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325
324. 반릉 원정 3
드워븐 애로우, 차샨을 포함한 이 드워프 조직은 사실상 반릉 아카데미와 반릉 왕국의 어둠이었다.
팔왕신족과 드워프 왕국의 연합왕국인 반릉 왕국은 자신들의 야욕을 위해 국제적인 범죄조직을 지원하고 있었고, 그것이 바로 드워븐 애로우, 대외적으론 차샨이 만들었다고 되어있지만 결국 차샨도 반릉 왕국의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아자딘은 무리해서라도 차샨을 살려두고 있었는데 그 보답이 이런 것이었다. 두 번이나 까불다가 잡혔는데 이따위 짓을 벌이다니.
이자의 손가락이 잘리고 고통받은 것에는 차샨을 살려둔 아자딘의 책임도 있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고문 상태를 보아하니 손속이 악랄합니다. 살아있을 때, 손가락이 몸에 붙어있을 때 저질렀군요. 최대한 고통을 주려고 한 것으로 보입니다.”
버나드는 손가락의 상태를 보며 그렇게 판단했다. 잘려져서 생기를 잃고 혈액순환이 멈춘 손가락에 손톱을 뜯고 불로 지졌다면 혈액순환에 의한 추가 피해 없이 그 부위만 심하게 그을리고 살이 떨어져 나갈 뿐이다.
하지만 살이 떨어져 나간 후에도 피가 뽑혀 나온 흔적, 살이 타들어 가는데도 혈액이 순환해 주위로 번진 고통의 흔적들을 볼 때 드워프 놈들이 아자딘의 상인들에게 무자비한 짓을 저질렀음에 분명하다.
“당연히 대가를 치르게 해줘야지.”
아자딘은 자신의 병력과 함께 밀수 도로를 따라 내려가 반릉 왕국의 영토에 진입했다.
국경을 넘은 셈이지만 검문소도 경비대도 없다.
반릉 왕국의 영토라 해도 차드라 고원 밑의 분지는 숲이 우거진 지역이어서 예로부터 고블린과 브리들이 거주하고 있던 곳이다.
이런 곳에서 촌락을 이루고 살아가는 이들은 대부분 드워븐 애로우의 마약 밀매 조직이 만든 역참이었다.
아자딘 일행이 근처 마을에 당도하자마자 무장한 드워프들이 기다렸다는 듯 튀어나왔다.
“역시! 반릉 왕국에 넘어올 때 대군으로 넘어올 리가 없지! 네놈이 아자딘이렸다!”
“블런더버스의 맛을 보여주마! 미개한 인간 놈들아!”
드워프들은 장전된 블런더버스를 들고 튀어나왔다.
그들은 자신들의 무기에 자신이 넘쳐흘렀다. 블런더버스라는 끝이 넓어지는 화승총에 기다란 총검이 달린 이 무기는 드워프가 아니면 너무 무거워서 다루기 힘든 무기였지만, 이들 10인 소대는 정예 기사단의 돌격도 돈좌할 수 있었다.
‘테르시오와 싸우는 것은 자살행위.’
자신만만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스콧도 그렇게 말했었는데 이 드워븐 블런더버스 진형은 그 테르시오 이상의, 끔찍한 진용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그런 만큼 사실 드워븐 블런더버스는 반릉 왕국의 밖으로 유출하지 않는다.
드워프 왕국 내에서 문외 불출의 장비로 관리하는 게 바로 플린트락 블런더버스다.
이 무기를 들고나왔다는 건 차샨이 자신의 후원자에 드워프 왕실의 유력자가 있다는 걸 숨기지 않는 행위다. 그만큼 승리할 자신이 있었으리라. 아자딘 일행을 여기서 완전히 제압하면 드워븐 블런더버스 부대가 개입했다는 사실을 숨길 수 있으리라.
그러나….
아자딘이 손가락을 딱 튕기자 드워프 소서러들 뒤에 한 인영이 나타났다.
하프뱀파이어 니셀다가 그들의 뒤에 나타났다.
그림자 뛰기, 그림자 영역을 통해 그림자에서 그림자로 이동하는 마법으로 뱀파이어의 핏줄을 가진 니셀다의 특기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화조풍월 땅거미!
아자딘도 드워프들의 옆으로 나타났다.
“억?!”
-투쾅!
-콰직!
니셀다는 좌우에 한 자루씩 사이드 소드를 뽑아 들고 블런더버스 병들을 도륙했다. 사슬갑옷과 갬비슨으로 두껍게 차려입은 드워프들이지만, 니셀다의 사이드소드는 그들의 안면을 꿰뚫었다.
