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306
305. 세인트 말로리 지하도 3
“알겠습니다. 그럼 안식인도자는 딱 한 명만 붙여주십시오.”
“적은 많고, 저 안은 위험합니다. 무엇보다도 그 젝트 경과 적대할지도 모르는데 괜찮겠습니까? 더 많은 인원을 데려가는 게 당신에게도 좋을 텐데요?”
“일의 성공이라는 건 무사히 나오는 것까지 아니겠습니까? 좁은 곳에서는 숙달된 소수의 최정예 요원끼리 움직이는 편이 더 유리합니다. 인원이 많아져봤자 서로의 동선만 제한할 뿐 희생자만 늘어날 테니까요. 저희랑 팀웍도 맞춰야 하는데, 아무래도 인원이 많아질수록 손발을 맞추는 데만 해도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미쳤다고 지혜 교단의 요원을 덕지덕지 달고 가서 언제 뒤통수 맞을지 모르며 떨어야겠느냐? 아자딘은 딱 한 명으로 요원을 제한했다.
“팀웍 말입니까?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요.”
아자딘이 숫자를 제한하자 하이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주위에 있던 다른 기사들은 아자딘의 요구를 묵살하자는 신호를 보냈지만 하이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시다면 알겠습니다. 제가 당신과 동행하겠습니다만. 괜찮겠습니까?”
“흠? 하이네 경 당신이 직접 말입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럼 동행하도록 하시지요.”
아자딘은 음흉한 속내가 훤하게 들여다보이는 자비 교단과 손을 잡기로 했다.
그러자 하이네는 몸을 감싸고 있는 수녀복을 그 자리에서 벗어던졌다. 놀랍게도 수녀복 밑에는 기계로 뽑은 철사로 만들어진 스팀위브 체인메일이 있었다.
스팀위브 체인메일은 반릉의 드워프들이 만들어 내는 최상급 체인메일로 가벼우면서도 그 방어력은 판금 갑옷에 버금가는 물품이었다.
드워프 명가들이 자기들끼리 입기에도 부족하다고 할 만큼 생산량이 적은 물건인데 그걸 입고 있는 것도 놀랍다.
게다가 그녀는 왼손과 오른손에 너클을 장착하고 있었는데, 이 너클에는 세라마이트로 된 칼날이 돋아있었다.
‘더스크바이터’.
아자딘의 아우렐리아 던처럼 자비 교단에 전해지는 이름있는 무구였다.
그녀가 자비 교단에서 얼마나 큰 기대를 받고 있는지 증명해 주는 증명서나 다름없었다.
하이네가 자기 부하들에게 가봐도 좋다고 손짓하자, 자비 교단의 단원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물러난다. 다들 숙달된 암살자들이라 그런지 그렇게 서두르는 것 같지도 않은데 걸음이 빨라서 순식간에 인파 속으로 녹아들었다.
*********
거인들의 지하수도는 그 이름 그대로 거인들도 지나다닐 수 있을 만큼 커다란 하수도였다.
이곳은 밀수조직의 밀수통로이기도 하고, 사교도들의 예배 장소이기도 하며 도시의 오물들을 먹고 자라는 슬라임, 오즈, 각종 마물이 들끓는 마경이기도 했다.
각각의 출입구에 따라서 미궁같이 이어진 지하도의 전혀 다른 영역으로 이어지기에 세인트 말로리의 하수도 탐사단원들조차 수박 겉핥기식으로 밀수조직만 적발하고 말뿐, 이곳은 여전히 마물로 가득 차 있었다.
젝트 경은 이곳에 캠프를 차리고 있었다.
왕의 교회 세인트말로리 교구에 마련된 지하도 입구로 내려온 그들은 밑에 캠프를 차리고, 하수도 안을 가득 메운 고블린과 언데드들, 슬라임들을 정리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전진해 나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때 저 위에서 한 수련 성기사가 보급품을 짊어진 채 낑낑거리며 사다리를 타고 내려온다.
그는 내려오자마자 보급품들을 내려놓고, 제일 위의 편지를 집어 들어 캠프의 장, 젝트 경에게 달려갔다.
“젝트 경. 편지입니다.”
“누가 보낸 겁니까?”
“세흐나트 주교님입니다.”
“세흐나트… 북제와 연결된 자가 아닙니까.”
