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27
26. 성기사들의 학살 3
와이번은 순식간에 나무 위를 달려 화살들을 피하고는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와이번이라면서 왜 안 나는 거야?”
“꽤 똑똑한 놈인 것 같다. 밤에만 날아다니는 거지.”
검은 비늘을 가진 와이번은 밤에 날아다니면 거의 보이질 않는다. 낮에는 날아다녀 봤자 주위 사람들만 불러들인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씁. 골치 아파졌네. 농부들이 와이번을 봤다고 해도 그까짓 무지렁이 놈들이 헛소리 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농부들은 허풍이 심해서 용을 봤다고 설레발 쳐서 가보면 악어라든가 리자드맨이라든가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고 거인이라고 해서 가보면 버그베어 정도가 고작인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농부들의 목격정보가 실물과 정확히 일치했다.
“어린 새끼가 혼자 돌아다니고 있으면 이미 아성체 와이번도 꽤 많이 있다는 건데.”
가즈렉 경은 투덜거리며 와이번이 사라진 쪽으로 걸어갔다. 곧 숲이 끝나고 농장 외곽이 나타났다. 농장에서 일하던 농부로 보이는 이들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데 화살을 맞고 신음하는 이들이 아닌가?
“…….”
와이번을 잡겠다고 쏜 화살이 나무를 넘어 그만 농장의 농부들을 공격한 것 같았다.
“빌어먹을. 왜 유시(流矢)는 이렇게 위력적인 거야?”
사람을 죽이겠다고 쏠 때는 열 발을 꽂아도 안 죽고 도망가는 꼴을 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실수로 쏜 화살에는 한 방에 사람이 죽는다.
가즈렉 경이 망연자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 수련기사들이 뒤따라오다 역시 그 광경을 발견했다.
“헉?!”
“어?”
“아이고. 젠장!”
“여덟 개의 왕좌여….”
수련기사들도 자신들의 실수를 깨닫고 경악했다. 가즈렉 경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으으….”
“사, 살려주십쇼. 우린 아무 잘못도 안 했습니다요.”
화살에 맞아 죽은 농부가 한 명, 나머지 두 명은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다. 그들은 기사들을 보자 손을 싹싹 빌며 애원했다.
“어, 어쩌죠 가즈렉 경?”
‘이 새끼가 이리 눈치가 없냐? 지금 왜 여기서 내 이름을 불러?’
가즈렉 경은 내심 짜증을 내며 자신의 이름을 부른 타시그에게 턱으로 지시했다.
“사교도다. 숨통을 끊어라, 타시그.”
“네?”
“농민들이 뭐 하러 여기 숲에 들어왔겠어? 사교도지.”
가즈렉 경이 그리 말하자 수련기사들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충격이 감돌았다. 하지만 정작 살해를 명받은 타시그는 빠르게 상황을 이해하고 행동에 옮겼다.
“아! 그, 그런. 알겠습니다.”
타시그는 사냥용 창을 들어 애원하고 있는 농부들을 찍어 숨통을 끊었다.
“…….”
수련기사들은 숨을 헐떡였다. 무고한 양민들을 살해해 버린 그들의 양심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가즈렉 경은 그런 수련기사들을 돌아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야, 다들 정신 차려. 너희들이 사고 친 걸 내가 수습해준 거다.”
“네?”
“화살은 누가 쐈지?”
수련기사들이 쏘았다.
“화살을 쏴서 그게 이들에게 맞은 거야. 너희들이 죽인 거다.”
가즈렉 경은 수련기사들을 윽박질렀다.
“기사단의 규율을 말해봐라.”
“저, 저희는….”
“무고한 양민을 죽이면 어떻게 되지?”
“교, 교수형입니다.”
“교수형 당하고 싶나?”
“아, 아니요. 하지만….”
무고한 이들을 사교도라고 몰아서 죽이는 건 죄를 죄로 덮는 일이 아닌가? 게다가 수련기사들이 실수로 사람을 죽인 것이라면 참회할 방법은 있었다. 참회기사가 되는 것이다.
