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251
250. 기사단의 비밀병기 4
“꺄아악!”
“사람살려!”
시장 한복판에서 소란이 일었다.
“이런. 무슨 일이지?”
아자딘은 소란이 벌어지는 곳을 알아보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뭔가 잡고 올라갈 만한 게…. 그때 아자딘의 눈에 파이어글리프 승전비가 보인다.
‘저건 문화유산이라 안 돼. 이미 사람들 손이 닿는 부위부터 녹고 있는데.’
아자딘은 잠시나마 떠오른 발칙한 생각을 지워 버리고 급한 대로 아라엘의 목소리를 사용했다.
아라엘의 목소리가 상공에 나타나서 매의 시각으로 아자딘을 대신해 지상을 살펴봐 주었다.
*********
구난기사단의 순례단이 습격당한 사건은 당연히 구난기사단 전체에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이에 구난기사단의 핵심 기사단, 지혜의 기사단은 즉시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했다. 각 기사단의 실무 책임자들이 한데 모여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즈밀라 경이 노려지고 있으니 그녀를 교단의 안측에서 보호해야 합니다.”
지혜의 기사단은 그런 취지로 말했지만 다른 기사단들의 생각은 달랐다.
용기의 기사단에서는 오히려 반대하고 나섰다.
“셀레스티얼을 기껏 오냐오냐 감춰두자고 우리가 그 고생을 했단 말이오? 이제는 우리가 그 위광을 사람들에게 드러내고 만천하에 구난기사단이 다시금 이 땅의 가르침이오 구원이라는 것을 입증합시다! 저 타락한 야에가스 교단이 아니라 우리가 진실의 사도임을!”
“아직 셀레스티얼의 힘은 온전히 해석되지 않았습니다.”
“실전이 가장 좋은 스승이지.”
“교육 도중에 제자를 죽이기도 하는 스승은 좋다고 하지 않습니다.”
“그건 우리와 해석 방식이 다른 것 같군.”
“그렇기 때문에 당신들이 용기의 기사단이고 우리들이 지혜의 기사단인 겁니다. 이런 경우 용기는 접어두고 지혜의 말에 귀를 기울이시지요.”
“흥. 그렇게 매번 양보해 주니까 기고만장해져서 사리사욕을 채우는 게 너희들 아닌가? 가장 많은 타락자를 만들어 내는 기사단이 뭐 잘했다고….”
용기의 기사단과 지혜의 기사단이 서로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자비의 기사단이 나서서 주의를 환기했다.
“일단 구난기사단의 명예가 실추된 것은 니스라프를 풀어서 순회시키고 구호 물품을 더 풀면 무마될 것입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배신자냐는 거지요. 누가 셀레스티얼인지는 애초에 저희도 알지 못하던 정보 아니었습니까? 저조차도 이번 사건 덕분에 이즈밀라 경이 셀레스티얼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만.”
자비의 기사단은 은연중에 모든 정보를 독식하고 신비주의로 일관하는 지혜의 기사단을 비난하고 나섰다.
“그래. 배신자들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도 적절한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 아울러 이즈밀라 경의 신병을 우리 용기의 기사단에서 맡았으면 한다. 우리가 그녀를 보호할 수 있도록 말이지.”
“아니, 그럴 필요 없습니다. 배신자에 대해서는 현재 저희가 독자적으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윤곽이 드러나는 대로 정보를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 조사에 이즈밀라 경을 참석시킬 것입니다.”
“어째서지요? ”
“그녀가 셀레스티얼이라는 것은 이미 적들에게 노출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녀는 아주 훌륭한 미끼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위험한 일이겠지만… 파이어글리프에서는 괜찮을 겁니다.”
“파이어글리프? ”
“차드라 고원의 입구가 아닌가? 셀레스티얼을 거기에 보낸다고?”
다른 기사단 단장들이 당황했지만 지혜의 기사는 황금 손톱 장식을 낀 검지를 들어 올려 자신의 입가에 가져갔다.
“적들은 아마도 참지 못하고 자신들의 역량을 드러내게 되겠지요. 하지만 파이어글리프는 기사단의 몸통 안쪽 깊숙한 곳, 결코 쉽게 셀레스티얼을 어찌하진 못할 겁니다.”
지혜의 기사단 챕터 마스터는 그렇게 단언했다.
