있어. 그래서 내가 경고했잖아. 자업자득이다, 병사.”
“윽. 이 영혼 없는 불경자 새끼가!”
쿤타치에게 맞아서 이빨이 나간 병사가 분개하며 단도를 뽑더니 아자딘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버나드가 주문을 외웠다.
“읍!”
달려들던 병사가 자신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입안의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거미 형태로 변하더니 그 다리가 볼살을 찢고 튀어나왔다.
분명히 액체로 이뤄진 피인데 마치 쇠꼬챙이처럼 강한 힘으로 그의 입안을 통째로 찢어발겼다.
“끄아악!”
“히익!?”
병사들은 그 끔찍한 모습에 경악했다.
그때 황금색 불꽃의 유성이 병사의 입을 가르고 지나갔다. 아자딘이 아우렐리아 던을 휘둘러 기가 막히게 피의 거미만을 베어 버린 것이다.
“버나드. 무슨 짓이냐?
“허허. 아자딘 소대장은 너무 마음이 착하신 것 같아서 주제넘게 참견했소. 콜록콜록. 벌을 주시오. 달게 받겠소.”
“음. 괜찮나?”
아자딘은 쿤타치에게 맞고 버나드에게 입안 볼이 완전히 찢어진 병사를 살펴보았다.
볼살이 완전히 날아간 끔찍한 모습이었지만 아자딘은 그 상처를 보며 붕대를 풀어 얼굴을 감싸 주었다.
“경상이군.”
“?!”
“네?!”
다른 병사들은 아자딘의 태연한 태도에 기겁했다.
“버나드. 주제 넘게 나선 죄로 일주일 동안 근신이다. 그동안 이 자식 치료해 놔.”
“알겠소이다. 클클. 아자딘 대장은 관대하시구려. 이런 놈도 치료해 놓으라니.”
“원래 내가 좀 관대하지.”
“…….”
보고 있던 병사들은 이제 아자딘과 카밀라, 버나드가 결코 만만치 않은 인물이라는 걸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아마도 버나드가 일부러 끼어든 것도 이곳에서 자신이 얕보이지 않도록 기선 제압할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가뜩이나 몸이 허약한 버나드로서는 병사들에게 존중받기 위해서 과하게 자신의 능력을 어필할 필요가 있었다.
‘원참. 부하라고 있는 게 하나같이 다들 문제아들뿐이군.’
아자딘은 자신의 앞날이 순탄치 않음을 느끼고 혀를 찼다.
“그럼 취임인사는 이 정도로 할까? 뭐 더 준비한 거 있나? 더 있으면 지금 꺼내 봐.”
아자딘이 병사들을 돌아보았다.
본래 버밀리온 요새 병사들은 신임 소대장인 아자딘을 골탕 먹이고 기선을 제압하려 했지만 아자딘 일행의 폭거가 그들의 상상을 가볍게 뛰어넘어 버렸다.
다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서 그들의 실질적인 두목인 리전과 칼란의 눈치만 살필 뿐이었다.
“없는 것 같군. 그럼 오늘은 쉬도록. 해산.”
아자딘은 병사들에게 해산을 명했다.
전임소대장들이 연거푸 살해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기사단은 사실상 요새의 병사들을 용의선상에 올려 두고 있었다.
하극상으로 장교가 살해당하는 일은 이런 오지의 요새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니 말이다.
그래서 기사단은 언제 죽어도 좋을 인적 자원, 즉 아자딘을 버밀리온 요새에 보냈다.
하지만 병사들이 기선을 제압하려고 아자딘에게 시비를 거는 걸 보면 병사들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서 소대장을 살해했을 확률은 낮다.
‘날 죽이기로 처음부터 결정되었다면 굳이 시비를 걸어서 소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지. 잘 때 죽이거나 독살하는 쪽이 빠르니까.’
