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243
242. 신참 성기사 아자딘 3
아자딘은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카밀라를 불렀다.
“그래서 뭐가 그렇게 고민이야, 아자딘?”
카밀라가 웃으며 물어보았다.
“정황상 병사들이 횡령을 하고 있는 건 분명한데 확실한 물증이 없어서 고민이야. 물자가 어디로 새고 있는지라도 알아야 추궁을 할 텐데 말이지.”
“확실한 물증? 그딴 거 필요 없이 그냥 정황증거만으로 목을 매달 수 있잖아? 매달아 버리지 그래?”
“그러면 이 요새는 끝장이지. 애초에 죽일 생각이었으면 굳이 여기서 수사를 하지도 않았겠지. 나는 저들을 죽이고 싶지 않아.”
“헤에? 저들은 전임 소대장을 살해했을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이미 다들 죄를 짓고 여기 끌려온 몸인데?”
카밀라는 저들은 어차피 죄인이라 상관없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나 아자딘은 그녀가 진심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애초에 그녀 역시 죄인이라서 이곳에 끌려온 신세니까.
“카밀라. 나는 그냥 구난기사단의 소대장 자리에 만족하려고 여기에 온 게 아니야.”
“응?”
“나도 구난기사단이 날 환영하지 않는다는 건 잘 알고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온 것은 목성의 시대가 다가오기 전에 구난기사단을 대비시키고 싶어서야.”
“대비시킨다고?”
“그래. 그러려면 고작 소대장 지위 정도로 만족할 수는 없잖아? 좀 더 빨리 강한 힘과 권력이 필요해. 설마 내가 무골호인이라서 기사단이 시키는 대로 여기 왔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사실 그동안 쭉 무골호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음. 알겠어.”
카밀라는 아자딘의 말을 듣고 품에서 뭔가를 꺼내 보였다.
“뭐야, 그건?”
“드워븐 에일이야. 술병을 보면 양조장 이름이 적혀 있지?”
“…이런 오지까지 흘러 들어올 물건이 아니군.”
드워븐 에일은 값비싼 사치품이다. 구난기사단의 모든 구성원에게는 검소함이 요구되기에 높으신 분들이라면 모를까 가장 신분 낮은 이들이 있는 이곳 오지, 버밀리온 요새에 들어올 이유가 없었다.
“맞아. 2주에 한 번씩 외지 상인이 찾아와서 진사를 값비싸게 사 가는 대신 요새에 필요한 여러 물품들, 사치품과 기호품, 그리고 매춘부들을 제공해 준다고 하더군.”
그건 확실한 횡령이다.
“어떻게 안 거야?”
“나도 알고 싶지 않았어. 놈들이 날 보고 그때 화장하면 매춘부들보다 더 나을 거라고 하면서 이걸 마시고 자기들이랑 놀자고 하더라고.”
“…아, 저런.”
“뭐 사내놈들 주둥이는 나 같은 미인 앞에선 한없이 가벼워지기 마련이니까.”
카밀라는 그 외에도 조사한 정보들을 아자딘에게 넘겨 주었다. 아자딘이 열심히 조사한 것보다 이곳 병사나 마을 주민들이 카밀라에게 지분거리며 떠든 정보가 더 많을 지경이었다.
‘카밀라도 날 시험하고 있었군.’
이렇게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카밀라는 아자딘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기 전까지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런 걸 생각하면 카밀라도 절대 만만한 인물은 아니다.
“자 그럼 아자딘. 이제 어쩔 거지?”
“이 정도면 확실한 물증이 될 테니까 분대장들과 담판을 지어야지.”
“그러면 그 자식들이 당신을 죽이려 들 텐데. 동생이랑 버나드 불러올까?”
“아니. 그럴 필요 없어. 혼자 다녀오지.”
“혼자? 너무 얕잡아보는 게 아닐까?”
“패거리를 몰고 가면 반드시 유혈사태가 난다. 그걸 피하기 위해서 이러는 거야.”
아자딘은 그리 말하고 자리를 나섰다.
“와우. 자신감이 대단한 건지 간이 배밖에 나온 건지 모르겠단 말야. 뭐 본인 실력은 확실하겠지.”
카밀라는 아자딘이 대체 어떻게 하려는지 궁금해서 그를 따라나섰다.
*********
-우르르르릉!
버밀리온 요새의 하늘에 뇌운이 밀려오고 있었다.
