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245
244. 신참 성기사 아자딘 5
버밀리온 요새에서 채굴하는 진사는 연금술에 필수 재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으로 본래 이곳은 모든 성기사가 복무하고 싶어 하는 최고의 자리였다.
채굴하는 진사를 조금만 빼돌려도 엄청난 부를 쌓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버밀리온 요새에 복무하고 싶어서 온갖 뇌물을 바치고 성상납을 하는 건 차드라 고원의 기사단 본부에선 일상다반사였다.
그렇다고 해도 오지는 오지, 특히 남성들만 있는 곳이다 보니 자연히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곳 버밀리온 요새에 복무하는 성기사들은 구난기사단의 계율을 어기고 노예를 매입하곤 했었다.
“노예라고? 돌았나?”
아자딘은 버밀리온 요새의 추악한 진실을 듣고 기겁했다.
“상층부도 알고 있는 일입니다. 농민들의 아내와 딸들을 손대다 사고가 난 경우가 많아서 말이지요.”
“기사단 상층부도 묵과했다고?”
“뭐 사실 기사단이 하는 게 노예 매매 아닙니까.”
구난기사단이 인간의 교화, 구제, 구빈을 핑계 삼아 사람을 데려와 일을 시키는 건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게다가 이곳 버밀리온 요새는 차드라 고원에서도 오지이기에 그런 노예제가 더더욱 극심했다.
진사는 유독성이 강해서 채굴현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는 종국에는 큰병이 생겨 죽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단은 진사가 가져오는 이득에 눈이 멀어서 계속 노동자를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지?”
“이전에 부임했던 성기사 놈이 여자 죄수를 데려왔는데 꽤 미색이 빼어난 마녀였습니다.”
“마녀?”
“네더 마법을 쓰는 마녀였지요. 그래서 다들 두려워했는데 어쨌건 당시에는 성기사 소대장과 여자 죄수가 서로서로 사이가 화목해서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소대장이 죽고 새로운 놈이 부임했지. 정확히는 새로운 놈이 전임 소대장의 상관이었는데 그 여자랑 버밀리온 요새에서 나오는 수입이 탐나서 전임 소대장을 죽이고 자리를 빼앗은 거야.”
“여자는 광야로 달려가 사라졌고 그 후 새로 부임한 성기사는 갈기갈기 찢겨져 죽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매번 새로운 소대장이 부임하면 일주일 뒤에 밤마다 어둠 속에서 속삭이는 목소리가….”
“리전. 너는 확인해 봤겠지?”
아자딘은 리전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리전이 기뻐했다.
“물론이지요. 소대장님! 제가 용감하다는 걸 아시는군요.”
“아니, 늑대인간이 밤을 두려워할 리가 없잖아. 그래서 뭐였지?”
“그건 셰이드 해그였습니다.”
“셰이드 해그?”
“네, 이곳 차드라 고원의 광야에는 네더 마법을 쓰는 마녀들이 네더의 힘에 오염되어 갈고리진 손가락과 매부리코를 가진 마귀가 되곤 하지요. 원래 그 여자 노예는 꽤 미인이었습니다만 지금은 완전히 끔찍한 괴물이 되었습니다.”
“…….”
아자딘은 기사단의 추악한 모습을 확인하고 탄식을 흘렸다. 계율을 어기고 더러운 욕망 때문에 인간을 희생시켜 마물로 변하게 하다니.
“그래서 다들 날 죽은 목숨 취급한 거로군. 셰이드 해그가 반드시 기사들을 죽일 테니까. 지금까지 몇 명이나 죽었지?”
“지금까지 여섯 명입니다.”
“뭐? 그럼 저주는 끝났을 텐데?”
“네?”
“아, 아니지. 제일 처음 죽은 전임 소대장은 셰이드 해그에게 죽은 게 아닐 테니까 실질적으로 셰이드 해그에게 죽은 것은 다섯 명이겠군.”
아자딘은 셈을 해 보았다.
해그들만이 아니라 네더 마법이나 원시 마법 체계에서 6은 신성한 숫자이자 종결의 숫자이기도 하다.
여자 노예가 셰이드 해그들에게 소원을 빌고 그들의 일원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면 변화를 끝마치기 위해서는 여섯 명의 제물이 필요하다.
복수의 저주로 소대장들을 죽이기 시작했다면 6명을 채우려 할 터.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 마지막 소대장이 바로 아자딘 본인이다.
