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257
256.천사의 피의 행방 1
‘으음. 너무 바라보는데?’
아자딘은 자신을 동경의 눈길로 바라보는 이즈밀라의 시선을 보며 당혹감을 느꼈다.
“아자딘 경. 당신은 정말 기사들의 귀감이군요. 그 뛰어난 무력, 통찰력, 냉철함, 그러면서도 정의를 사랑하고 미덕을 수호하는 굳센 의지라니.”
“아니 그, 그렇게까진 아닌데.”
바로 방금까지만 해도 북방 아라가사들과 모종의 계약을 맺고 널 기만했는데 이렇게 믿어주면 곤란하다.
그러나 이즈밀라는 그런 아자딘의 행동도 겸손이라고 여겼다.
“본래 제가 천사의 피를 받은 셀레스티얼이라는 것, 그리고 이 천사의 모습, 그 모든 것이 기사단의 기밀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자딘 경. 당신이라면 믿을 수 있는 인물이겠지요. 그렇다면 또 다른 기밀 하나를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또 다른 기밀이라니?”
“치료 마법입니다.”
“치료 마법?”
“네.”
이즈밀라는 그리 말하고 일행 중 가장 부상이 심한 쿤타치에게 주문을 사용했다.
그러자 은은한 빛의 원이 맥도갈을 감싸더니 그의 상처가 나아가는 게 아닌가?
‘기적계 치유 마법이군! 이건 왕은 되야 쓸 수 있다는 건데.’
왕의 교회에서는 오직 왕만 사용할 수 있는 치유마법을 이즈밀라는 별것 아니라는 듯 시전했다.
치유 효과를 가지는 마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하급이 혈마법의 치유, 그다음이 녹색 마력의 치유이며 최상급의 치유마법은 기적계열의 치유였다.
왕의 교회에서는 왕들조차 치유마법을 쓰는데 자기 피를 촉매로 쓰기 때문에 마력과 별개로 혈액 부족으로 많이 사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즈밀라는 별다른 소모 없이 자유자재로 기적계 치유마법을 쓸 수 있었다.
“셀레스티얼로 변신했을 때만 사용할 수 있지만 이 정도는 별 부담 없이 쓸 수 있어요. 이게 기사단의 기밀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아자딘 경, 당신과 당신의 부하들이라면 믿을 수 있습니다.”
그리 말한 이즈밀라는 다시금 날개를 거두고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훌륭하군. 과연 기사단이 당신을 애지중지한 이유가 있었군.”
“부끄럽습니다, 아자딘 경. 저는 오히려 적에게 납치나 당했는걸요. 부족함을 통감할 따름입니다.”
순례단 습격사건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이즈밀라는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객관적으로 볼 때는 검술실력도 괜찮고, 셀레스티얼이라 마력도 뛰어나고. 항마력도 엄청난 걸로 보이는데? 몸도 튼튼한 것 같고.’
본인의 실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그녀를, 셀레스티얼이란 존재 자체를 노리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였으나 계속 나쁜 일이 생기니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말인데 아자딘 경.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흠. 뭐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자세히 이야기해 봐.”
아자딘이 요구하자 이즈밀라는 길을 가리켰다.
“일단 걸어가면서 이야기하지요. 곧 해가 질 겁니다.”
파이어글리프 요새에 해가 지고 있었다.
그 파이어글리프 요새의 외곽 여인숙에 조사단원들이 모여있었다.
그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가 길을 따라 이즈밀라 경이 돌아오는 걸 발견하고 즉시 여인숙에서 뛰쳐나왔다.
“이즈밀라 경!”
“무사하셨군요!”
“그런데 옆에는….”
그들은 요새로 돌아온 이즈밀라를 반기다 흠칫 놀랐다.
이즈밀라가 혼자가 아니라 다른 이들, 아자딘 일행과 함께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안심하세요. 이분은 저를 구해주신, 아자딘 경입니다.”
“아자딘 경?”
“순례단이 습격당할 때도 도와주셨지요. 현재는….”
“버밀리온 요새의 경비대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수련기사, 아자딘이라고 합니다. 형제여.”
아자딘이 형제라고 말했지만 다들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기사단의 모두는 형제라고 말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사실 어느 계파의 기사인가, 지혜인가 용기인가 자비인가. 이 세 가지 미덕으로도 계파가 크게 갈렸다.
