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326
325. 반릉 원정 4
드워프 블런더버스 병들은 히포그리프 등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 그들이 위치한 곳은 차드라-반릉 능선, 숲과 산지, 구릉들이 많아서 시계가 좋다고 할 수 없는 곳이다.
날아오는 놈들이 언제든지 기습을 가할 수 있으니 블런더버스 병들의 자신감은 과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차샨의 형제들이 그 점을 환기시켰다.
“우선 우리 병력부터 집결시켜야 해. 아자딘 일당이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병력을 산개시키는 것 자체가 멍청한 짓이야.”
아자딘이 운영하는 상단을 잡기 위해서 드워븐 애로우들은 병력을 분산시켜 인근 마을과 길목 곳곳에 나누어 두었다.
하지만 아자딘이 복수를 위해 직접 움직이는 시점에서는 병력을 집결시켜야 했다. 차샨이 복수심 때문에 상단을 고문하는데 정신이 팔려서 병력을 집결시키는 걸 소홀히 한 것이다.
명백히 차샨의 잘못이고 차샨 또한 그것을 알고 있었다.
“아.”
그때 땅지기가 흠칫 놀랐다.
“소리가 납니다.”
“난다고? 위치는?”
“…교전 중입니다.”
“교전 중이라고?”
“네. 북상해서 싸우고 있군요.”
“…….”
땅지기가 하는 말의 뜻은 명확했다.
아자딘이 그들을 각개격파하고 있는 것이다.
“너무 빠르잖아? 게다가 땅울림 없이 이동하는 걸 보면 히포그리프를 타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그들 중에는 저희들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 같군요. 하늘을 나는 짐승을 이용해 땅울림을 피하고, 싸울 때는 내려서 싸우는 것 같습니다.”
드워프들의 마술 체계를 잘 아는 자가 아자딘 일행에 있다. 실제로 그들의 예측은 사실이었다. 반릉 아카데미에서 수학했던 혈마법사 버나드가 아자딘의 참모로 있으니 드워프들의 능력과 전투 방식은 아자딘에게 이미 훤히 알려져 있었다.
차샨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는데, 그는 그걸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잘나가는 폭력배 두목은 될 수 있지만 전장의 군사가 되기엔 결격사유가 너무 많았다.
“큽….”
주위의 시선이 날카롭다. 이미 여러차례 아자딘에게 능욕당한 차샨은 자신의 위신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걸 느끼며 치를 떨었다.
“이럴 때가 아니군. 모든 병력을 산도카르 회랑 관문 앞에 집결시켜!”
산도카르 회랑 관문, 그곳은 아랑기 왕국과 구난기사단 령에서 이어지는 길들 모두를 막을 수 있는 반릉 왕국의 제일 관문이었다. 반릉 왕국과 아랑기 왕국 간의 ‘매화 전쟁’ 당시 반릉 왕국의 요새 방어선의 시작이던 곳이기도 했다.
“우리가 숫자가 더 많은데 적들에게 다 달려들어서 싸 먹으면 안 됩니까?”
바보같은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드워프 소서러 자원이 풍부한 이들 드워프 마피아들은 다수의 병대가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일 수 있었다.
자신들을 각개격파 하려는 놈들을 피해 다니며 포위하자는 작전은 실무를 모르는 책상물림의 탁상공론처럼 들리지만, 반릉의 드워프들이라면 실제로 실현할 수 있는 작전이었다.
“아니. 아자딘 그놈에겐 안된다.”
차샨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자딘의 살점 하나하나 다 씹어먹을 수 있을 만큼 그를 증오하는 차샨이었지만 그의 능력만은 절대로 무시하지 않았다.
“산도카르 회랑 관문으로 전원 집결시켜라!”
*********
-퍼억!
“푸르르르르!”
히포그리프가 포효하며 앞발을 휘두르자 드워프들이 나가떨어졌다.
블런더버스 병, 드워프들이 자랑하는 총병들로 히포그리프 따위는 얼마든지 잡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던 이들이 별다른 대항도 하지 못하고 나뒹굴고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이게 왜?”
당황한 블런더버스 병이 총을 들어 히포그리프를 겨누었다.
-찰칵!
플린트락 쇠바퀴가 돌아가지만 미끄러질 뿐, 불꽃이 튀지 않는다.
