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320
319. 기근의 전령 3
모래톱에 좌초된 조운선 위에서 아자딘이 몸을 날렸다.
“가루라는 처음 써봤는데 엄청 좋네.”
가루라에 걸렸던 화살들이 아자딘의 활통으로 돌아왔다. 다른 화살들과 충돌하면서 화살 대 곳곳에 손상이 있었지만 화살촉만은 날도 상하지 않았다.
아자딘은 단도로 화살 대를 쳐서 아주어 스틸 화살촉만을 회수하고 나머지 부분들은 버렸다.
-투두둑….
그런데 화살대를 버리는 순간 바닥에 붉은 점들이 떨어진다.
아자딘의 코와 눈, 그리고 손톱 등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음….”
아자딘은 피가 흘러나오는 자신의 몸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오히려 마력을 덜어내서 몸을 좀먹는 부담을 줄이려고 했는데… 아자딘의 몸 안에서는 마력이 계속 날뛰고 있었다. 강해진 건 좋지만 불안정하다.
아자딘은 쓱 코를 훔치고 고개를 돌렸다.
지벡과 스콧이 아자딘의 곁에 왔다. 스콧은 나가들의 시체를 이용해서 나가들과 싸움을 벌이다 과호흡이 왔는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컥. 크억. 콜록콜록.”
너무 고성능 기능을 몰아주느라 밸런스가 망가진 종족의 한계에 고통받는 모습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불쌍했다.
스콧이 원해서 이렇게 태어난 게 아닐 텐데.
마법을 쓰다가 너무 흥분해버리니 과호흡을 일으켜 고통받는다니.
반면 지벡은 침착하게 셀레스철 파이어들을 보고 있었다.
“젊고 아름답고…. 그야말로 옛날 이야기책에서 나온 것 같은 이상적인 기사단이라니. 너무 이상적이어서 오히려 혐오스러울 정도로군요.”
교단에서 쫓겨나 타락한 성기사가 된 지벡이 보이게 셀레스철 파이어는 너무나 눈부셔서 도금이 아닌지 의심스러운 조직이었다.
아니 그도 아자딘에게 셀레스티얼들의 정체를 들어서 알고 있으니 이들이 도금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알고 있음에도 그들의 겉모습, 치장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그나저나 이제 어쩔 거야? 대장? 무심코 돕긴 했는데 우린 수배당하는 신세 아니었어?”
“그건 이제부터 대화로 풀어나가야지. 다행스럽게도 셀레스철 파이어들은 좀 말이 통하는 쪽이거든.”
아자딘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모래톱에 처박힌 조운선의 주위로 셀레스철 파이어 기사단이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아자딘 경!”
이즈밀라가 아자딘을 알아보며 기뻐했다.
“당신 덕분에 조운선을 지킬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이는 큰 수훈입니다! 아자딘 경, 당신이야말로 최고의 호스피탈러에요! ”
“하지만 이즈밀라 경. 그는 수배자….”
“두루마리를 회수하라고 했는데.”
다른 셀레스철 파이어 기사단의 기사들은 난처해했다.
아자딘이 보인 수훈과 상부의 명령이 상충하고 있었다. 사실 이들이 일반적인 인간이었다면 이것은 고민할 거리도 아니었다. 아자딘이 보인 무공과 수훈은 마땅히 치하받아 당연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내려진 지혜 교단의 명령도 절대적인 것이었다. 그들은 상충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복잡한 얼굴로 아자딘에게 다가왔다.
“아자딘 경, 무기를 거두세요.”
“일단 당신을 연행하라는 게 상부의 지시입니다.”
“거부한다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요.”
셀레스티얼들은 일제히 자신들의 병장기를 뽑아 들었다.
아자딘이 조운선을 구하는 공로를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망설임 없이 지혜 교단의 명령을 우선한다.
셀레스철 파이어 기사단이 얼마나 지혜 교단의 통제를 잘 받고 있는지 이로써 알 수 있었다.
다만 이즈밀라만은 그들의 행동에 당황스러워했다.
“무슨 짓입니까! 형제들! 아자딘 경은 그저 농담했을 뿐이에요. 그걸 진지하게 받아들이다니.”