병사들의 막사에는 일반 보급품부터 마을에서 양조할 수 없는 고급스러운 술과 담배, 약물이 널려져 있는데, 병사들이 그 사이에서 카드게임을 하며 놀고 있었다.
그때 그들의 막사를 누군가가 열고 들어왔다.
아자딘이었다.
“이게 누구야? 소대장님 아니십니까? 어쩐 일로 여기에?”
하프 엘프 분대장, 리전이 과녁에 칼을 던지며 놀다가 아자딘을 발견하고 히죽 웃었다.
“생각보다는 건전하게 놀고 있군.”
“네?”
“막사에 여자를 들이지 않을까 했는데 말야.”
“아. 그런 건 막사 밖에서 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제가 분대장이 된 이후로 지킬 건 지키고 살기로 해서 말이지요. 공용 막사에선 좀 그렇잖아요?”
리전이 그리 말하자 병사들이 낄낄 웃었다.
“그래서 무슨 용무로 막사에 오신 겁니까?”
“횡령을 하고 있더군. 2주에 한 번, 외지 상인들이 찾아와서 진사를 사 가고 대신 요새에 필요한 물자를 공급해 주고 있지? 구난기사단이 가져가는 가격보다 훨씬 후하게 지불하는 것은 물론 술과 담배, 약물, 매춘부를 제공해서 이곳 사람들의 환심을 샀다고 하더군.”
“흐음?”
리전과 칼란은 자신들을 찾아온 아자딘을 흥미 깊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대단하군요. 이제 겨우 이틀 지났을 뿐인데 벌써 거기까지 알아내다니.”
리전은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반면 칼란은 분노로 머리칼과 수염을 곤두세웠다.
“대체 어떤 놈이 그걸 불었나?”
“그건 말해 줄 수 없지.”
“그래서 우리들이 횡령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으니 뭐? 지금 바로 교수형이라도 시키실 셈입니까?”
리전이 그리 묻자 막사의 병사들이 일제히 아자딘을 에워쌌다.
명백히 아자딘을 위협하기 위한 행동이었지만 이미 산전수전 다 겪은 아자딘이 이들에게 두려움을 느낄 리가 만무하다.
아자딘은 어깨를 으쓱해보일 뿐이었다.
“아니. 나는 가급적 너희들을 죽이고 싶지 않다. 그래서 궁금한 거야.”
“뭐가 말입니까?”
“왜 다들 내가 죽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지?”
순간 다들 아자딘이 무슨 소리를 했는지 곱씹어 봐야 했다.
지금 이 순간 아자딘은 대체 뭘 물어보고 있는 건가?
“무슨 의미입니까?”
“횡령이 들통 나기 싫었다면 음식에 독을 타거나 잘 때 날 암습했어야지. 그런데 너희는 마치 가만히 있어도 내가 곧 사라질 사람인 양 아무것도 하지 않었어. 이유가 뭐지?”
“아, 그건 소대장님도 꽤 경계하셨잖습니까? 음식은 직접 조리해 먹고 잠도 어디서 자는지 모르게 자고 말이지요.”
“그 정도는 나도 해야지. 안 그러면 너무 바보 같잖아? 오히려 너희가 무슨 수를 냈어야지. 그 정도로 멍청해 보이진 않았는데?”
“…….”
아자딘은 자신이 방비해 놓고선 왜 이 방비를 뛰어넘어서 암살 시도를 하지 않았냐고 오히려 병사들을 힐난했다.
듣고 있던 이들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말인데 혹시 겁이 나서 아무 말도 못 하는 거라면 내가 돌봐 줄 테니까 겁먹지 말고 말해 봐라. 아무래도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야.”
아자딘은 오히려 병사들이 겁을 집어먹고 있고 자신의 도움이 필요할 거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런 태도가 너무나 가소로워서 병사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핫! 우리가 지금 뭐 하는 걸로 보이쇼? 이거 이 술은? 약물은? 이게 얼마나 하는지 알아? 어지간한 거렁뱅이 귀족들보다 훨씬 나은 생활을 하고 있다고, 우리는!”
병사들이 참지 못하고 자신들이 쓴 술병과 약물을 내밀며 으스댔다. 그러나 아자딘은 그런 병사들을 한심하다는 듯 탄식을 머금을 뿐이었다.