아자딘은 청의 처형인을 휘둘러 블런더버스 병들을 강타했는데 드워프들의 팔뚝과 목이 잘려서 날아갔다.
원래 어지간하면 죽이거나 치명상을 입히지 않고 제압하는 쪽을 선호하던 아자딘이었지만, 차샨의 도발 때문에 격노하고 있었다.
격노한 아자딘과 니셀다가 드워프들 사이에 들어와 날뛰자 블런더버스 진영이 붕괴한다.
그리고….
피로 만들어진 거미가 그들 사이에서 꿈틀거리며 블런더버스 사수들의 총구를 하늘로 향하게 했다.
버나드가 혈마법으로 부상자들의 상처에서 피 거미를 만들어 블런더버스 사격을 방해한 것이다.
-펑펑!
블런더버스를 헛되이 쏘게 하고 난 후에는 죽은 드워프들이 언데드가 되어 일어난다. 스콧이 사령술을 펼쳐 방금 죽은 자들을 바로 언데드로 만들어버렸다.
“…뭐야?!”
“이, 이 자식들! 성기사 아니었어?”
혈마법에 사령술까지 튀어나오자 드워프들이 혼비백산했다.
“아니 이 드워프 마피아 놈들, 엄한 사람 손가락도 잘라서 보내놓고선 왜 상대는 고지식하게 성기사로 싸워주길 원하지? 너희들만 나쁜 짓하냐?”
스콧이 빈정거렸다.
“도, 도와라! 뭣들 하는 거냐!”
당황한 드워프가 마을 주민들에게 외쳤다. 마을 주민들은 쇠스랑과 낫, 갈퀴창 등으로 무장하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블런더버스 병을 쓸어버리는 아자딘 일행의 위용에 겁을 집어먹고 감히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닥쳐.”
아자딘은 마을 사람들의 참전을 종용하는 드워프 대장을 청의 처형인으로 찍어버렸다.
드워프 소대장의 머리가 쪼개지며 선혈이 튄다.
그 모습을 보던 마을 주민들은 무기를 던졌다.
“투, 투항합니다!”
“저희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습니다. 드워프들이 무기를 들고 협박하는데 어쩌란 말입니까?”
“그럼 모두 무기 버리고 여기 서라.”
아자딘은 분노를 감추지 않고 그들을 불러세웠다. 그리고 그들을 반으로 나눠 따로따로 질문을 던졌다.
“이 드워프 놈들은 어디서 왔지?”
“그게… 동북쪽에서 왔습니다.”
“책임자는? 패거리들은 얼마나 있지? 병력은 어느 정도인가?”
아자딘은 역참 마을의 주민들을 둘로 나누어 물어보고 생포한 드워프 블런더버스 사수들, 드워븐 소서러들에게도 물어 모두의 대답이 일치하는 걸 확인했다.
차샨과 드워프 마약조직인 드워븐 애로우는 공식적으로는 마약조직이고 범죄조직이다. 그러나 마약 제조원을 빼앗기는 걸 두려워했는지 일개 마약조직과 범죄조직이 다룰 수 있는 병력 이상의 병력을 가져와 이 근방에 쫙 뿌려두었다.
다만 아자딘 일행이 어디로 올지 몰라서 여러 곳에 분산해 뿌려두었기 때문에 지점마다 배치된 인원은 그리 많지 않다.
“좋아. 전부 각개격파한다.”
“포로들은 어떻게 합니까? 이들을 남겨두면 각개격파가 힘들 텐데요?”
아자딘을 따라온 지벡이 물어보았다.
“지벡 경의 추천은?”
“제 추천은….”
“죽이는 겁니다.”
지벡 대신 혈마법사 버나드가 말했다.
“이들을 살려둬봤자 우리들의 인원, 행보만 노출될 뿐입니다. 죽이는 게 좋겠지요.”
“……….”
지벡은 버나드의 말을 듣고 말문이 막혔다. 사실 그게 합리적이긴 하다.
이들은 드워프에게 협박당해서 어쩔 수 없이 말했다고 하지만 반릉 왕국의 주민들이고, 기본적으로 이곳은 저 드워븐 애로우와 협력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곳이다.
그냥 놔두면 드워븐 애로우에게 어떻게든 아자딘 일행에 대한 정보를 넘길 것이다.
그렇다고 포로로 끌고 다니기엔 아자딘 일행이 그리 많지 않다. 압도적인 파괴력으로 먼저 선제공격을 가해서 거덜 내긴 했지만 아자딘 일행은 통행증의 숫자 제한 때문에 열 명도 되지 않는다.
통행증에서 허가된 숫자는 다섯.