“안됐군.”
“네? 안됐다니요? 설마 대장님, 그 마녀를 동정하시는 겁니까?”
“그래. 저주가 종결하려면 와일드 매직의 숫자 6을 채워야 하고 그 숫자를 완성하려면 날 죽여야 할 텐데 애석하게도 난 죽어 줄 수가 없으니 말야.”
“…….”
듣고 있던 모든 이들이 놀라고 말았다. 이렇게 오만할 수가?
하지만 아자딘은 어디까지나 보수적인 셈을 해 봐서 결정한 것이다.
셰이드 해그들의 능력으로는 아자딘을 해칠 수 없다. 왜냐면 그는 황제의 유일무이한 전령이며 아라엘이 모든 것을 바쳐 살려 낸 남동생이니까.
“병사들이 약물에 의존하는 건?”
“도망쳐 보려고 했는데 셰이드 해그들이 이 마을을 넓게 포위하고 있거든요. 버밀리온 요새에 관여한 놈들을 살려 두지 않는 겁니다. 뭐 그래서 진사를 팔아서 얻은 수익으로 기호품이나 사치품, 각 지방의 명주를 살 수 있게 해 줬지요. 그러지 않으면 벌써 다들 미쳐 버렸을 겁니다.”
“상인들은 오갈 수 있고?”
“네.”
“그러는 걸 보면 그 여자에게 나쁜 짓을 한 놈이 성기사만이 아닌 것 같은데?”
“하하하. 전 아닙니다.”
리전은 그리 말하며 황홀하다는 듯 아자딘을 바라보았다.
“그, 그래. 너는 아니겠지.”
“음? 소대장. 속으면 안 된다. 이 녀석 여자랑도 가능하다고.”
칼란이 아자딘에게 경고했다.
“여자랑도…는 뭐냐? 아, 아니 너희의 성생활에는 진짜 요만큼도 관심 없으니까 떠들지 마. 머리가 다 아프네. 그보다 그게 사실이라면 왜 그 셰이드 해그는 성기사들만 공격하고 병사들은 공격하지 않지?”
“버밀리온 요새를 나가는 녀석만 죽이는 걸 보면 뭐 말려 죽이려나 봅니다.”
“상인들은?”
“상인들은 그 여자나 그 여자 남편을 안 건드렸거든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버밀리온 요새와 기사단을 증오하는 여성이 셰이드 해그가 되었고, 그 후 부임해 온 기사를 찾아 죽이면서 반년 동안 계속 이곳은 무주공산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하아. 그래. 사정을 알았으니 내가 수습해 보지.”
아자딘이 그리 말하자 다들 감탄한 눈치였다.
항명하는 자신들을 실력으로 격파한 후에도 오히려 그들을 전혀 미워하지 않고 구해 주겠다고 하니 다들 아자딘을 좋게 볼 수밖에 없었다.
특히 리전은 더했다.
“세상에. 아름다우셔라.”
“입 다물어라.”
아자딘은 문장관 맥도갈을 불렀다.
“네. 갑니다, 가요. 아니 이게 어찌된 겁니까?”
맥도갈은 지난 밤 폭풍우 때 벌어진 일은 모르는지 갑자기 분대장들이 죄다 아자딘 앞에 조아리고 있는 걸 보며 당황했다.
“맥도갈. 일단 진사 채굴조업은 전부 중지시켜.”
“네? 조업을 중지시키라고요? 손해가 막심할 텐데요?”
“진사는 독성이 강해서 사람들이 죽는다. 빨리 중지하면 그만큼 더 많은 사람이 살아.”
“저기 소대장님. 사람들을 생각해 주시는 건 고마운데 기사단에서는 진사 할당량이 있습니다. 그거 보내지 않으면….”
아자딘이 처벌받을 것이다. 맥도갈이 그 점을 들었지만 아자딘은 태연자약했다.
“마침 해결할 방법이 있지.”
“해결할 수 있다고요?”
“그래. 그런데 그러려면 해야 할 일이 있어. 맥도갈. 마을 사람들에 대해서 조사해 줄 수 있을까?”
“마을 사람들 말입니까?”
“그래.”
문장관 맥도갈을 포함해 병사들 모두 의아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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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딘은 진사 채굴 작업을 중지시키는 대신 노동자들을 밖으로 돌렸다.
