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334
333. 사문회 3
“나는 세인트말로리 북교구의 주교 세흐나트다. 그대가 수련기사 아자딘인가?”
세흐나트는 자신의 직위를 설명하고 아자딘을 굽어보았다.
“네.”
“자, 그럼 수련기사 아자딘 경에게 당 사문회가 조사 겸 사문을 시작하겠네. 회의는 나 세인트 말로리 북부 교구 주교, 세흐나트가 진행하겠다. 이견이 있나?”
그때 아자딘이 손을 들었다.
“그래. 발언하게.”
“우선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무엇에 대한 사문회입니까?”
“반릉 왕국과의 사전을 벌이고 산도카르 백작령을 침탈한 사건이지. 아울러 그간의 행동 전반에 대한 사문이 될 것이다.”
“너무 폭넓은 사문이로군요. 지금 이 순간에도 산도카르에는 뱀파이어들의 위협이 다가올지 모르는 데, 혹시 명확하게 사문의 범위를 좁힐 수는 없을까요? 야전 지휘관 불러서 수십 년 전의 시시콜콜한 일들까지 다 캐묻겠다니. 시간 낭비가 너무 지나치지 않습니까?”
아자딘의 당당한 말에 모두 당황했다.
사문회의라는 것은 본래 일단 시작하면 불려 온 이는 벌벌 떨면서 어쩔 줄 몰라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자딘은 심드렁한 태도로 사문회의 비생산적인 면모를 비난했다.
사문회에 불려 온 사람치고는 너무 당당한 태도였다.
“아자딘 경. 당신은 지금 사전죄로 불려온 것이다. 멋대로 기사단의 깃발을 들고 반릉 왕국과 전쟁을 벌인 죄는 화형도 가능한 중죄. 솔직히 말해서 지금 당장 그대를 죽이지 않고, 이렇게 사문회라도 열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이다.”
세흐나트 주교는 아자딘이 죽을죄를 저질렀음을 주장했다.
보통 사람은 이렇게 지나가는 말로도 사형을 언급하면 충격을 받아 쩔쩔매기 마련이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아자딘은 침착하게 자신을 변호했다.
“그러니까 이 사전죄 부분에 대해서만 사문을 하자 이겁니다. 너무 길어지는 건 비생산적이에요.”
“허튼소리! 내가 말하는 건 그대가 지은 죄가 크니 머리를 조아리라는 것이다!”
“저는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데 주교님께서는 절 이미 죄인이라고 생각하고 계시는군요? 그럼 뭐하러 사문회를 하는 겁니까?”
“이런 건방진! 무죄를 주장한다고? 반릉 왕국을 침공하고 그 왕자를 도륙한 주제에? 무도하기만 한 게 아니라 뻔뻔스럽기까지 하구나?”
“저는 정당한 반릉 왕국과 싸우는 게 아닙니다. 반릉 왕국에 숨어있던 뱀파이어와 싸운 것이지요.”
“반릉의 왕자 칼즈마티가 뱀파이어였다는 황당한 보고서를 믿으라는 건가?”
“뭐, 북제의 자식들과 구난기사단원들이 천사의 상을 갈아서 셀레스티얼로 전생하는 황당한 일도 벌어지고 있는데요. 그거에 비하면 훨씬 믿을만한 진술이 아닙니까? 보아하니 주교님도 셀레스티얼로 전생하기로 약조 받고 그러는 모양인데….”
“이?!”
아자딘의 반격에 세흐나트 주교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이렇게 노골적으로 도전하는 하급자를 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아자딘은 그와 북제 간에 있던 약속을 마치 손바닥 보듯 훤하게 꿰뚫어 보고 있었다.
아자딘은 그렇지 않겠느냐 하고 넘겨짚은 것이지만 세흐나트의 주교의 반응에서 그것이 사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주교의 손이 덜덜 떨린다.
“네, 네놈이 지금 감히….”
“당신들이 사문회를 열려고 하는 것도 결국 자신들의 더러운 면모를 들켜서 그것 때문에 화가 나서 제게 화풀이하려는 거 아닙니까? 보아하니 진술서를 읽지도 않고 이 녀석 때려잡을 기회다 싶어서 신나서 달려오신 것 같은데. 사문회를 하자면 나에게 할 게 아니라 천사상을 갈아 마신 놈들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들은 내버려 두고, 나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다니. 속내가 너무 뻔하게 보입니다.”
“……….”
