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244
243. 신참 성기사 아자딘 4
곰도 찢는 광전사 칼란이라 불리는 이 드워프 전사는 실제로 곰을 맨손으로 찢어 죽인 적이 있었다.
광전사병. 그것은 인간이나 드워프 사이에서 전염되는 병으로 일단 발병하면 자신의 손발이 끊어지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고 죽거나 의식이 끊어질 때까지 싸우는 무시무시한 전투기계가 된다.
그렇지 않아도 인간보다 완력이 강한 드워프족이다.
거기에 광전사병까지 앓고 있는 칼란은 황소만 한 붉은 곰의 등짝에 매달려 양손으로 곰 가죽을 잡아 찢고, 다시 그 속에 손을 집어넣어 살을 찢고 찢고 또 찢어서 산채로 곰의 두개골을 공기 중에 노출시킨 적이 있는 괴물이었다.
칼란이 버밀리온 요새에서 공포의 대상이 된 것은 바로 그런 엄청난 위업을 달성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상대가 전령일족이라고 해도 일단 칼란의 손에 잡히기만 하면 절대로 무사할 수 없다.
그는 광전사가 아닌 맨정신일 때도 사람 새끼손가락을 생으로 쥐어뜯는 완력이 있으니까.
그런데….
잠시 후 모두들 경악하고 말았다.
전광석화처럼 움직인 아자딘이 칼란의 뒤에서 목을 조르고 있다.
그 상황에서도 칼란은 아자딘의 눈을 찌르려고 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아자딘의 눈을 찾으려 했지만 아자딘은 칼란의 팔이 올라오자 간단히 목을 조르던 손을 잠시 풀어 그 팔을 잡고 다리로 감아 버렸다.
사람의 생살을 찢던 엄청난 악력의 칼란이 어린아이처럼 꼼짝도 못 하고 그대로 축 늘어졌다.
“마, 말도 안 돼.”
“…칼란이 저리 쉽게?!”
“역시 전령일족, 아니 전령일족이라고 해도 너무 하잖아?”
어느새 칼란을 재워 버린 아자딘이 그를 내려두고 일어나더니 이번엔 리전을 향해 손가락을 까닥였다.
“자 다음. 너 나와라, 리전.”
“하하. 저 말입니까?”
“싸우기 싫으면 앞으로 내게 충성을 다하겠다고 엉엉 울며 빌던가. 그러면 봐 줄 용의가 있지.”
아자딘은 광전사 칼란을 너무 쉽게 제압한 후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확실히 자신만만할 만하다. 그러나 리전은 그런 아자딘에게 코웃음 쳤다.
“큭. 크크크. 칼란을 쉽게 잠재운 건 대단하십니다만 전 칼란과는 좀 다릅니다.”
광전사가 이렇게나 쉽게 쓰러졌음에도 리전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자신이 칼란 이상의 존재라는 확실한 믿음이 있지 않고서야 보이기 힘든 태도다.
“그래서 말인데 그 가면 잠깐 벗어 주시면 안 됩니까?”
“뭐?”
“어쩌면 제가 소대장님을 이번에 죽여 버릴지도 몰라서요. 얼굴이 온전하게 남지 않을 것 같으니 그전에 맨얼굴을 봐 두고 싶군요.”
“하하하.”
아자딘은 리전의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 광전사 칼란을 쉽게 제압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는데도 리전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는 모양이었다.
‘괘, 괜찮을까? 저 소대장, 정말 큰소리칠 만한 실력은 있는데?’
‘하지만 리전 분대장은 그거잖아. 그거.’
‘그리고 칼란은 드워프라 팔다리가 짧아. 저건 아마 특수한 요술일 거야. 상성상 당한 거지.’
병사들은 흥미진진한 시선으로 아자딘과 리전의 신경전을 감상했다.
“알겠다. 뭐 앞으로 지긋지긋하게 볼 사이니까.”
아자딘은 자신의 가면을 벗었다.
-콰르릉!
아자딘의 등 뒤로 번개가 하늘을 찢으며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어둠 속에서 보라색 눈동자가 빛을 발한다.
“…어?”
리전은 그렇게 드러난 아자딘의 얼굴을 보고 놀랐다.
“소대장님. 혹시 여성입니까?”
“눈이 삐었냐?”
“아, 아니군요. 여자는 아닌데…….”
리전은 안타까워했다.