게다가 아자딘의 경우는 그러한 계파 이전의 문제가 있었다.
‘이 녀석이 그 유명한 전령일족이잖아?’
‘신왕살해자. 영혼없는 불경자가 무슨 우리 형제라고?’
‘이즈밀라 경을 구해준 건 좋지만 정말 구한 거 맞아? 순례단이 습격당할 때도 그렇고, 이번에 나타난 것도 그렇고. 매번 이즈밀라 경이 위험할 때 나타나는데. 이놈이 범인일 수도 있잖아?’
‘그런데 잘생기긴 되게 잘생겼네. 매력적이다.’
그들은 아자딘을 불신했다.
그때 그들 중 가장 직책이 높은 이, 조사단장이 나섰다.
“아, 아자딘 경. 우선 이즈밀라 경을 구해주어서 고맙네. 내가 이 조사단의 총단장인 파벨일세. 호스피탈러지. 자네의 공로는 내 반드시 잊지 않고 상부에 보고하겠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즈밀라 경의 그, 정체에 대해서는 알고 있나?”
“정체라면 그녀가 천사의 날개를 가지고 있다는 것 말입니까?”
“음 역시 봤구만. 그건 함구해 주게.”
“물론 대외적으로 말할 이유가 없지요. 그러나 저만 본 게 아니라 도시에서 꽤 많은 사람이 보았습니다. 게다가 적들도 그녀를 집요하게 노리고 있는 걸로 보아 이미 적들에게도 알려져 있을 겁니다.”
아자딘이 지적한 대로 북제의 부하들은 이미 이즈밀라가 셀레스티얼이라는 걸 알고, 그녀를 납치하기 위해 강력한 제압의 저주가 걸린 흑강사슬을 준비해 왔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경직된 조직구조를 가진 기사단에서는 난처해하고 있었다.
“일단 상부에 보고는 해뒀네. 상부의 답신이 올 때까지 우리가 경거망동할 수는 없네.”
파벨 경은 그야말로 복지부동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지금 여기서 상부에 연락해 봤자 상부가 답신을 줄 때까지 얼마나 걸릴 것인가?
그러자 이즈밀라가 나섰다.
“파벨 경. 파이어글리프에는 주교구도 없기 때문에 상부에 보고를 드리면 파발로 연락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데 이대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여기서 저는 아자딘 경에게 조력을 요청하고자 합니다.”
“뭣?! 그게 무슨 말인가? 이즈밀라 경?”
“어차피 아자딘 경은 제 정체도 알고 있고, 무예와 지략, 모두 뛰어난 분입니다. 게다가 같은 기사단의 형제이기도 하니 저희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서 이보다 더 나은 조력자는 찾기 힘들 것입니다. 적들의 교활한 기습으로 인명 피해를 본 만큼 그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우리가 조사하는 일은 이즈밀라 경, 그대의 정체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네. 일개 수련기사가 알아선 안 될 중요한 비밀을 조사하는 것인데….”
파벨 경은 아자딘의 조력을 반대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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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우리가 도와준다는 말도 안 했는데, 왜 자기들끼리 필요하냬, 마네, 지지고 볶는 거지? 아자딘! 이런 놈들은 무시해. 어차피 도와줘도 좋은 소리 못 들을 놈들이다.”
여도적 카밀라가 대놓고 짜증을 낸 것이다.
“아니….”
조사단장 파벨은 자신들의 행각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카밀라의 무례함에 당황했다.
조사단원들도 카밀라의 말에 분개했다.
“무례하다!”
“당신은 뭔데?!”
“뭐긴? 너희 애지중지 죽고 못 사는 이즈밀라 경을 구원하는 데 한 손 보태신 분이지. 왜 내가 너희들에게 감사를 들어도 부족한데 이따위 모멸적인 대접을 받아야 하지? 앙?!”
카밀라가 성질대로 들이받자 아자딘이 그녀를 제지했다.
“그만둬 카밀라.”
“뭐? 하지만 아자딘! 이런 녀석들에게 호구 잡힐 거 없다고.”
“카밀라. 진정해.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거든.”
아자딘은 그리 말하고 갑자기 등에 차고 있던 칼을 빼 들었다.