테르시오병과 모여있는 파이어 가드들이 흠칫 놀랐다. 그들에겐 아직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어서 아자딘이 이 사문회에서 무슨 발언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적었다.
하지만 일단 들어버린 게 문제다.
“저기. 아자딘 경. 그런 기밀 사항은 듣는 귀가 많으니까….”
칼린츠 왕자가 아자딘을 말리려 했다.
“그럼 병력을 치우시던가.”
“…그건 또 곤란하지.”
“그럼 계속 사문회를 폭넓은 방향으로 해볼까요? 이 사전죄에 제한하지 않고 아주 폭넓게. 제가 세인트 말로리에서 본 것들을 여기 만인들이 보고 듣는 가운데 말씀드리면 만족하시겠습니까?”
“……….”
세흐나트 주교는 꺽꺽 숨이 넘어가고 있었다. 이런 핏덩이, 영혼 없는 불경자, 추악한 신왕살해자 일족 놈이 건방지게 주교인 그에게 대들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칼자루는 아자딘이 거머쥐고 있었다.
아자딘이 좋을 대로 떠들게 놔둬서는 안 된다.
“…사전죄 부분에만 국한하지요.”
트리오다나가 주교에게 아자딘의 제안을 받아들이자고 청했다. 셀레스티얼인 그는 셀레스티얼의 비밀이 만천하에 까발려지는 것을 반기지 않았다.
“그럼 좋습니다. 사전죄 부분으로 좁히다니 이 쓸모없는 사문회가 조금 더 일찍 끝날 가능성이 커졌군요.”
“쓸모없다니. 당 사문위원들을 모독할 셈인가?”
트리오다나가 말을 못 하는 세흐나트 주교를 대신해 아자딘을 힐책했다.
“관건은 제가 증언한 게 사실이냐 아니냐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실제로 산도카르 백작이 제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산도카르 백작이 반릉 왕국의 배신자가 아니라면 당연히 제 주장이 옳아서, 산도카르 백작이 조력을 구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 건은 그대가 무력으로 산도카르를 병탄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다.”
“그렇다면 조사단을 파견해서 산도카르 현지를 둘러보시고 산도카르 백작을 불러 물어보시지요. 사문회는 그 후에 열어야 할 것 같군요. 지금 당신들은 아직 준비가 안된 것 같습니다.”
아자딘은 사문회의 엉성함을 지적했다. 공정한 재판으로서 보자면 기소하는 측이 아무런 준비도 되어있지 않다는 걸 지적하는 것이었다.
물론 사문회는 본래 공정하지 않은 재판이었다.
기소하는 측이 계속 의혹을 던지면 피고가 그 의혹에 대해 성심성의껏 대답하고 그것으로 처벌할지 말지, 처벌한다면 어느 정도 강도로 처벌할지를 결정하는 요식행위였다.
즉, 일단 사문회에 걸리는 순간 기소당한 피고는 사형대 위에 한 발을 걸친 셈이 된다.
그러나 아자딘은 태연하게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 입증책임을 기소자에게 떠넘겼다.
겨우겨우 숨을 돌린 세흐나트 주교가 무슨 하피 같은 쇳소리를 내며 분노했다.
“무례하구나! 지금 네놈이 보인 상사에 대한 무례함 만으로도 너를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을 알라! 네놈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의혹을 해명할 생각이 없는 건가?”
“…의혹을 제기하는 쪽에서 입증해야 할 것 아닙니까? 그런 식이면 저도 세흐나트 주교님이 북제와 손잡고, 죽음 이후 셀레스티얼로 다시 태어나게 해주는 조건으로 구난기사단을 팔아넘기고 있다는 의혹을 느끼고 있습니다만.”
“뭣이?! 무례한 놈! 뭣들 하냐! 더 볼 것도 없다! 이놈은 반역자다! 전령일족이 기사단에 심어둔 간자임이 분명하다!”
분노한 세흐나트 주교가 펄펄 뛰며 주위에 명령했다.
하지만 트리오다나와 가레스는 난처해하고 있었다.
아자딘의 발언이 분명히 주교를 자극하긴 하고 반항적이다. 하지만….
그는 사실을 말하고 있었다.
세흐나트 주교가 셀레스티얼로 전생할 것을 미끼로 북제의 꼬드김에 넘어간 것도 사실….
그렇다면 아자딘이 산도카르에서 반릉의 뱀파이어들을 막아서고 있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조운선이 불타려는 위기에 홀연히 나타나 조운선을 구조한 아자딘의 능력으로 볼 때 아자딘을 죽이자면 구난기사단은 막대한 희생을 치러야 하리라.
