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307
306. 세인트 말로리 지하도 4
오크 마법사는 유능하다.
처음에는 불만을 품고 있던 하이네였지만 그 점만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스콧은 언데드들에게 보트를 끌게 하면서 오라사이트 주문을 시전했다.
살아있는 생명체와 사령술로 움직이는 존재를 어둠 속에서도 쉽게 발견하게 해주는 마법이었다.
“아, 저기 우즈, 음 어떤 종류지?”
오수 밑바닥에 고인 진창 같은 거라서 일반 사람의 육안으로는 도저히 분간할 수 없는 적을 발견한 스콧이 언데드를 보낸다. 우즈가 수면 속에서 튀어나와서 언데드를 붙잡고 전신에서 전기를 발산해 언데드를 감전시키고 삼킨다.
만약 일반 생명체였다면? 아무리 단련된 기사나 전사라고 해도 전기충격에 마비된 채 진창으로 빨려 들어가면, 우즈에게 소화될 때까지 살이 타는 고통을 받으며 죽어갈 것이다.
하이네가 실력에 자신이 있었다 해도 방금 전기 우즈의 기습 공격은 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 것이었다.
그러나….
“본슬러그!”
스콧은 별거 아니라는 듯 주문을 시전했다.
우즈에게 잡혀들어간 언데드의 몸 전체에서 뼈로 된 창날이 튀어나와 우즈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구울의 탐식!”
스콧의 명령에 언데드들에게 붉은 기운이 감돌더니 언데드들이 앞으로 달려가 조각조각 난 전기 우즈를 집어 들어서 먹는다. 전기 우즈도 소화액을 내보내 언데드들을 녹여서 먹으려 하고 몸에서 전기를 방출해 언데드들을 공격하지만 언데드들은 그 타격을 받으면서도 기어이 전기 우즈를 몸에 삼켜버리고 말았다.
“여전히 훌륭하군. 스콧.”
“아니 뭐, 희대의 천재에게 이 정도는 별거 아니지.”
스콧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고 계속해서 앞을 주시했다.
오수와 쓰레기 더미 사이, 사교도들의 제단이 있고 그곳에서 이번엔 갑자기 어린 소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 어린 소년들인데 짐승 가죽을 뒤집어쓰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뒤에는 기이한 피로 얼룩진 뼈 제단이 만들어져 있었다.
알지 못할 사신을 숭배하는 사교도들인가?
그때 소년들이 다가왔다.
“으으… 우린 그저 소매치기 상납금 내기 싫어서 여기 온 것뿐인데….”
“도와주세요. 이게 벗겨지지 않아요!”
소년들은 엉엉 울면서 아자딘 일행에게 구조를 요청했다.
기괴하면서도 불쌍한 모습이었다.
“어떻게 도와줄까?”
아자딘이 아우렐리아 던과 청의 처형인에 손을 얹고 물어보았다.
“당신들의 피로 이 가죽을 적시면 벗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들이 순식간에 야수화해서 아자딘 일행에게 덤벼든다.
“어휴.”
물론 아자딘은 처음부터 이들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덤벼들자마자 검과 도끼를 휘둘러 그들의 목을 날려 버렸다.
하이네도 양손의 너클, 더스크바이트로 덤벼드는 이형의 소년들을 박살 냈다. 정확하게 급소를 가격하고 상처를 세라마이트로 불태워 버려 재생 못 하게 막아버렸다.
보통 사람 같으면 척수가 관통당하면 즉사할 테지만, 야수화한 소년들은 몸을 비틀며 죽지 못한 채 기괴한 신음을 토해냈다.
‘명불허전이라고 원래 유명한 저 전령일족 놈은 강할 줄 알았는데 다른 놈들도 예사롭지가 않군? ’
하이네는 새삼스럽게 놀라고 있었다. 아자딘이 추풍낙엽으로 적들을 쓰러뜨리는 거야 뭐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오크 사령술사인 스콧은 물론 지벡의 능력은 예상 밖이었다.
지벡이 검을 휘둘러 달려드는 야수들의 목과 무릎 뒤를 그어버리고 춤추듯 빠져나간다.
스콧은 희희낙락거리며 아자딘과 지벡이 쓰러뜨린 사교도들의 시체를 사령술로 제압해 확보했다.
여기까지 오면서 시체를 많이 소모했는데 그걸 보충할 좋은 기회로 여긴 것이다.
‘조심해야겠는걸.’
하이네는 그리 생각하면서 조심스럽게 마음속으로 상황을 전달했다.