젝트는 쓴웃음을 지었다. 북제와 연결된 자들은 믿을 수 없다. 그들의 부정확한 정보에 속아서 차드라 고원으로 향했다가 괜히 수모만 겪지 않았던가.
이들은 아자딘을 미끼로 젝트 경을 차드라 고원으로 끌어낸 다음 그사이에 셀레스철 파이어 기사단을 발족시켰다.
젝트 입장에서는 자신을 엿먹인 놈이 이제 와서 편지를 보냈다는 건데, 그렇다고 화가 난다고 무시할 수도 없었다.
“그래도 구난기사단의 높은 놈이니, 어디 뭐라고 지껄이나 볼까요?”
젝트는 편지를 꺼내 읽어보고 실소했다.
아자딘이 세인트 말로리에 입성했으며 곧 지하수도에 들어올 거라는 경고였다. 말이야 경고지만 언제부터 젝트 경을 신경 써줬다고?
“이거 참, 왕의 교회도 오합지졸이라 생각했지만, 여기 구난기사단 놈들은 그 이상이란 말이지요. 파벌 싸움에 정신이 팔려있는 건지….”
“메이야 경이 그에게 도전했었습니다만….”
아자딘이 세인트 말로리에 당도했다는 것은 이미 그들이 관리하는 하급 성기사, 메이야 경의 사례로 알고 있었다.
“이 늙은 여우도 우리가 그 정도는 파악했을 거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비 교단이 추가로 붙었으며… 지벡이 그쪽에 붙어있다는 것도 알려왔지요.”
“지벡이라면….”
“지벡 경 말입니까?”
“예. 그가 코라사르에서 아자딘과 교분이 있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만, 여기 아랑기에서도 함께 할 줄은 몰랐군요.”
왕의 교회의 보수적인 인물들은 구난기사단의 영지를 아랑기 왕국의 일부로 보고 있었다.
세인트 말로리를 아랑기 왕국이라고 칭하는 것에서 젝트가 얼마나 뼛속까지 구난기사단을 멸시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저희의 동기였으니… 주의해야겠군요.”
지벡의 이름이 나오자 다들 경계하기 시작했다. 지벡은 한때 그들의 동료였으니 그들의 지식, 그들의 방식을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었다.
“너무 위축될 필요는 없습니다. 지벡이 훈련받은 것은 어디까지나 이쪽 출입구로 들어왔을 때의 훈련. 아무리 아자딘이 간이 부었다고 해도 왕의 교회 세인트 말로리 교구 한복판에 있는 하수구 뚜껑을 열고, 안으로 내려오진 않을 거 아닙니까?”
타라사르 왕국에서 훈련장을 두고 훈련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세인트 말로리 교구에 위치한 지하도 입구로 들어와서 안을 통과하는 걸 상정한 연습이었다.
그들의 방식을 안다고 해도 실무에 투입된 적도 없는 지벡이 뭘 알겠는가?
-쿠르르릉….
그때 지하도 전체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앞에서 무수한 숫자의 벌레들이 빠르게 수로와 벽을 따라 전방의 뭔가로부터 도망치는 게 보였다.
“이런 걸 경험해 보지도 않았을 테니 지벡을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요.”
젝트는 쓴웃음을 지으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벌레들의 격류 너머로 거대한 악, 타락한 죽음의 냄새가 물씬 풍기고 있었다.
“부패의 천사….”
캠프의 다른 성기사들은 다가오는 것의 정체를 알아채고 신음했다.
“어쩌다가 캠프까지….”
*********
아자딘 일행은 하이네의 추천에 따라 자비 교단이 관리하는 하수도 입구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자비 교단이 관리하는 하수도 입구는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는데도 20여 장을 내려가야 했다.
밑에 불이 켜져 있는 것도 아니라서 어둠 그 자체가 입을 벌리고, 모든 것을 삼키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 보통 사람들은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다 정신을 잃고 떨어져 죽곤 했다.
“흐음?!”
아자딘은 하수도에 내려서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둠을 꿰뚫어 보는 그의 눈이 수로 곳곳에 버려진 인간시체를 발견했다.
아마도 자비 교단에서 모종의 이유로 발생한 시체들을 밑으로 던져넣은 모양이었다.
‘이러니까 지하수도에 마물이 넘쳐나지. 당장 자기들도 시체를 내다 버리면서.’