“아니. 이즈밀라. 미안하지만 농담은 아니다.”
아자딘은 그리 말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카르나 경! 어떻게 좀 해보세요! 형제들이 아자딘 경에게 무례를 범하고 있는데 제 말은 듣지를 않는군요!”
이즈밀라가 애원하듯 외치자 그들의 리더, 단장 카르나가 나섰다. 카르나는 아자딘과 셀레스티얼 간의 분쟁을 멈추게 했다.
“다들 뒤로 물러나도록. 이 모래톱을 지키도록 해.”
병력을 물리되 포위망은 흐트러뜨리지 않는 범위다. 아마도 아자딘과의 대화는 셀레스티얼들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은 것이리라.
아자딘은 그런 카르나에게 물어보았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모두 지혜 교단의 명령이라면 목숨이라도 초개같이 버릴 기세인데? 저들이 셀레스티얼의 비밀을 알아낸다고 인제 와서 배반할 것 같지도 않군.”
“…….”
카르나는 말이 없었다. 아자딘이 말하는 바를 들으면 그가 셀레스티얼의 비밀을 알아낸 것은 분명하다.
애초에 지혜 교단에서 내려온 지시도 그에게서 전생의 두루마리를 확보하라는 명령이었으니, 아자딘이 셀레스티얼들의 비밀을 알아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었다.
“아자딘 경. 우선 그대의 영웅적인 위업, 잘 보았다. 심히 감복하는 바다. 하지만 지혜 교단에서 두루마리를 훔쳐 달아났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사실인가?”
“금시초문인데? 라고 말해도 믿지는 않겠지? 물어볼 의미가 있는 질문인가?”
아자딘은 부정하지 않았다.
“우선 아자딘 경. 나는 그대를 흠모하고 있다. 분명히 우리들을 피해서 갈 수도 있었을 텐데 조운선을 구하기 위해 달려와 주었으니,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마주하게 될 일도 없었을 텐데. 참으로 이타적이고 훌륭한 행동이었다.”
아자딘이 조운선을 구하려 하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갔을 수도 있었으리라. 즉 아자딘은 자신이 위험해질 것을 각오하고 조운선을 구조한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해야 할 사명이 있다. 아자딘 경. 얌전히 투항해라. 그대와 같은 영웅을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아. 우리는 적이 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대에게 보병대장 자리를 제안한 내 청은 여전히 유효하니까….”
“우선 호의에 고마움을 표하지 카르나 경. 그러나 현재 두루마리는 내게 없다. 이미 용기 교단이 가져갔지.”
“으음. 내게 그 말을 믿으라는 것인가?”
“내게 감복했다면 내 말을 좀 믿지 그래? 거짓말할 이유는 없잖아? 내가 그 두루마리를 들고 나 혼자 다른 곳에 가서 뭘 하겠어? 전령일족 출신으로 모두에게 업신여김을 받는 나다. 내가 혼자서 진실을 떠들어봐야 들어줄 사람이 없지. 감히 전령일족처럼 천한 존재가 고귀한 혈통의 북제를 음해한다고 비웃어 댈 게 아닌가?”
아자딘의 설명을 들은 카르나는 진실로 두루마리가 아자딘에게 없다는 걸 믿었다. 그러나 그리되면 용기의 교단이 전생의 두루마리를 얻었다는 뜻이니….
“대체 왜 그런 짓을?! 어째서지 아자딘 경? 당신도 천사상 그 자체를 신성시하는 멍청이인가? 천사들은 이미 죽었어. 그들의 잔해는 유용한 마법도구 같은 것일 뿐이다. 우리에게는 죽은 천사에 대한 숭배가 아니라 악에 대항할 살아있는 힘이 필요해!”
“천사상만 생각하고 있나? 그 의식에 제물로 들어가는 어린아이는?”
“그 아이는….”
카르나의 말문이 막혔다.
카르나나 다른 모두가 천사상을 훼손하는 일에만 신경썼지 전생 의식에 어린 아기가 들어가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새롭게 태어나는 셀레스티얼은 아기가 모습을 달리해 환생하는 것이니까….”
