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255
254. 기사단의 비밀병기 8
“윽…. 으읍?!”
이미 이즈밀라의 몸에는 밧줄이 묶여있었고, 그녀의 입에도 마법 주문을 외우지 못하도록 재갈이 물려있었다.
하지만 상황을 파악한 이즈밀라는 정신을 집중했다.
그녀의 팔에서, 몸에서 신성한 불길이 일어나 밧줄을 태우기 시작했다.
“이런!”
“막아!”
다급한 북방 아라가사들이 접근했지만, 이즈밀라의 몸에서 일어난 황금빛 불길은 접근하는 이들을 함께 태울 기세였다.
“앗 뜨거!”
“젠장!”
이즈밀라의 입을 가로막고 있던 재갈이 불타서 떨어져 나갔다.
다급해진 그때 마법사가 나섰다.
“죽어도 모른다!”
마법사가 시전한 번개가 이즈밀라의 미간에 정확하게 명중했다.
-바지지지직!
보기에도 끔찍한 광경이었다.
황금빛의 불길을 뿜어내며 분노하던 이즈밀라의 눈이 빛을 잃으며 그녀가 옆으로 쓰러졌다.
“놀랍군. 역시 셀레스티얼. 곰도 죽일 출력으로 쐈는데도 기절하고 끝이라니. 몸 어딘가 타버려야 하는데….”
이즈밀라의 얼굴에 잠깐 번개전류가 흐른 흔적이 있었다.
아주 약간 피부가 벌겋게 번개형상으로 익은 흔적이었지만 그녀가 쓰러져있는 동안에도 상처가 빠르게 나아서 이내 사라졌다.
과연 구난기사단의 비밀병기다운 모습이었다.
“괜찮은 거야? 이거?”
“여기 이 쇠사슬로 묶어라. 이건 흑강사슬이다. 아무리 천사라고 해도 이걸로 묶으면 꼼짝 못 하지. 재갈을 물릴 필요도 없어. 이것에 묶인 자는 마법도 능력도 사용할 수 없게 되니까.”
마법사는 흑강으로 만들어진 사슬을 꺼내왔다.
아라가사들은 흑강으로 만들었다는 사슬을 보며 흠칫 놀랐다.
흑강은 그들에게 있어서 지고의 보물, 무안의 사룡 아자딘의 비늘에서 유래한 금속이라 여겨지는 것이었다.
보물이면서 또한 저주스러운 흉물이다. 그걸 이만큼이나 가지고 있다니.
“어떻게 이런 걸….”
“다 준비할 수 있지. 그럼… 이제 어쩔 거냐? 이대로 추적자를 달고, 너희 주인인 북제에게 쫄랑쫄랑 갈 거냐?”
“다른 방법이 있나?”
“이렇게 하지.”
마법사가 손짓하자 물레방앗간 안에 숨어있던 고블린 병사 두 마리가 걸어 나왔다.
마법사가 날카로운 손톱이 돋아난 손을 뻗어 두 고블린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키에에엑!”
손톱이 너무나 쉽게 고블린의 두개골을 뚫고 들어가자 고블린들이 처참한 비명을 내질렀다.
그들이 몸부림칠 때 그 배가 갈라지고 안에서 날개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왼쪽 고블린에게서 왼쪽 날개가, 오른쪽 고블린에게서 오른쪽 날개가 돋아난다.
“음….”
북방 아라가사들은 그 모습을 보며 치를 떨었다.
이 마법사. 예사롭지 않은 인물이다.
방금 이 마법사가 전령일족과 북방 아라가사들을 비교해서 화가 났었는데, 그 분노는 씻은 듯 사라지고 꺼림칙한 공포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아니 우리가 겁쟁이라는 게 아니라.’
‘마법은 잘 모르니까.’
마법사는 고블린들을 양손으로 쥐어 그들의 머리를 헤집어 죽여버리더니, 그 시체를 들어 하나로 합쳤다.
-우드드득!
끔찍한 소리와 함께 잠시 후 그 자리에 기이한 날개가 돋아난 고블린 시체가 만들어졌다.
마법사가 거기에 모포를 감으니 이즈밀라와 크기가 비슷했다.
“음, 두 마리로는 부족하군. 날개가 꽤 커서…. 하나 더?”
마법사가 그리 말하자 고블린들이 흠칫 놀라더니 바닥에 엎드려 벌벌 떨었다. 감히 도망갈 생각조차 못 하는 걸 보니 이 마법사가 고블린들에게 가지는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도망가도 저 번개 마법이 있는 한 통 안의 쥐새끼 꼴일 것이다.
