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256
255.기사단의 비밀병기 9
마법사와 고블린들은 물레방앗간 밑, 지하도를 통해서 탈출하고 있었다.
이 물레방앗간은 강물의 수위가 변할 때 잠기지 않도록 수면보다 높은 위치에 설치되어 있었고, 그 밑으로는 동력을 전달하기 위한 샤프트들과 그 샤프트를 정비하기 위한 정비용 통로가 나 있었는데, 그 정비용 통로로 빠져나가고 있던 것이다.
“저기! 고블린이다!”
아직 물레방앗간에 돌입하지 않은 카밀라는 숏보우로 마법사를 공격하며 소리 질렀다.
“재미있군!”
마법사는 힘의 장벽을 전개했다.
카밀라가 발사한 화살들이 힘의 장벽에 부딪혀 멈춰졌다.
“변변찮은 인간 계집이 감히 날 무시하다니. 죽여주마.”
마법사는 자신에게 공격을 가한 카밀라를 향해 흉악한 눈빛을 드러냈다. 마치 뱀의 것과 같은 노란 눈동자가 흉악한 살기를 머금고 번들거렸다.
그러나 카밀라는 코웃음 쳤다.
“감히 내 동생을 다치게 했겠다?!”
“?!”
그제야 마법사는 카밀라의 화살에 익숙한 부적이 감겨있는 걸 보며 당황했다.
북방 아라가사들이 사용했던 번개 부적이다. 터지지 않은 부적들이 남아있었나? 그게 카밀라의 화살에 그대로 감겨있다니?
‘내 부적을 주워서 회수했다고? 아니 잘못 건드리면 터졌을 텐데? 어째서 이깟 계집이 내 부적을 다룰 수 있지?’
마법사가 카밀라의 기민함에 놀라는 사이 부적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바지지지직!
부적이 폭발하며 전기 스파크가 마법사와 고블린을 덮쳤다.
“끼에에엑!”
고블린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고블린들이 나르고 있던 이즈밀라에게도 전기 충격이 전해져서 그녀가 충격으로 깨어났다.
“헉?!”
“미쳤나?! 너희들은 이 여기사를 구하러 온 게 아닌가?”
마법사는 자신에게 덤벼드는 전기 충격을 결계로 흘려보내며 혀를 날름거렸다.
개와 같은 머리를 했지만, 눈은 세로 동공의 파충류의 눈을 가진 짐승 인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코볼트로군요.”
버나드가 수인을 맺자 번개에 맞아 쓰러진 고블린의 몸에서 살덩이와 핏물이 치솟아 오르더니, 코볼트 마법사를 향해 쏘아졌다.
하지만 코볼트 마법사 역시 수인을 맺어 대항했다.
“오옴!”
코볼트 마법사를 중심으로 충격파가 퍼져나가며 날아드는 핏물들을 흩어놓았다.
그러나 그때 또다시 카밀라의 공격이 날아들었다.
이번에는 탄궁으로 돌을 발사했다.
코볼트 마법사는 다시금 화살을 막는 힘의 장벽을 펼쳐 그 공격을 막아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카밀라가 발사한 돌은 힘의 장벽을 뚫고 들어가 코볼트 마법사 앞에서 폭발했다.
강한 섬광과 굉음이 코볼트 마법사의 사력과 청력을 앗아갔다.
“크악!”
“호오?”
버나드는 유심히 그걸 지켜보았다.
“마석이야. 마법석.”
“그런 게 있었습니까? 순례단에 합류할 때 몸수색으로 짐은 다 빼앗겼을 텐데요? 그 후에 딱히 마석을 보급받을 만한 곳도 없었지 않습니까?”
“비밀이다.”
카밀라는 그리 말하며 숏보우에 다시 돌을 걸고 쏘았다.
-딱!
시력을 잃고 당황하는 코볼트 마법사의 머리에 돌이 명중하고 피가 흘렀다.
“으윽!”
코볼트 마법사는 품에서 스크롤을 꺼내 펼쳤다.
시력과 청력은 아직 돌아오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충격을 받아서 균형감각마저 잃어버린 지금 그냥은 도망칠 수 없다. 잘못해서 발을 옮기다간 실족사할 테니까.
“이런 제기랄! 내게 이것마저 쓰게 하다니!”
스크롤이 불타오르며 코볼트 마법사의 앞과 뒤에 화염의 원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화염의 원 안에서 오우거 만한 크기의 거대한 괴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윽?”
“모두 조심하세요! 이건 악마 소환입니다!”
