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283
282.내부 단속 3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당연히 네 딸이 살아있는지 아닌지 확인해야지.”
“네?”
“설마 진심으로 네가 딸의 안녕에 관심이 없었다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자, 잘은 모르겠습니다. 저 자신도 그게 진심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 세상에 원수만도 못한 혈육이야 많지. 하지만 자코모.”
“네.”
“혼란스럽다고 네 혈육의 정을 부정하면 후회할 거야. 정이라는 게 언제나 활화산같이 타오르는 건 아니라고. 때로는 있는 듯 없는 듯 미약해져서 자신도 종종 그 존재를 잊어버리곤 하지만… 잃고 나면 돌이킬 수 없다. 단순히 딸 만을 잃는 게 아니다. 너의 인간성, 영혼의 일부를 영원히 잃는다.”
아자딘의 말에는 진한 회한이 담겨있었다.
‘대체 어떤 삶을 살았기에 아직 젊은 인간인데 이렇게….’
칼란은 아자딘의 말이 단순히 빈말이 아니라 그의 체험에서 나오는 지혜임을 깨닫고 전율했다.
여기에 유배되기까지 칼란은 많은 범죄를 저질러왔다.
그 범죄들 하나하나, 순간의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저지른 범죄들이 모여서 칼란은 인간성을 잃고, 영혼을 잃고, 불한당이 되어 이곳에 와있었다. 물론 그래도 칼란은 자신이 어느 정도 선은 지켜왔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그 선마저 넘었다면 더더욱 많은 영혼을 잃어버렸겠지.
“…….”
칼란만 그것을 느낀 게 아닌지 다들 숙연해졌다.
“자코모. 네 딸은 반드시 찾아낼 거다. 솔직히 아직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면 그 생사라도 반드시 확인시켜 주마. 그러니 네가 할 일은 약을 개선하는 거야. 마침 최근 엘리멘탈 웨일링 발병 환자가 이 근처에 나타났으니 시험해 볼 수 있겠네.”
“하, 하지만 그 약엔 천사의 피가 들어있습니다.”
자코모는 당황했다.
약을 만들 당시에는 너무나 절망적인 환경이라 뭐라도 해야겠다는 심정으로 움직였을 뿐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버나드처럼 천재도 아닌 범재인 그가 만든 약이다.
소중한 천사의 피를 헛되이 소모해 버린 멍청한 약물일지도 모른다.
“써버리면 새로 만들 수 없습니다.”
“천사의 피가 있으면 새로 만들 수 있는 거 아냐?”
“그건 그렇지만… 천사의 피를 대체 어디서 구할 겁니까?”
“천사의 피 전문가가 있잖아?”
“누구요?”
“소크 경 말야.”
그러자 이번엔 리전이 반대했다.
“대장! 제정신이야? 설마 이런 녀석 때문에 소크 경에게 맞서는 짓을 다시 하겠다고? 그러면 위계질서가….”
“위계질서를 흐린다고?”
아자딘은 쓴웃음을 지었다.
위계질서를 논할 만큼 오래되고 거창한 조직이었나?
그러나 불한당들을 다스려야 하는 리전과 칼란의 입장을 무시할 수도 없다.
“안심해라. 나는 무리를 하는 게 아니야. 이것은 우리의 이득이 될 것이고 나는 힘이 있지.”
아자딘은 자신의 능력상 이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허세를 떨었다.
“…뭐 차드라 오걸을 순식간에 제압한 대장의 말이니까.”
리전은 아자딘의 허세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때 갑자기 회의실의 문이 벌컥열렸다.
“대장! 큰일이야.”
미노타우르스인 셀림 경이 아자딘을 불렀다.
“무슨 일이지?”
“아자딘 경, 그대의 부하가 배신했다!”
“부하?”
“코멕!”
칼란과 리전은 셀림 경의 발언을 듣고 누가 배신했는지 즉시 알아챘다.
*********
차샨 일당은 젝트 경에 의해 풀려나자마자 자신들이 숨겨둔 자금과 마약을 찾고, 그것으로 셀소드를 고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셀소드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아자딘 경과 맞서 싸우겠다고? 핌불 호드 수장하고 맞대면하고 살아 돌아온 남자를?”
“아니 저기 차샨. 같은 드워프니까 말해 주겠는데, 솔직히 건드려선 안 될 놈을 건드리는 거 아냐?”
“자살행위 같은데.”
