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303
302. 복수의 복수자 5
“으음. 이 자식들이….”
아자딘은 후배격인 어린 전령들이 공격해 오는 걸 보며 혀를 찼다.
사방에서 매서운 공격이 날아온다.
아자딘 보다 못하긴 하지만 황제의 전령에 부끄러운 수준이 아니다.
그러나….
‘민간인들 많은 곳에서 무슨 짓이냐?’
아자딘은 그림스로운의 곤봉, 도끼를 회전시켜서 날아드는 화살들을 쳐냈다.
두 발을 쳐내는 동안 다른 한발이 아자딘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지만, 아자딘이 몸을 옆으로 젖히며 자신의 화살통으로 날아드는 화살을 받아냈다.
화살이 스스로 화살통에 쏙 빨려 들어간 꼴이 되었다.
“역시 단순한 낙오자는 아닌가 보군.”
“하긴, 실력이 없으면 대역죄인도 못됐겠지!”
“조심해라!”
그들 중 한 명이 뒤로 빠지며 계속 활을 쏘며 견제했고, 나머지 둘은 포위망을 좁혔다.
아자딘은 자신을 향해 화살을 날리며 뛰어드는 암살단원을 보며 기막혀했다.
일족의 배신자가 되었으니 일족의 암살자들이 찾아올 건 알았는데 이런 어린애들이라니?
“…가세하겠습니다.”
지벡이 칼을 잡자 아자딘이 말렸다.
“아니 스콧이나 돌봐줘. 또 다른 놈들이 뒤에 대기하고 있을지 모르니.”
전령일족의 문제는 전령일족들끼리 해결하고 싶다.
그리 생각한 아자딘은 화조풍월 땅거미를 펼쳐 날아드는 화살을 피하고, 제일 가까운 암살자를 향해 접근했다.
“이 낙오자가!”
아자딘보다 아래 기수임에 분명한 어린 전령이 자신도 땅거미를 펼쳐 짧은 거리를 순간적으로 좁혀 아자딘에게 오히려 칼을 찔렀다.
그러나 아자딘은 순수마법의 땅거미에서 카자스 해서의 땅거미를 연거푸 발휘해 덤벼드는 전령의 속도를 초월했다.
“아니!?”
어느새 뒤를 잡힌 소년 전령이 빙글 몸을 틀며 아자딘에게 발차기를 날렸다. 그의 부츠 뒷굽에서 날카로운 쇠가시가 튀어나오는 게, 킥을 맞아도 위험하고 스쳐도 살점이 떨어져 나갈 것 같다.
그러나….
-퍼억!
아자딘이 공중에서 소년 전령의 고관절을 킥으로 걷어냈다.
마치 내던져진 나무막대기처럼 소년 전령의 몸이 핑그르르 돌며 다리 난간에 충돌해서 가가각 미끄러지며 난간 모서리를 몸으로 갈았다. 갑옷을 입고 있어 피부가 갈리진 않았지만, 단박에 전투력을 빼앗을 정도의 타격이었다.
“이놈!”
두 개의 단도를 든 또 다른 소년 전령이 겨우살이의 술법으로 아자딘의 머리 위에서 나타나 매서운 공격을 가했지만, 아자딘은 그를 보지도 않았다.
-빠악!
그림스로운의 곤봉이 소년 전령의 턱을 쳐올렸다.
“아니?!”
그리고 아자딘은 술법을 펼치니 하늘에서 가느다란 번개가 떨어져 거리를 벌리고 있던 소녀 전령을 직격해 그녀를 쓰러뜨렸다.
순식간에 어린 전령 셋이 아자딘 하나에게 제압당했다.
“일족을 떠나긴 했지만 장래가 걱정되네. 이 정도 실력으로 전령이라고?”
의식을 잃어가는 소년 소녀 전령들은 전령일족 역사상 최악의 둔재라는 아자딘이 전령일족의 미래를 걱정하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 이런 수모를….’
*********
파이어윈터가 화살에 맞긴 했지만 그를 노린 화살이라기보다는 격전 중에 흘러 나간 유시여서 큰 부상은 없었다.
깃털층이 너무 두터워서 유시 정도는 무사했던 것이다.
“털이 풍성해서 살았구나. 털갈이 시즌이거나 탈모라도 있었으면 위험할 뻔했어.”
아자딘은 화살촉에 독이 묻어있는 걸 확인하고 혀를 찼다.
전령일족끼리, 특히 전령의 위를 걸고 싸울 때는 독을 쓰지 않는다.
