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317
316. 종파 분쟁 6
“우선 그전에 지금 날아오는 전서구들이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알려주겠네. 아자딘 경.”
가레스는 날아온 전서구들의 내용을 말해주었다.
빙산들과 함께 갑자기 바다에서 날아온 전서구들, 그 내용은 한결같았다.
나가들이 일제히 정기 연락선과 교역선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현재 핌불베르트의 예언 때문에 많은 교역선이 식량을 사기 위해 세인트 말로리에 당도해 식량을 쓸어갔다.
식량을 가득 채운 선박들은 뒤뚱거리며 연안을 통해 이동하고 있었는데 보통 바다가 얕은 연안에서는 나가들도 쉽게 배를 공격하지 못했다. 아랑기 왕국과 반릉 왕국은 해안 요새를 건설해 정기 순시선을 띄워 지나가는 상선들을 보호하는 대가로 그들로부터 통행세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만은 달랐다.
나가들은 정기순시선과 충돌하는 걸 각오하고 선박들을 공격하였고 결과적으로 많은 나가가 죽었지만 식량 또한 소실되었다.
식량 운반선이 침몰하고 상당량의 식량들이 바다에 가라앉은 것이다.
“…….”
사실이라면 사태가 심각하다. 나가들이 단순한 마물이 아니라 세계의 패권을 거머쥐었던 강력한 문명 종족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걸 감안해도 이번 병량 공격은 정보전의 승리다.
거대한 전쟁을 앞두고 정보전, 전초전에서 나가들이 승리를 거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이 나가들에 의한 병량 공격이라고 여기고 있네. 즉 핌불베르트가 다가오는 것은 기정사실, 그것을 알기에 나가들이 무리해서라도 병량을 공격한 것이지. 그런데 교단은 지혜, 용기, 자비로 나뉘어서 지금도 쓸모없는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다네. 이래서야 쓰겠는가?”
확실히 말을 들어보니까 일리가 있는 말이다. 젝트와 손잡긴 했지만 뭐 젝트와 손잡은 것은 아자딘도 한 짓이니까.
그래도 아자딘은 혹시나 해서 물어보았다.
“그럼 가레스 경. 용기 교단은 이 두루마리를 받아서 어떻게 할 겁니까?”
“셀레스철 파이어가 천사상을 갈아서 만든 존재라는 걸 세상에 공표하고 그 기사단의 지휘권을 세 종파의 연합체를 만들어서 그곳에 위임할 걸세. 지혜 교단의 경우는 페널티를 줘야겠지. 아울러 북제의 사람들이 환생한 존재들은 따로 부대를 편성시켜서 철저히 선봉 부대로 써먹을 걸세.”
셀레스철 파이어 기사단이 유용한 도구임은 부정할 수 없다. 기껏 만든 무기를 버릴 수는 없으니 그걸로 지혜 교단이 혼자 득을 보지 못하도록 지휘권을 나누고 지혜 교단의 영향력을 줄이겠다.
상당히 합리적인 이야기였다.
세간에서는 구난기사단의 세 종파 중에서 용기의 교단을 가장 얕잡아 보는 경향이 있는데, 가레스 경의 말이 사실이라면 용기 교단이야말로 그동안 이빨과 발톱을 감춘 가장 무시무시한 조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무서운 놈들이군. 하지만 그럴싸해.’
아자딘은 그 말을 듣고 납득이 갔다.
“그러나 그럼 저는 필요 없지 않습니까? 두루마리는 지금 드리겠습니다. 다만 제가 찾은 게 아니라 용기 교단에서 찾은 걸로 해두시지요.”
두루마리를 훔친 실행범이 아자딘이라고 공표된다면 지혜 교단이나 북제는 아자딘을 미워하게 될 것이다. 미워하는 걸로 끝나면 다행이지 암살하겠다고 자객을 보낼 수도 있었다.
“아자딘 경, 그대는 설마 이대로 따로 행동할 건가? 삼대 종파 어디에도 끼지 않고 독자적으로 행동하겠다고? 이 두루마리를 가져온 것은 크나큰 공로이니 우리 종파에서 자네를 높이 평가하고 있으니 만약 이 길로 우리 종파에 합류하면 즉시 높은 지위로 우대할 것이네만… 우리 종파의 일원이 아닌 자에게 상을 주면 이상하지 않겠나?”
가레스는 아자딘의 말에 당황했다. 그러나 아자딘은 확고했다.