“이렇게 예쁜 사람을 죽일지도 모른다니 마음이 아프군요. 그 반면… 대장님을 잡아먹을 생각을 하니 기쁩니다.”
“쓸데없는 걱정 안 해도 된다. 덤벼.”
“아, 이건 공평을 위해서 하는 말인데. 소대장님, 무기를 드시는 게 좋을 겁니다.”
“무기?”
“네. 공평을 위해서 말이죠.”
“널 상대로 무기를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세라마이트 장검에 맞으면 아픈 걸로 끝나지 않는다.”
“하아. 전 분명히 경고했습니다.”
리전은 그리 말하고 지면에 갑자기 엎드렸다.
그 순간 그의 몸이 2배가량 부풀고 몸에서 철사같이 두껍고 날카로운 털들이 자라났다. 게다가 입이 길어지더니 날카로운 이빨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히익?!”
병사들은 어느새 나무 격자로 만들어진 울타리를 가져와 세우고 그 뒤에서 오들오들 떨었다.
하프 엘프 리전은 늑대인간이었던 것이다.
“너! 죽여서 잡아먹는다!”
늑대인간이 된 리전은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며 아자딘을 보고 입맛을 다셨다. 식욕과 폭력욕, 성욕이 한데 어우러져 그를 흥분시키는 모양이었다.
“히익!”
병사들도 같은 편인 리전의 그런 모습에 기겁할 때였다.
“아, 그래? 믿는 게 고작 그거였어?”
아자딘이 리전의 앞으로 뛰어들었다. 리전은 자신에게 정면으로 뛰어드는 아자딘을 향해 무심코 앞발을 휘둘렀지만 그의 앞발은 아자딘의 환영을 가르고 지나갈 뿐이었다.
“어?”
화조풍월 어스름. 너무나 그럴싸한 환영이 리전을 향해 뛰쳐나간 것이다.
그리고 그 환영의 뒤를 이어 도약한 아자딘이 리전의 정수리에 발뒤꿈치를 꽂아 넣었다.
-빠악!
뼈가 부서지는 무시무시한 소리와 함께 리전의 몸이 움츠러들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머리가 깨지고 목뼈가 휘어 죽었을 만한 강렬한 일격이었다.
‘윽! 이 자식! 이상한 발차기를.’
리전은 예상치 못한 궤도로 날아온 아자딘의 발차기와 그 위력에 놀랐다.
그러나 늑대인간은 이 정도로 죽지 않는다. 리전은 즉시 충격에서 회복하고 아자딘을 잡으려 했다.
‘아무리 그래도 인간이다! 잡기만 하면 갈기갈기 찢어죽일 수 있…어라? 이 자식 뭐 하는 거야?’
손을 뻗던 리전은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했다. 아자딘 역시 그에게 손을 뻗어 오고 있었다.
지금까지 늑대인간으로 변한 그가 손톱을 뻗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겁에 질려 도망치거나 횃불이나 이쑤시개 같은 검으로 맞서다 희생당하곤 했었다.
그런데 설마 자기 손을 맞잡으러 오는 놈이 있을 줄이야?
‘미쳤나?’
그러나 아자딘의 반응은 그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아자딘은 날카로운 갈고리 같은 발톱이 자라난 늑대인간의 손가락을 잡더니 그대로 몸을 날려 리전을 뛰어넘었다.
“어?”
-우드드득!
리전의 팔과 손가락이 꺾인다.
그러나 아자딘은 손가락을 놓지 않고 그대로 리전을 질질 끌고 다녔다.
리전의 발이 바닥에 끌린다. 힘을 주려고 해도 몸 전체가 위로 들려서 헛되이 허공만 찰뿐이다.
“개를 키울 때는 산책이 매우 중요하지!”
“말도 안 돼!”
보고 있던 이들이 경악했다.
황소도 물고 가는 늑대 인간이 인간에게 잡혀서 질질 끌려 다니다니.
리전이 얼마나 흉악한 존재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병사들은 자신들의 눈앞에서 개처럼 끌려 다니는 리전의 모습을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네놈 골통이 이 정도는 버텨 줬으면 좋겠군!”
아자딘은 그대로 리전의 팔을 꺾으며 그를 우물로 던졌다.
돌담을 쌓아 만든 우물에 처박힌 리전이 고개를 드는 순간 아자딘이 달려들어서 리전의 턱을 공처럼 뻥 차 버렸다.
