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351
350. 에란트리 퀘스트 6
북제가 권력과 세력을 거저 얻은 것은 아니었다. 그가 자신의 세력을 일구기까지 수십 년의 고된 노력이 있었다. 지금 그 결실을 본다고 해서 시기하고 질투할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북제가 아자딘이 백작위를 제수했다는 소식에 긴장할 것이다. 아자딘이 들인 노력과 시간보다 훨씬 더 기나긴 시간을 인내한 끝에 얻은 성취이니.
“퀘스트는 무슨 내용이지요?”
에란트리 퀘스트가 발생했다는 전령의 말을 들은 지벡이 아자딘의 곁으로 다가왔다.
“반릉 왕국에 고립된 콕스할 주교 아케나르 님을 구출하라는 명령이군. 더해서 반릉 왕국의 상황을 조사하고 보고서를 제출하라니.”
“반릉 왕국에 고립된 주교 말입니까? 살아있지 못할 것 같습니다만.”
“죽었다면 그녀의 유발이라도 거두어 오라는 게 퀘스트의 요지야.”
현재 반릉에서 피난 오는 사람들이 있는 판에 아자딘에게 반릉 왕국르로 들어가 사람을 구하라니. 말도 안 되는 위험한 임무다.
하지만 콕스할의 주교 아케나르는 아자딘의 후원자로서 아자딘은 그녀에게 은혜를 입었다.
아자딘의 성격상 이 퀘스트를 거절할 리가 없다.
이 퀘스트를 내린 이들은 적절한 타이밍에 아자딘에게 견제를 한 것이었다.
“말도 안 됩니다.”
자비 교단의 일원이자 하프 뱀파이어인 니셀다는 이 에란트리 퀘스트를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거절하시지요. 아자딘 백작님. 당신은 단순한 구난기사가 아니라 이제 아랑기의 백작이 아닙니까? 맡아야 할 일이 많은데 굳이 당신이 반릉으로 쳐들어가 사람을 구하는 짓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최근 누가 에란트리 퀘스트를 진행했단 말입니까?”
니셀다가 이렇게 펄쩍 뛸 만큼 현재 반릉 왕국의 상태는 위험하다.
사교도 변이체들과 뱀파이어들이 날뛰고 있는 지옥으로 변모한 반릉 왕국에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사람을 찾으라고, 하다못해 유해라도 거두어 오라고 하는 것은 지나치게 번거롭고 위험한 일이었다.
“당신의 뒤에는 바로 자비 교단이 있습니다. 더 이상 주교를 후견인으로 둘 필요도 없습니다. 이 에란트리 퀘스트는 당신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지혜 교단에서 내린 것이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상황을 수습해 보이겠습니다.”
“사람을 죽여서?”
“결과적으로 몇 놈 죽겠지요.”
니셀다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아자딘은 그녀를 말렸다.
“그만둬. 다른 퀘스트라면 모르되… 콕스할의 주교 아케나르는 나도 은혜를 입은 분이야. 그녀의 행방이 묘연하다면 당연히 알아보러 가야지.”
“하지만 여기서 콕스할까지는… 아니, 그녀가 콕스할에 남아있으리란 보장도 없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반릉 왕국에는 조사가 필요했어. 내가 직접 콕스할까지 간다.”
“이제 보니까 당신이 가고 싶었군요? 그런데 영지를 안정화하고 난민들을 수습할 때까지 참고 있던 것 아닌가요?”
“부정하지는 않겠어.”
“알겠습니다. 그럼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방첩활동에 니셀다 당신이 필요한데?”
아자딘의 군벌이 계속 확장 중이라 그에 걸맞은 인재가 필요하며… 그 와중에 숨어드는 사교도들, 스파이들을 걸러낼 필요가 있다.
“제가 없더라도 하이네 님과 차드라 수녀원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줄 겁니다. 왜인지 모르지만 자비 교단의 상층부가 아자딘 백작님에게 적극적으로 협력하려고 하더군요. 게다가 반릉에는 그리셀다가 있지요? 그녀와 저는 청산해야 할 계산서가 있습니다. 만약 저를 데려가지 않으신다면 탈주해서 따로 쫓아가겠습니다.”
“알겠어. 알겠으니까 그런 것 좀 하지 마. 그럼 버나드도 데려가야 하나? 그도 그리셀다와 결판을 짓고 싶어 할 텐데. 내가 없는 동안 아샤지트의 눈을 여기에 두고 갔다가 뱀파이어들에게 공격당할 수도 있으니까 아샤지트의 눈도 함께 가져가고….”
그때 병사 중 한 명이 손을 들었다.
“혹시 콕스할까지 가십니까?”
“그런데?”