차드라 오걸을 순식간에 정리해 버린 아자딘의 명성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아무리 셀소드라고 해도 아자딘과 싸우기 위해 고용하겠다는 소리를 듣자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 것이었다.
“이런 젠장. 그럼 약쟁이들을 고르자고. 약쟁이 놈들은 약이라면 제 부모도 찌를 놈들이니까.”
“…그런데.”
차샨의 형제들, 드워븐 소서러들도 망설이고 있었다.
마약 중독자들이야 마약을 주면 지옥의 악마에게도 뛰어들겠지만 그래서 쓸모가 있냐면 그건 아니다.
마약 중독자들의 능력은 그렇게 믿을 게 못 되는 것이다.
“정식으로 싸울 필요 없이 암살이나 독살, 여러 가지 방법이 있잖아? 왜 다들 그렇게 쫄았어? 핌불 호드가 뭐 대수라고.”
“하프 뱀파이어 니셀다와 미노타우르스 셀림, 그리고 식인귀 드루이드 세드린이 전부 다 그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그리고 암살자들도 전령일족을 죽이겠다고 하면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한다고.”
이미 암살자로 유명한 전령일족을 일반적인 암살자들로 처리할 수 있을 리 없다.
“으윽… 이놈들 돈만 처먹고.”
셀소드나 암살자들을 만나는 데만도 활동자금이 들어간다.
이러는 동안에도 차샨 일당은 가지고 있는 자금과 물자를 까먹으며 힘이 약해지는 중이다.
그런데 그때 차샨에게 먼저 접근해 오는 놈이 있었다.
바로 버밀리온 요새의 분대장 중 한 명인 코멕과 그의 부하들이었다.
“아자딘? 그 영혼 없는 불경자 놈이 뭘 하겠다고 까부는데 그 녀석에겐 절대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코멕은 자기 부하들과 함께 차샨을 직접 찾아와 으스대며 말했다.
“그 녀석은 진사 광산에 언데드를 부리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왕의 교회의 이단심문관에게 알리면 녀석을 파멸시킬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진사광산에 언데드를 쓰고 있다고?”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차샨과 그의 형제들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우리도 언데드를 만들 수는 있지만,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덮치게 하는 것 이상으로는 못하는데.’
‘광산 작업을 시킬 수 있다니 엄청난 마법사라는 뜻이잖아?’
‘그 정도로 정묘한 사령술은 오크들이나 쓸 텐데?’
코멕의 고발을 듣고 나니 그들은 아자딘이 그들의 예상보다 훨씬 뛰어난 마법사이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증거는?”
“지금 당장 광산에 가면 충분할 겁니다. 하지만 확인하러 가는 동안 그놈도 알게 되겠지요.”
“지금 당장 이단심문관에게 고발하지 않으면 증거를 잡을 수 없다 그건가?”
“네!”
“그럼 네놈이 이단심문관에게 고발해라. 물론 보수는 지금 지불하지. 우선 선금으로 금화 50매. 고발하고 정말 언데드들을 사역해서 광산을 운영하고 있었다면 추가로 50매, 아자딘이 이걸로 완전히 축출된다면 또다시 50매를 주지.”
“돈으로 끝이 아니라 우리가 그를 고발한 이후 우리를 지켜줘야 합니다. 피난처를 마련해주면 좋겠는데.”
“그거야 이쪽에서도 환영이지.”
코멕이 만약 장난질하고 잠적해버리면 그렇지 않아도 줄 끊어진 연 신세가 된 차샨 일당은 완전히 체면을 구기게 된다.
그런데 상대가 뻔하게 자신들의 손아귀에 들어와 주겠다니.
‘그만큼 아자딘이 두려운 거로군.’
‘괜찮은 건가 이거? 우리가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뽑는 건 아닌지 모르겠군.’
차샨의 형제들은 코멕이 이렇게 두려워하는 것을 보며 불안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그들의 마약농장을 잃은 이상 어떻게든 아자딘과 결판을 내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는 것이다.
*********
아자딘이 언데드를 사용해 버밀리온 요새에서 진사를 채굴한다.
코멕은 그 내용 그대로 젝트 경에게 아자딘을 고발했다.
흑마법, 특히 사령술을 사용하는 것은 왕의 교회나 구난기사단이나 엄금하고 있는 것으로 사람을 죽는 것만도 못한 상태로 만드는 최악의 마법이기 때문이었다.