아자딘은 자비 교단의 추악한 모습에 혀를 찼지만, 그때 스콧이 내려섰다.
“오, 시작부터 시체가! 아주 꿀맛 같군. 대장. 써도 되지?”
“써라.”
아자딘이 허가하자 스콧이 신이 나서 사령술로 시체를 일으켜 세웠다.
고문당한 흔적이 있는 시체들이 그욱하고 기괴한 소리를 내며 폐부에 남아있던 공기를 토해내더니만 일어났다.
“어머. 아마도 밀수꾼들의 시체가 떠내려온 것 같습니다. 저희 교단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습니다.”
하이네는 누가 들어도 못 믿을 거짓말을 하며 경고했다.
“다들 조심하십시오. 요새 세상이 흉흉해지면서 지하수로의 마물들도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게 위험하지?”
“보통 우즈라 불리는 슬라임이나 아메바, 기타 부정형 생물들이 있습니다. 칼로 쳐도 타격을 잘 받지 않고, 오히려 사람을 통째로 집어삼키곤 합니다.”
하이네가 우즈와 슬라임들에 대해서 경고했지만, 그때 지벡이 중얼거렸다.
“부패의 천사.”
“…….”
“부패의 천사? 그게 뭐지?”
“부정한 힘에 죽은 천사의 시체입니다. 사악한 마법의 힘을 쓰며 그 전투 능력은 그야말로 상급 악마 이상… 이곳 세인트 말로리 지하수로가 난공불락의 미궁인 이유입니다.”
“흠. 상급악마 수준이라… 그럼 차라리 그냥 지상에서 지혜 교단에 잠입하는 게 낫지 않아?”
“잘하면 부패의 천사를 만나지 않고 갈 수 있으니까 말이지요.”
지벡은 그리 말하고 성호를 그었다.
축복의 아우라가 지벡으로부터 뿜어져 나와 아자딘을 포함해 일행 전원을 감쌌다.
“호오?”
하이네는 지벡의 백색마법이 상당히 정순하고 강력하다는 걸 깨달았다.
“저는 이곳에서 시작하는 길은 잘 모릅니다. 하이네 경. 당신은 이곳을 잘 알고 있겠지요? 안내 부탁드립니다. 다만… 부패의 천사는 피하도록 하지요.”
자비 교단은 자신들의 교구에서 시작하는 그들만의 지하탐사 지도와 지침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디서 어떤 괴물이 주로 출몰하는지 잘 알고 있을 테니 부패의 천사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에 대한 정보 역시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것 봐라? 역시 좀 까다로운데… 지벡, 왕의 교회 그림자 기사단 출신인가.’
하이네는 지벡의 예리한 지적에 당황하면서도 침착하게 길 안내를 했다.
“그럼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저를 의심하지 마십시오. 저는 최선을 다해 최적의 루트로 안내하려고 애쓰는 거니까요. 다만 최근 사악한 힘이 요동치면서 이 지하도 안에….”
그때 하이네의 말문이 막혔다.
스콧이 바닥에 떨어진 언데드들을 이용해 주위 잡동사니를 모으더니만 그걸로 일종의 보트를 만들고 그 위에 올라탄 것이다.
언데드들이 물속에서 보트를 밀면서 추진력이 되어주었다.
“대장! 대장도 여기 타. 오수에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데.”
“그러지.”
아자딘은 거리낌 없이 스콧의 보트에 올라탔다.
심지어 지벡조차 군말 없이 그 보트에 올라탔다. 언데드들이 오수를 헤집고 지나가자 보트가 느리지만 착실하게 지하수로 밑을 가르고 지나갔다.
‘해괴한 놈들이군. 저 지벡이란 놈은 아무리 타락했다지만 성기사였던 놈이 사령술로 운용되는 보트에 올라타? 아니 그런식이면 애초애 아자딘 저놈은 현역 성기사잖아? 엉망인 놈들이군.’
하이네는 아자딘 일행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오수에 발을 적시며 걷는 것보다는 일행과 함께 보트에 타는 게 나았다.
‘한동안은 이들이 하자는 대로 순응하는 게 낫겠군. 이들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헤아릴 수도 있고 만약의 경우에는….’
하이네는 아자딘 일행을 경계하며 보트에 올라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