[현재 2-7블럭을 지나는 중입니다. 이 전령일족 놈은 물론 그가 데려온 이들도 상당한 실력자입니다.]왕의 교회가 자신들의 교구에서부터 지하를 탐사하며 지하도를 그려나간 것처럼 자비 교단 또한 자신들 나름의 지하도 지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 지도의 길목을 지나면서 하이네는 상황실과 마음속으로 연락을 취했다.
[하이네 경. 진행 속도가 빠르군요. 무리해서 힘을 보태지 말고 저들을 소모시키세요.]상황실에서는 하이네에게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 말고 아자딘일행을 더 많이 소모시키라고 요구했다. 아무래도 진행 속도가 너무 빠르니까 하이네가 적극적으로 가담해서 전투를 수행하고 있다고 여긴 모양이었다.
[저는 구색만 맞추고 있을 뿐입니다. 이들이 실력이 좋습니다. 마물과 이물, 사교도들도 평소보다 많은 것 같은데….] [알겠습니다. 조심하십시오. 하이네 경. 지하에서 마력폭주가 감지되었습니다. 아마도 부패의 천사가 활동하는 것 같습니다.]그때 그녀와 지휘부의 텔레파시가 끊겼다.
과연 하수도 내에 마력의 폭풍이 휘몰아치고 벌레와 쥐들이 놀라서 우왕좌왕하며 일제히 움직이는 게 포착되었다.
“이건….”
“부패의 천사인 것 같습니다.”
지벡이 의견을 제시했다.
“스콧! 방향을 알 수 있어?”
“물론이지 대장.”
스콧은 자신이 조종하는 언데드 중 한 놈에게 주문을 걸었다. 그러자 사교도 언데드가 양팔을 앞으로 향하더니 특정 방향을 향해 빙그르르 돌아 그쪽을 가리켰다.
“최단 거리를 가리켜서 지하에선 좀 방향이 흐트러지지만, 이쪽에서 느껴져.”
“그럼 그쪽을 피해서 가면 되겠군.”
아자딘은 스콧의 사령술이 지시하는 곳을 피해서 서쪽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지하도는 복잡하게 배배 꼬여 있어서 마냥 피할 수도 없었다.
특히 부패의 천사가 이동한다는 게 문제였다.
지하도 저 너머에서 사람들의 비명과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으음. 어?”
그때 스콧이 놀라워했다.
“왜?”
“사라졌어!”
“사라지다니?”
“누가 부패의 천사를 제거한 모양이야.”
“네? 그게 가능할 리가.”
듣고 있던 하이네가 기겁했다. 구난기사단의 총본산임에도 이 지하를 마물들이 득실거리게 방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부패의 천사 때문이었다. 이런 강력한 마물이 출몰하여 구난기사단이 너무 막대한 피해를 보았기에 그들은 지하에서 부패의 천사가 나오지 못하도록 입구를 틀어막고만 있었다.
부패의 천사는 길을 찾을 줄 모르고 이 미궁 안에 스스로 갇혀있었으니 입구를 막는 것만으로도 희생을 막을 수 있었다.
즉 부패의 천사는 구난기사단의 역량으로도 건드리면 득보다 실이 많아서 그냥 봉인하고 방치해두던 마물들이었다.
그런데 그 부패의 천사가 토벌당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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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심문관 젝트 경은 쓴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갑주를 매만졌다.
황금빛 장식이 붙어있던 갑옷은 피로 물들어 있고 일부는 산성용액에 의해 표면 부식이 일어나며 매캐한 유독가스를 뿌리고 있었다.
“으윽….”
그런 젝트의 주위에는 젝트의 부하들이 널브러져있었다.
“살릴 수 있는 이는 치료하고 구할 수 없는 이는 안식을 주십시오. 여기서 죽으면 마물이 될 겁니다.”
젝트는 그리 말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살릴 수 있는 이들도 전투능력을 잃었다. 대원 중 절반이 죽고 사분지 일이 상처를 입었으니, 군사학적으로 전멸이라고 불러야 할 상황이었다.
아직 깊이 들어간 것도 아니라 이제 입구에 불과한데도 하필이면 부패의 천사를 만나다니.
“그나저나 이건 대체 뭘까요? 천사의 시체인 것 같은데….”
젝트는 자신이 쓰러뜨린 부패의 천사를 살펴보았다. 신장 9척 정도의 보통 인간보다 월등히 큰 천사의 날개를 가진 생명체의 시체가 오수들 사이에 쓰러져있었다.
그 몸체에는 썩어 문드러진 살점과 점균들, 그리고 벌레들이 들러붙어 있었는데 젝트의 검과 마법에 당해 무력화되긴 했지만 마치 잠시 동력원을 잃고 잠들어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지하도의 마력이 충분해지면 다시금 일어나 활동하는 게 아닐까?