“농담이다. 모포로 두르면 괜찮겠지.”
마법사는 모포를 부풀려서 그럴싸하게 만든 뒤 그것을 북방 아라가사들에게 내주었다.
“자. 너희들은 이걸 들고 서쪽으로 이동해서 저 추적자를 현혹시키도록. 우리는 이 천사를 가지고 너희들의 주인에게 전해주겠다.”
“아니. 그럴 수는 없지.”
북방 아라가사의 십부장 잔이 반대했다.
“너희들이 그 천사를 도중에 들고 다른데 새지 말라는 법이 없잖아? 구난기사단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서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공을 들였는데. 이제 와서 너희들 쿠르트 판테온에게 넘길 수는 없지.”
“미행을 달고 온 것은 네놈들이다. 네놈들이 책임져야 할 일이지.”
마법사가 잔의 발언에 분개했다. 일견 들어보면 일리가 있는 말 같지만, 잔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네놈들이 했으면 뭐 미행을 안 달고 왔을 것 같아? 애초에 너희들은 괴물이라 도시에 들어가지도 못해서 우리가 해야 했잖아. 일을 전담하다 책임이 생겼는데 그걸 가지고 비난한다면 책임이 두려워서 너희랑은 아무도 일을 안 하려 할 거다. 그러니 여기서는 공평하게 반반으로 나누지.”
“뭐?”
“우리의 절반은 천사와 함께, 절반은 적을 끌어낸다. 마찬가지로 너희의 절반도 천사와 함께, 나머지 절반은 적을 끌어내자고. 어때? 공평하지?”
“우리를 믿지 않는다는 소리로군.”
“솔직히 믿어지겠냐?”
“하하. 그건 그렇군. ”
마법사는 날카로운 갈고리 손으로 자기 머리를 탁치며 껄껄 웃었다.
“좋다. 그렇게 하지.”
마법사는 십부장 잔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
물레방앗간에서 북방 아라가사들이 튀어나왔다.
그들은 아라엘의 목소리를 눈치챘는지 방앗간에서 나오자마자 상공을 향해 화살을 쏘았지만, 아무리 아라가사의 화살이라 하더라도 활 그 자체의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다.
화살의 힘이 닿지도 않는 하늘 높이 날고 있는 아라엘의 목소리를 화살로 맞추는 건 불가능했다.
그들은 말을 바꿨는지 빠른 말을 타고 북서쪽 길로 도주하고 있었다.
‘음. 뭔가 이상한데?’
아자딘은 아라엘의 목소리를 조종하며 이들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느꼈다.
우선 이즈밀라의 몸이 이상하다. 방금까지는 멀쩡했는데 피 묻은 모포를 덮어놨다.
설마 그사이에 이즈밀라를 다치게 하거나 살해했을까?
‘이즈밀라의 몸 안에 뭔가 마법적인 보물이 있어서 그걸 빼낸 건가? 아니 그럼 보물이 목적일 테니 몸을 굳이 가져갈 이유가? 그녀의 몸, 천사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가?’
적들은 분명히 이즈밀라를 살려서 납치했다. 그녀의 몸 안의 뭔가를 꺼내려 했다거나 죽이려 했다면 처음부터 죽였으리라. 번개 부적을 단 화살로 그녀를 기절시켰을 때 잽싸게 숨통을 끊는 게 물건을 탈취하기도 편했을 테니까.
‘여러 정황으로 보아서 십중팔구 미끼로군!’
아자딘은 아라엘의 목소리를 하강시켜서 오두막 안을 조사시켜보고 싶었다. 그러나 적들이 화살을 쏘고 있으니 만약 저고도로 하강시켰다가 공격당하면?
아라엘의 목소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누이의 유산을 그렇게 쉽게 잃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에도 적들은 계속 말을 타고 달려 멀어지고 있었다.
“저거 어쩌지?!”
카밀라가 물어보았다.
“저 건물 안을 수색하고 추격한다! 건물 수색이 우선이야!”
“그래도 돼?”
“저들은 내가 따로 감시하고 있어! 건물을 우선해! 다만 함부로 먼저 들어가지 말고!”
과연 아자딘이 그리 말하자 건물 안에서 밖으로 화살이 날아들었다.
물레방앗간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들이 밖으로 화살을 날린 것이다. 아자딘보다 카밀라와 쿤타치가 앞서나가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공격에 노출되었다.