“술과 약물로 현실을 잊으려고 도피하는 중이지. 멍청한 놈들아. 제정신 박힌 놈들이면 이런 오지에서 입에 들어오는 게 좀 맛있다고 행복하다고 하겠냐?”
“뭐?!”
병사들은 아자딘에게 분개했지만… 사실 맞는 말이었다.
이 버밀리온 요새 같은 오지에 갇혀서 꼼짝 못 하는데 입에 뭐가 들어온다고 해서 좋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건 소대장인 네놈이 할 말이 아니잖아?’
그들을 이 요새에 붙잡아 둬야 할 사명이 있는 아자딘이 그런 말을 하다니!
그때 아자딘이 병사들에게 자신 있게 말했다.
“고작 진사 조금 횡령해서 내다 판 돈으로 즐기면서 만족하다니 어지간히 그릇이 작은 놈들이로구나. 지금이라도 날 따라라. 그럼 이곳에서 벗어나게 해 줄 테니까.”
“이 새끼가 보자 보자 하니까!”
“카…카카카캇!”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드워프 광전사 칼란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 자식, 지금 우리를 무슨 어린아이 취급하고 있어?! 지금 당장 죽고 싶은 게냐!”
“칼란.”
리전이 말리려 했지만 칼란은 벽에 세워 둔 전투 도끼를 집어 들었다. 드워프들에겐 도끼창, 인간에게는 좀 긴 양손 전투 도끼를 든 그가 아자딘을 노려보았다.
“어차피 저주 때문에 곧 죽을 녀석이라 내 손을 더럽히지 않으려고 했는데 시건방 떠는 꼴을 보니 못 봐주겠군. 따라 나와라! 내가 버릇을 고쳐 주지.”
“저주?”
“그만해, 칼란. 넌 광전사잖아. 일단 싸우게 되면 끝장을 보는.”
리전이 칼란을 말렸다.
“내가 한다.”
리전이 그리 말하며 나서자 아자딘이 코웃음 쳤다.
“그냥 너희 둘 다 나와.”
“…뭣?”
“어차피 너희 전부 다 버릇을 고쳐 주려고 생각하고 있었어. 웃긴 놈들이군. 고작 구난기사단에 잡혀서 쩔쩔매는 놈들이 황제의 전령인 날 언제든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당장 튀어나와라. 너희에게 왜 전령일족이 신왕살해자라고 불리는지 가르쳐 주지.”
“…….”
리전과 칼란은 갑자기 자신들을 불러내는 아자딘의 태도에 당황했다.
“이 새끼가!”
보다 못한 막사의 병사들이 술병, 혹은 막사 바닥의 돌멩이를 들고 아자딘에게 덤벼들었지만 아자딘이 가볍게 손을 털자 따귀 후려갈기는 소리와 함께 피가 튀었다.
분명히 가볍게 따귀만 때린 것 같은데 코피가 튀고 맞은 놈이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오. 좋아! 이 새끼 이거 뭔가 좀 아는 놈이구만!”
칼란은 콧김으로 자신의 머리칼을 흔들며 좋아했지만 아자딘은 그런 칼란을 무시하고 막사 밖으로 나갔다.
-쏴아아아아!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자딘은 그 빗줄기 한가운데에 섰다.
“무기는….”
“너희는 써도 좋아.”
아자딘이 그리 말하자 칼란은 자신의 도끼창을 내려놓았다.
“좋아, 이 자식! 내 살면서 네놈처럼 건방진 놈은 처음 보는구나!”
“너는 무기를 들라고 했다. 내 말 듣는 게 좋을 텐데?”
“아주 좋구만! 남자라면 맨주먹이지!”
칼란은 스스로 딱딱 소리 나게 따귀를 때리고 포효하더니 입에서 게거품을 물기 시작했다.
“내가 왜 곰도 찢는 칼란이라 불리는지 가르쳐 주마! 내 가르침을 받으면 네놈 몸뚱이도 찢어져 있을 테지만! 크아아아아아!”
광전사화 된 칼란이 아자딘에게 뛰어들었다.
그 모습을 본 병사들은 내심 당황했다.
“리, 리전 분대장.”
“괜찮은 겁니까? 저거?”
“내버려 둬. 본인이 자신 있으니까 저러는 거겠지. 어디 한번 전령일족의 솜씨를 느긋하게 감상이나 하자고.”
하프 엘프 분대장 리전은 이 상황을 즐기는 듯 엷은 웃음을 흘리며 지켜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