“지금부터 주위를 개간한다. 폐옥을 수리하고 황폐화된 밭을 다시 일구도록 하자.”
“저기요. 그런 짓을 하면 진사는 어떻게 합니까?”
“진사에 비해서 농사는 훨씬 돈이 안 됩니다.”
진사 채굴이 유독해서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는 건 지식인들 사이에서 알려져 있지만 노동자들은 그런 걸 몰랐다.
진사의 독성은 바로 발현하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되어야 발병하는 것인데 당시 광산노동자들은 어차피 다른 광산에서도 그리 오래 못 살았다.
즉 노동자들은 진사의 위험성을 잘 모른다.
그 반면 소대장이 반년간 부재하면서 버밀리온 요새에서는 채굴된 진사로 벌어들인 돈을 병사들과 노동자들이 횡령했다.
대부분은 창칼을 가진 병사들이 가져갔지만 노동자들에게도 어느 정도 단물이 주어졌다.
채굴하는 만큼 돈이 되자 노동자들은 진사의 위험성보다는 그것이 가져오는 돈에 욕심을 부렸다.
“안심하도록. 진사 채굴은 한다. 단 당신들이 아니라….”
아자딘이 손뼉을 치자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걸어왔다.
“헉?”
일단의 해골들이 질서정연하게 곡괭이를 들고 걸어오고 있었다.
“스켈레톤?”
“어, 언데드라고?”
모두들 당황했다. 아자딘이 사령술을 써서 언데드들을 부리고 있는 것이었다.
“앞으로 진사 채굴 작업은 이 언데드들이 한다.”
그걸 본 문장관 맥도갈이 기겁했다.
“미쳤습니까? 구난기사단을 대체 뭐로 보는 겁니까? 언데드를 쓰다니?! 사령술은 사악한 마법입니다!”
“그럼 유독 물질에 사람들이 중독되어 죽는 건 괜찮고? 사람에게 진사를 채취하도록 하는 게 훨씬 더 사악한 것 같은데?”
“절 보고 무연고 묘지 확인해 달라고 한 게 이 사령술을 쓰려고 그런 거였군요!”
아자딘은 맥도갈에게 무연고 묘지, 살아 있는 가족이나 후손이 남아 있지 않은 이들의 묘지를 파악해 달라고 명령을 내렸었다.
그 말대로 지금 여기에 있는 언데드들은 후손이나 가족관계가 없는 언데드들뿐이다. 아무래도 사령술은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주는 데다가 자기 가족의 시체가 노역에 쓰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사실은 고민을 많이 했었지. 가족이 있는 시체들을 쓰는 대신 가족들에게 시체 사용료를 매주 지급할까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더라고.”
아자딘이 그렇게 말했지만 그 순간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그거 좋네요!”
“어, 얼마나 주십니까?”
“…….”
사람들은 자신의 가족 시체가 진사를 캐는 노동에 투입되더라도 그 정당한 보수가 자신들에게 주어진다면 용납할 용의가 있는 듯했다.
“아무리 내가 계율을 무시한다고 해도 명색이 성기사인데 그건 너무하잖아?”
“전혀 너무하지 않습니다!”
“암요!”
“그건 너무하잖아?”
아자딘은 어딘가 고장 난 사람처럼 그 말을 반복했다.
그리하여 주민들이 진사에 중독되어 죽는 것을 막기 위해 구할 수 있는 시체를 끌어 모은 아자딘은 언데드를 제작했고, 그 언데드를 이용해 진사를 채굴하도록 한 후 숙소와 농장 증축에 들어갔다.
입력해 둔 단순 작업을 하면 그만인 진사 채굴 작업과 달리 건물을 짓는 것은 그때그때 많은 임기응변이 필요하기에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이것은 당장 농경지가 없는 사람들에게 급료를 주기 위함도 있었다.
진사 광산에서의 수입이 끊기면 바로 굶어 죽을 노동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버밀리온 요새의 환경을 정비하는 것은 유익한 일이었다.
이렇게 버밀리온 요새를 정비하는 한편 셰이드 해그의 저주에 대비했다.
셰이드 해그들이 있는 곳을 직접 찾아갈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해그들의 거처를 찾겠다고 돌아다니는 건 어리석은 짓이었다.
어차피 곧 셰이드 해그들이 아자딘을 죽이러 찾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