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331
330. 반릉 원정 9
“육친의 정 따위는 일말도 없으니 기꺼이 세라마이트의 불꽃으로 태워버리시지요. 제 눈앞에서 그것이 불타 죽는 것을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세라마이트의 불꽃, 아자딘이 휘두른 세라마이트 검인 아우렐리아 던에 맞은 뱀파이어들은 끔찍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너무 끔찍해서 아자딘이 중간에 그들을 거두어 안락사를 시켜주었을 정도였다.
모든 세라마이트 장검에 이렇게 취약한 것인지, 아니면 아자딘이 사용하는 아우렐리아 던이 유달리 다른 검들보다 강력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아자딘은 그 끔찍한 참상을 보고 가급적 사용하고 싶지 않다고 여기게 되었다.
그런데 니셀다는 자신의 혈육인 모친을 그 끔찍한 불꽃으로 태워버리라고 권유하고 있는 것이었다.
허세인지, 아니면 그만큼 모친을 미워하는 것인지?
어느 쪽이 되었건 적의 숫자가 많고 기세가 위험하다. 지금 여기에 있는 뱀파이어들은 바로 얼마 전에 뱀파이어가 된 뱀파이어 스폰들보다 더 격이 높은 흡혈귀들이다.
엘리멘탈 웨일링의 폭풍도 휘몰아치고 있으니 방심할 수 없다.
“좋아.”
아자딘은 그림스로운의 곤봉에 세라마이트 장검을 결합했다.
나무 곤봉이 자라나고 변형되면서 세라마이트 장검을 물어 커다란 창처럼 변화했다.
아자딘은 그 창을 활시위에 걸었다. 아무리 전령일족의 월각궁이 강궁이라 해도 발사체가 너무 무겁다. 그러나 그림스로운의 곤봉, 나무 부분이 빛을 발하자 그 무게가 줄어들었다.
아자딘은 이 아우렐리아 던과 그림스로운의 곤봉을 합친 세라마이트 화살을 길 앞을 가로막는 뱀파이어들에게 쏘았다.
“하하하!”
“멍청한 놈! 그것도 무기라고….”
드워프 뱀파이어들은 우스꽝스러운 창을 활에 끼워 발사하려는 아자딘을 보며 비웃었다.
활은 작은데 화살은 무슨 투창만 한 걸 걸고 쏘고 있으니 무모하기 짝이 없다. 드워프 뱀파이어들은 아자딘의 공격이 감히 자신들 근처에도 오지 못하리라 여기고 무시하며 주문을 시전했다. 반릉 아카데미의 소서러인 그들은 불꽃 파괴 화살 주문을 시전해 아자딘을 공격했으나….
아자딘이 발사한 화살이 공중에서 몸을 틀더니 마치 물살을 치고 나가는 물고기처럼 급격히 속도와 각도를 변화시키며 날아오는 마법들을 걷어냈다.
아니 파괴했다.
-화조풍월, 가루라!
금색 번개가 춤춘다.
산도카르 관문, 성벽 위에서 병사들을 학살하던 뱀파이어들을 한줄기 섬광이 꿰뚫고 지나갔다.
“어?!”
엄청난 빠르기와 궤도 변화에 뱀파이어들이 당황했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이 공격은 그들의 급소를 노린 게 아니라, 그들의 일부. 팔뚝 살이나 허벅지, 허리 등 피부 일부를 베고 지나갔을 뿐이었다.
무슨 이런 멍청한 공격이 다 있담? 이런 얕은 상처는 뱀파이어가 아니라 그들이 드워프일 때에도 대수롭지 않은 상처였다.
독이라도 발랐나? 뱀파이어에겐 어지간한 독은 통하지 않고 설령 통하는 독이 있다 하더라도 이렇게 많은 뱀파이어에게 독액의 보충 없이 상처를 입혀봤자 약효가 들을 리 없다.
뱀파이어들은 코웃음 쳤다.
그러나….
그들의 환부, 세라마이트 화살을 스쳐 맞은 상처 부위에서 불길이 타올랐다.
“끄아악?!”
“어?!”
“끄어어어!”
뱀파이어들은 자신들의 육체를 태우기 시작하는 불길에 기겁했다.
불을 끄기 위해 바닥에 엎드리지만 마치 달군 불판 위에 스스로 납작 드러눕는 꼴이었다. 오히려 더 뜨겁고 괴롭다.
불길은 계속 피부를 태우고 타오르고 땅바닥도 용암처럼 뜨겁고 아프다.