*********
이즈밀라와 지혜의 기사단 소속 조사단은 과거 기사단의 일원이었으나 살인을 저지르고 잠적한 연금술사 자코모의 흔적을 추적하기 위해 파이어글리프의 장서고로 향했다.
하지만 연금술사 자코모의 기록들이 사라진 걸 확인하고, 장서고를 나와 여관에서 휴식하고 있는 그들을 갑자기 무장한 파이어글리프 병사들이 에워쌌다.
“실례합니다. 이즈밀라 경. 요새 내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살인사건을 조사하기 위해서 입출입자 전원의 신분을 확인하고 소지품을 검사할 것, 그리고 무장을 확인하라는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네? 살인이라니 누가 죽었나요? ”
“팔로스란 법무사입니다.”
“흉기는? 살해 장소는요?”
“단도입니다. 그, 날이 구부러진 단도지요. 이즈밀라 경이 차고 있는 것과 같은.”
병사들은 그리 말하고 이즈밀라의 허리에 차고 있는 단도를 가리켰다.
“무장을 해제하고 따라와 주십시오. 성안 조사실로 연행하겠습니다.”
“잠깐.”
그러나 조사단원들은 그런 병사들의 제안을 거부했다.
“이즈밀라 경은 특별하다. 그녀는 악의 세력들에게 노려지고 있으니 그녀를 보호하는 우리는 무장을 해제할 수는 없다. ”
“성내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는데 수사에 불협조하시겠다는 겁니까? 그럼 당신들을 범인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건 조사에는 협력하겠네. 그러나 조사실이나 지하 감옥에 갇힐 수는 없어. 이곳 여관 2층에 머무를 테니 병사들을 배치해서 우리를 감시하고 조사를 진행하도록 하게. ”
“알겠습니다. 이거 참 쉽게 갈 일을 어렵게 가려고 하시는군요.”
병사는 그리 말하고 이즈밀라의 발 앞에 뭔가를 내던졌다. 피 묻은 단도였다.
“어?!”
“으악! 살인범이다!”
“모두 비켜서시오! 파이어글리프와 구난기사단의 이름으로 정의를 집행 중이니!”
병사들은 그리 말하고 무기를 휘둘러 조사단을 기습했다.
“크악!?”
“이, 이 자식들!”
조사단원들도 기사이니 검술의 문외한이 아니다. 그러나 번화한 파이어글리프의 여관 안에서는 휘두르는 장검보다 찔러오는 할버드가 더 위협적이었다. 게다가 이 병사들의 실력도 예사롭지 않았다.
갑옷을 입은 기사가 장검으로 찔러오는 할버드를 막았지만, 그의 몸이 붕 뜨며 문을 부수고 골목 밖으로 떨어질 지경이었다.
“당신들은!”
이즈밀라도 상황을 알아채고 칼을 빼 들었다.
“일단 넓은 곳으로! 피신합시다!”
이즈밀라는 조사단 기사들과 함께 여관 뒷문으로 빠져나와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병사들이 호각을 불며 그들의 뒤를 쫓았다.
“반역자들! 헥센마이어 경의 명령이다! 무기를 버리고 투항해라!”
“누구든 저 반역자들을 붙잡아라! 포상이 있을 것이다!”
그러자 시장에 나와 있던 일반 주민들이 갑옷을 입고 검을 든 기사단을 막아설 엄두는 내지 못했지만 그들의 발치에 다리를 걸거나 일부러 쓰레기를 내어놓는 등 노골적으로 길을 가로막았다.
“도저히 안 되겠군요! 쓰겠습니다!”
“아, 안 되오! 이즈밀라 경! 여기서는….”
조사단의 기사가 그녀를 말렸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등 뒤에서 할버드가 날아들어 기사들을 위협했고 먼저 달려가던 기사가 누군가 슬쩍 길가로 내놓은 작은 의자에 걸려 넘어져 버렸다.
“배신자는 저들이다!”
이즈밀라의 몸이 빛나기 시작했다.
-‘진실의 빛!’
환술을 깨고 변신생물의 정체를 드러내는 강력한 마법이었다.
그 빛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자 그동안 조사단을 맹렬하게 공격하던 병사들의 거짓된 모습이 벗겨졌다.
수은처럼 번들거리는 광택 있는 피부를 가진 괴물들이 병사의 갑옷과 투구, 할버드를 들고 으스대고 있었다.
“히익?!”
“괴, 괴물이다!”
