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318
317. 기근의 전령 1
“음. 돌아갈 때는 히포그리프를 탔어야 했는데 실수했군.”
아자딘은 세인트 말로리에 도착하자 히포그리프를 인편으로 차드라 고원에 돌려보냈다.
타고 다닐 일도 없는 히포그리프를 대도시에 주기해 두는 것은 엄청난 사룟값을 낭비하는 짓이기 때문이었다.
차드라 고원처럼 마물도 짐승도 많은 곳이면 그냥 밥 먹을 때 되면 히포그리프를 풀어주면 된다.
영특한 생물인 히포그리프는 적당히 날아다니면서 브리나 고블린, 사슴 등을 자기가 알아서 사냥해서 먹고 배를 채우고 축사로 돌아오기 때문에 사룟값을 혁신적으로 아낄 수 있었다.
그러나 아자딘은 올 때 히포그리프를 타고 왔고 갈 때는 도보로 돌아간다. 이게 치명적인 실수였다.
후방에 추적자가 붙었다.
용기 교단은 성문이 폐문된 시간에도 자신들의 특권을 이용해 아자딘을 내보내 주었다.
하지만 그런 행위가 다른 교단에 알려지지 않을 리 없다.
아니 어쩌면 일부러 용기 교단이 아자딘 일행을 미끼로 쓴 것일지도 몰랐다.
전생의 두루마리를 분석할 동안 다른 교단의 심력을 소모하기 위한 미끼로 아자딘을 사용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게 정확하겠지. 히포그리프가 있었으면 따돌리기 쉬웠을 텐데 이럴 때는 또 히포그리프가 없군.’
아자딘은 마시장에서 구한 일반 말에 올라타고 뒤를 바라보았다.
“대장. 추적자가 신경 쓰여서 그래?”
“조금.”
“그럼! 내가 나설 차례로군.”
스콧이 뒤쪽으로 주문을 시전했다.
풀들이 자라나 뒷길을 막는다.
“인탱글 마법인가. 이건 녹색 마력에 속하는 것 아냐?”
사령술사인 스콧이 녹색 마력에 속하는 마법을 쓰는 것 같아서 아자딘이 깜짝 놀랐다.
“아 살아있는 풀을 자라게 한다면 그렇지. 죽은 풀과 나무를 움직이게 했어.”
스콧은 태연히 그렇게 말했다.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로군. 이거 참 좋기는 한데 공도에 이런 마법을 쓰면 안 되는 거 아냐? 일반 마차나 행인들 다치는 건 싫은데? 차라리 추적자들을 박살 내고 말지.”
“에이 괜찮아. 빨리 달리는 놈만 걸릴 함정이야.”
무고한 다른 행인들도 괴롭히는 게 아닐까 싶지만 이런 장애물들은 느리게 걸을 때는 그리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
전력 질주할 때는 심각한 위협이 되지만 그냥 걸어가면 별다른 장애물이 되지 않으니 공도에서 펼쳐도 괜찮을 것이다.
“그럼 갑시다. 아자딘 경. 한시라도 빨리 당신의 영지에 가서 대책을 세워보지요.”
지벡이 길을 서둘렀다.
그런데 어째 추격자들이 시원찮다.
스콧이 훼방 주문을 깔아서 길을 막고 있긴 하지만 그 이전에 어째 추격자들이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무슨 생각이지?’
그 이유를 아자딘은 곧 알게 되었다.
아라엘의 목소리가 경고해 온 것이다.
[조심해라 아자딘. 북쪽에서 셀레스철 파이어가 남하하고 있다.]“셀레스철 파이어? 벌써?”
아라엘의 목소리가 요구해서 아자딘은 일단 손을 들어 일행의 진행속도를 늦추고 아라엘의 목소리와 시력을 공유했다.
저 멀리 북쪽 강에서 커다란 조운선들과 함께 남하하는 셀레스철 파이어 기사단이 보였다.
“이런. 마주칠 수밖에 없겠는데?”
현재 아자딘 일행이 있는 길은 세인트 말로리 권역, 인구가 많고 대부분 평지는 농장과 거주구역으로 개발된 곳이다.
산과 언덕, 숲이 없는 건 아니지만 셀레스철 파이어는 조운선을 지키기 위해 강 연안을 따라 이동하며 정찰대를 전개하고 있었다.
반드시 걸린다.
그런데….
“음?”
아자딘은 아라엘의 목소리와 시각을 공유하다 무언가를 발견했다.