그리 생각하면 고작 잠깐 이 마물을 제압하기 위해 그 많은 부하가 죽은 게 아깝다.
“이것 자체가 구난기사단의 타락을 상징하는 게 아닐까요? 보아하니까 천사의 시체를 가지고 이상한 연구를 한 것 같은데… 이 시체를 지상으로 가져가면 저들이 타락을 입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
젝트는 부패의 천사의 시체를 살펴보며 조심스럽게 마법 언어를 발해 그 시체를 분석해 보았다.
“아.”
그때 지하도 옆쪽에서 일단의 무리가 나타났다.
아자딘과 하이네, 지벡과 스콧이 하필이면 이곳에 나타나서 젝트와 맞닥뜨린 것이었다.
“…….”
젝트로서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부패의 천사와 싸우느라 기력과 마력을 다 소모한 상태인데 하필이면 이때 아자딘을 만나다니?
“젝트 경.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지벡이 물어보았다.
“내가 물어볼 말입니다. 지벡 경. 그대는 수배된 신세가 아닙니까? 물론 그대가 정말 다르한 자덱을 살해하진 않았겠지만 그렇다면 교단에 자진출두해서 스스로 무죄를 고해야 하지 않겠소? 그 사명을 마다하고 교적과 함께 행동하다니.”
“교단을 믿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젝트 경.”
“하하. 지금 그대가 교단을 불신한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왕의 교회의 교리와 율법을?”
“교리와 율법을 교단 조직과 동일시하지 마시지요. 젝트 경. 그런 말장난이 얼마나 많은 무고한 이들을 희생시키고, 그들의 목소리를 묵살해 왔는지 아시잖습니까? 교단 조직을 불신하는 것이 교단의 율법이나 정의를 배신하는 게 아닙니다! 진짜 교리와 율법과 정의를 배신한 것은 탐욕스러운 고위 사제들이 아닙니까!?”
“흠. 제게 그렇게 말씀하셔도 말이지요.”
젝트는 자신에게 대들듯 항변하는 지벡을 보며 놀라워했다. 그가 알던 지벡은 이렇게 자기 목소리를 내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간 쌓인 게 많아서일까? 아니면 나쁜 친구(?)를 사귀어서?
“오던 길에 봤는데 메이야 경이 웨어보어가 되었더군요. 그건 알고 계십니까?”
“아, 안타까운 사고였습니다.”
“제가 본 바로 메이야 경의 신병을 이끌던 건 당신이셨습니다. 그런데 당신께서 죽은 것도 다친 것도 아니라 멀쩡하신데 당신을 따르던 젊은 기사에게 그런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단 말입니까? 거 참 이상하군요. 제가 아는 것만 해도 당신을 따르던 젊은 기사들이 아주 많이, 자주 그런 사고에 잘 휘말리던데!?”
지벡은 메이야가 웨어보어가 되도록 일부러 방치하지 않았냐고 젝트를 힐난하고 있었다.
하지만 젝트는 시치미를 뗐다.
“성기사의 임무는 고되고 위험하다는 건 그대도 알 것입니다. 사고를 많이 접하는 건 그만큼 성실한 임무 수행의 증거가 아닐까요?”
“네. 그러시겠지요. 다만 저는 거기에 동의하지 못하니 제 나름대로 저의 무죄를 입증하고 제 명예를 되찾고자 합니다. 정말 저를 무죄라고 믿어주신다면 훼방을 놓지 말아 주시지요.”
그러나 그 순간 젝트가 고개를 저으며 칼을 빼 들었다.
스르릉하고 칼날 우는 소리가 지하도 내에 울려 퍼졌다.
“흐음. 그건 곤란합니다. 왕의 시해범이란 의혹을 받는 이를 재판에 세우지 못한다면 어찌 왕의 법도를 이 세상에 널리 펴겠습니까? 그러니 지벡 경께서는 교단의 정의가 있음을 믿으시고 그 신병을 맡겨주시는 게….”
신병을 맡겨달라고 말하고 있지만 엄연한 협박이었다.
“젝트 경. 아무리 젝트 경이라 해도 방금 그 괴물을 토벌하느라 소모가 크셨을 텐데요.”
지벡도 여기서 물러서지 않았다.
한때의 스승과 제자, 둘이 칼을 빼 들며 대치하자 젝트의 부하들도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주섬주섬 무기를 주워 들었다.
‘왕의 교회의 이단심문관과 싸운다고…?’
하이네로서는 숨이 막힐 것 같은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