전생의식에 투입된 아이는 죽은 게 아니라 셀레스티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순간 카르나는 자신의 변명이 매우 궁색하다는 걸 자신도 알고 있었다.
과연, 아자딘은 그 궁색한 부분을 찌르고 들어왔다.
“물론 다른 셀레스티얼은 그 아이일지도 몰라. 그러나 전생자들은 이야기가 다르지. 북제 혈족의 귀족들이 어린아이의 목숨을 빼앗고 다시 태어나는 거다. 그렇지?”
“그렇지 않아. 내가 전생자이기 때문에 잘 안다. 아자딘. 전생의 기억이 그렇게 완벽하게 하나처럼 이어져 있지 않아. 차라리 그랬다면 좋겠군. 새로운 몸으로 다시 배우고 훈련하고 그런 과정을 줄일 수 있을 테니까. 나는… 전생자이지만 동시에 그 아이다. 아이의 목숨을 희생시키는 게 아니야!”
“뭐라 해도 아이는 의식에 동의하지 않았어. 셀레스티얼 전생의 비술은, 천사의 알의 비술은 인간 아기를 희생시키는 사술이다.”
“아니 갓난 아이에게 어떻게 동의를 얻으라고? 자연 출생하는 아이들의 절반은 어차피 어른이 되지 못하고 죽는데? 내가 아이래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간의 아이로 태어나는 것보다는 셀레스티얼이 되는 걸 선호할 것이다! 이건 사술이 아니야!”
공공의료가 취약한 시대의 아기들은 생존율이 절반에 불과하다. 아기들의 목숨은 그래서 온전한 사람의 목숨으로 치지 않는 시대. 그런 아기들의 목숨을 사용해 성스러운 셀레스티얼을 만들어 낸다면?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아자딘이 그저 너무 결벽을 요구하고 있다.
카르나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사실을 공표했어야지?”
“비웃지 마라! 악은 이렇게나 거대한데 천사들은 응답하지 않고 야에가스 신족들의 피도 흐려진 지금이다! 무슨 수단을 강구해야 하는데 당신은 지금 그 최소한의 수단마저 박탈하려는 것인가? 우리 모두에게 죽으라고?”
“아아. 카르나. 카르나.”
아자딘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화조풍월 가루라를 사용한 덕분에 흐르던 핏물이 다시금 뚝뚝 떨어진다.
“천사의 혈통은 믿으면서 그들의 약속과 가르침은 믿지 않는군. 그런 주제에 북제의 의지는 믿는다니 너무나 편향된 믿음이다. 북제 코헨 라이오네어는 그렇게나 믿을 수 있는 인물인가?”
“그분만이 이 세상을 어둠에서 건져낼 수 있는 분이다. 나의 친족이라서가 아니라 그분이 아니면 누가 이렇게 어둠에 대항할 힘을 모았겠나?”
“그 과정에서 많은 무고한 이들을 희생시켜도 그럼 다 필요한 희생이라고 여기겠군.”
“그래! 그렇다.”
“그렇다면 좋아. 북제 코헨 라이오네어는 영웅이다. 그러니까 자신의 스승인 플랑크 경을 암살했다던가 천사의 상을 갈아서 귀족들을 셀레스티얼로 전생시키는 사술을 쓰고 있다는 난관 정도는 수월하게 돌파하시겠지.”
“…….”
“없던 일도 아니고 한 일을 공표하는 정도의 일이다. 그 정도 난관은 영웅이라면 극복해야 하는 게 아닐까? 살인멸구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
“그래. 극복해야지. 영웅의 방식으로!”
카르나는 더 이상 아자딘을 설득하기를 포기했는지 자신의 칼을 빼 들었다.
그때 이즈밀라가 다가왔다.
“카르나 경?! 무슨 생각입니까?!”
“이즈밀라 경. 물러나라고 했지!”
카르나는 아자딘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셀레스티얼들에게 좋을 게 없다는 걸 알고 다들 물리려 했다. 그러나 이즈밀라는 물러서지 않았다.
“카르나 경. 당신 혼자서는 위험합니다. 그리고 저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싶어요.”
“…….”
카르나는 대답 대신 그의 날개를 펼치고 검을 치켜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