불그스름한 뭔가가 플린트락 바퀴에 붙어서 부싯돌의 점화를 방해하는 것이다.
“이, 이건!?”
“머큐리얼 블러드. 진사 혈마법이다!”
머큐리얼 블러드는 반릉 아카데미에서 개발된 혈마법으로 진사를 촉매로 발화를 방지하는 수은 증기를 뿜어내는 마법이었다.
이렇게 발생한 수은 증기는 금속으로 만든 총기에 들러붙어서 부품의 변형을 일으키는데, 특히 플린트락 장비류에 치명적이었다.
아자딘 일행의 혈마법사가 그 머큐리얼 블러드를 시전해 블런더버스 병사들의 총화기를 못쓰게 만들고 공격을 감행한 것이었다.
드워프들이 급한 대로 블런더버스에 붙은 총검으로 상대하려 했지만….
-촤악!
니셀다가 휘두른 칼이 드워프들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머큐리얼 블러드 안에서 피해를 보지 않는 하프 뱀파이어인 그녀와 언데드들이 드워프들을 처치했다.
드워프들의 예측대로, 반릉 아카데미에서 수학했던 버나드는 드워프들의 특기와 전술, 그리고 그것들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
드워프 들이 총검으로 그녀를 상대하려 했지만 니셀다와 스콧의 언데드들, 그리고 버나드가 사용하는 혈마법 거미들이 드워프들을 학살할 뿐이었다.
아자딘도 머큐리얼 블러드 안에 들어가지 않고. 화살로 드워프들을 공격해 그들의 숨통을 끊었다.
드워프들은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하고 쉽게 전멸하고 말았다.
“으음. 머큐리얼 블러드라. 너무 쓸모 있는데? 주위에 피해가 확산되는 거 아냐?”
아자딘은 수은의 독기를 머금은 안개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괜찮습니다. 사용한 진사는 얼마 되지 않거든요. 보통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못 쓰는 마법이지요. 다행히 저희는 특산물이 진사라서.”
이 마법을 시전한 버나드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리 말했다.
아자딘은 그런 버나드의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겼다.
“쿨럭쿨럭. 다음엔 쓰지 말까요? 머큐리얼 블러드를 사용하면 무조건 적병을 죽여야 해서….”
“아니 아낄 필요가 없지.”
아자딘은 스콧에게 손짓했다. 스콧이 사령술로 죽은 드워프들을 움직여서 그들이 편지나 명령서를 가졌는지, 그게 아니더라도 다른 귀중품이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시체들을 잘 모아서 들짐승들이 먹기 힘든 바위틈으로 이동시킨 뒤 돌을 들어서 직접 입구를 막아 시체가 변질하는 일 없게 했다.
지금은 그냥 버리고 가지만 나중에 시체를 수습해 장례를 치를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살아있을 땐 죽이더라도 죽은 시체는 장례를 치러준다.
사령술을 사용하면서 시체의 존엄을 생각한다는 건 우습지만… 머큐리얼 블러드의 수은 증기 안에서 중독 없이 시체들을 정리하려면 사령술을 쓸 수밖에 없었다.
“다음으로 간다.”
아자딘은 하늘로 아라엘의 목소리를 날려 주위를 둘러본 후 충분히 드워프들의 위치를 확인한 후 접근한다.
드워프들이 땅울림을 통해서 정보를 얻는다는 걸 알고 있는 그들은 히포그리프를 저공으로 비행시켜 드워프 주위에 머큐리얼 블러드를 뿌린 뒤 돌입해 그들을 몰살시켰다.
생존한 드워프나 병사들의 보고에 의하면 차샨 일당이 이 일대에 끌고 온 드워프 블런더버스 병은 약 100명.
이 정도 블런더버스 병을 한데 모아둔다면 일국의 운명도 좌우할 엄청난 숫자다.
그러나 아자딘은 효과적으로 그들을 각개격파 해나가고 있었다.
지금까지 손상이라면 니셀다가 블런더버스 병의 사격에 잠깐 맞은 정도, 하지만 그 상처는 니셀다가 피를 마시는 것으로 가볍게 회복되어 버렸다.
세간에 알려진 드워프 소서러들의 위명을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으음.”