그렇다는 건 전령일족들은 이제 아자딘을 자신들의 일족으로 여기지 않고, 아자딘이 가지고 있는 전령일족의 위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황제의 목소리가 사라지기 전, 아자딘 만을 전령으로 인정해 주었는데 전령일족은 황제의 선택과 상관없이 자신들끼리 위계를 만들고 조직을 재편한 것이다.
“유명해지니 이게 문제군. 한 날에 두 개 조직의 추격자를 만나다니.”
아자딘은 밧줄로 전령일족의 어린 전령들을 묶으며 한탄했다.
그때 지벡이 헛기침했다.
“조직인지는 모르겠고 또 한 명이 찾아온 것 같습니다.”
“이번엔 또 뭐야?”
아자딘이 고개를 돌려보니 팻말을 들고 다니는 남자가 아자딘의 앞에서 팻말을 내려놓았다.
팻말에는 ‘타라사르 세이버 검술 유료 강습’이라고 적혀있었다.
“당신이 그 명성 높은 전령기사 아자딘 경이오?”
“전령기사? 아자딘은 내가 맞는데.”
“그렇다면 한 수 부탁하오!”
보아하니 아자딘이 너무 유명해져서 그 명성을 빼앗기 위해 온 떠돌이 검술 교사인 것 같았다.
아자딘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정도로 유명해졌다면 대도시에 들어서는 순간, 아자딘에게 원한이 있든 없든 온갖 잡것들이 다 시비를 걸게 분명했다.
“딱히 원한이 있는 상대가 아닌 거지? 그럼 결투비를 받겠어.”
“네? 결투비 말입니까?”
“그래. 황제의 금화 한 장이다.”
“그건 너무… 폭리를 취하는 게 아니오?”
“전령일족인 내가 남의 요구를 들어주는데 최소 비용이 황제의 금화인 건 당연하잖아? 없으면 어디 가서 구해오라고. 그럼 이만.”
아자딘은 그에게 축객령을 내리고 손을 내저었다.
그런데….
그가 품을 뒤적거리더니 금화를 꺼냈다.
놀랍게도 황제의 금화였다.
“이러면 불만 없겠지?”
“어… 진짜?”
“자 그럼 나는 타라사르의 아할지! 정정당당한 승부를 청하오!”
-퍼억!
아자딘은 아할지라는 이의 멱살을 잡고 다리를 쓸어서 머리 높이까지 차올린 뒤 그대로 바닥에 꽂아버렸다.
몸통으로 떨어뜨리긴 했지만, 머리 높이에서 그대로 떨어졌으니 엄청난 충격일 것이다.
“크억!”
“아니 내 입으로 황제의 금화를 달라고 했지만 진짜 나오다니 예상치 못했는데.”
아자딘은 아할지에게서 황제의 금화를 받아 들고 확인해 보았다. 놀랍게도 진품이었다.
아자딘은 그걸 챙기고 대신 다른 금화를 꺼내서 아할지에게 주었다.
“자! 잠깐! 지금 건 무효요! 시작 신호도 없이 그렇게 기습하는 게 어딨소? 비겁하오!”
“알겠어. 시작해.”
“그, 그럼! 이번엔 진짜로!”
아할지가 다시금 아자딘에게 칼을 빼 들고 덤볐지만 아자딘이 손가락을 튕기자 번개 화살이 날아가 아할지를 마비시켰다.
“끄아아아악!”
“아 저런… 자 그럼 이제 만족했나?”
아자딘은 전기 충격에 쓰러진 아할지의 턱을 발로 돌려주며 물어보았다.
“시, 시합에 마법을 쓰는 게 어딨소?”
“아 시합이었어? 나는 결투인 줄 알고.”
“나는 당신을 쓰러뜨리고 내 검술 솜씨를 널리 알리려고 그러는 거란 말이오! 당연히 검술 시합이지!”
“아니 내 명성이라는 게 내가 검술이 뛰어나다고 알려진 건 아니잖아? 마법을 포함해서 내 모든 역량을 당신의 검술로 이겨야 당신의 검술가로서의 명성이 드높아지지 않을까?”
“으윽, 하여튼 무효요 무효! 황제의 금화가 얼마나 귀중한 건지 당신도 아시잖소?”
“그래서 양심상 금화로 거스름돈도 줬는데. 뭐 알겠어. 검술로 상대하는 게 소원이라면.”
아자딘은 아우렐리아 던을 들었다.
“후우. 좋아. 그럼 회복 좀 하고….”
“괜찮나? 시작할까?”
아자딘이 물어보자 자세를 잡았던 이 아할지라는 남자는 아자딘이 걸어오자 손을 내밀었다.
“자, 잠깐! 아직 회복되지 않았소! 당신에게 내던져지고 마법을 맞고… 회복이 안 되었단 말이오!”
