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269
268.차드라의 패자 6
전령일족 출신이 수련기사가 되어 차드라 고원에 왔다고 했을 때는 다들 신기하게 여겼지만 또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차드라 고원은 죄수나 문제아들을 유폐시키는 도가니의 밑바닥.
전령일족 출신이 성기사가 되었다고 하면 당연히 여기 밖에는 올 곳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후 아자딘이 벌이는 파격적인 행보는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아자딘은 부임 2달도 되지 않아서 챕터마스터 헥센마이어 경의 부정을 밝히고 그를 체포했다.
그리고 단 일주일 만에 차드라 고원의 오걸이라 불리는 드워븐 애로우의 창설자, 차샨을 체포하고 그의 세력을 와해시키기까지 했다.
차드라 고원 전체에, 아니 이제 구난기사단 전체에 아자딘의 이름이 진동하는 것은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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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딘은 동남바위 요새에 리전의 부대, 버나드와 자코모, 그리고 브라함 경을 남겼다.
“버나드와 자코모는 마약중독자들에게 혈기왕성 주문을 걸어줘.”
마약 중독자들의 재활을 위해서 보통 민간 요법으로는 값비싼 약초인 인삼을 쓰곤 했었다.
하지만 ‘혈기왕성’ 주문이 있다면 인삼의 효과를 대체할 수 있다.
“저희 둘이 이 많은 환자를 말입니까?”
“마법사가 더 있잖아?”
아자딘은 흑강사슬에 묶인 차샨과 드워븐 소서러들을 가리켰다.
“저들에게 혈마법을 가르쳐서 혈기왕성 주문을 쓸 수 있게 해. 아니 아마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놈들이 대다수일걸?”
“그럼 대장께서는 어쩌실 겁니까? 여기에 이렇게 많은 병력을 남겨두고 가시면….”
“쿤타치와 카밀라를 데리고 셀림 경을 만나러 가보지.”
“셀림 경 말입니까? 적은 인원으로 만나기엔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인원이 필요한 곳은 여기, 동남바위 요새지. 셀림과는 좋게 말로 해결할 셈이다.”
“…….”
“믿지 않는 눈치로군. 버나드.”
“당신이 지금까지 말로 해결한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요.”
버나드는 그리 말하고 아자딘에게 아주어스틸 단도와 화살촉을 내주었다.
“이건?”
“드워프들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드워프제 아주어스틸 단도이니 꽤 쓸만할 겁니다.”
“흠. 기쁜데. 아우렐리아 던이 재생능력이 있긴 하지만 솔직히 베는 맛은 영 무뎠는데. 날을 새로 세운 청강전도 있고. 아주 좋아.”
아자딘은 아주어스틸 무구를 챙기고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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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림 경의 영역은 차드라 용천지라 불리는 곳으로 본래는 온갖 야수들이 들끓는 차드라 고원의 분지 한복판이었다.
이곳은 고원에 내리는 비가 샘물로 솟아나는 용천지대와 그 용천지대를 따라 자란 숲과 거인들의 유적, 그리고 거인들이 밭을 만들어 개간했던 드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다.
이곳에 무수한 야생동물들이 들끓으며 사람들이 살지 못할 끔찍한 곳으로 여겨졌으니….
과연 길마다 온갖 동물들에 의해 훼손되어 있었다.
“황제의 가도가 없는 구역이군. 황제도 구난기사단은 점령하지 못했으니까.”
아자딘은 한때 도로였으나 무수한 동물들의 발굽에 치여 뒤집어진 길을 피해 말을 달렸다.
“이봐 대장. 하늘에서….”
“알아.”
아자딘은 상공에서 자신들의 말을 내려다보는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
저 위에 그리핀이 상공 높은 곳에서 날며 아자딘 일행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리핀은 곰만 한 크기의 괴수지만, 어찌나 높이 날고 있는지 육안으로는 작은 구름 덩이처럼 보여서 알아보기 힘들었다.
저런 놈이 상공에서 급강하해서 말을 습격하니 다들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이리라.
“독수리처럼 급강하 공격을 할까?”
“그렇게는 못 할 걸. 그리핀은 독수리와 달리 무거워. 상공 직하강으로 공격하는 게 아니라 뒤쪽에서 활강으로 날아들어서 공격할 거야. 물론 빠르고 크겠지.”
아자딘은 그리 말하며 활을 잡았다.
