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313
312. 종파 분쟁 2
아자딘은 무려 이단심문관인 젝트와 무난하게 합의를 끌어냈다.
젝트는 왕의 교회 내에서 북제의 세력을, 그 영향력을 파악하고 교단에 셀레스티얼의 비밀을 알려 내부 단속을 철저히 한다.
아자딘은 아자딘 대로 구난기사단의 안에서 셀레스철 파이어가 주도권을 쥐지 못하도록 스스로 단속한다.
참으로 느슨한 동맹이지만 이단심문관인 젝트가 영혼 없는 불경자, 아자딘을 당장 쳐 죽이겠다고 달려들지 않는 것만으로도 매우 큰 가치를 가진 동맹이었다.
“다만 지벡 경이 수배당한 것이나, 웨어보어가 되어 이성을 잃어버린 메이야 경은 어찌할 수 없습니다. 그 정도는 괜찮겠지요?”
“…그래 어쩔 수 없지. 그건.”
“그럼 더 공유할 정보라도? 없으면 이만 일어나보겠습니다. 이제부터 더 바빠질 예정이라서요.”
“무운장구하길 빌지. 젝트 경.”
“네. 당신도 무운장구하시길.”
젝트는 미소를 지으며 지벡을 바라보았다.
“지벡 경.”
“예.”
“그를 잘 보필하도록 하세요. 뭐, 제가 이런 말을 할 입장은 아닙니다만.”
“알겠습니다.”
지벡은 젝트의 말에 당황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음흉하고 자기중심적인 젝트가 어째서 이렇게 급하게 태도가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하이네의 태도도 급변한 것을 보면 아자딘이 뭔가 한 것 같은데….
“그럼 저는 이만… 아자딘 경. 당신도 빨리 여길 벗어나는 게 좋을 겁니다. 지혜 교단도 바보가 아닐 테니까요.”
“하긴.”
아자딘은 지혜 교단에 자신의 정체나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그러나 아자딘이 세인트 말로리에 들어온 게 바로 어제. 그리고 갑자기 지혜 교단 심층부에서 사고가 터졌다면 자연히 그 의심의 눈초리가 아자딘에게 향할 수밖에 없다.
증거가 없어도 심증만으로도 아자딘을 의심할 것이고, 의심만으로 들쑤셔도 뒤탈이 없는 대상이다.
어느 교단에도 속하지 않는 아자딘의 뒷배는 아케나르 주교, 이혼녀로서 교단에 들어오게 된 그녀는 세 교단 중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순수한 사제단 소속이라서 아자딘에게 그리 좋은 방패막이가 되어주지 못한다.
“좀 더 세인트 말로리를 관광하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군 차드라로 돌아갈까?”
“아, 아자딘 경. 소신도 함께 당신의 곁에 설 수 있는 영광을 주시겠습니까?”
말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황송한지 하이네는 감히 시선을 똑바로 마주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자딘으로서는 그녀의 돌변한 태도의 이유가 짐작이 갔다.
‘이래서 싫었는데.’
아자딘이 기적을 행사하면 할수록 아자딘의 목적은 멀어지게 된다.
물론 필요에 따라선 그도 황제의 핏줄이라니 뭐니 하면서 사람들의 인식을 이용하곤 했지만, 사람들 스스로 미덕을 지키고 따르는 진정한 구난기사단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길 원했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은 개인에 대한 숭배를 더 우선시한다. 하이네 경도 결코 바보는 아닐진대. 지금 이러는 게 아자딘에게는 오히려 역효과라는 걸 본인도 모르지 않을 텐데 감정이 너무 앞서서 주체를 못 하는 것이다.
암살자로서 훈련받은 자비 교단의 안식인도자도 이러니 다른 사람들은 오죽하겠는가.
“무, 물론 아자딘 경께서는 절 신뢰할 이유가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제 충심을 증명할 수 있을까요?”
“그럴 필요 없어. 하이네 경. 나는 당신을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자비 교단 안에 남아있기를 원해.”
아자딘 입장에선 누군가 자비 교단 내부에 있어서 자신과 호응해 주는 쪽이 훨씬 좋았다.
“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군요. 당신과 함께하고 싶었는데.”
하이네도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자비 교단에 있는게 아자딘에게 더욱더 큰 도움이 되리라는 걸.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하이네는 지금 당장 아자딘과 함께하고 싶었다.
