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329
328. 반릉 원정 7
산도카르 백작령도 반릉 왕국의 일부이지만 그들은 드워프가 아니라 야에가스 신왕족을 섬기는 이들이었다.
그들의 눈앞에서 뱀파이어들이 날아와 모였으니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병사들이 관문 방책 위에서 석궁을 발사해 뱀파이어들을 공격한 것이다.
-퍽!
석궁이 박쥐들을 맞추자 칼즈마티 왕자가 혀를 찼다.
“고작해야 인간 놈들이 감히….”
칼즈마티 왕자가 손을 치켜들자 산도카르 관문 방책에 돌풍이 일어났다.
“어?”
“으… 으아….”
“통곡하라!”
칼즈마티 왕자의 스산한 목소리와 함께 병사들이 폭발했다.
그들의 몸에 마석이 자라나며 그들의 몸을 파괴한다.
“크…어억?!”
“끄아아아아!”
병사들이 비명을 질렀다.
엘리멘탈 웨일링, 그 끔찍한 질병이 바로 발병한 것이었다.
“에, 엘리멘탈 웨일링을?!”
드워븐 소서러들은 눈앞에서 펼처지는 참극에 경악했다.
엘리멘탈 웨일링을 통제해서 마석을 자유롭게 얻고자 하는 것은 반릉 아카데미의 오랜 숙원이었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불치병인 엘리멘탈 웨일링을 연구해서 사람들을 치료하겠다는 것이지 결코 이 질병으로 이득을 보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칼즈마티 왕자는 바로 그 엘리멘탈 웨일링을 자유자재로 일으키고 있는 게 아닌가?
게다가….
“아아아아아!”
칼즈마티 왕자는 엘리멘탈 웨일링으로 몸의 일부가 굳어 마석이 되어버린 이들에게 뛰어들었다.
그리고 피에 굶주린 괴물이 되어 그들을 습격했다.
팔다리에 마석이 돋아나 몸을 가누지 못하는 인간의 몸이 부러진다.
겉은 돌인데 부러진 안에선 선혈이 튀고 칼즈마티 왕자는 그런 인간들을 잡아들어 피를 마셨다.
피에 굶주린 괴물이 갈증을 채우는 그 모습에 드워프 블런더버스 병들도 정신을 차렸지만….
이미 늦었다.
박쥐들이 그들을 덮쳤다. 사방팔방에서 살점을 물어뜯는 이 박쥐 무리를 놀란 그들이 손으로 때리고 구르며 몸으로 깔아뭉개 죽였지만 박쥐들은 두려움을 모르고 계속 그들을 물어뜯었다.
그리고 박쥐들에게 물어뜯기고 있는 드워프들 사이로 칼즈마티가 데려온 흡혈귀들이 유유히 걸으면서 살펴보았다.
“좋아. 피를 나누어주마. 위대한 혈족의 일원이 된 것을 감사하도록.”
그들은 단도로 자신의 손목을 긋고 흘러나오는 피를 쓰러진 드워프들에게 부어주었다.
이 피부음 의식이 시행되자 하늘에서 돌풍이 내리꽂혀 그들에게 마력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엘리멘탈 웨일링이 터지면서 방출된 마력들이 소용돌이가 되어 드워프들을 강타하자 그들은 빠르게 뱀파이어 스폰으로 변화했다.
보통 뱀파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24시간 이상의 변이 시간이 필요하고 이것도 절반 정도는 쇼크로 사망한다. 변이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그저 시체가 되거나 불타버리거나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주입되는 이 엘리멘탈 웨일링의 마력은 그 끔찍한 변이를 보조하고 있었다.
“자… 이로써 너희들은 온전히 나의 도구가 되었느니라!”
칼즈마티 왕자는 껄껄 웃으며 산도카르의 인간들을 습격하기 시작했다.
*********
저 멀리서 비명이 들려온다.
아자딘은 눈을 떴다.
“지금 이건?”
주위에는 고요한 숨소리만이 가득하다. 불침번으로 니셀다가 자리를 지키고 있고 다른 일행들은 잠들어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아자딘.”
“비명을 들은 것 같아서. 지금도….”
아자딘은 동북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이 붉게 타오르고 지상에서 회오리바람이 일어나 하늘로 솟구쳐 오른다.
불길하고 끔찍한 힘이 하늘로 치솟아 오를 때마다 처참한 비명이 들려왔다.
도저히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큰 소리지만 주위의 다른 인물들은 잘도 자고 있었다.
아자딘은 이 소리가 자신에게만 들린다는 걸 깨닫고 혀를 찼다.
“뭔가 느끼고 있군요. 아자딘.”