참회기사는 죄를 씻기 위해 고행을 하는 자다. 교단의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각지를 돌아다니며 마물을 물리치고 사람을 도와 공로를 세워 언젠가 주교에게 사면받을 때까지 계속해서 광야를 떠돌며 지붕 없는 곳에서 자야 하는 직책이다.
그렇게 해서 참회기사가 된 이들 중 고행을 성공하고 복직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타락해서 그냥 노상강도가 되거나 길에서 죽는 신세가 된다.
그나마도 주교가 좀 온건한 인물일 때나 참회기사 인가를 내주지 지금 살라스마 교구의 주교 성향을 생각해 보면 집안 배경이 변변찮은 이들은 전부 교수대 행일 것이다.
‘젠장. 내 지금 나이에 참회기사가 될 수는 없지. 딸아이의 장래도 망치는 일이고….’
가즈렉 경은 성기사 신분으로 사통해서 사생아를 낳은 죄로 이미 상층부에 미운털이 박혀 있었다. 여기서 민간인들을 오발로 죽였다는 게 밝혀지면 이번에는 정말 참회기사가 되는 수밖에 없다.
그 혼자서 참회기사가 되면 모르겠는데 딸에게까지 누를 끼치게 되는 것이다.
“알겠으면 이들이 사교도라고 해라.”
그때 살해의 마무리를 담당한 타시그가 창의 피를 닦으며 물었다.
“사교도도 그 종류가 많지 않습니까? 어떤 거로 통일할까요?”
“쿠르트 신족의 추종자로 하지.”
가즈렉 경은 그리 말하며 주위를 둘러보다 흠칫 놀랐다.
“…….”
나막신 한 짝이 나무둥치에 걸려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바로 방금 전 벗겨진 것이었다. 신발 안쪽은 깨끗했기 때문이다.
나막신의 나머지 한 짝 발자국이 저쪽, 농장을 향해 이어져 있었다.
“아 이거 진짜.”
가즈렉 경은 얼굴을 손으로 덮었다.
“너희들 진짜 일 이따위로 할래?”
“어, 어쩌죠?”
“어쩌긴.”
가즈렉 경은 농장의 지붕 숫자를 세었다.
“헛간이나 축사인 것 같으니, 실질적으로는 2호 정도인가? 여기 세 명 죽었으니까….”
대충 헤아려본 가즈렉 경이 혀를 찼다.
“저 농가에 애들이 별로 없기를 빌어야겠군.”
“네?”
“가자, 이것들아.”
가즈렉 경은 내켜 하지 않는 수련기사들을 데리고 농장으로 향했다. 그도 자신의 선택이 내키진 않았지만 상관인 딸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
아자딘은 누워서 신음했다. 근육통이 몰려온다.
최근 일주일은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보통 일 년에 열 닢 모으기도 힘든 황제의 금화를 세 닢이나 모았다.
사람들은 왕의 교회의 탄압을 알면서도 전령일족에게 청원하기 위해 황제의 금화를 비축하였으니… 지난 일주일간 이 세상에 드리워진 환란은 사람들이 손쉽게 금기에 손 대도록 해주었다.
몸이 욱신욱신 쑤신다.
아라가사들의 혹독한 훈련과 선천적인 재질은 인간을 초월한 존재처럼 여겨지게 했지만 그들 또한 인간이었다.
특히 아자딘은 다른 이들보다 더욱더 인간이었다. 결국 그가 다른 전령들과 비슷한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하지만….
[사명이 부르고 있다.]황제의 목소리는 말한다.
[정의가 부를 때 응답하는 자만이 나의 전령에 합당하지.]“…그런 놈은 별로 본 적이 없는데?”
그가 본 황제의 전령들 대부분은 그렇게 정의의 부름에 열정적으로 응답하지 않았다. 자신 또한 감히 정의를 입에 올리기에 부족한 인간이라 여겼지만 다른 전령들은 더더욱 정의와 접점이 없다.
세속되는 계약의 특성이었다. 그 안에 어떤 영혼이 채워져 있건 상관없이 혈통에 따라 유전되는 계약이 전령일족을 결정한다. 그러니 황제의 목소리가 하는 말은 틀렸다.
하지만 지금은 황제의 목소리의 오류를 지적할 때가 아니다. 정말 정의가 부른다고 한다면 누군가는 고통받고 있을 테니까.