선견조 마법이 여럿 깔려서 하늘을 날고 있는 걸 발견한 것이다.
“전령일족?”
*********
셀레스철 파이어의 단장 카르나는 무사히 임무를 끝마치고 돌아가는 중이었다.
셀레스철 파이어 기사단이 출범하면서 보인 여러 가지 활약은 민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차드라 고원에서 끌어온 양곡은 세인트 말로리 주민들만 먹인다면 1년 치 식량에 해당했다.
식량이 너무 많아서 선박을 준비하는 데에도 오래 걸렸다. 목재 수송용 선박들을 개조해서 식량을 수송할 수 있게 만들고, 대부분의 병력은 선박을 따라 연안으로 이동하면서 마물이나 도적 떼에 미리 대비하며 이동한다.
그런데 그때 그들에게 지혜 교단의 연락이 당도했다.
마법 걸린 전서구가 날아와 전한 편지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아자딘 경이 신왕살해자 지벡 경을 옹호하면서 지혜 교단에서 소중한 두루마리를 훔쳐 달아났으니 그를 잡아 두루마리를 회수할 것.
그런 연락을 받은 것이었다.
‘역시 전령일족 출신 놈을 기사단에 들이면 안 됐어!’
라고 분개하는 이들이 있었고….
‘아니 그런데 그 사람 브리에게 습격당할 때도 우리를 도와주었는데, 그렇게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는데?’
라며 반신반의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위에서 명령이 내렸으니 그들이 할 일은 하나였다.
“기동력이 좋은 병력으로 우선 길목을 차단하지. 명령이 내렸으니 사명을 수행하는 게 우리의 일이다. 진위는 나중에 판단하게 가급적 죽이지 말고 생포해라.”
셀레스철 파이어의 단장, 카르나는 셀레스철 파이어의 기사들에게 아자딘을 생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셀레스철 파이어가 아자딘을 잡기 위해 움직일 때….
강물이 꺾이는 굽이 부분에서 갑자기 화살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평범한 화살들은 셀레스철 파이어 기사단의 병사조차 해할 수 없다. 정예병들은 즉시 방벽 대응으로 서고 방패 든 이는 앞으로 나서서 화살을 막아냈다.
그러나 그때였다.
-화조풍월 황학!
방패를 든 방패병들의 옆으로 화살 하나가 꺾여 들어오더니만 빛으로 화했다.
무서운 마력을 휘감은 마탄이 방패병들을 옆에서 습격하여 대열을 흐트러뜨렸다.
선두의 방패병들이 갑자기 옆에서 찔러 들어온 창과도 같은 묵직한 위력의 화살에 맞고 쓰러졌다.
“끄아악!”
“뭐야!?”
“…이건?!”
병사들은 기겁하며 자신들을 습격한 것들을 바라보았다.
길가에서, 강에서 나가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나가들 사이에는 활을 들고 있는 인간들이 서 있었는데 하나같이 흉흉한 마력을 몸에 두르고 바닥에 화살을 잔뜩 늘어놓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운선의 속도에 맞춰서 연안으로 이동하다 보니 너무 빠르게 움직이느라 오히려 전방 주시에 소홀했다.
물론 셀레스철 파이어 기사단도 바보가 아니라서 빠르게 움직일수록 척후의 역할이 더더욱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척후를 앞에 보내두었었는데… 그 척후가 너무 쉽게 저들에게 살해당해 버린 것이다.
“…전령일족!”
셀레스철 파이어 기사단의 단장 카르나는 자신들을 습격한 이들의 정체를 알아채고 이를 악물었다.
나가들과 손잡은 인류의 배반자, 전령일족들이 셀레스철 파이어 기사단을 습격한 것이었다.
*********
전령일족의 기습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했지만 피해를 본 이들은 일반 병사들과 종사들뿐, 기사계급인 셀레스티얼들은 멀쩡했다.
그들은 날개를 펼치고 자신들의 신위를 드러냈다.
신성한 빛이 그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며 그들이 타고 있는 말을 감싼다.
조운선을 따라 이동하면서 지켜있던 말들에게 새로운 활력이 불어넣어지고 그들의 창에도 성스러운 힘이 깃들었다.
“전원 돌격!”
카르나는 직접 선두에서 서서 투구의 바이저를 눌러쓰고 앞으로 달렸다.
그를 따라서 셀레스철 파이어 기사단이 돌진한다.