아니 그의 부재 자체가 전력손실이고 인재 유실이다.
가급적 그와 싸우고 싶지 않다.
“뭣들 하나! 명령이다! 이 녀석을 쏴라!”
주교는 병사들이 망설이자 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테르시오병들은 힐끔 가레스의 눈치를 살폈다.
가레스는 그들과 주교를 살펴보곤 손짓했다.
방청석에 배치된 테르시오 병사들이 일제히 피고석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제대로 된 재판도 없이 주교님 마음대로 쏴 죽일 수 있단 말이로군요?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아자딘이 주교의 행태를 비웃었다.
“네놈이 자초한 일이다! 이 무례한 녀석아!”
“…….”
그러나 그때 사문회장을 경비하던 파이어글리프의 병사들, 파이어가드들이 테르시오병들의 뒤에서 창을 겨누었다.
“그만두시지요. 제 관할 챕터에서 재판정 내에서 난투극이라니 용납할 수 없습니다.”
칼린츠 왕자가 나선 것이다.
“…칼린츠.”
트리오다나는 이 상황에서 아자딘을 편들고 나서는 칼린츠 왕자를 보며 당황했다.
분명히 사문회 전에 따로 찾아와서 칼린츠에게 분명히 통첩을 해두었는데, 칼린츠는 아자딘의 편을 들고 나선 것이다.
용기 교단의 테르시오병들은 파이어가드들이 자신들에게 창을 겨누자 흠칫 놀랐다. 무시무시한 위력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테르시오 연대지만 이 근접거리에서는 냉병기로 싸워야 했다.
파이어 가드들은 그들의 배후에 서 있으니 총화기의 이점이 살아나지 못한다.
“방아쇠에서 전부 손 떼지 않으면 이 법정이 피로 물들 겁니다. 어쩌시겠습니까?”
칼린츠 왕자가 그리 말하며 수신호를 하는데 파이어가드들이 재빠르게 움직이며 추호의 흔들림도 없는 걸 보니 이미 이들은 만약의 경우 테르시오들의 뒤통수를 때릴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니 처음부터 칼린츠 왕자는 아자딘의 편이었다.
‘자기 형제라고 맡겨달라더니만 전혀 포섭을 못 했군.’
가레스 경은 트리오다나가 칼린츠를 미리 포섭하기 위해 먼저 파이어글리프에 당도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포섭은 보기 좋게 실패했다.
‘괜히 무익한 피를 흘릴 수는 없지.’
가레스 경은 칼린츠 왕자가 진심이라는 걸 알고 부하들에게 손짓했다.
“모두 그만. 재판정 안에서 싸운다면 그 누구라도 용납하지 않겠다.”
가레스 경이 말리자 테르시오병들이 무기를 거두었다. 파이어가드들도 그것을 보고 병장기를 거두었다.
“그럼 아자딘 경. 계속하시게.”
가레스는 테르시오병들을 거둬들이고 아자딘에게 계속 발언할 것을 요구했다.
“이, 이런 불경한 놈들!”
세흐나트 주교는 자신을 배신하는 가레스의 행동에 분개했다.
가레스도, 칼린츠도, 아자딘도, 세흐나트 주교의 입장에서 보면 하극상을 벌이는 놈들이 셋이나 되니 참을 수 없었다.
“먼 길을 오신 사문위원들의 노고를 생각해서 저 역시 성의를 보였습니다만 지금 이 순간 사악한 뱀파이어들이 산도카르를 습격해 올 텐데 제가 부재중이어서 책무를 다하지 못할까 걱정되는군요. 구난기사단의 가장 중요한 사명은 무고한 인간들을 악의 손길에서 수호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여러분들은 절 기소하시려면 좀 더 증거를 모으고 나서 기소하시길 바랍니다. 의혹만 가지고 기소한 후에 피고를 말로 쥐어짜서 죄를 자백시키겠다는 건 미개한 놈들이나 할 짓이지 구난기사단이 할 짓은 아닌 것 같군요. 그럼 가봐도 되겠습니까?”
“무엄하군! 아자딘 경! 내 의혹에 제대로 대답할 때까진 계속해서 사문회를 열 것이다! 자리에 앉아라!”
세흐나트 주교가 그렇게 외칠 때였다.
“큰일입니다!”
북방아라가사의 십부장이자 칼린츠 왕자의 심복인 잔이 허겁지겁 사문회장으로 뛰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