“아악! 뭐, 뭐야 이거!”
“이놈이!”
몇몇 뱀파이어가 변신을 시작했다.
상위 뱀파이어들이 사용할 수 있는 변신능력, 피에 굶주린 그들의 본모습을 해방해 블러드레터라는 괴물 형태로 변신하는 것이다.
보통 인간보다 훨씬 커지고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드러내는 이 모습으로 변화한 이들은 그럼에도 불길을 떼어내지 못했다.
“개자식!”
불길에 타들어 가는 고통에 미쳐 날뛰는 뱀파이어들이 아자딘에게 덤벼들었지만 아자딘의 부하들, 지벡과 니셀다가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
그리고 그들의 뒤에서 화살이 다시 날아왔다.
마치 스스로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세라마이트 화살이 블러드레터의 등짝에 돋아난 날개들을 관통했다.
“끼아아아악!”
“끄아!”
블러드레터의 날개에 불길이 붙으며 타오른다.
그리고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비참한 운명이었다.
“이거 왜 안 꺼져! 끄어어어어!”
“으어….”
뱀파이어들이 계속되는 타오르는 고통에 미쳐 날뛴다. 처음에는 상처 부위가 작아서 전투의 흥분이나 격노로 어떻게든 무시하고 움직일 수 있었지만, 그러는 사이에 불이 더 깊이 들어와서 뼛속까지 타기 시작하자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진작에 살점을 후벼파거나 팔을 절단해서 불길에서 피한 뱀파이어들도 있지만 그런 그들에게 화조풍월, 가루라의 화살이 날아갔다.
화살이라고 해도 롱소드를 화살촉으로 쓰고 있으니 창, 그 이상의 무기다. 그런 무기가 저렇게 빠르게 움직이니 직격시키면 즉사도 가능하겠지만… 아자딘은 이 세라마이트 화살을 잘 움직여 상처만 입히게 했다.
이게 더 악랄했다.
“…아니 이놈이!”
보다 못한 칼즈마티 왕자가 엘리멘탈 웨일링을 발동시켰다.
사악한 힘의 돌풍이 아자딘을 노리고 쏟아져 내려온다.
하지만 그 순간 아자딘은 비로소 엘리멘탈 웨일링의 실체를 이해할 수 있었다.
‘네더 마법이었군.’
하늘에서 거대한 사신의 손길이 아자딘을 노리고 내려온다. 아자딘의 시각, 모든 마법과 사물을 꿰뚫어 보는, 무안의 아자딘이어서 얻은 이 시각에는 그 손길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인다.
주위 다른 사람들에게는 미묘한 힘의 전조와 함께 돌풍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였지만 아자딘은 정확하게 사신의 손길을 보며 그것들을 피해냈다.
“아니 어떻게?!”
공격을 가하던 칼즈마티 왕자는 자신의 공격을 보고 피하는 아자딘을 보며 당황했다.
그의 부하들이 몸으로 그를 지키려 했지만 날아드는 것은 세라마이트 장검을 촉으로 한 거대한 창, 아자딘이 허공을 향해 손짓하자 날아들던 세라마이트 장검이 스스로 불타오르며 용암과 같은 불길을 뿜어내었다.
“윽?!”
뱀파이어들 사이로 불꽃의 창이 지나갔다.
-촤악!
마치 금색 번개처럼 허공을 직각으로 찢으며 솟구쳐 오른 창이 다시금 여러 갈래로 갈라지며 내리꽂혔다.
“아, 안돼!”
칼즈마티 왕자와 그의 수하들, 고위 뱀파이어들이 도망치려 애썼지만 화조풍월 극성 가루라의 빠르기는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칼즈마티 왕자의 머리에 커다란 상처가 나고 불길이 붙었다.
“크억?!”
너무나 끔찍한 격통에 기절할 것 같다.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머리칼과 수염이 타들어 가서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으… 이, 이아아아악!”
마치 짐승처럼 땅을 할퀴며 칼즈마티 왕자가 나뒹굴었다.
그만이 아니다. 다른 뱀파이어들도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나뒹굴었다.
아자딘은 하늘을 춤추는 금색 번개에 손을 뻗었다.
아우렐리아 던과 그림스로운의 곤봉이 합체하여 만들어진 이 금색 번개는 다시 장검과 곤봉으로 그 모습을 되돌려 아자딘의 손에 돌아왔다.
아자딘은 아우렐리아 던을 거두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뱀파이어들에게 다가갔다.
