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315
314. 종파 분쟁 4
“무슨 짓을?”
트리오다나는 아자딘의 의식이 자신이 아닌 다른 것에 집중하는 걸 보고 당혹스러워했다.
아라엘의 목소리는 황제의 목소리와 마찬가지로 어떤 육체를 가진 매개체가 없다면 계약자인 아자딘에게만 보이고 들리는 존재였지만, 트리오다나도 희미하게 뭔가 마법적인 존재가 나타난 것을 느꼈다.
“지금 이건?”
“바빠서 실례!”
아자딘은 트리오다나를 남기고 잽싸게 창문으로 몸을 날렸다.
여인숙 창문에는 나무로 된 걸쇠가 걸려있었는데 아자딘은 몸으로 그것을 부수고 뛰쳐나갔다.
“큭! 거기 서라!”
트리오다나도 아자딘을 추격하기 시작했지만, 셀레스티얼의 날개를 드러내지 않고 인간 형상일 때의 트리오다나는 감히 아자딘을 추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세인트 말로리 내에서 셀레스티얼의 모습으로 변신해 본색을 드러낼 수도 없는 일. 트리오다나가 망설이는 사이 아자딘은 그를 따돌리고 인근 건물 위에 올라가 아라엘의 목소리를 발동시켰다.
투명한 새의 형상을 한 정령이 하늘을 날며 아자딘에게 길을 제시했다.
아라엘의 목소리가 인도하는 방향이 저 멀리 부두 쪽으로 보이는데….
건물의 위에 올라가자마자 신기한 광경이 아자딘의 눈앞에 펼쳐졌다.
바다가 얼어붙어서 얼음이 해안으로 밀려들고 있었다.
“뭐야? 이건?!”
세인트 말로리가 위치한 곳은 위도가 낮고 일조량이 풍부한 곳으로 사실 기사들이 갑옷을 입고 활동하기도 힘든 곳이다. 해수가 차가워서 브투마처럼 열대 기후라는 인식은 없지만, 겨울에도 눈 구경하기 힘든 곳이다.
그런데 바다가 얼어서 얼음이 밀려온다니? 말도 안 되는 이변이었다.
아자딘은 일단 금화의 청원자가 있다는 곳을 향해 쏜살같이 뛰어갔다.
“머, 멈춰! 아자딘 경! 도망치지 마라!”
아자딘의 뒤에서 트리오다나의 고함이 들려왔지만, 아자딘은 안 들리는 척 그의 말을 무시하고 달려 나가며 아라엘의 목소리에게 물어보았다.
“청원인은 어떤 사람이지? 무슨 청원이야?”
[청원자는 아할지. 그대도 알고 있는 구면이다.]“아할지? 금시초문인데.”
[그저께 금화 들고 덤볐던 셀소드. 금시초문이라니? 성기사가 되었다고 느슨해졌군. 전령이라면 다 기억해 둬야지?]“아니 내가 요새 장기계획도 많이 세우고 있고 부하들도 많이 거느리고 있어서 관리해야 할 게 많아지니까 그렇게 심력을 소비할 여유가 없어. 그보다 그놈… 너무하네. 그 금화 사실 결투비로 내가 받아야 했던 거 아냐? 그걸로 청원을 한다고?”
[그의 금화가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려면 이름 정도는 기억해 두는 게 좋았을 텐데.]아자딘은 아라엘의 목소리가 빈정거리는 걸 들으며 마음이 아팠다.
황제의 목소리는 황제 야에슬라트의 영혼 조각들로 만들어진 것. 그와 마찬가지로 아라엘의 목소리라는 이 인공 정령은 아라엘의 영혼의 일부를 본떠 만들어진 것이다. 말버릇이나 말투에서 아라엘의 느낌이 묻어나올 텐데 아자딘은 아라엘과 친근하지 않아서 그녀의 말버릇이나 개성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혈육이란 이유 외에는 아자딘과 아라엘은 사실 남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라엘은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할 만큼 아자딘과의 인연을, 혈육이란 인연에 충실했다.
좀 더, 그녀를 잘 알고 있었으면 좋았을걸.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가족과의 인연이 마음 아팠다.
‘이 얼어붙는 바다도 신기하고. 음?’
아자딘은 자신을 향해 살기가 폭사 되는 걸 느끼고 몸을 틀었다.
바닷가 근처 골목길, 바닷물을 뿌려서 청소하는 곳이라 바닥의 돌들에서 석회질이 녹아내려 새하얗게 석회태가 낀 돌길 위로 아자딘이 미끄러졌다.