그런데 그런 아자딘에게 뭔가를 느낀 것일까?
상공에서 아자딘을 노리던 그리핀의 살기가 갑자기 사라졌다.
그리고….
쿠에엑 하고 우는 듯한 소리와 함께 다른 짐승들이 그리핀의 습격을 받았다.
얼룩말을 급강하로 습격한 그리핀의 일격이 얼룩말의 목을 절반 정도 찢어버렸다.
선혈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며 휘청거리는 얼룩말을 덥석 물어 챈 그리핀이 그대로 지면을 박차고, 곰처럼 두 발로 일어나더니 얼룩말을 바닥에 패대기쳤다.
먹이가 풍부한 곳이니 굳이 위험한 인간을 사냥하기보다는 다른 짐승을 사냥하기로 선택한 모양이었다.
“현명한 놈이로군.”
아자딘은 여전히 활을 든 채로 그래도 그리핀을 경계하며 말을 달렸다.
*********
차드라 용천지 초원지대에 울타리가 보인다.
구난기사단에 말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차드라 용천지 목장이었다.
이곳이 바로 셀림 경의 본거지였다.
“으음.”
아자딘은 목장 울타리에 죽어있는 말들의 사체가 걸린 채 썩어가는 것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핀의 공격으로 말들이 죽고 그렇게 죽은 말을 뜯어먹다 버린 것이 무책임하게 방치된 것이었다.
“누구요?!”
그런데 그때 목장 울타리 밑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장의 목동들이 울타리 밑에 숨어서 글레이브로 무장한 채로 아자딘을 노려보고 있었다.
울타리 밑에 무슨 참호를 파놓고, 농장 전체에 그런 이동로가 만들어져 있었다.
아마도 상공에서 급강하하는 그리핀의 공격을 피하고자 이렇게 이동로를 만들어 둔 것 같았다.
“구난기사단의 수련기사 아자딘이다.”
“헉? 다, 당신이 그?”
목동들은 아자딘을 보고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세, 셀림 경을 처치하러 오신 건가요?”
“대화하러 왔는데. 왜?”
“그 미친 소대가리를 처치해 주십시오. 이거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으니.”
“무슨 뜻이지? 그가 뭘 했는데? 사람이라도 잡아먹나?”
“아닙니다.”
“그, 그리핀 알을 부화시키고 있어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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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수에 속하는 그리핀은 알로 번식하는 데, 대부분의 괴수가 그러하듯 그리핀의 알들은 절반이 부화하지 못하고 죽는다.
그런데 셀림은 그러한 그리핀의 알을 가져와 자기 집에서 직접 부화시킨다.
그리고 그런 그리핀들을 먹여서 키운다는 것이다.
“그리핀들이 여기서 먹고 싸고 난리입니다.”
“그리핀들은 먹던 걸 높은데 던져놓는 습성이 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말 모가지가 떨어져서 지붕이 깨지고 집이 부서지는 건 일상다반사입니다.”
“똥은 또 얼마나 독한지.”
“사람들도 다치고 죽고 난리가 아닙니다. 저희가 지금 이렇게 땅에 굴을 파고 다니지 않습니까? 그리핀 무서워서 이러고 있는 겁니다. 이거.”
“말이랑 소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어요. 원래 여기가 좀 오지긴 해도 먹고 사는 데는 아무런 문제도 없는 풍족한 곳이었는데 그놈의 미노타우르스 놈이 오는 바람에!”
목동들은 아자딘을 무슨 구세주라도 되는 양 보며 애원하고 있었다.
“제발 그 소 대가리 놈을 쳐 죽여 주십시오.”
“아니 그래도 죽을죄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폭군들보다 어째 더 반응이 안 좋다?”
“폭군은 돈을 내놓으라던가 여자를 내놓으라든가 하니 적어도 그 욕심이 어디로 튈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친놈은 이해할 수 없지요.”
“아, 알겠으니까. 일단 셀림을 만나게 해줘. 어쨌건 그도 구난기사단의 기사인데 무작정 쳐 죽일 수는 없잖아?”
아자딘은 대뜸 셀림 경을 죽여달라는 목동들의 요구를 일단 뒤로 물리고 카밀라와 쿤타치에게 또 명령을 따로 하달했다.
“카밀라. 셀림의 거처를 좀 조사해 봐.”