리전의 머리가 튕겨나가며 우물 돌벽에 부딪혔다.
“컥?!”
엄청난 충격에 리전의 눈앞이 온통 번쩍거린다.
아자딘은 우물 돌벽에 리전의 머리를 처박아 두고 다시 킥을 날렸다.
-퍽! 빡! 으직!
‘죽이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죽이려고 환장했잖아?’
아자딘이 리전을 우물에 구겨 놓고 폭행을 가하는 걸 보며 병사들은 오금이 저려 오는 걸 느꼈다.
우습게 봤던 신임 소대장이 리전을 맨손으로 두들겨 패는 걸 보니 간담이 서늘하다.
보통 사람이면 우물 모서리에 머리를 찧는 것만으로도 죽었을 텐데 거기에다 킥을 갈기다니. 보통 악독한 게 아니다.
아무리 봐도 감정이 쌓여 있었던 게 분명하다. 만약 아무런 감정도 없이 한 인간을 이렇게 팰 수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의 인성이 그만큼 악독하다는 뜻이리라.
-쿠르릉!
잠시 후 우물이 무너지자 아자딘도 더 이상의 폭행을 멈췄다.
“아. 무너졌군. 뭐 늑대인간은 튼튼하니까 이 정도는 버티겠지?”
아자딘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곤 돌아섰다.
“조, 조심해! 아자딘!”
그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카밀라가 기겁했다. 무너진 우물의 잔해 속에서 늑대인간 리전이 다시금 일어난 것이었다.
그런데….
“크윽….어흑….”
리전이 숨을 헐떡였다. 그런데 그 표정이 명백히 이상하다.
뭐라고 해야 하나.
황홀경?
너무 처맞아서 정신이 나간 걸까?
-꽈르르릉!
우레 소리와 함께 리전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다, 당신 최고야.”
“어, 음. 내가 어지간하면 뭐 보고 무섭다고 안 하는데 너는 좀 무섭구나.”
방금까지 늑대인간을 맨손으로 가지고 놀던 아자딘도 그 모습을 보곤 두려움을 고백했다.
“소대장. 내가 졌다. 당신께 충성을 맹세하겠어. 어흑….”
리전은 앞으로 쓰러지며 절인지 기절인지, 양쪽 다일지 모르는 자세로 엎어져 코를 골기 시작했다.
인간이라면 맞고 쓰러져서 코를 고는 건 뇌 손상의 증거. 대부분 곧 사망하게 된다.
하지만 늑대인간인 리전은 회복하리라.
“아니, 진짜 무서운데. 이 녀석?”
리전을 때려눕힌 장본인, 아자딘은 리전의 기괴함에 소름이 돋았다.
*********
비가 그치자 병사들은 무너진 우물 복구 작업에 들어갔다.
아자딘에게 도전했다가 깨끗하게(?) 패한 칼란과 리전, 그리고 그냥 덩달아 끌려온 코멕까지 해서 버밀리온 요새의 분대장들은 아자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일어나라. 무릎은 왜 꿇어?”
“그간의 무례를 사죄하겠습니다. 대장님.”
칼란은 머리를 조아렸다.
“대장님이라고 하지 말고 소대장님이라고 해야지?”
“본래 소대장님이라 불러야겠지만 대장님은 이런 작은 요새에 머물러 계실 분이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평생 모시겠습니다, 대장님. 부디 제가 평생 대장님을 모시는 걸 허가해 주십시오.”
하프 엘프 분대장 리전도 그리 말하면서 아자딘에게 머리를 조아리는데 얼굴이 완전히 넋이 나가 있다.
시선은 계속 아자딘에게 꽂혀 있는데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게….
소름 끼쳤다.
“…아, 음. 평생은 좀 무리가 아닐까.”
“아닙니다. 기필코 평생 모시겠습니다.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는 바로 오늘, 대장님을 만나기 위해서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
아자딘은 마치 당장에라도 달려들 것 같은 리전을 보며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다. 늑대인간으로 변해서 뛰어들 때는 전혀 무섭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수억 배는 더 무서웠다.
“아니 됐고. 자 그럼 그 저주란 게 뭔지 좀 들어볼까?”
“그게 말입니다.”
분대장들은 언제 까불었냐는 듯 아자딘에게 열심히 사정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