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297
296. 신왕살해자 지벡 2
“아니?”
아자딘은 갑자기 자신에게 날아온 이 익숙한 무기를 보며 순간 당황했다.
어째서 이게 여기에?
그야 물론 아자딘은 무구 찾기의 마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본인 자신도 전혀 기대하지 않은 사소한 장난에 불과했다.
‘아니 찾으려는 건 웬디고의 단검이었는데 왜 이게 날아와?’
그러나 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누군가가 아자딘을 죽이기 위해 도끼를 날린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누구냐?!”
아자딘의 옆에 앉아있던 이즈밀라가 분노해서 일어났다.
그녀뿐만 아니라 다른 셀레스티얼 모두 일제히 적습에 대비하며 무기를 준비했다.
그때 바깥이 소란스러워졌다.
“단장님! 그 신왕살해자 놈이….”
종사가 그리 외치며 뛰어들다 흠칫 놀랐다.
“신왕살해자?”
아자딘은 그 말을 듣고 쓴웃음을 지었다.
“아니 제 말은 그게 아니라….”
말을 꺼낸 종사는 당황스러워했다.
아자딘이 전령일족 출신이고 신왕살해자란 바로 전령일족에 대한 멸칭 중 하나였다.
“제가 말하는 건 수배자 지벡을 말하는 겁니다.”
“지벡?”
“네. 브투마의 왕자를 살해하고 도망친 타락한 성기사! 절대 아자딘 경을 욕되게 할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
아자딘은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를 복잡한 심경이었다.
*********
브리의 군대를 몰아낸 셀레스철 파이어 기사단은 정찰병들을 북쪽으로 보내 브리들이 어디까지 물러났는지 확인하게 했다.
그런데 이번에 그들에게 소란을 일으킨 인물은 그들의 남동쪽, 이곳에서 나타난 것이었다.
“신왕살해자 지벡입니다! 조심하십시오. 여간 위험한 인물이 아니니까요.”
“위험인물?”
“모르십니까? 브투마의 다르한 자덱 왕자를 시해하고 도망친 작자입니다! 주군을 배신한 타락한 성기사이지요. 틀림없이 사신에게서 사특한 힘을 받았기 때문에 야에가스 신왕인 다르한 자덱 왕자를 살해할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
아자딘은 지벡의 됨됨이를 잘 알고 있었다.
정말 인간쓰레기 같은 놈도 주군이라고 참고 있던 고지식한 그가 다르한 자덱을 죽이고 도망칠 리 만무하다.
하지만 그 사실을 어떻게 여기 사람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을까? 셀레스철 파이어 대부분은 애들에 불과하다. 그나마 어른스러운 게 단장인 카르나와 이즈밀라 정도?
이들을 설득하거나 납득시키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파이어윈터!”
아자딘은 자신의 히포그리프를 불러 그 위에 올라탔다.
“일단 제가 날아가서 그들의 퇴로를 차단하겠습니다. 그러고 이야기를 나눠보지요.”
“이야기 말입니까? ”
카르나가 궁금해했다.
“네. 지벡 경과는 안면이 좀 있는 사이라서. ”
“네?”
“신왕살해자인 그를 안다고요? ”
셀레스철 파이어 기사단원들의 표정이 묘해졌다.
전령일족 출신인 아자딘이 타락한 성기사 지벡을 알고 있다니. 신왕살해자끼리의 교감인가? 아자딘을 모욕하지 않으려고 하는 이들에게도 둘이 같은 신왕살해자로 분류된다는 사실이 저절로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아자딘도 그걸 알고 있기에 이들이 입 밖에 내지 않는 것만으로도 높이 평가했다.
‘완전 애들인 줄 알았는데 참을성은 다들 있군. 근본은 나쁘지 않은 녀석들 같은데.’
아자딘은 히포그리프를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
고도를 높이자마자 저 멀리 남쪽 숲으로 움직이는 이들이 보였다.
“어디…”
아자딘은 아라엘의 목소리를 보내보았다.
여전히 아라엘의 목소리를 방해하는 마력의 잔향이 남아있다. 하지만 브리 술자들이 북쪽으로 패퇴해서 물러났기 때문인지 이전처럼 아예 못 쓸 정도는 아니었다.
아자딘은 흐릿하게 공유되는 시각에서 남쪽으로 도주하는 일단의 무리를 발견했다.
“어디….”
아자딘은 도주하는 무리의 앞쪽으로 날아가 그곳에서 고도를 낮춰 착륙을 시도했다. 온통 숲이 우거져서 내려설 곳이 마땅치 않았지만, 파이어윈터는 대단히 영특해서 나뭇가지들을 앞발과 뒷발로 후려쳐 부러뜨리며 착지했다.