“도, 도망쳐!”
사람들은 그제야 이 병사들이 마물이라는 걸 알아채고 도주하려 애썼다. 그러나 워낙 사람이 많은 낮 시간의 시장이라서 도망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도플갱어!?”
병사들의 정체는 마물 도플갱어. 특정 인간의 모습을 빼앗아 인간사회로 잠입하는 사악한 셰이프 시프터들이다.
형상 있는 존재들의 본질을 빼앗는 것을 존재 목적으로 살아가는 이 사악한 생물들은 간교하게도 거짓을 외쳐 오히려 진짜 성기사들을 반역자로 몰고 가려고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기껏 진실의 빛으로 저들의 변장을 풀어냈지만, 상황은 결코 좋지 않았다. 사람들의 혼란 때문에 오히려 이즈밀라와 조사단이 피할 길이 없어졌다.
당황한 이즈밀라가 등에서 날개를 펼쳤다.
기실 그녀는 자신이 시전한 진실의 빛으로 스스로의 위장을 깨뜨려 버린 상태였다.
그녀의 등에 은은한 빛을 발하는 천사의 날개가 펼쳐져 있던 것이다.
“크크크. 셀레스티얼! ”
“그게 구난기사단의 비밀병기인가?”
“어디 얼마나 대단한 피 맛을 가지고 있는지 봐야겠군!”
도플갱어들은 좌우로 움직이며 조사단을 향해 서서히 다가섰다. 그들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 모습이 남자, 여자, 노인, 아이 등등 다양하게 바뀌며 보는 사람을 현혹시켰다.
“이 사악한 것들!”
이즈밀라가 노성을 터트리는 그때 그녀의 발아래로 검은 그림자가 쭉 길어져서 그녀의 몸에 닿았다.
순간 그녀는 반사적으로 날개에서 빛을 뿜어냈다. 빛의 창이 그림자를 꿰뚫어 지워 버렸지만….
그렇지 못한 그림자들이 조사단 기사들의 발목을 잡아챘다.
그 순간 갑자기 지면에서 검은 그림자의 촉수가 튀어나와 기사들을 옭아맸다.
“크악?!”
“이런!”
놀란 기사들이 발버둥을 쳤지만 소용없었다.
도플갱어들은 자신들의 정체가 드러나자 거리낌 없이 사악한 마법을 쓰기 시작한 것이었다.
“아!”
동료들이 당하는 모습에 당황한 이즈밀라를 향해 도플갱어가 할버드를 찌르며 달려든다.
하지만 이즈밀라는 그 순간 세라마이트 장검을 휘둘렀다.
검이 불타오르며 호쾌한 불꽃의 궤적이 달려드는 도플갱어의 할버드를 꺾고 팔을 잘라 버렸다.
“크아아악!”
수은 덩어리 같은 팔이 잘려 나가며 도플갱어가 비명을 질렀다.
금색 불꽃이 도플갱어의 몸에 옮겨붙자 도플갱어도 산채로 타는 고통을 느끼는지 몸부림친다. 문득 그 도플갱어가 갑자기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변했다.
“으엉엉… 언니. 왜 그러세요.”
너무나 뻔한 수법이다.
하지만 이즈밀라는 경험이 적어서 그런지 그런 수법에 동요했다. 순간적으로 상대가 도플갱어가 아니라 도플갱어들이 데리고 있는 인질이 아닌가 의심한 것이었다.
그것은 아주 찰나의 틈이었지만 그 정도 틈으로도 충분했다.
도플갱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즈밀라의 발목을 노리고 긴 그림자 두 가닥이 뻗어 나왔다.
이즈밀라는 이미 이 마법을 알고 있었기에 바닥을 세라마이트 장검으로 그으며 그림자와 거리를 벌리려 했지만….
-그림자 촉수 산개!
술자 도플갱어가 주문을 조정했다.
일직선으로 달려오던 그림자가 갑자기 양옆으로 틀어져 그녀의 검격을 피하고 벽과 기둥, 상점의 천막 등으로 옮겨붙더니 그곳에서 촉수를 내뿜었다.
양옆에서 달려든 촉수가 이즈밀라의 몸을 휘감았다.
무시무시한 힘이다. 아무리 단련된 기사라도 이 거대한 근육질 촉수에 휘감기면 꼼짝달싹 못 하리라.
그러나… 이즈밀라는 일반적인 기사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