그의 머리 위로 아슬아슬하게 고드름 칼날들이 스쳐 지나갔다.
장정보다 팔뚝 하나는 더 큰 얼음덩어리들이 얼음칼날을 아자딘에게 발사한 것이었다.
“으아!”
“사, 사람 살려!”
선원들과 병사들이 바다에서 밀려 들어온 얼음들, 그리고 그 얼음들 위에 나타난 얼음 골렘 같은 것들과 싸우고 있었다.
“이건….”
아자딘은 세라마이트 장검 대신 그림스로운의 곤봉을 잡았다. 나무줄기가 변형되며 도낏자루가 길어져 거대한 도끼창처럼 변화했다. 그림스로운의 나무에 아주어스틸로 만들어진 청의 처형인이 들러붙어서 본래 도끼창이던 청의 처형인의 본모습이 회복되었다.
“흡!”
아자딘이 뛰어들며 도끼창을 휘두르자 얼음 골렘의 허리가 깔끔하게 두 동강 났다. 역시 딱딱한 얼음이라서 무른 세라마이트 장검보다 단단하고 날카로운 청의 처형인이 잘 먹혔다.
아자딘의 청의 처형인을 휘두르며 뛰어들자 얼음 골렘들이 순식간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아!”
“아주어스틸이잖아?!”
“대단하다!”
구조받은 선원들과 주민들이 아자딘을 보며 놀라워했다.
“가, 감사합니다. 누구십니까? 당신은?”
“수련기사 아자딘이다.”
“아자딘?!”
“…저, 전령일족?”
세인트 말로리에도 아자딘의 소문이 돌았는지 이름을 대는 것만으로도 다들 그가 누구인지 알아챘다. 그에 대한 소문이 그렇게 좋지 않은지 모두의 표정이 어둡다.
전령일족을 혐오하는 것은 구난기사단도 예외가 아니라서 아자딘에 대한 소문은 노골적인 스파이, 뻔뻔한 암살자, 그러나 코라사르와 브투마를 습격한 전령일족들의 음모를 밝히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안에 들인 음모 그 자체로 여겨지고 있었다.
그런 재수 없는 소문의 주인공이 갑자기 뛰어와서 자신들을 구해주었으니 사람들이 혼란에 빠지는 것도 당연했다.
“으음. 불길한 예감이 드는데.”
아자딘은 사방에서 엄습하는 냉기를 느끼며 불안감을 느꼈다. 이 냉기. 어쩐지 익숙하다.
‘그럴 리 없겠지만…. 아냐. 아닐 거야.’
아자딘은 불안한 옉감을 뒤로 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대피 지시를 내렸다.
“해안을 피해서 안쪽으로 피하도록! 맞서 싸우지 말고 일단 도망쳐! 아, 그리고 혹시 타라사르의 검술가 아할지라는 사람을 못 봤나?”
“나 여기 있소!”
얼음이 밀려와 옆으로 기울어 버린 창고 위에서 아할지가 손짓했다. 이 타라사르 인은 한 손으로 세이버를, 다른 한 손으로는 작은 원형 금속 방패를 들고 타라사르 류 세이버 검술로 괴물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이버 검술은 기본적으로 인간을 상대하기 위한 것, 상대의 공격을 방패로 흘려보내며 머리통을 칼로 가격하는 기술 같은 건 인간에게는 치명상을 입혔겠지만, 얼음 골렘에게는 사람 머리 높이의 생채기 하나를 낼 뿐이었다.
그런 주제에 용케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아자딘이 뛰어들어 청의 처형인을 휘둘러 얼음 골렘을 단번에 세로로 조각냈다.
머리부터 정수리까지 깔끔하게 두 동강 난다. 일단 얼음이 깨지면 그 갈라진 틈으로 청의 처형인의 마력이 발동하면서 좌우로 깔끔하게 쪼개버리는 것이다.
깨지는 성질이 있는 물질을 칠 때 이 무기의 성능이 극대화된다.
그런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엔 아자딘이 너무 괴력을 가지고 있어서 치면 치는 족족 쪼개버리는 것으로 보였다.
“세상에! 놀랍구려! 아, 내가 금화를 썼소!”
“알아! 이봐 아할지! 그 금화 결투비로 내게 줘야 하는 거 아니었어? 거스름돈이 안 맞아서 잠시 맡겨둔 거로 생각했는데 써버리다니.”
“하하. 너무 까다롭게 굴지 마시오. 흘러간 일은 흘러간 대로 그냥 그렇게 두면 돼~ 라는 말도 모르오?”