빽빽한 나무들을 부러뜨려 가며 착지하니 요란한 소리가 났다. 어젯밤 비가 내려서 망정이지 마른 나무들이었다면 그야말로 천둥번개 같은 소리가 났으리라.
그런데….
아자딘이 고도를 낮춰 착지하는 바로 그 순간, 전방에서 뭔가가 날아들었다.
뼈로 만들어진 창이 사령들을 머금고 날아들어 아자딘을 공격한 것이었다.
아자딘은 안장 위에서 그림스로운의 곤봉을 던져 날아드는 해골창을 요격했다.
공중에서 요란한 폭발이 일어나며 해골창이 산산이 조각났다.
“어? 저놈의 곤봉이?!”
해골창을 시전한 술자는 아자딘이 자신의 공격을 가볍게 막아내는 걸 보며 흠칫 놀랐다.
“설마 대장이야?!”
“스콧….”
아자딘은 자신에게 해골창을 시전한 술자가 한때 그와 행동을 함께했던 오크 사령술사, 스콧 맥그린이라는 걸 알았다.
스콧은 브리들의 시체를 이용해 만든 사령술 도구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는데… 브리의 다리 네 짝을 모아서 무슨 머리 없는 켄타우로스처럼 만들고는 그 위에 올라탄 상태다.
아자딘이 사령술에 별다른 악감정이 없고, 심지어 아라엘을 통해서 사령술을 배우고 시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참을 수 없는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기괴한 모양새였다.
‘어째서 이놈은 이렇게 기괴하고 흉측한 걸 잘 만들지? 아무런 악감정도 없이 이러는 게 대단해. 이게 오크 센스인가.’
아자딘은 손을 흔들었다.
“스콧이군. 아니 왜?”
왜 네가 여기에 있어? 그런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스콧의 뒤에서 녹슬고 엉망이 된 갑옷을 입은 기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벡이었다.
“지벡 경.”
“아자딘…경. 소문은 들었소. 구난기사단의 일원이 되었다고….”
지벡은 쓴웃음을 지었다. 며칠간 제대로 먹고 자지 못했는지 몸이 엉망인 것으로 보였다.
“괜찮은가? 야. 스콧. 어째서 지벡 경을 저 모양으로 놔뒀어? 너는 비교적 멀쩡하구만.”
근육량이 많아서 그만큼 식사량이 많은 스콧도 비교적 멀쩡한 데, 지벡은 초췌하기 이를 데 없다. 아자딘이 그 점을 지목하자 스콧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훔친 식량은 안 먹겠다고 그러니까.”
그렇게 말하는 와중에도 스콧은 뭔가를 입에 넣고 우걱우걱 씹고 있었다.
“일단 피하자.”
“히포그리프를 타고?”
“아니. 사람 태우고 하늘로 날면 발각되지. 구난기사단들의 눈은 피해야 할 거 아니냐.”
아자딘은 그리 말하고 스콧에게 뒤로 함정을 깔라고 지시했다.
“이미 깔았어.”
과연, 스콧은 사령술을 이용해 이미 뒤에 장애물을 잔뜩 설치해 둔 상황이었다.
셀레스철 파이어 기사단은 죄다 신성한 백색마력을 사용하는 데다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세라마이트 장검은 언데드에게는 극약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콧의 사령술들은 적재적소에서 셀레스철 파이어 기사단을 잘 막아내는 모양이었다.
“좋아. 그럼….”
아자딘은 수척해진 지벡을 부축하고 남쪽으로 내뺐다.
*********
한참을 남하하니 곧 텅 빈 목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자딘이 내려서 축사 쪽을 보니 사람들이 가축을 끌고 간 흔적이 있다. 밭에는 수확을 기다리는 봄 호박들이 즐비하고, 다른 작물들도 한동안 보살핌을 받던 흔적이 남아 있는 걸로 보아 이곳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최근에 떠난 것 같았다.
그리고 곳곳의 말발굽들, 야영 막사의 흔적이 있다.
“셀레스철 파이어가 주둔했던 곳이오.”
지벡이 그리 말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동안 쉬어도 되겠군. 일단 양말부터 갈아신지.”
다른 건 몰라도 부츠 안의 양말은 제때 갈아신어야 한다. 아자딘은 지벡의 부츠를 벗겨주었다. 갑옷 안의 옷들과 양말이 온통 피에 젖어있어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아자딘은 빗물받이통에서 물을 떠 와 지벡의 발을 씻겨주었다.