“저는 콕스할에서 여기까지 피난 왔습니다. 원래 브투마 태생이라 콕스할의 길을 잘 안다고 하지는 못하겠습니다만… 오가는 길은 안내하겠습니다.”
“누구지?”
“에디르라고 합니다. 다르한 자덱 님의 종사단 출신이지요.”
“황금왕 만자 자덱의 아들 말인가?”
과거 아자딘은 황금왕 만자 자덱에게 금령사자의 직위를 받은 적이 있었다.
찰나의 직위였지만, 왕의 직속 부하로 임명되었으니 지금 아랑기의 백작 지위 이전에 이미 정식으로 팔왕국의 세력에게 인정받은 셈이다.
그때 아자딘은 만자 자덱에게 깊은 감사를 느꼈다. 그 은혜는 다르한 자덱에게, 또 그에게 경의를 표하는 자에게도 이어졌다.
“뭐야? 종사 주제에….”
“공을 세우고 싶은 건가?”
주위에서는 이제 막 여기에 온 이가 길 안내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에 놀라워했다.
에디르 자신도 이게 무리한 짓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는 아자딘을 확인하고 싶었다.
“알겠다. 동행을 허가하지.”
아자딘은 에디르의 동행을 허가하기로 했다.
*********
아자딘의 에란트리 퀘스트에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자원자들은 많았다.
그러나 확장을 계속한 아자딘의 군벌, 나이산도카르와 산도카르, 차드라 일대를 통치하는 데는 많은 인재가 필요했다.
에란트리 퀘스트에 함께하는 이들은 그리셀다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는 니셀다와 버나드 부녀.
그리고 왕의 교회의 성기사인 지벡과 종사 에디르였다.
다른 이들은 아자딘이 없는 동안 이 군벌을, 산도카르와 나이산도카르를 경영해야 했기에 데려올 수 없었다.
아자딘은 필요한 말과 장비를 골랐다.
“앗. 대장. 히포그리프는?”
셀림은 아자딘이 히포그리프 대신 말을 선택하자 물어보았다.
“유지비가 많이 들어서 안 되겠어. 바람도 심하고. 지금 이것도 마초 보급이 없다고 생각하고 실었는데 열흘 치 밖에 안된다.”
수레 없이 말을 먹일 콩과 귀리를 실으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 수레가 있으면 더 많이 실을 수 있지만 속력이 떨어진다.
“가능하다면 오가면서 마초 정도는 보급했으면 좋겠는데.”
“히포그리프라면 유지비는 괴물들 먹이면 되는데.”
“사교도 변이체나 뱀파이어를 먹이는 건 히포그리프에게도 좋지 않을 것 같은데?”
“아쉽네.”
“없는 동안 영지를 부탁한다.”
아자딘은 셀림에게 부탁하고 짐을 실었다.
그때 그는 종사 에디르가 지벡을 넋 놓고 보고 있는 걸 발견했다.
‘다르한 자덱님이 총애하던 근위기사가 아닌가?’
에디르는 지벡을 알아보고 있었다.
다르한 자덱의 군문에 들어서자마자 근위대장의 자리를 거머쥔 인물이었다.
그가 아자딘과 함께하는데 어째 모르는 사이 같지도 않다.
다만 지벡은 에디르를 알아보지 못했다.
기사도 아니라 종사단의 일원이던 에디르였으니 인상이 강하게 남지 않았으리라.
“그럼 출발해 볼까?”
아자딘은 장비를 말에 잔뜩 싣고 자신은 걸어서 말과 함께 이동하기 시작했다.
*********
아자딘이 산도카르를 나와서 동진을 계속하니 검은 그림자들이 아자딘을 뒤쫓기 시작했다.
산도카르 인근에 숨어있던 흡혈귀들이 아자딘을 쫓기 시작한 것이다.
“어떻게 할까요?”
뱀파이어의 추격을 눈치챈 지벡이 물어보았다.
“일단 무시하고 계속 가자.”
아자딘은 황폐해진 길을 더듬어 콕스할로 향했다.
“이쪽입니다. 그쪽 길은 다리가 끊어져서 멀리 돌아가야 합니다.”
에디르가 길을 안내하며 그냥 이정표를 따라가려고 하는 아자딘을 말렸다.
그런데 그의 시선이 지벡에게 꽂힌다.
“지벡 경… 당신은 다르한 자덱 님의 근위대에 있지 않았습니까?”
“그렇군. 에디르 당신은 브투마의 스콰이어라고 했지?”
“예. 다르한 자덱 님의 종사단이었습니다.”
“어째서 여기까지 왔나?”
