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352
351. 에란트리 퀘스트 7
아자딘의 군벌이 계속 확장하는 가운데 교관 역할을 할 숙달된 군인, 기사는 아무리 많아도 부족했다.
정통파 성기사 지벡의 경우, 아자딘 군벌에서 기사로서 수련받은 기간이 가장 긴 인물이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지벡은 좋은 교관이 되지 못했다.
병사들이나 종사들, 기사들이 지벡을 좋아하지 않는다. 음울하고 비관적인 성격이 불안한 이 시대에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서 지벡도 말 안 듣는다고 두들겨 패거나, 괴롭히는 성격도 아니라서 훈련과 지휘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오히려 지벡보다 오크인 스콧이 대인관계는 더 좋았다. 오크만도 못한 대인관계라는 건 정말 욕할 때나 쓸법한 농담 같은 건데, 그걸 실제로 구현시키는 게 바로 지벡의 대인관계였다.
“에디르, 당신도 지벡처럼 타인과 교분을 나누기 힘들 것 같은데.”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에디르가 반문했지만 아자딘의 말에 심히 찔리는 눈치였다. 아자딘이 말한 대로 에디르는 종사 시절에도 동료들과 불화 속에서 살았다.
“타입이라는 게 있지. 둘 다 똑같잖아?”
“너무 멋대로 말씀하시는군요. 백작님.”
“그렇게 자신을 비난할 필요는 없어. 에디르, 지벡.”
“자신을 비난하다니요. 지금 발언 어디에 저 자신을 비난하는 내용이 있습니까? 저는 오히려 당신을 비난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아자딘 경! 다르한 자덱은 브투마 사람들에게 정말 희망 그 자체였습니다. 황금왕 만자 자덱의 재림, 아니 그 이상의 위대한 영웅이 될 인물이었지요. 그걸 전령일족들이 암살해 버리고….”
에디르는 왜 자신이 스스로를 비난하는 게 아니라 아자딘을 비난하는지, 그것을 열심히 설파하고 있었지만 지벡은 너털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자딘 경은 정말 도저히 당해낼 수 없군요. 그러고 보면 처음 만날 때도 그랬지요? 어째서 당신은 그토록 올곧고 녹도 슬지 않는 겁니까? 저는 이렇게나 녹슬어버렸는데.”
“나라고 실수를 안 한 건 아니야. 나도 마음이 녹슬어 있지.”
“아닙니다. 아자딘. 저는 처음부터 당신을 만났을 때부터 귀족들의 패악질을 묵과하고 있던 비겁자였습니다. 당신을 만난 후에 어떻게든 그 잘못을 바로잡고자 노력했습니다만,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제 행동으로 남을 교화시킬 수도 없고 감흥을 줄 수 없습니다. 당신과는 다르단 말입니다.”
다르한 자덱의 근위기사가 되었다가 허망하게 그의 죽음을 맞이한 후, 지벡은 자신의 인생 전체에 대한 회의에 빠져있었다.
아무것도 홀로 이룩하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지지도 못하고. 그런데도 그의 가슴안에 올바름이란 살아있어서, 그 이상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이 싫어서 견딜 수 없었다.
그런 드높은 이상에 다가가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혐오와 실망이 지벡의 음울함의 근원이었다.
“보통 남을 교화시킬 수 없고 감흥도 못 줘. 기사단 전체의 분위기가 있고 이 세상 살아가는 데 눈치라는 게 있는데, 그걸 정면에서 두들겨 부수고 조직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는 없는 법이지.”
“당신은 정면에서 두들겨 부수고, 이렇게 많은 것을 이뤄냈잖습니까?”
“그건 바로 당신 같은 사람이 날 도와주었기 때문이지. 어떻게 나 홀로 그런 위업을 이룰 수 있겠어? 나는 전령일족 사이에서도 따돌림당하던 신세라고.”
“…….”
에디르는 지벡과 아자딘이 나누는 말을 들으며 이들이 다르한 자덱을 살해한 이들과는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았다.
아니, 사실 처음부터 그는 아자딘과 지벡이 다르한 자덱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런데 어째서 이다지도 화가 났던 것일까?
아마도 에디르는 다르한 자덱을 응원하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다르한 자덱이 영광의 자리에 살아남았어야 했는데… 핌불베르트가 다가올 때 난민들을 받아들이고, 민중을 수호하고. 그런 것은 다르한 자덱의 몫이어야 했는데….’