정신을 차린 이즈밀라가 경고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묶고 있는 흑강사슬을 풀어내려고 했지만, 천사의 힘을 쓸 수 없었다.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자유로운 발을 움직여 뒤로 물러나는 그녀를 향해 악마가 다가왔다.
악마는 마치 피부를 생으로 벗겨낸 곰과 같은 모습을 취하고 있었는데, 피부 없는 근육 위로 마법의 불길이 피부를 대신해 번뜩이며 흐르고 있었다.
머리 위에는 야만적이고 위협적인 두 개의 뿔이 전방을 향해 솟아있었다. 그 표면에 번개와 불길이 문신처럼 아로새겨져 자연적인 생물이 아님을 알려주었다.
등골을 따라 난 척추의 끝에 이어진 꼬리는 살점 없이 뼈로만 이루어져 있어 마치 죄수의 살을 발라내기 위한 고문용 채찍을 연상케 했다.
악마가 걸음을 걸을 때마다 바닥에 불길이 번진다.
“아 이건 꽤 강한데?”
보기만 해도 본능적인 공포가 스멀스멀 밀려온다.
“소환자를 공격하는 게 낫겠어!”
카밀라가 탄궁을 날려 마법사를 노렸다. 소환된 악마가 몸으로 마법사를 가렸다.
탄궁으로 발사한 돌이 악마에게 맞았지만, 그 거대한 몸체의 화염피부가 돌을 튕겨냈다.
“이빨도 안 들어가겠는걸?”
카밀라는 신음했다.
“써야 하나….”
그때 악마의 뿔이 빛을 발하자 그의 머리 옆에 불타는 석탄 덩어리 여섯 개가 떠올랐다.
“아, 저건 매우 강력한 마법입니다. 어쩔 수 없군요.”
버나드가 투덜거리며 소매에서 마법봉을 꺼내 마치 그림을 그리듯 유려한 손짓으로 조종했다.
그러자 강물에서 물줄기가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
악마가 인간에게 불가해한 발언을 하고 화염석탄들이 날아들었다.
그와 동시에 버나드가 끌어올린 수류도 화염석탄을 향해 날아간다.
여섯 가닥의 불꽃 줄기와 여섯 가닥의 물줄기가 서로 격돌해 마치 서로의 목덜미를 물어뜯으려는 히드라처럼 엉키며 격돌했다.
수증기 폭발이 일어나며 요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이 자식. 단순한 혈마법사가 아닌데?’
카밀라는 태연하게 악마와 마법을 주고받는 버나드에게 당황했다.
“피나 물이나 비슷하지요.”
버나드가 그리 말하자 강물에 빨려 올라와 그의 주위에 수류의 구체를 형성했다.
악마의 뿔이 빛을 발하고 그의 양 뿔의 앞으로 불길이 일어나더니 강력한 화염광선이 일직선으로 쏘아졌다.
버나드는 수류의 구체로부터 물줄기를 쏘아내어 악마가 시전한 화염광선에 맞섰다.
물줄기와 화염광선이 격돌할 때마다 물이 끓어오르며 수증기가 쏟아져나왔다.
“큭! 뭐냐 이것들은?”
섬광과 충격에서 마침내 시력과 청력을 회복한 마법사는 악마와 대등하게 마법을 주고받는 버나드의 힘에 놀랐다.
그도 주문을 시전해 이 싸움에 끼어들려고 했는데….
“아 곤란하지 그건.”
-퍼억!
갑자기 커다란 장검 하나가 그의 등에서 가슴으로 뚫고 나왔다.
어느새 방앗간에서 나온 아자딘이 세라마이트 장검으로 코볼트 마법사를 급습한 것이었다.
“커억!?”
아자딘은 코볼트 마법사를 찌른 검을 치켜들었다.
-콰드득!
세라마이트 장검이 코볼트 마법사의 흉곽을 자르고 빠져나왔다. 선혈이 분수처럼 쏟아지며 코볼트 마법사가 쓰러졌다.
절단된 흉곽에서 폐가 쏟아져 나온 게 도저히 살 수 없는 중상이었다.
-크르르르!
악마는 소환자의 목숨이 끊어지자 으르렁거리더니 스스로 불꽃 원을 만들고 그 너머로 걸어갔다.
“아자딘!”
“다들 잘했어. 괜찮나?”
“어 덕분에.”
카밀라는 힐끔 버나드를 바라보았다.
버나드는 이런 마법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식은땀도 안 흘리고, 그저 평소처럼 기침을 좀 할 뿐이었다.
“으음. 대, 대단하군요. 당신들.”