“젠장. 쉴 틈이 없군.”
아자딘은 지친 몸을 채찍질하며 꿈에서 깨어났다.
그때 농부의 아들이 헛간으로 뛰어들었다.
“사, 살려주세요!”
“무슨 일이지?”
아자딘이 헛간 2층에서 내려서자 헛간 1층에 있던 닭이 놀라 아자딘을 피해 푸드덕 날아올랐다.
“으음.”
“아이고.”
미디암과 이스마일, 타르키는 아직도 잠에서 깨지 못하고 뒤척였다.
“아버지가 살해당했습니다! 저기 숲에서!”
농부의 아들은 울상이 되어 있었다. 달려오느라 피부는 상기되어 있고 몸에선 땀 냄새가 진동했으며 신발은 벗겨져 꼴이 엉망이었다.
“살해당했다니 구체적으로 무엇에게?”
“화살입니다!”
“화살?”
아자딘은 눈살을 찌푸렸다.
“꺄악!”
농장 밖에서 여성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헛간 밖으로 나가보니 사슬 갑옷을 입고 왕의 교회의 문장을 가슴에 새긴 수련기사가 밭에서 일하던 여성을 창으로 찔러 죽이고 있었다.
“이런!”
아자딘이 즉시 달려들며 일단 지면의 돌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달리는 것과 동시에 사이드암으로 시원하게 돌을 던졌다.
-쐐액!
날카로운 바람 찢는 소리와 함께 돌이 날아간다.
매서운 기세지만 수련기사는 여인을 찔러 죽인 창을 뽑으며 창대로 날아드는 돌을 막았다.
-텅!
돌이 창대에 맞고 튕겨나갔다.
“뭐야 이 자식? 해보자는 거냐!”
하지만 수련기사도 간담이 서늘해졌다. 아자딘의 투석이 너무 강력해서 손이 저려왔다.
‘쳇. 자다 막 일어나서 위력이 죽었군.’
아자딘은 스승에게 투척은 어깨가 풀리기 전엔 절대로 전력을 다해 던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받았었다.
지금까지는 어깨를 많이 쓰지 않고 그저 손목과 팔꿈치의 완력만으로도 충분히 갑옷을 부수고 사람을 죽일 위력으로 던질 수 있었는데…. 역시 왕의 교회의 성기사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눈앞에서 민간인을 죽이는 놈을 본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아자딘은 지면을 질주하며 수련기사에게 뛰어들었다.
“이 자식이 돌았나!”
수련기사는 창을 고쳐잡고 아자딘을 단번에 찔러 죽이려 했다. 그에 반해 아자딘은 현재 빈손인 상황. 무기라고는 허리에 차고 있는 짧은 단도가 전부였다.
“흡!”
수련기사의 창이 짧게 아자딘을 찌른다. 옆으로 공격을 피하자 창은 빠르게 회수되고 다시 연거푸, 독사의 혀처럼 쉬쉿 소리를 내며 날아든다.
예사롭지 않은 솜씨다. 게다가 빈손과 창, 아무리 아자딘이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 사거리 차는 절망적이다.
하지만 아자딘은 물 흐르듯 창의 공격을 피하며 바닥의 돌을 집어들어 다시 투석을 펼쳤다.
“어딜!”
수련기사가 아자딘의 투척 자세를 보고 옆으로 고개를 돌려 돌을 피했다.
그랬어야 했는데….
-퍽!
돌이 수련기사에게 명중했다. 아자딘이 던진 돌이 공중에서 휘면서 수련기사의 예측보다 더 몸 안쪽으로 들어왔던 것이다.
-‘화조풍월 황학, 카자스 식!’
마력을 걸어서 투사체를 꺾는 게 아니라 순전히 공기를 헤엄쳐 꺾는 방식이지만 결과는 비슷하다. 다만 아예 매끄러운 돌은 잘 꺾이지 않기 때문에 변화의 각을 많이 주려면 진흙이나 뭔가 끈적한 것을 발라야 한다.
아자딘은 그것을 위해서 활통에 왁스를 많이 발라두는데, 돌을 던지기 전 슬쩍 활통에 문지르며 왁스를 바른 뒤 이 비술을 성공시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