다르한 자덱에게 기대하던 자리를 차지한 아자딘이 견디지 못할 정도로 눈꼴시어서 괜히 그에게 성질을 내고, 자기 눈으로 확인하겠다며 이 에란트리 퀘스트에 따라나선 것이다.
“길이 머니 나는 먼저 쉬겠소. 혹시 혈마법이 필요하시오?”
버나드는 아샤지트의 눈을 자신의 지팡이에 박아 장식해 두었다.
혈마법사에게 있어서는 더 바랄 게 없는 마도구로 거의 무한에 가까운 혈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혈마법이 필요하냐니?”
“…….”
버나드는 말없이 아자딘의 코 밑을 가리켰다.
아자딘에게서 또 코피가 흐르고 있었다.
“…음.”
아자딘은 말없이 그 코피를 손으로 훔쳤다.
“피곤한가 봐. 혈마법으로 해결해 줄 수 있나?”
버나드는 지팡이를 들어 아자딘의 발을 가리켰다.
“부츠를 벗으시오.”
“그러지.”
아자딘이 발을 벗자 버나드의 지팡이에서 작은 선지 골렘이 나타났다. 요리에 쓰이는 선지를 뭉쳐 만든 것 같은 덩어리가 꿈틀거리며 다가오더니 아자딘의 발에 푹 파묻혔다.
“노폐물을 제거하고 마사지를 해줄 거요.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되고 피로를 제거해 주지.”
“읍. 아니 이거 촉감이… 좋다고 해야 할지 소름 돋는다고 해야 할지.”
“당신들도 하겠소? 혈마법에 거부감이 있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갈 길이 머니 피로를 해소하는 게 좋을 거요.”
“적들이 주위에 배회하고 있는데 신발을 벗어도 됩니까?”
에디르가 당황해서 물어보았지만 아자딘은 태연했다.
아라엘의 목소리로 주위를 경계시키고 있으니 적이 덤벼들기 전에 신발을 신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괜찮아. 기습한다면 저들이 당할 거야.”
“네? 그건 무슨 소립니까?”
“그게 말이지….”
아자딘은 선지 골렘의 마사지를 받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
어둠 속에서 빛나는 붉은 눈동자들이 아자딘 일행을 노려보고 있었다.
800야드가량 떨어진 수풀 더미 속에 숨어서 아자딘 일행의 야영을 살펴보고 있던 그는 이 엄청난 거리에서도 그들이 신발을 벗고 쉬고 있는 걸 발견하고 혀를 찼다.
“한심한 놈들! 적이 감시하고 있는데 감히 부츠를 벗다니. 기회다.”
“고, 공격할까요? 그럼?”
“……….”
붉은 눈의 주인은 잠시 망설였다.
이들은 그리셀다의 흡혈귀들로 아샤지트의 눈을 회수하기 위해 아자딘 주위를 맴돌고 있던 뱀파이어 부대였다.
“800야드를 좁혀서 추격하는 동안 신발을 신겠지?”
“엄폐물을 따라 이동하면 괜찮지 않을까요? 충분히 기습이 가능합니다. 저놈들은 농장 헛간 안에 있으니까요.”
헛간 벽을 따라 농장에 접근하면 아자딘 일행에게 보이지 않고 거리를 좁힐 수 있었다.
물론 아자딘은 아라엘의 목소리를 농장 지붕 위에 올려놓고 주위를 감시하게 했기 때문에 소용없는 짓이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뱀파이어들에게는 상당히 합리적인 공격 방법으로 들렸다.
다만 그들의 리더인 붉은 눈의 뱀파이어는 망설이고 있었다.
그들은 뱀파이어를 산채로 태워죽이는 아우렐리아 던의 무시무시한 위력을 몸소 보았다.
바로 어저께만 해도 몇몇 혈기 왕성한 뱀파이어가 참지 못하고 아자딘을 노리고 달려들었다가 아자딘이 활로 발사한 아우렐리아 던에 맞았다.
스치기만 해도 녹은 납처럼 달라붙는 세라마이트가 계속해서 피부를 태우고, 스스로 죽음을 갈구하게 만드는 끔찍한 고통을 준다.
산채로 타죽은 뱀파이어들의 비명이 아직도 고막에 들러붙어 있는데 그 꼴을 보고 나서 돌진할 용기가 없다.
“근처의 변이체들을 모아서 공격시키자.”