아자딘의 군문에 들어서 이제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전투에 임하게 된 지벡은 아자딘의 부하들, 차드라 오걸에 속하는 니셀다의 전투능력이 예사롭지 않음에 경탄하고 있었다.
반릉 왕국이 드워프 왕조와 야에가스 팔왕신족의 연합왕국이 된 것은 드워프들의 능력이 너무나도 비상했기 때문이었다.
과거 나가들이 이 땅을 지배할 때에도, 야에가스 신족들이 지배할 때에도 드워프들은 누구에게도 자기 몫을 받아 가곤 했다.
그런 드워프들이 최정예 병대를 이렇게 쉽게 처단하다니. 아자딘이 일구어낸 차드라-버밀리온의 병력은 사기도 드높고 실력도 뛰어나다.
설령 어떤 재앙이 닥치더라도 아자딘이라면 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그러고 보니 슬슬 마을 사람들이 불을 지펴야 할 때로군.”
아자딘은 정벌한 마을 사람들이 딴짓하지 못하도록 그들에게 모닥불을 피워 연기를 내라고 요구했었다.
그 모닥불을 피우고 연기를 올려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니 사실은 좀 전에 지났다.
물론 다들 제대로 된 시계가 없기 때문에 전후로 여유를 두어야겠지만… 이제 곧 마감 시간이 다가온다.
“어?”
그런데 그때 마을에서 연기가 올라온다.
대량의 붉은 연기가 하늘로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니 대장. 너무 겁 준거 아냐? 사람들이 대체 뭘 태우길래 저런 연기가 나오는 거야?”
보통 흰 연기, 검은 연기 정도가 보통인데 지금 피어오르는 연기는 붉고 검고 녹색의 불길까지 섞여 있었다.
그리고. 그 연기는 악마의 형상을 취하며 하늘에서 꿈틀거리더니 폭발한다.
“…….”
이 마을만이 아니다.
북쪽의 다른 마을에서도 연기가 피어오른다.
똑같은 검붉은 색과 녹색이 뒤섞인 연기가 이 차드라-반릉 능선에 연거푸 올라오고 있었다.
“아자딘 경.”
“…목표 변경.”
아자딘은 한시라도 빨리 차샨을 붙잡으려 했지만 이런 일이 벌어진 이상 목표를 수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까운 마을로 가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봐야겠어.”
아자딘은 그리 말하고 기수를 돌렸다.
*********
가까운 마을에 당도할 때쯤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아자딘은 히포그리프에 내려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을 곳곳에 생존자들이 남아있었는데 그들은 집에 옮겨붙은 불을 끄느라 망연자실해 있었다.
“다, 당신들은?”
“…우리는 아무 잘못 없습니다.”
그들은 아자딘이 차샨과 싸우기 위해 온 차드라 고원의 군벌임을 알고 투항부터 했다.
불을 끄느라 눈썹까지 타들어 간 사람들이 살기 위해 몸을 조아리는 모습을 보며 아자딘은 그들을 말렸다.
“그만. 일단 좀 쉬세요. 저는 당신들을 핍박하러 온 게 아닙니다.”
“…….”
물론 말이야 그렇게 하겠지. 드워븐 애로우들도 자신들을 가난에서 해방해 줄 해방자라고 하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마약성 작물을 재배할 것을 강요했었다.
아자딘은 자신을 불신하는 마을 사람들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사람이 갑자기 발화했어요.”
“발화?”
“저기….”
아자딘은 그들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건물 안에 사람의 잔해가 있는데 몸 전체가 석화되어 있었다.
“…….”
엘리멘탈 웨일링이다.
엘리멘탈 웨일링이 급속 발현한 사람의 주위로 강렬한 마력의 폭풍이 뿜어져 나오며 거기에 닿은 것들을 불태운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엘리멘탈 웨일링은 몸의 일부가 마석으로 변하면서 고통받는 질병이었을 텐데, 왜 이들은 갑자기 이렇게 전신전령이 순식간에 마석으로 변해버린단 말인가?
-까드득.
“응?”
아자딘은 불길 속에서 마석화한 시체가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다.
엘리멘탈 웨일링의 희생자의 몸에서 돌들이 돋아난다.
그리고 그 돌들이 깨진다.
희생자가 움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