이즈밀라는 사슬에 묶인 채 몸을 일으켰다.
“흑강사슬이군?”
아자딘은 그런 그녀의 몸을 옭아매고 있는 흑강사슬을 풀어보았다.
자물쇠 같은 것도 없이 그냥 서로서로 마찰하게 감아놨을 뿐인데도 이즈밀라가 꼼짝 못 하다니 놀랍다.
아자딘은 분리한 흑강사슬을 손에 잡고 휘두르다가 인근 나무 기둥에 던져보았다.
촥하고 흑강사슬이 나무 기둥을 휘감더니 그대로 붙어있었다.
그 상태에서 풀어보려고 하니 단번에 풀리진 않는다.
“꽤 좋은 사슬인데?”
아자딘은 이 흑강사슬이 엄청난 보물이라는 걸 알아챘다.
셀레스티얼을 꼼짝 못 하게 얽어매는데 던지기만 해도 휘감길 정도니 쓰기도 편리하다.
‘적이 이걸 더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나도 주의해야겠군.’
아자딘은 흑강사슬을 챙기고 이즈밀라를 돌아보았다.
“자 그럼… 무사해서 다행이긴 한데. 이즈밀라 경. 어떻게 된 건지 상황을 설명해 줄 수 있을까?”
“아, 아자딘 경. 조력에 감사드립니다. 당신이 없었다면 전 꼼짝없이 납치되었겠지요.”
“당신은 천사인 거지? 구난기사단 내부에서 만든.”
“부끄럽게도 천사의 모습을 취하고 있지만 온전한 천사는 아니지요. 저의 정체는 구난기사단 내에서도 특급비밀인지라 본래는 알려선 안 되었습니다만….”
“잡혀가느니 모습을 드러내는 게 낫지. 파이어글리프의 수많은 시민 앞에서 정체를 드러낸 것은 너무 신경 쓰지 말도록. 불가항력이었으니 말야.”
아자딘은 뻔뻔하게 그렇게 말했다.
“아 제가 말하는 건 아자딘 경에게 비밀을 밝혀도 되는지를 걱정하는 거였습니다만. 그렇네요. 파이어글리프의 시민들에게 알려버렸으니.”
“그래. 그런 대단한 비밀이란 말이지? 하지만 상대는 그런 당신의 힘과 능력을 예측하고 이런 장비까지 가져온 걸 보면 이미 알고 있었단 말야. 그 비밀 괜찮은 거야? 온 휘브리스 인들이 다 알고 있는 거 아니고?”
아자딘은 흑강사슬을 꺼내 보였다.
그 외에도 코볼트 마법사의 짐을 뒤져서 마법 부적과 지팡이, 그리고 돈도 알뜰살뜰 챙겼다.
“적들은 성내의 살인 사건을 빌미로 저희에게 접근했습니다. 게다가 도플갱어도 있었어요. 그리고 북방 아라가사들도. 아, 그러고 보니 그들은 어떻게 되었나요?”
이즈밀라가 그걸 물어보자 다들 아자딘을 바라보았다.
아자딘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도망쳤다.”
‘놔줬구만.’
다들 그리 생각했지만 추궁하진 않았다.
아니 추궁을 못 했다는 게 정상이리라.
아자딘이 얼마나 무서운 실력자인지 잘 알고 있는 이들은 굳이 사소한 문제로 그를 추궁하고 싶지 않았다.
다만 이즈밀라는 당혹스러워했다.
“네? 그들이 제 검을 가져갔는데. 세라마이트 장검입니다. 잃어버리면 안 돼요.”
“다행히 네 검은 되찾았어. 잠깐 기다려 봐.”
아자딘은 그리 말하고 손을 털었다. 그러자 하늘에서 이즈밀라의 세라마이트 장검이 툭 떨어졌다.
“어?”
“…….”
버나드는 그 모습을 보고 실소했다.
근처에 숨어있던 십부장 잔이 아자딘의 명령에 따라 이즈밀라의 세라마이트 장검을 던져준 것이다.
“뭘 한 겁니까?”
“내 마법이다. 자 여기.”
“마법이라고요? 이게?”
“황제의 마법이라 잘 모를 거야. 자세한 건 묻지 말도록. 기밀이니까.”
아자딘은 대충 얼버무렸지만 이즈밀라는 정말 아자딘을 믿었다. 아자딘이 그녀의 위기 상황에서 나타나 구해준 게 이번이 두 번째. 이런데 아자딘을 의심한다는 건 배은망덕하기 짝이 없는 일이기에 이즈밀라는 전격적으로 아자딘을 믿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