타라사르인들은 흘러간 일은 흘러간 대로라고 말하지만, 자신에게 피해가 가면 철두철미하게 보복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정확히는 피를 본 일에 대해서는 반드시 보복하고, 피가 아닌 돈이나 물자가 섞인 일은 대충대충 처리하는 풍습이 있었다.
‘용케도 아랑기 지역에 왔군.’
아랑기안들은 명예에 집착하며 자기 재산 일부라도 가져가면 그것을 명예에의 도전으로 여겼다. 즉 동전 한 닢, 가축 한 마리만 해해도 반드시 피를 보고 마는 성격으로 타라사르 인들과는 상성이 아주 안 좋았다.
타라사르와 아랑기가 대륙 끝과 끝에 위치한 것이 다행인데, 이 타라사르인은 어찌 된 게 아랑기안들이 득실거리는 지역까지 흘러온 것이다.
아자딘은 골렘들을 처리하며 아할지에게 외쳤다.
“살려줬으니까 청원이 완수되었다고 말해!”
“아, 알겠소! 청원이 완수되었….”
그러나 그때 포효가 울려 퍼졌다.
밀려온 얼음들 사이에서 이제 얼음 골렘들이 아니라 기괴한 야수들이 나타났다.
얼음 골렘에 의해 죽은 사람들의 시체에서 털이 돋아나더니 마치 거대한 설인처럼 변모한 것이었다.
그 변형된 모습은 아자딘도 익숙한 것이었다.
‘웬디고잖아? 젠장. 아까부터 느낌이 불길하더니만 설마?’
아자딘은 이 빙하들 안쪽에 혹시 웬디고의 단도가 있지 않을까 의심했다.
만약 그렇다면… 이 빙하가 밀려온 것은 아자딘이 무기 찾기의 마법을 썼기 때문에? 아자딘이 잃어버린 웬디고의 단검이 끔찍한 재앙과 함께 돌아와 세인트 말로리를 급습한 것이란 말인가?
‘이거 나 때문이야? 아니 이런 빌어먹을. 이럴 줄은 몰랐는데?’
아자딘은 부둣가 전체를 덮친 빙산과 각지에서 사람들을 해치고 있는 얼음 골렘들, 그리고 웬디고들을 보며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재산피해와 인명피해가 엄청난데 이게 그 주문 하나 때문에 벌어진 일이란 말인가?
‘아, 이럴 때가 아니지. 웬디고의 단도를 회수해야….’
아자딘이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나가려 할 때였다.
“괄목하라!”
하늘에서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빛이 뿜어져 나갔다.
천사의 날개를 펼친 자 한 명이 하늘에 날아올라 눈 부신 빛을 발하고 있었다. 너무 눈부셔서 아자딘도 직시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아자딘은 그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
트리오다나.
지혜의 교단 소속인 셀레스티얼이 참지 못하고 천사의 날개를 펼치고 셀레스티얼의 본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뭐야? 저 자식, 엄청나게 강력하잖아? 이즈밀라와는 격을 달리하는데? 심지어 카르나보다도 더 강력한 것 같아.’
아자딘은 무시무시한 힘을 발하며 태양처럼 밝게 빛나는 트리오다나의 힘에 경악했다.
트리오다나는 상공에서 천사의 날개를 펼치고 무시무시한 화염 폭격을 연거푸 빙산들과 얼음 골렘들을 향해 쏘아내었다.
하늘에서 화염의 토네이도가 내려와 지상을 연결하며 빙산과 얼음 골렘들을 휘감더니 말 그대로 찢어버렸다.
불꽃 토네이도가 연거푸 빙하를 강타하고 그 위의 골렘들과 웬디고들도 갈기갈기 찢어버린 뒤, 트리오다나는 그대로 공중에서 빙글 회전했다.
그의 몸이 거대한 토네이도를 휘감고 그대로 급강하해 빙산의 정중앙에 떨어졌다.
-콰앙!
그야말로 운석 낙하와 같은 굉음이 천지를 뒤흔들었다.
-콰드드드드!
육지에 밀려 들어온 빙하가 다시 바다로 흘러간다. 트리오다나가 빙산들을 박살 내서 육지까지 밀려온 얼음덩이들이 다시금 바다로 흘러 내려가는 것이다.
그리고 트리오다나는 빙산의 위에서 한 자루의 거대한 뼈로 된 단도를 집어 들었다.
빙산을 만들어 낸 힘의 근원, 웬디고의 단도였다.
‘…아. 진짜 저거였네. 큰일이군.’
아자딘은 웬디고의 단도를 보며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