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252
251. 기사단의 비밀병기 5
“흡!”
이즈밀라가 날개로 홰치자, 사방으로 충격파가 뻗어나가며 그녀의 몸을 휘감은 그림자촉수가 찢어졌다.
“성화여!”
이즈밀라의 머리 위로 커다란 빛의 헤일로가 나타나더니 그 헤일로의 중앙에서 불꽃의 창이 나타났다.
이즈밀라가 창을 투척하는 자세를 취하자 창이 스스로 날아가 방금 그림자 마법을 시전한 도플갱어 술자에게 날아가 꽂혔다.
그리고 그 순간, 마치 화형을 하듯 지면에서 불기둥이 치솟아 올라 도플갱어를 순식간에 태워버렸다.
끔찍한 비명과 함께 도플갱어 하나가 그대로 불타버리고, 그 불기둥으로부터 다시 작은 불꽃 창들이 튀어나와 조사단을 붙잡고 있는 그림자 촉수에 명중했다.
그림자 촉수들이 불타며 사그라들자 조사단 기사들이 정신 차렸다.
“젠장!”
일이 잘못된다는 걸 느낀 도플갱어가 그 몸을 거대하게 부풀리더니 할버드를 무슨 부지깽이처럼 휘두르며 덤벼들었다.
하지만 이즈밀라의 세라마이트 장검이 불타오르며 도플갱어의 허리를 베어버리고 날개에서 폭사되는 빛이 절단난 상반신과 하반신을 동시에 태워버렸다.
마치 천적을 만난 쥐새끼처럼 도플갱어들은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하고 이즈밀라의 힘 앞에 쓰러졌다.
도플갱어들은 보통 인간들을 압도하는 강력한 힘과 사악한 마법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이 이즈밀라의 성스러운 힘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여, 역시….”
“셀레스티얼의 힘은….”
조사단원들은 이미 이즈밀라가 셀레스티얼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녀의 엄청난 힘, 그리고 신성하고 거룩한 모습에 경탄했다.
이것이 기사단의 희망이다.
모두 이즈밀라의 힘과 능력에 고무된 바로 그때였다.
“즐거운 공연이었군!”
갑자기 사방에서 화살이 날아들었다.
놀랍게도 골목길을 꿰뚫고 날아온 화살들이 각자 좌회전, 우회전, 그리고 직선으로 날아와 세 방향에서 동시에 이즈밀라를 노렸다.
이즈밀라는 별생각 없이 신성한 방패의 주문을 사용해서 날아드는 화살을 막았다.
투명한 힘의 방벽이 그녀를 감싸며 날아드는 화살들을 막아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어? 부적?’
화살 대에 부적이 감겨있는 게 보였다.
방패 마법이 투명해서 화살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부적의 문자들이 빛을 발하더니 일제히 폭발했다.
“꺄악!”
눈 부신 스파크가 이즈밀라를 덮쳤다.
이즈밀라의 몸은 엄청난 항마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 전기 스파크들을 몸에서 밀쳐냈다. 마치 투명한 힘의 장벽이 마법들 그 자체를 거부하는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보호막을 찢고 들어온 번개가 이즈밀라를 강타했다.
이즈밀라의 몸이 휘청거리며 순간 균형을 잃었다.
아주 잠깐이지만 그녀가 의식을 잃은 것이다.
“좋았어!”
조사단원들이 당황하는 사이 시장건물 위로 일단의 무리가 뛰어내렸다.
“어!?”
“네, 네놈들은?!”
“설마 전령일족?!”
가면을 쓰고 활을 쥐고 있는 이들의 모습에 조사단원들은 기겁했다.
기껏 도플갱어를 물리쳤더니만 갑자기 전령일족들이라니?!
설마 도플갱어와 이들은 한패란 말인가?
“전령일족이라니….”
“뭐 그렇다고 해두지. 이 아가씨는 우리가 받아가지.”
그들은 무력해진 조사단원들을 조롱하며 이즈밀라를 납치했다.
골목길에서 말이 튀어나왔다.
그들은 준비한 말에 올라타며 박차를 가했다.
“안돼!”
“이즈밀라 경!”
당황한 조사단들이 황급히 뒤쫓았다. 말에 올라탄 이들은 뒤를 보지도 않고 활시위를 당기더니 그대로 쏘았다.
“어?!”