병사들이 시비를 걸어 온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내가 말이 통하는 상대일지, 자신들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을 만큼 심약한지 확인하려고 했겠지. 그게 아니면 별생각 없이 그냥 시비 거는 게 그들의 본질이라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리전과 칼란이라는 두 분대장은 보아하니 생각 없는 놈들 같지는 않았다. 코멕이라는 놈은 좀 생각이 짧아 보였지만 실질적인 병사들의 두목은 리전과 칼란일 것이다.
‘일단 재고부터 확인해 봐야겠군.’
아자딘은 맥도갈을 불렀다.
“요새의 물자 재고를 파악해야겠으니 장부를 가져와.”
“이게 장부가 무려 반년 치 비어 있는데요?”
“상관없어. 그 전, 이 요새가 제대로 운영될 때의 물자 입출입 양을 살펴보려고 그러는 거니까. 한 달에 얼마만큼의 물자가 들어오고 얼마만큼이 나가는지 알아야 지난 반년간의 공백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지 않겠어?”
“그런데… 음. 대단하군요.”
맥도갈은 솔직히 아자딘에게 감탄했다.
“뭐가?”
“아니, 저놈들 딱 봐도 지금 대장을 엿 먹이려고 벼르고 있는 놈들 아닙니까. 사실상 여긴 호랑이 아가리나 마찬가지입니다. 음식에 독을 탈 수도 있고, 잘 때 습격할 수도 있고. 그런데 지금 재고를 파악하자는 건 저들을 의심한다고 대놓고 말하는 거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무서우니까 사건을 덮어 두자고?”
“보통은 그렇게 했을 겁니다.”
“그리고 나는 보통이 아니지.”
“하지만 저는 보통입니다. 저 병사들에게 밉보이고 싶지 않은데요? 게다가 여긴 사실상 감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감옥보다 어떤 의미에서는 더 나쁘지요. 감옥이면 정해진 형량이나 있지 여긴 그런 게 없으니까 말입니다. 흑흑. 그렇게 생각하니 또 눈물이 나는군요. 이즈밀라 경이 보고 싶습니다. 아이고, 내 팔자야. 나도 이제 평생 여기 처박혀서….”
아자딘은 맥도갈의 징징거림에 짜증을 냈다.
“평생 여기에 박혀 있지 않게 해 줄 테니까 일이나 해라.”
“네? 정말요? 그게 가능합니까? 이즈밀라 경을 다시 만날 수 있나요? 그녀와 제가 오순도순 백년해로할 수 있는 겁니까?”
“후자는 무리지 싶은데?”
아자딘은 망상의 나래를 펼치는 문장관 맥도갈을 보며 맥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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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딘과 맥도갈은 재고 조사를 실시했다.
요새의 무기 창고에 남아 있어야 할 병장기들은 텅텅 비어 있고 진사 광산의 소출도 확연히 줄어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횡령이 진행되고 있었다.
게다가 이 횡령은 단지 병사들만의 소행이 아니라 광산 노동자들과 마을 주민들까지 전부 가담한 것이었다.
그래서일까? 아자딘과 맥도갈이 조사를 시작하자 다들 극심한 거부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소대장이 없어서 업무가 마비되어서 그렇다고요. 그게 왜 우리 소행입니까?”
“아, 진짜. 여기 창고는 이제 안 쓴단 말입니다. 네? 그럼 다른 창고가 어딨냐고요? 아이고. 그건 전임 소대장이 몰래 옮겨놓고 죽어 버렸네 그랴?”
이런 식으로 말도 안 되는 억지와 딴청을 피우며 수사를 훼방 놓았다.
이리되자 횡령을 한 정황은 확실한데 그 물증을 잡기 어려워졌다.
물론 정황증거만으로도 횡령죄를 물어 전부 사형시킬 수도 있지만 지지기반이 불확실해서 마을 사람과 노동자들까지 적개심을 감추지 않는 이때에 사형을 남발하면 민심이 작살날 게 불 보듯 뻔했다.
그리고 아자딘은 진심으로 이들을 죽이고 싶지 않았다.
결국 이곳 병사들의 실질적인 리더, 분대장들을 손에 넣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