“다르한 자덱 님이 황금도시를 되찾고자 편성한 유격대에 속해 있었습니다. 다르한 자덱님이 전령일족에게 암살당했다는 소문을….”
“흉금을 털어놓는 건 좋은데 조용히 해주지 않겠나? 뱀파이어들이 듣고 있네.”
에디르의 언성이 높아지자 버나드가 에디르를 말렸다.
에디르로서는 대꾸할 말이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2시간 동안 별다른 말 없이 그저 길 안내만 했다. 다리가 끊기고 길에 바리케이드가 쳐지고 괴수와 마물들이 돌아다녀서 이정표대로, 옛 지도에 적힌 대로 움직이면 시간을 많이 허비했으리라.
콕스할에서 피신해 온 에디르가 길을 안내한 덕분에 아자딘 일행은 최대한 전투를 피하며 이동을 계속했다.
*********
또다시 눈이 내린다. 이미 길에도 상당히 쌓여있고, 말도 지쳐가고 있었다.
“좋아. 저기서 쉴까?”
아자딘은 낡은 축사가 딸린 농장을 가리켰다.
농장은 피난 가는 사람이 모든 재산을 들고 갔는지 텅텅 비어있었지만, 건물의 상태는 최근까지도 사람의 손길을 탄 것처럼 보였다.
아자딘 일행이 조심스럽게 목장을 조사해 보니 가축들의 배설물로 퇴비를 만드는 퇴비 야적장에서 변이체가 나타났다.
퇴비를 파먹고 있던 괴물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천벌의 망치!
지벡이 작은 투척 망치 하나를 집어던지자 묵직한 충격음과 함께 변이체가 박살 났다.
지벡은 촉매로 썼던 망치를 회수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더 이상 적은 없는 것 같군요. 안전합니다. 게다가 축사에 건초가 있습니다.”
“그건 다행이군.”
아자딘은 건초를 내려서 여물통에 붓고 말들에게 건초를 먹였다.
말들을 먹이기 위해 콩과 귀리를 가져왔지만 그걸 먹이면 순식간에 바닥이 날 것이다.
“다른 곡식은 없는 것 같군.”
“대신 텃밭에 채소들이 있습니다. 짐승들이 뜯어먹었습니다만.”
“가져와 보자.”
아자딘과 지벡은 눈을 맞아서 겉이 흐물흐물해진 양배추나 당근, 무 등을 텃밭에서 뽑았다.
벌레 먹고 멧돼지와 사슴들이 파먹은 흔적이 있지만 비교적 괜찮은 것도 많았다.
아자딘은 그것들을 가져와서 냄비에 넣고 패미컨(동물지방을 베이스로 여러가지를 굳혀 만든 보존식)을 잘라서 냄비에 넣었다.
“자, 그럼.”
아자딘은 폐목들을 모아두고 자신의 세라마이트 장검, 아우렐리아 던을 스윽 손으로 문질렀다가 ‘후’하고 불었다.
황금색 불씨가 폐목 더미로 튀더니만 불이 붙었다.
아자딘은 모닥불가에 말들을 모으고 그 앞에 앉았다.
“음식이 될 동안 이야기나 계속해 볼까? 에디르. 왜 지벡을 그렇게 미워하는 눈으로 바라보나?”
아자딘이 대뜸 에디르에게 질문을 던졌다.
“예? 미, 미워하지는 않습니다.”
그러자 니셀다가 코웃음 쳤다.
“에디르 씨. 저는 당신의 뒤에서 항상 칼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만약의 경우 당신이 지벡 경을 습격할까 봐요.”
하프뱀파이어 암살자인 니셀다가 에디르의 뒤통수를 계속 노리고 있었단 소리다.
정작 에디르 자신은 그녀의 기척을 짐작도 못 하고 있었으니… 만약 그가 조금이라도 수상한 짓을 했다면 즉시 니셀다의 칼날이 그의 숨통을 끊어놓았으리라.
“제가 수상하다면 왜 제 동행을 허락하신 겁니까? 정작 제가 길이 끊어졌다고 우회하자고 할 때는 두말없이 따르시지 않았습니까?”
에디르가 가자고 하는 방향에 대해서 아자딘은 별다른 의심 없이 따르곤 했었다.
“나는 에디르 당신의 진의를 의심하는 게 아니야.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나나 지벡 경을 미워하는 것 같더군. 설마 너무 닮아서 그러나?”
“네? 닮다니요?”
“지벡을 이번 퀘스트에 동행시킨 이유는 그가 자원한 것도 있지만, 그가 산도카르의 다른 기사들과 친하게 지내지 못하기 때문인 것도 있어.”
“큽.”
지벡은 아자딘의 말을 듣고 마시던 물을 쏟았다.
슬프게도 아자딘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