조사단원은 얼굴로 날아드는 화살을 보며 당황했다.
‘분명히 칼로 걷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화살이 왜 저렇게 꾸불텅하지?’
조사단원은 칼로 화살을 쳐냈다. 그 순간 화살에 담긴 엄청난 힘이 오히려 그의 칼을 감아들며 정확히 목젖을 노렸다.
화살이 아니라 숫제 살아있는 독사 같았다.
-텁!
그러나 그때 조사단원의 뒤에서 손이 튀어나와 화살을 붙잡았다.
마치 독사의 목을 제압하는 땅꾼의 손처럼 그 손은 꾸불텅한 화살을 붙잡아 그 힘을 죽이며 지면에 꽂았다.
“으음.”
인파 때문에 뒤늦게 자리에 도착한 아자딘이었다.
사실은 뒤늦게 도착한 것은 아니다.
아자딘은 적당한 거리에서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만 조사단이 죽는 것만은 막아야 했다.
‘납치하게 내버려 두고, 아라엘의 목소리로 추적해서 적들의 소굴을 찾으려고 했는데. 그렇다고 이들을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고, 고맙소.”
“그런데 당신은?”
“호스피탈러-에란트인 아자딘이라 합니다. 이즈밀라 경을 구할 테니까 당신들은 도플갱어 확인 사살을 부탁하지요!”
아자딘은 그리 말하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흐음. 어떻게 할까? 본래라면 납치하게 내버려 둔 뒤 저들의 의도를 알아내고, 추격하는 쪽이 좋겠지만….’
그러나 방금 화살을 쏜 이들은 북방 아라가사, 특히 북제의 아들 칼린츠 왕자의 수행원인 십부장 잔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그 칼린츠 왕자는 바로 방금 만났었지. 왜 순례단을 습격했고 기사단이 이즈밀라 경을 그렇게 특별취급했나 했더니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군.’
아자딘은 힘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서 아라엘의 목소리를 보내 이즈밀라 경을 납치한 이들을 추격했다.
‘마법을 쓰면 몸이 열병에라도 걸린 것처럼 들뜬단 말야. 마법을 쓰면서까지 추적하진 말고 꾸준하게 추적해 볼까? 적들의 규모나 아지트도 알 수 있고.’
그러나 그때 아자딘이 상공에 띄워둔 아라엘의 목소리가 연기를 발견했다.
반다이크 상회에서 불길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니 이런… 무슨 일이야? 이건?’
*********
반다이크 상회로 향한 혈마법사 버나드가 상회와의 교섭을 맡았다.
아무래도 직접 물건을 써야 할 사람이 거래하는 게 더 자세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깨지기 쉬운 유리로 만들어진 분별증류 장비. 세밀하게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정밀한 풀무. 화약을 빻아도 폭발하지 않도록, 혹은 폭발하더라도 목숨을 건질 수 있는 장비는 엄청난 고가에 거래되고 있었다.
그런데….
“버밀리온 요새라. 거기의 요새 대장은 혹시 전령일족 출신인 아자딘이라는 자가 아닙니까?”
반다이크 상회의 지배인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다가와 아자딘에게 관심을 보였다.
“그렇습니다. 그분이 우리 대장이지요.”
“그렇군요. 전령일족이 기사단이 되다니 구난기사단은 참으로 편견 없이 공명정대한가 봅니다. 아니면 그가 뭔가 특별한 것을 바쳤던가요?”
“그렇지 않소. 그저 기사단에 여러모로 공을 세워서 기사단이 그를 인정했다고만 알고 있소이다. 그보다 물건은 언제 받을 수 있겠소?”
“드워프에게 주문을 넣으면 적어도 2주는 기다려야 합니다. 깨지지 않도록 주의해서 배송해야 하니.”
“그럼 2주 뒤에 배송해 주시오. 물건이 온전히 도착하면 그때 돈을 드리리다.”
“드워프에게 주문을 넣으려면 계약금을 받아야겠습니다만.”
“여기 있소.”
버나드는 별다른 흥정도 없이 달라는 계약금을 그대로 주었다. 카밀라가 너무 시원하게 돈을 내놓는 버나드의 태도에 깜짝 놀랐다.
“뭐 하는 거야? 상당히 비싼데 흥정도 안 하고? 공공자금으로 부자 된 기분을 누리는 거야?”
“일단 나가도록 합세.”