“괜찮아.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그대의 헌신을 잊거나 하지 않는다.”
“공치사를 바라고 하는 게 아니라. 아자딘 경. 저는 그저…. 아 모르겠습니다.”
하이네는 아자딘에게 느끼는 이 감정을 뭐라 불러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었다.
그때 아자딘이 하이네의 손을 맞잡았다.
“하이네 경. 내가 부패의 천사들을 안식에 들게 한 것은 비밀로 해줘. 그대가 자비의 성기사단의 일원으로서 상급자들에게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건 알지만 더 큰 대의를 위해서 어쩔 수 없어.”
“네 알겠습니다. 아자딘 경. 그럼, 아.”
그때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성문을 닫는다는 폐문의 종소리였다.
“아자딘 경. 자비 교단은 제가 최대한 막겠습니다만 지혜 교단 또한 당신을 의심하고 있을 겁니다. 수배당한 지벡 경이 당신과 함께하고 있다는 건 이미 모든 종파에서 다 알고 있을 겁니다. 본래라면 오늘 당장 성문을 나가셔야 했는데….”
하이네는 진심으로 아자딘을 걱정하더니 큰 각오를 하고 물어보았다.
“혹시 괜찮다면 밤에도 성문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비밀 통로를 알려드릴까요?”
“고맙군. 하이네 경. 하지만 괜찮네. 자비 교단의 비밀 통로를 이용하게 해주는 건 나중에 그대에게 문제가 될 테니까.”
아자딘은 하이네가 무슨 뜻으로 말하는지 알았다. 그녀는 자신들, 자비 교단의 공작원들을 위한 비밀통로를 아자딘에게 제공하려 했다.
하지만 그것은 곧 하이네 경 자신의 목숨을 건다는 뜻이다. 만약 아자딘 일행이 자비 교단의 비밀통로를 이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교단은 자신들 안의 배신자가 있음을 알아채고 바로 그녀를 책문할 것이다.
그렇게까지는 원하지 않는다.
‘이거 참 난처하네. 이래서 싫었는데.’
아자딘이 천사들에게 선택받은 것은 코라사르에서 웬디고를 물리친 바로 그때였다. 그러나 그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천사들에게 선택받았다는 사실을 숨겨온 것은 이런 일이 생길까 봐서였는데….
아자딘이 가장 우려하던 일이 기묘한 방향으로 현실화되었다.
“소신의 신변을 걱정해 주실 필요는 없사옵니다. 아자딘 경. 부디….”
“아니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돼. 나도 다 생각이 있으니까. 마음만 받지.”
“그, 그렇사옵니까?”
“그래. 그러니까 말 편하게 하라고. 아까부터 극존칭을 하고 있잖아. 난 그런 거 안 좋아해.”
“황공하옵니다. 하오나 제 어찌 감히.”
“그럴수록 더 곁에 두기 힘들어진다니까. 봐봐. 안 하던 사람이 갑자기 극존칭 하니까 다들 이상하게 보잖아?”
아자딘은 지벡과 스콧의 미심쩍은 시선을 가리켰다.
“그, 그렇군요. 저들은 당신의 그 위대한 사명을 모르는군요.”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니까. 그러니까 하이네 경. 이건 비밀로 해줘.”
“물론입니다. 이 비밀, 제 목숨을 걸고 지키겠습니다.”
“목숨까진 걸지 말고. 그럼 가봐. 자비 교단 측에서 당신의 보고를 목 빠지게 기다리겠다.”
“네, 그럼.”
하이네는 아자딘의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못내 아쉬워하면서 자리를 떴다.
“대체 무슨 수를 쓴 거야? 대장? 혹시 뭐 매혹 주문이라도 건 거야?”
스콧이 황당해하며 물어보았다.
“그냥 그녀도 내 대의에 동의해 주는 거지.”
“대의에 동의한다기보다는 개인적인 숭배와 열정이 엿보이더군요.”
지벡도 잔소리를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내 대의에 납득하게 된 일이 있거든. 뭐 나중에 이야기할 테니까 지금은 좀 비밀로 해두지.”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제 존재가 아자딘 경께 폐를 끼치는군요.”
“아니 뭐 너무 신경 쓰지 마. 따지고 보면 내가 아라가사라서 그렇지. 뭘. 원래 구난기사단은 왕의 교회에서 이탈한 자는 열 올려서 잡은 적이 없어.”