그야말로 천벌, 지축을 뒤흔들며 말들이 무서운 속도를 올린다.
흉포한 바다뱀 나가들은 인간보다 월등한 체격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로는 이 돌격을 감히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전령일족의 화살들은 어떨까?
“신왕 살해자라고 소문이 파다하던데 한 번 실력을 볼까요?!”
“조심해! 방심은 금물이다!”
카르나는 동료기사들의 방심을 경계하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런데 그때 그들의 앞에 갑자기 물보라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나가 술자들이 주문을 시전한 것이었다.
카르나는 방어주문을 준비했지만 나가들이 불러낸 것은 수류의 거인이었다.
워터 엘레멘탈을 소환한 것이다.
“돌격!”
셀레스철 파이어 기사단이 성스러운 힘이 담긴 창으로 워터 엘레멘탈을 쳤다.
수류의 거인이 찢겨나간다.
마법으로 불러낸 엘레멘탈들이 박살 난다. 상당히 강력한 정령들일 텐데 역시 셀레스철 파이어 기사단의 돌격은 그 이상의 위력이 있다.
그러나….
워터엘레멘탈을 찍어버린 기사들의 속도가 줄어든다.
“어?!”
수류의 거인을 찢어버리긴 했지만 그들의 물은 그대로 남아서 말과 기사를 적셨다.
돌격의 속도가 팍 줄어버린 기수들은 뒤에 쫓아오는 동료들의 길을 막지 않기 위해서 옆으로 돌아서 피할 수밖에 없었고 돌격대형이 흐트러지고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 틈을 타서… 전령일족들이 화살을 날렸다.
“아니?!”
셀레스철 파이어에게 쏜 게 아니다.
전령일족들은 조운선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그들이 날린 화살은 조운선의 돛에 명중하더니… 마력의 불길을 일으키며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바람에 잘 마른 돛이 순식간에 불타오른다.
“어림없다!”
조운선에 탑승하고 있는 선원들과 병사들은 이러한 상황에도 대비하고 있었다. 그들은 즉시 물을 끼얹고 돛 줄을 풀어 화제를 조기에 진압했다.
그러나….
-끼기기긱!
굽이치고 있는 곳에서 돛을 거둬버리니 배가 물살에 밀려 수로를 이탈한다.
강물의 흐름이 바뀌어 모래가 쌓이는 모래톱으로 배가 밀려나면서 뱃전이 바닥에 닿는다.
-쿵!
첫 번째 조운선이 좌초한다.
그리고 뒤이어 배들이 뒤에서 들이받아서 좌초, 또 좌초한다.
전령일족들의 불화살이 계속 퍼부어지면서 후속 조운선들도 좌초를 피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행히 모래톱에 좌초한 거라 배가 부서진 것도 아니고 가라앉는 것도 아니지만 발이 묶인 것만은 확실했다.
“큭!? 이 자식들이!?”
카르나는 공격당하는 조운선을 구하기 위해 기수를 돌리고 싶었지만 돌격의 속도를 잃은 기사단을 향해 나가들이 돌격해 왔다.
나가 창병들이 카르나에게 달려든다.
“어림없다!”
카르나는 자신의 등에 돋아난 날개를 허공에 쳐서 바람을 일으키고 돌진해 달려드는 나가의 몸통을 창으로 찍어버렸다.
셀레스티얼들이 환성을 내지르며 그를 따라 움직여 나가들을 꿰뚫었다.
충분히 싸울 만하다.
일반 나가들은 덩치가 커도 적수가 되지 않는다. 카르나는 창으로 말 위에서 나가들을 찌르고 때리며 쓰러뜨렸다.
그러나… 돌파는 할 수 없었다.
“큭!”
카르나와 기사들이 발이 묶인 사이 전령일족은 마법 담긴 불화살을 계속 조운선에 쏘았다.
보통 불화살이라는 건 날아가는 속도 때문에 스스로 불이 꺼져서 어디 건초 지붕 같은 거 아니면 잘 태우지 못한다고 하지만, 전령일족들이 쏘는 불화살은 착탄 후 마력에 의해 불타올라서 나무판자에도 불을 붙일 수 있었다.
선원과 병사들이 죽을힘을 다해 소화 작업에 임하고 있어서 조운선이 불타고 있지는 않은데… 그런 조운선을 향해 나가 병력이 접근한다.
“아, 안돼! 이놈들! 무슨 짓이냐!”
카르나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에 절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