평소라면 화살을 붙잡거나 손등으로 쳐낼 아자딘이었지만, 이즈밀라가 무엇에 당했는지 잘 알고 있는 그는 급한 대로 동전들을 던져 날아오는 화살들에 충돌시키고 몸을 옆으로 날렸다.
“누나!”
쿤타치는 자신의 누나에게 날아드는 화살을 그 두꺼운 몸으로 막아냈다. 화살이 쿤타치의 몸에 명중했지만 쿤타치는 두꺼운 사슬갑옷을 입어 화살이 완전히 몸에 박히지 않았다.
사슬 갑옷의 사슬이 깨지며 화살은 살을 찔렀다가 박히지 못하고 빠져나갔다. 그러나… 화살에 감겨있던 부적이 풀어지며 전기 스파크가 작렬했다.
“끄아아악!”
쿤타치의 갑옷에 전기 스파크가 명중하며 뇌격이 그의 몸으로 흘러 들어갔다.
카밀라는 전격 자체에는 직접 맞지 않았지만 낙마하고 말았다.
아자딘은 자신을 노리는 화살을 전방에서 터뜨려 전기 스파크의 추가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이 자식들!”
아자딘은 자신의 부하들을 쓰러뜨린 북방 아라가사의 공격에 치를 떨었다.
그때 또 세 발의 화살이 아자딘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것들 역시 부적이 감겨 있는 화살이다.
셀레스티얼의 힘을 드러냈던 이즈밀라조차 쓰러뜨렸던 공격이 아자딘에게 날아드는 것이다.
‘저 부적, 상당히 비쌀 텐데 다들 아끼지 않는군. 북제의 재산이 차고 넘치나 봐?’
아자딘은 다시 동전을 뿌려 날아드는 화살들을 요격했다.
일반 화살이라면 동전이 튕겨 나가고 말테지만 부적이 감겨있는 화살은 스스로 폭발하며 전기 스파크를 뿜어냈다.
-화조풍월 어스름!
아자딘의 잔영이 대신 전기 스파크를 흡수했다. 아자딘은 그 틈을 노려 순식간에 물레방앗간의 창문을 부수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좌우에서 적들의 공격이 날아든다.
북방 아라가사 대원들이 아자딘이 다가오자 양옆에서 검을 휘둘러 기습한 것이었다.
-퍼퍽!
그러나 아자딘은 예측이라도 한 것처럼 한 놈은 주먹, 한 놈은 발로 걷어차 버렸다.
가볍게 친 것 같은데 북방 아라가사 대원들이 붕 날아가서 방앗간의 샤프트에 충돌해 앞으로 고꾸라졌다.
“크윽!”
“아악!”
단 일격에 늑골이 부러지고 어깨가 탈구되었다.
아무리 이들이 아라가사라 하더라도 이런 부상으로 싸울 수는 없다.
아자딘이 살짝 건드린 것만으로 대부분의 전투능력이 소실된 상태라니.
“아 진짜.”
부하들이 아자딘에게 당하는 걸 본 잔이 얼굴을 감쌌다.
그런데 또 기분이 아주 나쁘진 않다.
부하들은 잔이 아자딘에게 당해서 그와 잠깐이나마 함께 행동했던 것을 가지고 두고두고 놀려먹고 있었는데, 이제 그들도 아자딘의 쓴맛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또 만나게 되었군. 잔.”
“거 우리도 좀 먹고 삽시다. 너무한 거 아니오.”
잔의 넉살 좋은 태도에 아자딘도 말문이 막혔다.
“그건 미안하게 됐군. 잔. 버밀리온 요새는 인재가 필요하니 먹고 살길은 마련해줄 수 있어.”
“황제가 되려 하는 북방의 왕 대신에 구난기사단에서도 천덕꾸러기 신세인 당신 밑에 들어갈 이유가 있는지?”
잔은 아자딘이 수련기사, 그것도 차드라 고원에 유폐되었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자딘은 태연자약했다.
“북제는 이미 왕이었잖아. 반면 나는 이제 겨우 수련기사 신분이니 나와 함께 하면 대업의 동반자가 될 수 있지. 단순한 하수인이 아니라 동업자부터 시작하는 관계 어때?”
“어? 그건 좀 혹하는 걸. 역시 뭔가 아시는 분이라니까.”
잔은 아자딘의 말에 혹했다.
“그럼 거래할 테냐?”
“아니 그건 또 음….”
“내게 약간의 방안이 있는데.”
아자딘은 은밀하게 잔에게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