걸리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아자딘을 따라온 이들까지 포함해도 일곱 명이 고작이다.
“뭐 전술상으로는 틀리지 않은 말이군. 그러나 버나드. 나는 호스피탈러다. 투항한 자들을 죽이다니 그런 짓은 못해.”
“그럼 어쩌시겠습니까? 이들을 병사로 쓰시겠습니까?”
“다른 방법을 쓰지.”
아자딘은 마을 사람들에게 명령했다.
“앞으로 두 시간 뒤, 그럴싸한 연기를 피우도록 해. 마을 전체가 불타는 듯한 연기를 내서 다른 놈들을 유인하는 거다.”
“…네?”
“마을이 불탄다고 느낄 만큼 연기를 많이 피우도록 해라. 두 시간 내다. 두 시간 뒤에 연기가 이 근방 10리그에서 다 보일 정도는 되어야 해. 만약 연기가 올라오지 않으면 그때는 돌아와서 너희들을 벌하겠다.”
“…….”
지금부터 장작을 많이 모아야 하고 필요하다면 집 지붕들을 거둬서 지붕의 너와와 초가들을 태워 그럴싸한 연기를 내야 할 것이다.
고작 두 시간 안에 10리그 안에서 전부 보이는 연기를 내라니 가혹한 요구다.
물론 몰살당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지금부터 준비하는 게 좋을걸? 불을 안 피우면 전부 끌고 가서 강제노역을 시킬 거다. 생존자들은 묶어두고 갈 테니까 ”
아자딘은 그 말을 남기고 드워프 블런더버스 부대를 묶어서 매달아 두고 부하들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어, 어쩌죠?”
마을 사람들은 당황했다.
“끄응.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군. 해야지! 뭐 근처에 나무 천지니까 일단 불을 좀 피우고 장작 좀 캐와! 안되면 있는 지붕들을 좀 태워야지.”
“지붕이요?”
“그래. 이 기회에 지붕 갈이 한다 생각하고!”
마을 사람들은 분주하게 불을 피울 준비를 했다.
*********
“이런. 움직이기 시작했군.”
드워프 소서러 한 명이 눈을 떴다.
아자딘과 아라가사들이 선견조의 마법이나 황제의 목소리를 사용해 주위를 정찰하듯 반릉의 드워프 소서러들은 대지반향의 마법으로 주위를 정찰할 수 있었다.
땅울림, 땅으로 전해지는 소리를 통해서 주위를 알 수 있는 이 마법으로 그들은 블런더버스 사격 소리를 공기 전달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들을 수 있었다. 사람의 말소리로는 땅을 크게 흔들지 못해 알 수 없지만 인간들이 전투하는 소음과 진동은 분간할 수 있었다.
“이쪽에서 싸움이 있었습니다. 소음이 이내 잦아든 걸 보니…”
드워븐 소서러는 대지반향의 마법으로 들은 소리를 분석해서 말했다.
“마을의 부대가 전멸한 것 같습니다.”
“뭐? 블런더버스 1개 소대가 있었는데? 놈이 병력을 얼마나 끌고 온 거지?”
그때 그들 사이에 있던 드워프 한 명이 침을 탁 뱉고 일어났다. 아자딘에게 잡혀있다가 탈출한 차샨이었다.
“그 새끼 무시하지 말라고 했지? 차드라 오걸을 꺾고 급부상한 놈이다. 게다가 전령일족이지!”
“보스.”
“적들의 위치는 알았으니 모든 병력을 집결시켜! 한 번에 쓸어버리지 않으면 우리가 당한다. 야. 땅지기. 녀석들의 현재 위치는?”
땅지기라 불린 드워프 소서러가 대지 반향의 주문을 쓰고 머리를 땅에 대고 귀를 기울였다.
“…모르겠습니다.”
“뭐? 모르겠다니? 녀석들이 이동할 거 아냐? 그것도 못찾아?”
하지만 차샨의 형제, 사촌들은 차샨을 말렸다.
“땅지기를 탓할 게 아니라 다른 걸 생각해야지 형님.”
“그래. 셀림 놈이 있잖아. 혹시 그리폰 같은 거 타고 오는 거 아냐?”
“그리폰? 타고 날아와? 아주 좋지. 오기만 해봐!”
하늘을 날아서 오는 것은 블런더버스로 상대하기 딱 좋다.
히포그리프건 그리폰이건 블런더버스로 쏘면 날아오다가 추락하는 데, 히포그리프나 그리폰은 도중에 비행능력을 회복하기라도 하지 그 등에 매달린 기수는 속절없이 추락하게 돼 있었다.
아자딘 일행이 히포그리프를 타고 온다면 드워프들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