결국 뱀파이어 두목은 그렇게 말하고 부하들에게 주위의 변이체들을 모아올 것을 명했다.
“네, 알겠습니다. 좋은 방법이군요.”
“그래. 괜히 내가 그리셀다 님의 총애를 독차지하는 줄 아느냐?”
뱀파이어 두목은 그리 으스대면서 부하들을 내보냈다.
‘에이, 독차지는 아니지.’
‘쉿. 기분 좋을 때 성질 건드리지 말자고. 최근 헨드릭 대장 조울증 걸린 것처럼 구니까.’
‘원 참.’
상사의 괴팍함에 대하여 잡담을 나누던 부하 뱀파이어들이 사교도 변이체들을 끌어오기 위해 흩어지는 순간이었다.
-퍽!
갑자기 그의 부하 뱀파이어의 머리에 뭔가가 날아와 박혔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뱀파이어의 몸이 붕 떴다.
거대한 뼈로 만들어진 도끼가 뱀파이어의 머리 옆에 박혀 얼굴을 머리에서 산채로 분리한 것이다.
“윽?!”
“크워어!”
브리와 고블린으로 이루어진 일개 부대가 부하 뱀파이어들에게 달려들었다.
놀랍게도 이들은 바짝 메마른 밭두렁과 농업용수로를 이용해서 효과적으로 은폐하고, 무려 뱀파이어들에게 기습을 감행한 것이었다.
“젠장! 이 저능한 사슴 대가리들이!”
아자딘 일행을 감시하느라 브리들이 여기까지 왔던 것을 몰랐다.
뱀파이어들은 즉시 상처를 회복하고 브리들에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
“봤지?”
에디르는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아자딘의 태도에 당황했다.
주위에 온통 적과 괴물들밖에 없는데, 아자딘은 무슨 철로 만든 담을 가졌는지 태연히 신발을 벗고 버나드의 선지 골렘으로부터 마사지를 받고 있었다.
그 혼자만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오면 모르되 니셀다와 지벡, 그리고 버나드 역시 태연히 경계를 풀고 브리와 뱀파이어들이 싸우는 동안 선지 골렘으로 발을 닦고 있지 않은가?
“쉴 때 쉬고 움직일 때 움직인다. 너무 긴장하지 않는 게 좋다. 종사.”
지벡이 에디르에게 그리 충고하고 살짝 드러누워서 눈까지 감는다. 저 밖에서 괴물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는 소리가 나는데도 말이다.
*********
“헉헉….”
“이게 끝인가?!”
뱀파이어들은 갑자기 습격해 온 브리와 고블린들과 싸우며 지쳐있었다. 브리들은 야만적이고 그에 비례하는 한심한 무장을 가지고 있지만, 야생적인 녹색 마력을 사용하는 마법과 강력한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뱀파이어들에게도 만만치 않은 적이었다.
“드, 들켰을 겁니다. 어쩌죠?”
이들이 싸우는 소리는 아자딘 일행에게까지 들렸으리라. 아무리 바람이 거칠게 울부짖는 황야라 해도 800야드 정도의 거리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전투를 벌였는데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 아자딘 일행은 움직이지 않고 쉬고 있었다.
“아니 이….”
“저 자식들은 왜 가만히 있지?”
뱀파이어들은 어째 자신들만 괜히 고생한 것 같아서 불만을 표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스컥!
뱀파이어의 목이 잘려 떨어진다. 그들의 뒤에 접근한 검은 옷의 수녀가 뱀파이어 부하의 목을 잘라버린 것이었다.
“원래는 그냥 무시하고 쉴까 했는데….”
금색 불길이 그들의 발아래 땅을 태우며 원형을 그린다.
원형의 불꽃이 뱀파이어들을 포위했다.
아자딘이 아우렐리아 던으로 땅을 태우고 손에는 청의 처형인을 톤파처럼 잡고 서 있었다.
아자딘 일행은 뱀파이어들이 브리와의 싸움에 정신이 팔린 틈에 더미를 만들어 두고 우회해서 뱀파이어들의 뒤를 기습한 것이었다.
즉, 이 뱀파이어들은 오늘 하루 기습만 두 번 당한 것이었다.
“손님맞이를 안 할 수도 없어서.”
“큭. 아자딘 백작! 자네가 그러고도 성기사인가!”
뱀파이어들은 그들이 다 지치고 맛이 간 뒤에야 어슬렁어슬렁 나타난 아자딘 일행을 보며 분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