“이러실 필요는 없소. 내가 알아서 하겠소.”
“쓸데없는 고집부리지 말고. 상태가 말이 아닌데 무슨.”
아자딘은 고집부리는 지벡을 쉬게하고 건량도 내주었다.
“천천히 먹도록 해. 훔친 물건이 아니니까 이건 먹을 수 있지?”
“부끄럽게 하는군요.”
지벡은 아자딘의 말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스콧이 식량을 훔쳐서 조달해 오는 걸 먹지 않겠다고 거부한 것은 규율 문제도 있지만, 그보다는 사실 절망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이 대번에 들통난 것 같아서 지벡은 부끄러워했다.
그동안 스콧은 팔자도 좋게 벌러덩 드러누워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스콧과 함께 합류한 거고?”
“다르한 자덱이 암살당했습니다.”
“누구에게?”
“북제의 하수인으로 추정됩니다.”
“추정이라면?”
지벡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했다.
*********
다르한 자덱 왕자는 브투마의 잔존 세력을 규합하고 병력과 물자, 인력을 끌어모아서 가장 강대한 세력으로 떠올랐다.
다른 왕자들도 그와 경쟁을 포기하고 협력했고, 지벡은 그런 다르한 자덱의 종사대에 들어가 브투마를 수복하기 위한 전투에 참여했다.
그런데 그때 왕의 교회와 함께 북제 코헨의 사절이 찾아왔다.
왕의 교회는 얄팍한 지원금과 물자를 가져왔고 북제의 사절은 다르한 자덱에게 자기 딸과 혼약할 것을 요청했다.
딸과 결혼하고 그 사이에서 난 자식에게 브투마의 왕위를 주어라.
노골적으로 야욕을 숨기지 않는 그 태도에 다르한 자덱은 지금은 아직 가정을 꾸릴 형편이 못 된다고 에둘러 공손하게 거절했다.
그런데 그날 밤, 다르한 자덱의 거처에 암살자가 쳐들어와서 그를 살해하고 말았다.
그날 불침번을 서던 지벡이 암살자를 잡으려고 했지만, 암살자는 놀라운 검술로 지벡과 열 합 이상을 호각으로 겨루더니만 간단히 그를 따돌리고 벗어났다.
그리고 왕의 교회에서는 지벡의 칼에 다르한 자덱의 피가 묻어있다는 이유로 지벡을 다르한 자덱의 시해범으로 지목했다.
수장을 잃은 브투마의 왕권은 정통성을 이유로 다르한 자덱의 네 살짜리 딸 크리살라에게 넘겨주었고, 크리살라의 보호자, 섭정으로 북제의 아들 아드라타를 지목했다.
그 과정에서 지벡의 모든 변호는 묵살당했으며 그의 명예는 땅에 떨어졌고, 신왕살해의 누명만이 남았다.
왕의 교회와 북제는 애초에 브투마를 자신들이 손에 넣기 위해 다가온 것이었다.
암살자를 잡아 그의 정체를 실토하게 하지는 못했지만, 정황을 보아하니 암살자 역시 북제의 입김이 닿은 인물이라는 건 분명해 보였다.
“그래서 도주해서 오던 중 저 오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 오크는… 그림스로운의 곤봉을 쫓고 있더군요.”
“아. 그래서.”
아자딘은 자기 손에 돌아온 그림스로운의 곤봉과 청의 처형인을 꺼내 보였다.
“주인을 찾아 돌아가고 있던 거였군요.”
그림스로운의 곤봉은 스스로 주인에게 돌아가는 기능이 있었다. 아마도 아자딘이 브투마에서 이 무구들을 잃어버릴 때, 그림스로운은 청의 처형인을 확보한 후 아자딘에게 스스로 돌아가려고 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아자딘의 이동이 그림스로운의 곤봉 속도보다 더 빨라서 따라잡지 못한 것일까?
‘웬디고의 단도를 찾으려고 했는데 왜 이놈이… 아니 뭐 돌아온 건 좋은 일이지. 그렇지 않아도 세라마이트 장검에는 좀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아자딘은 그림스로운의 곤봉과 청의 처형인이 자신에게 돌아온 것에 감사하면서 문득 지벡에게 궁금증이 생겼다.
“그럼 셀레스철 파이어와는 어떻게 얽힌 거야?”
그러자 지벡은 이렇게 대답했다.
“셀레스철 파이어는… 적입니다.”
“응?”
갑작스런 적대 선언에 아자딘이 당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