“네. 뭐 지금 결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저도 따로 생각하는 바가 있고 이끄는 조직도 있으니 일단 돌아가서 부하들과 상의해 보고 천천히 거취를 결정하겠습니다.”
“음. 그, 그러도록 하시오.”
가레스는 아자딘이 설마 자신들의 제안을 거절할 줄은 몰랐다. 구난기사단이란 조직 안에서 종파끼리의 분쟁에만 열을 올리다 보니, 다들 거대 종파의 일원이 되고 싶어 하는 이들만 보아왔기에 설마 종파 가입 자체를 거절하는 놈이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으음. 전령일족같이 천한 태생임에도 우리 종파에 들어오는 걸 허가해 준 것만으로도 크나큰 영광이거늘. 지혜 교단이 강압적으로 나오길래 이쪽은 유화책을 들이밀었는데 건방지게 거절하다니. 하지만 이 자식 침착하군.’
아자딘은 가레스와 용기 교단이 젝트와 손잡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크게 놀랐지만, 그 외에는 차분했다. 용기 교단이 독자적으로 셀레스철 파이어 기사단의 지휘권을 획득하려 했다는 것은 아마 이미 예측하고 있었으리라. 어쩌면 전생의 두루마리를 본래 용기 교단에 넘겨주려 했을지도 모른다.
‘두루마리도 건네줬고 딱히 강요하거나 핍박할 건덕지도 없으니, 차후를 생각해서 좋게 끝낼 수밖에 없군.’
가레스는 아자딘이 자신의 제안을 거절해서 좀 기분이 상했지만 그래도 좋게 생각하고 넘어갔다.
“그럼 가레스 경. 혹시 저희를 성 밖으로 내보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성문 폐문 시간이지만 어떻게든 지금 나가고 싶거든요. 성안에 있으면 또 지혜 교단이 절 귀찮게 할 것 같으니 말입니다.”
“가능하네.”
“그럼 부탁드립니다. 아무래도 서둘러야 할 것 같아서요.”
아자딘은 가레스 경에게 부탁해 폐문 시간임에도 세인트 말로리를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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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좋아. 무사히 살아서 나왔군.”
아자딘은 세인트 말로리를 벗어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벡이 아자딘에게 사과했다.
“저항도 못하고 무력하게 잡혀서 죄송합니다.”
“아니야. 지벡 경. 젝트와 손잡았다는데 당연하지. 뭐. 오히려 젝트 경이 이곳에서는 힘을 못 쓸 거로 생각하고 너무 풀어준 내가 잘못이지.”
아자딘은 세인트 말로리에선 젝트 경도 힘을 못 쓰리라 생각해 가지고 있는 패를 젝트에게 많이 보여주었다.
그런데 설마 젝트가 용기의 교단을 움직여서 두루마리를 회수할 줄은 몰랐다. 물론 용기의 교단이 전생의 두루마리를 가져갔으니 젝트가 손에 넣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데 대장. 왜 용기의 교단에 두루마리를 넘겨준 거야? 그럴 거면 차라리 대장을 지극히 사모하는 그 자비 교단에 넘겨줬어야지?”
스콧이 궁금해하며 물어보았다.
“호오?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냥 빼앗겼다고 생각하지 않고?”
아자딘이 물어보자 스콧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아니 대장. 날 저능아로 생각하는 거야? 왕의 교회의 젝트에게 넘기는 것도 거절했고, 자비 교단도 거절한 이상 그 두루마리를 이용해서 지혜 교단을 압박할 수 있는 상대는 용기 교단뿐이잖아? 쿠르트 신족들이나 나가들에게 넘긴다고 해도 그들은 써먹지도 못할 테니까.”
스콧은 소거법으로 두루마리를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세력이 얼마 없음에 주목했다.
‘역시 예사롭지 않은 놈이다. 오크라서 똑똑한 걸까. 이놈이 똑똑한 걸까?’
아자딘은 스콧의 예리함에 감탄했다.
“일부러 빼앗긴 거란 말입니까? 그게?”
지벡도 당황했다.
“아니 일부러 빼앗긴 건 아냐. 사실 지금 타이밍에 빼앗기는 건 나도 상상 못 했어. 지금 이건 빼앗긴 게 맞다.”
아자딘은 손을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도 두루마리를 누군가에게 넘겨준다면 용기 교단에 넘겨줄 생각이었지. 하지만 내가 생각할 때는 용기 교단이 셋 중 가장 약해서 그에게 넘겨주려고 한 것이었는데 이제 보니까 용기 교단도 만만치 않네.”
“어째서입니까?”