“그래. 저쪽에서 엘리멘탈 웨일링이 일어나고 있어.”
아자딘이 그렇게 단언하자 니셀다는 흥미롭다는 듯 아자딘을 바라보았다.
“엘리멘탈 웨일링이라니. 그게 보이나요?”
“그래. 아까 전 엘리멘탈 웨일링이 폭발할 때와 똑같은 색이니까.”
그런데 그때 니셀다가 갑자기 칼을 빼들었다. 그녀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사이드 소드를 뽑아 휘둘러 뭔가를 쳐버렸다.
-퍼드드득!
두동강난 박쥐가 땅바닥에 떨어져 피를 뿜으며 꿈틀거렸다.
“……”
그걸 본 니셀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미 베일을 얼굴에 드리우고 있어서 잘 보이지 않는 얼굴이었지만 더더욱 어두워진 것이 느껴졌다.
“모두를 깨워야겠군요! 뱀파이어 박쥐예요.”
아자딘과 니셀다는 라보며 자고 있던 이들을 깨웠다.
“으아. 아니 잠 좀 잔다 싶으면….”
“전부 짐을 싸고 이동 준비해.”
“어디로 말입니까?”
“퇴각한다.”
“네?”
“어서.”
아자딘은 그들을 서두르게 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여기저기 박쥐들이 내려앉는 게 보였다.
나무에도, 건물의 처마에도, 길가의 이정표에도 박쥐들이 내려와 앉는다.
“이건 흡혈박쥐들이로군요.”
“흡혈귀의 권속이야! 대장! 안 좋은데!”
지벡과 스콧도 이 박쥐들이 예사롭지 않다는 걸 알았다.
“으음.”
버나드와 니셀다가 신음했다.
“반릉 아카데미의 이사회가 나선 것 같습니다.”
“반릉 아카데미의 이사회?”
“네. 반릉 아카데미의 이너서클, 이사회는 전부 다 뱀파이어들이거든요. 그중에는 제 생물학적인 어머니도 있지요.”
니셀다는 그리 말하고 사이드 소드를 강하게 쥐었다.
자기 몸 안에 흐르는 더러운 피를 참을 수 없는지 분노와 격노로 타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아자딘 일행의 배후, 그러니까 차드라 고원으로 향하는 길목 앞에 드워프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드워프 블런더버스 병들과 차샨이 나타난 것이다.
“하…하하하. 이 여인숙에 왔구만. 아자딘. 그래. 내 솜씨가 어떤….”
그러나 차샨은 그 말을 다 잇지 못했다. 아자딘이 어느새 그의 등 뒤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이놈이 무슨?”
차샨이 몸을 돌리는 순간 그의 양 손목이 떨어져 나갔다.
아자딘은 청의 처형인의 자루를 짧게 만들어 손도끼만 한 크기로 만들고 그걸 손에 쥐고 있었다. 청의 처형인으로 차샨의 양 손목을 전광석화같이 잘라버린 것이다.
“어윽!?”
차샨이 잘려진 양손을 움켜쥐고 뒤로 물러났다. 격렬한 고통에 정신을 못 차리는 듯하지만 지혈하지 않아도 상처에서 피가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다.
피의 구속, 자신의 몸 안의 피를 탐욕스럽게 고정하는 뱀파이어의 능력이 발동하고 있는 것이었다.
“흡혈귀가 되었군. 그럼 어설프게 죽일까 봐 걱정 안 해도 되겠다는 뜻이렸다?”
“큭 크크크크. 이 멍청한 놈아. 네까짓 놈이 감히…..”
이번에도 차샨은 말을 다 잇지 못했다.
아자딘의 앞차기가 마치 창처럼 쭉 뻗어나가 차샨의 얼굴을 관통했기 때문이었다. 광대뼈가 부서지며 얼굴이 그대로 가라앉아 마치 바람 빠진 공처럼 얼굴이 쪼그라들었다.
“끄억?!”
“널 살려둔 게 내 실수다. 마약이나 팔고 타인에게 고통만 안겨주는 쓰레기라도 그 식견이나 재주를 어떻게든 써먹으려 했는데 내 욕심이 지나쳤군! 게다가 네놈이 내 생각보다 더 잔챙이이기도 했고.”
아자딘은 차샨이 드워븐 애로우의 창설자니 뭐니 거창한 이름으로 불리긴 했지만 결국 하수인에 불과하다는 걸 알아챘다.
일광 아래를 제대로 돌아다니지 못하는 뱀파이어 스폰으로 만들어 버렸다면 그만큼의 가치밖에 없다는 뜻이다.