버나드는 동료들에게 눈치를 주고 상회 건물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러나 상회의 문지기들이 헛기침하며 문을 가로막았다.
“고객님. 저희가 고객님에게 필요한 게 좀 있는데….”
“치게. 쿤타치.”
“어? 누나? ”
“쳐!”
카밀라가 명령하자 쿤타치는 주저 없이 양 주먹에 놋쇠너클을 잡고 문지기에게 주먹을 날렸다.
-퍼억!
무시무시한 굉음과 함께 문지기의 머리가 박살 났다.
아니 그렇게 된 것처럼 보였다.
문지기의 몸이 미끄덩거리며 그의 몸이 은색으로 번쩍인다.
쿤타치의 주먹을 맞지 않은 다른 문지기도 은색 눈동자를 빛내며 곤봉을 쥐었다.
“당신들의 모습이 필요합니다.”
도플갱어들이 본색을 드러냈다.
상회의 경비병들이 곤봉을 휘두르자 쿤타치는 대뜸 놋쇠 너클로 곤봉을 받아쳤다.
“와우! 과연 하프오크. 힘이 대단하군요.”
도플갱어가 곤봉을 손에서 놓치고 당황스러워했다.
그때 카밀라가 벽의 장식장을 밟고, 도플갱어를 뛰어넘은 뒤 등 뒤로 칼을 푹 찔러넣었다.
도플갱어의 몸이 휘면서 그녀의 칼을 피해냈지만, 쿤타치가 큰 훅을 갈기자 도플갱어가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것에 맞았다.
두 남매가 앞과 뒤에서 도플갱어를 칼과 주먹으로 동시에 후려갈겨 도플갱어의 숨통을 끊어버렸다.
하지만….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사슬이 떨어졌다.
쿤타치의 몸에 화살이 박힌 것이다.
쿤타치는 사슬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 사슬이 부서지며 고리가 바닥에 떨어져 떼구르르 굴렀다.
“자, 다들 그만. 뒈지고 싶나?”
여지배인이 전령일족의 활을 들고 화살을 재워 그들을 노리고 있었다.
“쿤타치!”
“으억… 누, 누나. 아파!”
“소문은 들어봤겠지? 아니 아자딘의 부하일 테니 소문의 문제가 아니지. 우리 아라가사의 화살은 목표를 놓치지 않는다. 지금도 대가리를 뚫으려다가 산채로 네놈들이 필요해서 살려둔거야. ”
“윽….”
“자, 그럼….”
여자 지배인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는지 턱으로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도플갱어들이 다가왔다.
“네놈들의 모습을 빼앗은 도플갱어들을 아자딘 놈에게 보낸다. 녀석을 감시하고, 필요하다면 잡아서 우리 일족을 배신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안심해. 너희들에겐 모습 이상 바라는 게 없으니.”
그런데….
“흠. 전령일족의 화살이 백발백중이라. 그러면 이건 어떻소?”
버나드가 손가락을 튕기자 건물 안의 불들이 꺼지기 시작했다. 상회 건물이 바깥의 빛과 철저히 차단되어 있어서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이놈이!?”
여지배인은 당황하면서 버나드를 향해 화살을 날렸다. 갑자기 어두워져서 주위가 보이지 않지만, 버나드가 있던 위치를 향해 화살을 날린 것이었다.
그러나 버나드 또한 그런 공격은 예측했다. 그의 주위로 은색 액체가 뻗어와 화살을 막아냈다.
방금 쿤타치와 카밀라가 베어버린 도플갱어의 피였다. 도플갱어의 피와 살을 조종해서 그는 자신에게 날아드는 화살을 막아낸 것이었다.
“나가도록 합세. 콜록….”
버나드의 목소리가 여러 곳에서 울렸다. 행여 목소리로 자신의 위치를 추측하지 못하도록 마법을 써서 여기저기서 소리를 내는 것이다.
‘이런 젠장. 이놈 상당한 마법사잖아? 아니 이런 변방에 왜 이런 놈이 있지?’
여지배인은 예상치 못한 일에 당황해 빛을 밝히는 주문을 외우려 했다.
그러나 지금 자신이 불을 밝히면 그 순간 버나드의 마법이 날아올지도 모른다.
‘도플갱어들은 어둠 속을 꿰뚫어 볼 수 있겠지만….’
그녀는 자기 부하인 도플갱어들을 온전히 믿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