“마, 말도 안 돼. 우린 뱀파이어다. 밤의 포식자이고 너희들은 먹이에 불과한데… 이게 무슨….”
“세라마이트에 이런 힘이 있었다고?”
그나마 말이나 할 수 있는 뱀파이어들은 얼마 없고 다들 고통에 미쳐서 허우적댔다. 이들에게 불쌍하게도 상위 뱀파이어들은 더더욱 생명력이 강해서 그리 쉽게 자살할 수도 없다.
블런더버스처럼 단번에 엄청난 타격을 줄 무기가 없는 것도 문제였다.
칼즈마티 왕자는 스스로 머리를 발톱으로 긁어 두피는 물론 두개골까지 쪼개며 자해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몸은 다시 아물어 버린다.
그리고 다시 불탄다.
“…니셀다. 여기에 당신의 어머니가 있나?”
“없군요.”
“그럼….”
아자딘은 그림스로운의 곤봉을 변이시켜 나무말뚝을 만들어 내고 그 나무 말뚝으로 뱀파이어들의 심장을 꿰뚫어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었다.
*********
동이 터오기 시작했다.
엘리멘탈 웨일링의 마법으로 불러온 비구름은 사라지고 정상적으로 해가 떠오른다.
그 아래에서 강철갑옷을 입은 귀족이 걸어오더니 아자딘의 앞에 섰다.
“그대가 전령일족 출신의 성기사, 아자딘 경인가?”
“그렇다. 당신은?”
“나는 산도카르 백작 이브첵이다. 아자딘 경. 나는 반릉 왕국을 떠나 그대의 휘하에 들고 싶네만. 내 검을 받아주겠나?”
“……….”
반릉 왕국의 귀족이 무려 신왕살해자, 영혼없는 불경자라는 아자딘에게 검을 바치려 한다. 말도 안 되는 짓이었다.
이후 벌어질 일을 생각하면 끔찍한 파격, 전통적인 귀족들은 산도카르 백작의 집의 벽돌 하나까지 남김없이 저주할 만한 불경스러운 일이었다.
물론 그런 사람들의 구설수나 시기 섞인 시선 이상으로 이곳 산도카르는 중요한 지역이었다.
구난기사단과 반릉 왕국, 아랑기 왕국의 경계선인 곳이니 그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아자딘 입장에서는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 오는 격이다. 그래서 아자딘은 지금 백작이 진심으로 말하는지 궁금해졌다.
“뜻은 고맙지만 뒷감당은 어찌하려고?”
“내가 섬기던 왕국의 왕자가 뱀파이어가 되어 백성들을 주살하는 꼴을 봤는데 다른 놈들의 구설수에 오르는게 무서워서 계속 반릉 왕국을 섬기라고?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내가 아니라 다른 이들도 있지 않나. 아랑기 왕국은 어때? 그들은 기쁘게 당신의 충성을 받아줄 텐데.”
“이게 무슨 빌어먹을 시험 같은 건가? 긴말하게 하지 말게. 아자딘 경. 내 눈은 옹이구멍이 아니야. 반릉은 아무 데나 피어나서 다 좀먹는 흰개미 같은 놈들이고, 아랑기안이 늑대라면 그대는… 용이지. 기왕 내 검을 맡기려면 용의 밑에 가야지. 내 검을 받아주든가 아니면 저 빌어먹을 드워프 흡혈귀들이 우리 백성들과 내 가문을 몰살하는 꼴을 보던가.”
“……….”
자신과 영민의 목숨으로 협박하다니 이상한 인물이다.
“어차피 왕자가 우리 영지 안에서 죽었으니 그대가 받아주지 않으면 곧 뱀파이어의 먹이가 되겠지.”
“알겠다. 받도록 하지. 아니 그대가 청한 게 아니라 내가 강요한 것으로 하자. 죽고 싶지 않으면 산도카르 백작 이브첵. 내 군문에 들어오도록.”
“카하하하하! 이거 참. 대단한 기사로군. 설마 기사도가 웃음거리가 된 세상에 전령일족에서 이런 인물이 나올 줄이야!”
산도카르 백작 이브첵은 자신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협박과 강요에 굴복했다는 그림을 만들어주는 아자딘에게 감탄하고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산도카르의 이브첵이 군신의 예를 청하오.”
아자딘은 한숨을 내쉬며 이브첵이 넘겨준 검을 받고 그의 머리 위에서 칼을 두 번 돌린 후 칼자루를 다시 그에게 돌려주었다.
구난기사단의 일개 수련기사가 그 휘하에 백작을 거느리는 기이한 그림이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