차샨과 드워븐 애로우 놈들 모두가 반릉 아카데미, 그리고 반릉 왕실의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죽여!”
차샨의 형제인 드워븐 소서러들이 일제히 주문을 시전하려 했지만 그들에게 지벡이 먼저 주문을 시전했다.
지벡은 녹슨 작은 해머를 촉매로 그들 사이로 던진 것이었다.
이 녹슨 해머가 그들 사이로 떨어지자 신성한 힘의 폭발을 일으켜 그들의 몸을 갈기갈기 찢었다.
“끄억!?”
“아아아!”
신성한 백색 마력의 힘이 뱀파이어들에게는 더욱더 끔찍한 위력을 발휘했다.
아자딘은 짧게 잡은 청의 처형인과 세라마이트 장검, 아우렐리아 던을 들고 휘둘러 덤벼드는 뱀파이어를 베어버렸다.
그런데… 아우렐리아 던에 맞은 뱀파이어의 몸이 불타오른다.
놀란 뱀파이어가 펄쩍 뛰며 불을 끄려고 했지만 이 불은 마치 끈적이는 접착제처럼 몸에 들러붙어서 꺼지지 않으며 뱀파이어를 괴롭혔다.
“끄아악!”
게다가 이 불은 옷도 태우지 않고 그저 불타고 있을 뿐이다. 뱀파이어 스폰이 펄펄 뛰며 고통에 몸부림치지만 불은 계속 그의 몸을 태울 뿐이다.
결국 참지 못한 뱀파이어가 블런더버스를 지면에 세우고 자기 턱을 그 밑에 대더니 방아쇠를 당겼다.
-펑!
블런더버스는 대량의 화약을 사용하는 총화기로 그 위력이 엄청나다. 거리가 떨어질수록 위력이 급감하는 구조지만 그래도 50야드에서도 중갑기병을 떨굴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걸 턱에 대고 쐈으니 머리가 통째로 날아간다.
“……….”
뱀파이어가 자살하는 장면을 보며 모두 경악했다.
세라마이트 장검은 뱀파이어에게 그야말로 극악의 상성을 가지고 있다. 그 사실을 모두 깨닫게 된 것이다.
“좋아 그렇다면.”
아자딘은 세라마이트 장검을 들어 검의 옆면, 검신으로 차샨의 사타구니를 후려갈겼다.
베는 게 아니라 사타구니를 터치한 것이다.
“끄아아악!”
차샨의 몸에 불이 옮겨붙는다.
“너는 타인을 여럿 파멸시켰지. 그런 네게 한 번의 죽음을 안겨주는 게 공정한가 고민하고 있었는데 스스로 뱀파이어가 되어 덤벼들다니 아주 잘되었군. 백번의 죽음에 상응하는 고통을 주마.”
“끄아아. 이 미친 새끼!”
차샨은 아자딘에게 욕설을 내뱉었지만 욕설로는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 밀려온다. 미칠 것 같은 고통에 차샨은 꿈틀거리며 바닥을 기었다.
그러나 이 세라마이트의 불길은 사라지지 않는다.
“……..”
“도, 도망치지 마! 맞서 싸워!”
지휘관으로 보이는 뱀파이어는 부하들에게 그리 명령하고 자신은 도망친다.
하지만 아자딘은 도망치는 뱀파이어 대장에게 다가섰다.
-화조풍월, 땅거미!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아자딘은 그 뱀파이어의 다리를 아우렐리아 던으로 잘라버렸다.
잘려진 단면이 불타오르자 뱀파이어가 비명을 질렀다.
“끄악. 아… 아아아아!”
다리에서 불길이 타오르자 뱀파이어 지휘관이 뒤로 엉덩방아를 찧고 기어가면서 양손으로 불을 끄려고 한다. 어림도 없다.
손으로도, 뭘로도 불을 끌 수 없다.
“으, 으어!?”
결국 이 뱀파이어 지휘관도 핸드 피스톨을 꺼내서 자기 머리를 쏴버렸다.
산채로 타들어 가는 고통을 끊어내기 위해 스스로 머리를 날려버린 것이다.
그 처참한 모습에 모두들 기겁했다.
‘아니 젠장. 빌어먹을 칼즈마티 왕자. 이래선 도저히 싸울 수가 없잖아? 구난기사단의 성검에 뱀파이어가 이렇게나 약하다니?’
‘뱀파이어가 되는 것보다 그냥 생신인 게 훨씬 낫지… 저렇게 끔찍하게 죽느니.’
뱀파이어 스폰이 되면서 생겨났던 자신감, 흥분이 싹 식는 끔찍한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