“…슬슬 귀찮아지는데. 오늘 찾아온 손님이 많아서.”
황제의 금화가 전령들에게 소중한 것이긴 하지만 복무의 계약이 해소된 지금은 딱히 필요하지 않다. 그저 사명감에 황제의 금화를 거두어 줄 뿐.
“아, 아무래도 오늘 하루로는 회복이 안 될 것 같소. 그래서 말인데 황제의 금화를 돌려주지 않으시겠소?”
“…….”
“애초에 당신이 기습과 마법으로 때리지 않았던들 이런 일이 없었을 거요!”
그러자 우습게도 아자딘에게 포박당했던 어린 전령일족들이 투덜거렸다.
“진상이네.”
“그러게. 완전 진상이다.”
“들었지?”
아자딘은 그리 말하면서도 황제의 금화를 그에게 내밀었다.
“환불해 주지. 금화 줘.”
“아, 알겠소. 이건 어디까지나 기습으로 내 몸 상태가 온전치 않기 때문이오. 험험.”
아할지는 아자딘에게 황제의 금화를 돌려받고 거스름돈으로 받았던 금화를 내주었다. 그러자 보고 있던 소년소녀 전령들이 아자딘에게 경고했다.
“같은 금화인지 확인해 봐.”
“모서리 깎았을 수도 있어.”
“이, 이놈들! 나 타라사르의 아할지는 그런 더러운 짓은 하지 않는다!”
“후우.”
아자딘은 어린 전령들과 아할지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야 너희들, 앞으로 날 공격할 때 독화살은 쓰지 마라. 동물이랑 유시로 다른 사람이 죽을 수 있잖아. 그것만 지키면 뭐 상위 전령에게 도전한 걸로 쳐서 봐주겠다.”
“뭐? 우, 웃기지 마라. 우리는 널 죽이려고….”
“일족의 적이라서 쳐 죽이려고 한 거야! 당연히 만전을 기해서 독이건 뭐건 다 써야지!”
그러자 이번엔 아할지가 어린 전령들을 비웃었다.
“즉 자신들의 실력이 떨어진다는 건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구료. 실력으로 안 되니까 독을 타서라도 죽이겠다니 자신들이 더 무능력하다는 걸 인정하고 들어가다니 역시 명예라곤 모르는구려.”
“아니 이 진상 새끼는 아까부터 왜 기어오르지?”
“약속한 금화가 아까워서 징징대던 소인배가 감히 전령일족을 모욕해? 우리 전령일족이야! 아라가사라고! 몰라?”
“패해서 밧줄에 묶인 채 협박하다니 우스꽝스럽구료.”
“풀어줄 게 일단 너희들끼리 싸울래?”
아자딘이 그렇게 물어보자 아할지는 잠잠해졌다. 그의 실력으로 이 어린 소년소녀 전령일족들을 이기기도 버겁다.
그 모습을 본 스콧이 한마디 했다.
“후우. 인간들은 왜 이다지도 어리석은지 원. 혀는 몸을 베는 검이라오. 못 배우고 지능이 딸려서 어리석은 짓을 하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그 정도 지혜는 하다못해 본능으로 갖고 있을 법도 하거늘.”
“…….”
입조심하라는 말을 스콧이 하는 걸 보니 기가 막힌다. 아자딘은 어린 전령들을 묶은 밧줄을 풀어주었다.
“독은 쓰지 마라. 주위에 다른 생물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다음번에도 이러면 그땐 눈알을 뽑아버린다.”
“윽….”
“다음에도?”
“설마 우리를 살려 보내서 수치를 줄 셈이냐? 차라리 죽여라!”
어린 전령들은 풀려나서 기쁜 마음과, 아자딘에게 자비를 받았다는 수치심, 그 여러 감정이 복잡하게 뒤섞여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니까 안 죽여. 안 죽이고 눈알을 뽑는다니까. 아라가사들이 약자에게 얼마나 가차 없는지 너희들도 잘 알고 있지? 눈알이 없어서 전령은커녕 하인으로도 못 써먹게 되면 지금까지 너희들과 함께했던 친구들은 물론 가족들까지 어떻게 대하게 될까?”
“…….”
어린 전령들은 아자딘의 말을 듣고 경악했다. 확실히 그가 말하는 대로 아라가사들은 약자에게 가혹했다. 아자딘이 바로 그 산증인이 아닌가? 그걸 생각하면 그가 일족을 증오해 그런 짓을 하고도 남음이 있다는 걸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 그들을 살려주고 있긴 하지만 아자딘이 이들에게 다음부터는 눈알을 뽑아버리겠다는 건 결코 허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