사령술을 사사로이 사용한 게 사실이라면 아자딘의 처분은 최하 추방, 보통은 사형이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신왕진서를 회수할 좋은 기회다. 아자딘을 쓰러뜨리고 그가 가지고 있는 신왕진서 사본을 회수한다. 아울러, 가지고 있는 마도서들을 죄다 회수해야겠지.”
젝트 경은 자기 부하들과 코멕을 데리고 함께 버밀리온 요새로 향했다.
빠른 말을 한 명당 세 마리씩 준비해서 마치 파발처럼 질주해 버밀리온 요새에 당도한 그들은 어느새 요새에 돌아와 있는 아자딘을 만났다.
“젝트 경. 무슨 일이신지?”
“아자딘 경. 당신을 흑마법 사용자라고 하는 고발이 들어왔다.”
“흐음?”
아자딘은 젝트의 뒤에 숨어있는 코멕을 바라보았다.
코멕은 아자딘의 시선이 자신에게 꽂히는 걸 느끼며 불안에 떨었다.
‘괘, 괜찮겠지? 언데드를 사용한다는 걸 알게 되면 젝트 경이 바로 처단할 거니까. 죽어버린 놈이 나에게 해코지할 수는 없을 테니 말야.’
코멕은 불안으로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때 아자딘이 미소를 지었다.
“혹시 제가 전령일족이라는 고발은 없었습니까?”
“…풉.”
듣고 있던 병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광산에서 언데드를 사역하고 있다던데?”
“그것참 바람직한 일이로군요. 사람들이 진사 광산에서 일하다 광독을 먹고 죽어가는 것보다야 언데드가 일하는 게 낫지 않습니까?”
“그런 생각으로 사령술에 손댔다면 실망할 거네. 아자딘 경. 사실 나는 적으로서 당신은 꽤 존중하고 있거든.”
그것은 젝트 경의 가감 없는 진심이었다.
아자딘의 행보를 추격해 오면서 젝트는 아자딘이 얼마나 막강한 강적들을 상대했으며 얼마나 대단한 위업들을 달성했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절 존중할 정도면 그만 괴롭히면 안 되겠습니까?”
“웃기는 소리, 나는 사명을 다할 뿐이다. 광산을 안내하도록.”
“저기입니다.”
아자딘은 마을 옆 갱도를 가리켰다.
젝트 경이 보게 된 것은 성실히 일하는 광산 노동자들이었다.
언데드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
안에 병사와 성기사들을 들여보내니, 그들은 잠시 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걸어 나왔다.
“없습니다!”
“젠장!”
그들은 젝트의 뒤에 숨어있던 코멕을 노려보았다.
“먼 길 직접 오셨는데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전해드려서 어쩌나….”
“자, 잠깐만! 히포그리프입니다! 히포그리프!”
목숨이 경각에 달한 코멕이 그렇게 외쳤다.
아무리 젝트 경이라 해도 파이어글리프에서 버밀리온 요새로 향할 때는 말을 타야 했다.
그러나 아자딘 일행에게는 히포그리프라는 말보다 훨씬 더 빠른 이동 수단이 있었다.
코멕이 젝트 경에게 고발하고, 젝트가 수사단을 꾸려서 도착할 때쯤이면 아자딘 일행이 먼저 광산에 도착해서 증거를 인멸한 것이리라.
코멕이 그렇게 외쳤지만, 안의 성기사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언데드를 썼을 리가 없습니다.”
“무슨 소리지?”
“뿌리덩굴 정령들이 땅을 파고 돌을 깨면서 진사를 캐고 있었습니다.”
“요컨대 내 작업이라는 거지.”
버밀리온 요새의 인부들 사이에서 한 인물이 걸어 나왔다.
와일드 드루이드 세드린. 엘프인 그녀가 나온 것이다.
“뿌리덩굴 정령들은 땅도 잘 파고 두터운 암반도 잘 부수지. 광부에 최적화된 존재란 말이지. 굳이 언데드를 쓸 필요가 없잖아?”
“……..”
“하, 함정이야!”
코멕이 고함을 빽 질렀다.
젝트도 코멕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지만 소용없었다.
“칫. 헛걸음했군.”
“그냥 가시지 말고 좀 쉬었다 가시지?”
아자딘이 그런 제안을 했지만 젝트 경은 쓴웃음을 지으며 물러났다.
코멕을 남겨두고 그의 부하들만이 돌아가자 코멕은 혼자서 덩그러니 남아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따.
“자 그럼 코멕, 우리 대화나 좀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