왕의 교회의 파계승이나 파계기사 등을 구난기사단이 열정적으로 잡은 적이 있는가?
절대 없다.
왕의 교회와 구난기사단이 서로를 정법(正法)으로 인정하고 있긴 하지만 그거야 공식 입장이고 내심으로는 둘 다 상대방이 고꾸라지길 바라고 있으니 왕의 교회의 배신자를 굳이 피땀 흘려가며 잡아줄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굳이 지벡을 노리는 것은 아자딘의 약점을 잡기 위한 것이지 지벡의 잘못은 아니다.
“그래서 말인데….”
아자딘은 금화를 내어 지벡과 스콧에게 건네주었다.
“가기 전에 필요한 물건은 최대한 사둬. 내일 출발한다.”
“지금이 아니라 내일 말입니까?”
“어차피 지금은 해가 떨어져서 성문이 닫혔어. 내일 출발해야지 뭐. 그때까지 별일 없으면 좋겠는데. 별일이 있으면 있는 대로 한번 만나보고 싶기는 하네. 지혜 교단과도 관계를 맺어보고 싶거든. 가능하다면 용기의 교단도 봤으면 좋겠군.”
아자딘은 지혜 교단 측에서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나올지 불안과 기대가 반쯤 뒤섞인 심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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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습격자에게 하필이면 제일 중요한 셀레스티얼 환생 의식장을 침해당한 지혜 교단은 즉시 고위 성직자와 성기사들을 모아 대책회의에 들어갔다.
천사상을 갈아서 천사의 피를 낸다는 것, 수명이 다한 팔왕신족, 야에가스 신족들을 천사의 알로 환생시킨다는 것, 그중 어느 하나만도 크나큰 비난을 불러일으킬 사항이었다.
게다가 그냥 의식을 침탈당한 것도 아니라 명백한 물적 증거까지 빼앗겼다.
환생의식의 두루마리.
마법의 달인인 북제 코헨 라이오네어가 직접 작성한 두루마리를 빼앗기고 만 것이다.
지혜 기사단의 중책들은 자신들의 기사단본부, 세인트말로리 학술원에 모여서 회의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말했잖소. 부패의 천사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으로 우리의 안전을 담보해서는 안 된다고! 내가 누누이 이야기했거늘.”
학술원의 학자인 고위 성직자는 부패의 천사나 거인의 지하도의 마물을 방패막이 삼아서 비밀을 지키려 했던 연구팀의 보안설계를 힐난했다.
“닥치시오. 정작 거점 기사단 예산은 깎은 주제에 무슨 낯짝으로 그런 소리를 하지? 당신들이 예산을 깎으니까 우리가 부패의 천사들을 이용하기 위한 망자인도의 불꽃을 사용한 거 아니오! 우리들의 마법으로 경비 비용을 아낀 것을 칭송해도 부족한데 예산을 깎아놓고 조롱하다니!”
“거점 기사단? 평생 칼은 들어보지도 않고 체류비로 계집질이나 하는 놈들에게 갈 예산은 금이 썩어나도 아깝소이다.”
“자자. 두 분 모두 진정하시고. 거 기사들끼리 좋은 결투 놔두고 왜 입으로 싸우십니까? 나중에 두 분이 서로 열심히 결투로 싸우시고 당면한 문제부터 해결합시다.”
젊은 성기사 한 명이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그렇게 말했다. 놀랍게도 그는 셀레스철 파이어의 단장 카르나와 비슷한 용모에 그보다 더 피부색이 어둡고 머리칼이 더 어두운 적갈색이었다.
북제의 핏줄이 셀레스티얼로 전생한 것.
카르나와 똑같은 북제의 혈족이자 셀레스티얼인 것이다.
“두루마리를 강탈한 자가 지하도로 빠져나갔다고 했지요? 지하도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마물들은 잠잠한가요?”
이 셀레스티얼 기사는 지하도를 탐사한 지혜의 기사들에게 물어보았다.
“네, 놀랍게도 부패의 천사들조차 잠잠해졌습니다.”
부패의 천사와 각종 우즈들, 마물들이 들끓는 지하도는 지금까지 누구도 뚫지 못하는 난공불락의 미궁이었다.
그러나 적은 놀랍게도 지하도로 침입해서 지하도로 도망쳤다.
부패의 천사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런 인물들은 극히 한정되어 있다.
“범인은 누구겠는가?”
학술원 학자가 물어보자 성기사들이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