“아 그래. 그 미노타우르스 놈 뒤에서 사람을 잡아먹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지?”
“그래. 쿤타치. 너는 누나를 지키고.”
“응. 쿤타치. 누나 지킨다.”
아자딘은 카밀라와 쿤타치를 따로 조사에 보내고 셀림을 만나기 위해 셀림의 거처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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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림은 젖소 목장에서 젖소들을 보며 여물차를 마시고 있었다.
목장의 소들을 앞에 두고 티테이블을 갖다 놓은 목가적인 풍경이다. 하지만 앉아있는 이도 미노타우르스이니 소머리 수인과 방목된 소들의 모습이 자아내는 화음은 기괴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그 목가적인 목장의 청명한 하늘에는 그리핀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괜찮은가? 소들은? 그리핀들이 소를 공격하진 않나?’
아자딘이 그런 의문을 품을 때였다.
“어, 아자딘 경 아닌가.”
“셀림 경.”
“저게 마리벨이네. 내가 전에 말한 젖소. 어때? 예쁘지?”
“…….”
아자딘이 보기엔 그냥 흔한 검은 소일 뿐이었다.
“다른 소보다 깨끗한 것 같군. 병도 없어 보이고.”
“그렇지? 자네는 알 줄 알았다니까.”
대체 뭘? 아자딘은 그렇게 반문하고 싶었지만 일단 헛기침을 하고 셀림에게 다가갔다.
“자네도 한잔하겠나?”
셀림은 아자딘에게 여물 차를 내밀었다.
건초를 썰어서 귀리와 함께 삶은 것인데 도저히 사람이 먹을만한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아니, 내 소화능력이 못 따라갈 것 같은데. 사양하지. 그보다 셀림 경.”
“이야기는 들었다. 차샨을 꺾었다지? 대단하더군. 드워프 소서러들은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닌데.”
아자딘은 쉽게 그들을 제압할 수 있었지만, 그것은 아자딘이 마법사 죽이기에 특화된 전령일족이기 때문이었다.
아자딘 본인도 그것을 알고 있었으니 차드라 오걸을 쉽게 제압했다 해서 방심하지 않고 있었다.
“그보다 주민들이 괴로워하고 있더군. 그리핀의 알을 부화시키고 있다지?”
“히포그리프를 만들려면 더 많은 그리핀이 필요하거든.”
“그냥 그리핀을 타고 날면 안 되나? 그럼 그리핀 숫자를 줄여서 주민들 피해도 줄어들 텐데?”
“들어보라고 아자딘 경. 그리핀은 매의 전신에 사자의 후신을 가지고 있어. 길들이기가 쉽지 않고 히포그리프보다 많이 먹지. 반면 히포그리프는 매의 전신에 말의 후신, 고기를 잘 먹긴 하지만 잡식성인 데다가 탑승감에서 히포그리프가 압승한다. 유지비와 탑승감, 그리고 지구력까지! 모든 면에서 그리핀은 히포그리프의 상대가 안 돼!”
“탑승감을 따질 문제가 아닌데. 아무리 히포그리프가 그리폰보다 더 우월한 탑승물이라 해도 그걸 만드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고통받고 괴로워하고 있는데?”
“익숙해지지 않아서 그래. 익숙해지면 그들도 좋아할 거야.”
“익숙해지지 않으면 어떻게 책임지려고?”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 아자딘, 왜 미노타우르스인 내가 기사단의 일원이 되어있다고 생각하나?”
셀림 경은 그리 말하며 여물차를 비우고 우걱우걱 여물과 귀리를 씹기 시작했다.
“…아 미안하군. 이건 다 씹어 먹어야 맛이 있거든.”
“되새김질도 하고?”
“우웅….”
기껏 말해놓고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자딘은 셀림이 말하지 않아도 그 뒷부분은 충분히 추측할 수 있었다.
“설마 히포그리프를 키워내는 조건으로 구난기사단이 된 건가?”
그러자 셀림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입으로는 여물을 씹고 있어서 말을 못 하는 모양이다.
“그래. 일단 키워낼 수만 있다면 그 가치는 말과는 비교할 수 없이 뛰어난 데다가… 높으신 분들이 그걸 원하고 있겠지. 그런데 누가 그걸 요구했지?”
그러자 셀림이 꺼억 트림하고 대답했다.
“내 패트론.”
“누군데?”
“세흐나트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