지혜의 기사 플랑크의 유품, 아우렐리아 던이 달빛을 반사하며 은은한 금색으로 반짝였다.
“무슨?!”
“왜 갑자기 칼을 빼 드나!?”
당황한 파벨 경과 조사단원들이 일제히 무기를 빼 들었다.
“그 전에 제가 한 가지 묻지요. 여러분은 어째서 지금 성 밖에 있는 겁니까?”
“무슨 소리냐?”
“분명히 도플갱어 사체와 함께 헥센마이어 경의 병사들에게 조사받아야 했을 텐데 어떻게 파이어글리프 밖으로 나올 수 있었냐는 겁니다.”
분명히 조사단원들은 도시 안에서 습격 및 살인사건에 연루되었고 천사의 날개를 만인들 앞에서 드러내는 일을 벌였다.
아자딘 일행이야 소란이 번지기 전에 뛰쳐나왔지만, 지금쯤 파이어글리프 요새는 잔뜩 경계레벨을 끌어올리고 오가는 이들을 감시할 터.
그런데 이들이 성 밖에 나올 수 있다니?
파이어글리프의 챕터마스터인 헥센마이어 경이 이들을 내보내 줬단 말인가?
아자딘은 그 점을 의문시했다.
“말 그대로 파이어글리프 성안에는 어떤 위협이 있을지 몰라서 밖으로 나왔네만.”
“그렇습니까? 그럼 다들 투구를 벗어주실까요?”
“뭣?”
“아 별거 아닙니다. 도플갱어의 변신은 어지간한 탐지 마법으로도 발견할 수 없지요. 하지만….”
아자딘은 칼날로 자신의 머리칼을 살짝 잘라서 바람에 흩날리게 했다.
검은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리며 달빛을 반사한다.
“머리칼을 살짝 잘라서 떨어뜨리는 것으로 도플갱어인지 아닌지 알 수 있습니다. 자 전원 투구를 벗고 머리칼을 살짝만 잘라주시기를 바랍니다.”
“이, 이 자식 지금 우리를 의심하는 거야?”
조사단의 기사들이 당황했다. 그러나 이즈밀라는 그런 조사단원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저희는 대낮에 도플갱어에게 급습당했습니다. 그런데 도플갱어인지 의심하는 행위를 불쾌하게 여기다니… 수상하군요.”
“아니 이즈밀라 경.”
“보세요.”
이즈밀라도 단검을 뽑아 자기 머리칼의 끝자락을 살짝 잘랐다.
“으음. 일리가 있네. 하지만 내 경우는 어쩌란 말인가?”
파벨 경은 그리 말하고 자신의 투구를 벗었다.
매끈한 대머리가 달빛을 반사했다.
“눈썹이나 수염도 됩니다. 하지만 그러실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군요.”
아자딘이 갑자기 앞으로 몸을 기울이더니 쏜살같이 튀어나왔다.
파벨 경 옆에 있던 두 기사의 불순한 움직임이 아자딘에게 포착되었기 때문이었다.
“켁?!”
“크악!”
아자딘은 아우렐리아 던을 휘둘러 두 기사를 베어버리고 칼날을 하늘로 세웠다.
두 기사가 무너지며 수은 액체 주머니처럼 변해 바닥에 널브러졌다.
“도, 도플갱어?!”
조사단원들은 자신들의 동료들 사이에 어느새 숨어들어온 도플갱어와 그것을 알아채고 단번에 베어버린 아자딘의 무서운 칼솜씨에 놀랐다.
아자딘이 도플갱어들만 노려서 망정이지 만약 그들까지 베어버리려 했다면?
조금 전 공격을 막을 수 있었을까?
그리 생각하니 다들 소름이 돋는 것이었다.
“자, 나머지 분들도 체모를 잘라주실까요?”
아자딘은 칼날을 불태워 칼날에 묻은 피를 태워버리며 기사들에게 정중히 부탁했다.
말투는 정중하나 검을 하늘로 향하고 있는 그 자세는, 언제든지 그들을 베어버릴 수 있는 검술의 기수식으로 보여 감히 항명할 수 없는
“으음. 알겠네.”
파벨 경이 자신의 수염을 자르려 하자 아자딘이 그건 제지했다.
“당신은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