“그야… 우선 나는 미덕이 되살아나길 원해. 하지만 무작정 미덕만을 숭앙하고 셀레스철 파이어나 셀레스티얼의 활약을 보고 매혹되지 말라고 사람들을 채찍질할 수도 없잖아? 현실적으로 셀레스티얼들이 화끈하게 신성한 힘을 다루는 걸 보면 누구나 매혹될 수밖에 없지. 트리오다나가 단번에 웬디고의 단도를 회수할 때는 나도 입이 떡 벌어졌으니까.”
아자딘은 사람들이 영웅이나 천사를 숭배하는 게 아니라 미덕 그 자체를 지키기를 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문제는 그렇게 사람들이 셀레스철 파이어의 활약에 고무되어 있을 때, 그들이 사실 북제의 음모였다. 천사상을 갈아서 만든 가짜 천사들이다. 이런 걸 폭로해봤자 득이 될 게 없다는 거지. 그건 다른 종파들도 마찬가지야.”
천사상을 훼손한 것은 끔찍한 범죄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지금의 셀레스티얼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만약 이 사실을 공론화하고 책임을 지운다면 지혜 교단의 고위 성직자와 성기사들 일부가 책임을 지게 되리라.
그러나 대세를 뒤집을 수는 없다.
핌불베르트가 극심해지고 마물들이 기승을 부리게 되면 사람들은 천사상을 다 갈아버리더라도 셀레스티얼의 숫자를 늘리자고 요구할지도 모른다.
“결국 천사상을 갈아서 셀레스티얼을 만드는 건 막을 수 없다는 겁니까?”
지벡은 약간 실망한 듯 그렇게 말했다. 아자딘이라면 뭔가 혁신적인 수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아무리 아자딘이래도 그런 재주는 없는 듯했다.
“현실적으로는 셀레스철 파이어 기사단의 존재가 가져오는 막대한 이득이라고 해야 하나. 이점을 포기할 수 없겠지.”
“그럼 셀레스철 파이어 기사단이 활약하는 걸 내버려 두실 겁니까?”
“그건 아니야. 그들의 행동을 막고 천사상을 갈아버리고 있다는 사실을 공론화시켜 둬야… 최소한 삼위의 대천사 상을 갈아버리는 일은 막을 거야.”
아자딘은 그리 말하며 혀를 찼다.
“…삼위의 대천사 상도 갈아버린다고요?”
“그래. 지벡 경. 만약 당신이 늙고 병들어서 죽을 날을 얼마 앞두지 않았는데 셀레스티얼로 환생할 수 있다는 유혹이 왔다 치자.”
“저는 응하지 않을 겁니다. 자연스러운 죽음이야말로 야에가스 신족의 피를 조금이라도 이은 말예의 자긍심입니다.”
“아니 그러니까 당신 말고 한 날이라도 더 살려고 혈안이 된 귀족이라고 치자고. 그런 이들에게 만약 삼위의 대천사 상을 갈아서 천사의 피를 구해오면 그걸로 널 환생시켜 주겠다고 제안하면 어떨 것 같아? 일반 천사상도 아니라.”
“…그건 너무 불경한 일이로군요. 끔찍합니다.”
“아니 내 말은 그러니까… 어차피 천사상을 갈아버릴 놈이라면 자신이 환생할 때는 더 좋은 천사상을, 더 상위 천사를 갈아버리고 싶지 않겠냔 말이지.”
아자딘은 문득 트리오다나 경의 엄청난 힘을 떠올렸다.
분명히 그의 용모를 볼 때 카르나 경과 크게 다름이 없는 외모였는데….
그 힘만은 카르나 경의 몇 배, 몇십 배에 달해 있었다.
‘설마… 이미 삼위의 대천사를 갈아버리진 않았겠지?’
아자딘은 불길함을 느끼며 인상을 찌푸렸다.
‘물론 그럴 리는 없겠지. 만약 삼위의 대천사 상을 갈아버린다면 그걸로 전생하는 건 다른 북제의 자손들이 아니라 북제 코헨 라이오네어 그 자신이 될 것이다.’
팔왕신족의 일원, 왕인 자가 대천사로 전생한다면 왕의 교회와 구난기사단, 두 개의 신앙을 전부 하나로 합치는 위대한 대통합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어떤 더러운 짓도 마다하지 않는 자가 살아있는 신으로서 이 휘브리스 대륙에 군림한다.
그때가 되면 아자딘이 아무리 진실을 들고 온다고 해도 결코 막을 수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