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358
357. 사신 폭주 1
놀랍게도 이 망령은 아자딘이 반릉의 왕 될 사람이라고 칭했다.
아자딘이 왕좌를 노리겠다고 말한 게 바로 어제인데, 땅에 속박된 망령이 이리 말하다니. 망령들의 정보 전달 속력은 사람들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아자딘은 코웃음 쳤다.
“그대는 마녀단에 속하는 인물이로군?”
마녀단, 고대부터 여성들 사이에서 전해지는 와일드 매직의 비밀결사. 그들의 간부들로 바로 셰이드 해그가 있었다.
아자딘은 셰이드 해그와 척을 지었으니 마녀단과도 좋은 관계는 아니다.
[구원을 바라고 마녀단의 마법을 사용해 우리의 영혼이 속박되었습니다. 하지만 마녀단의 마법으로도 네더와 뱀파이어들을 당해낼 수는 없었고, 속절없이 영혼만 헛되이 바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대, 왕 되실 분께서 우리들의 천한 영혼을 해방해 주셨습니다. 셰이드 해그들이 존귀하신 분을 노리고 있으니 주의하십시오. 당신 주위에 이미 마녀단의 인물이 있으니… 그는 바로.]“말할 필요 없다. 카밀라가 마녀단 소속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으니. 마녀단의 마법으로 영혼의 힘을 낭비하지 말고 그대, 피안을 넘어 안식을 취하라.”
아자딘은 마녀단의 망령이 자신에게 쓸데없는 정보를 전해주기 전에 장례를 마무리 지었다.
망령은 이미 아자딘이 내부에 잠입한 마녀단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다 다시금 무릎을 꿇고 예를 표했다.
[그럼 신과 천사들의 축복을 받으신 분이여. 부디 이 세계에 그대의 뜻을 펼치시기를….]망령은 사라지고 우물 옆에는 장례가 치러진 분봉들만이 남았다.
“이, 이게 무슨…..”
에디르는 그 모습을 보며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마녀단이라는 사교도들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직접 목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니 애초에 망령들을 직접 목격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언제나 인간들의 문명지대에서 살던 그는 가끔 만나는 외적이라 해 봐야 브리나 고블린들이었지, 이런 악령 같은 존재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물론 최근에는 목성의 시대, 핌불베르트가 도래하였으니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네더의 권속들을 목도했지만… 마녀단과 그 망령들을 본 것은 또 결이 다른 공포를 안겨주었다.
더더욱 두려운 것은 그 망령들이 아자딘을 왕이 될 자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셰이드 해그들이 왜 무서운지 알겠군. 어제 말했는데 벌써 온 세상에 다 퍼져버렸으니. 그러니 알겠지? 에디르를 죽여봤자 소용없다는걸. 오히려 셰이드 해그들이 에디르의 영혼을 접수해서 증인으로 써먹을 거다.”
아자딘은 이 상황을 이용해서 오히려 에디르를 죽여선 안 된다고 설파했다.
“그렇군요.”
“과연.”
니셀다와 버나드는 납득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마녀단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입안에 들어온 고기를 빼앗긴 셈이로군요. 게다가 아자딘 경의 비밀을 알게 되었으니….”
지벡은 마녀단, 셰이드 해그들이 아자단을 내버려 두지 않을 거라 걱정했다.
“아니 잠깐만요. 지벡 경. 그전에 그걸 물어봐야지요. 왕이 될 자니, 천사들의 축복을 받았다니. 그게 뭡니까?”
“아자딘 경, 아니 아자딘 백작은 이미 신왕진서를 터득했고 구난기사단들의 천사들의 선택을 받았다.”
“…네?”
에디르는 순간 지벡이 미쳤나 진지하게 의심했다.
“저 망령들이 지껄이는 소리가 사실이라고요?”
“실제로 그는 코라사르와 브투마의 왕좌가 악의 손에 떨어지는 걸 막아냈었으니까. 직접 본 사실이다.”
“그게 무슨….”
그때 갑자기 말들이 놀라서 투레질을 시작했다.
마을 주위에서 커다란 검은 그림자가 꿈틀거리며 다가오는 것이었다.
사교도 변이체인가 했는데 그게 아니다. 커다란 갈가마귀의 머리에 사람의 몸이 달린 기괴한 괴물이 지금 이 순간도 거대화되며 커지고 있었다.
[감히 우리 입안에 들어온 영혼들을 가져가다니. 아자딘 백작. 도가 지나치군!]셰이드 해그들이 참지 못하고 무력을 투사한 것이었다.
그러나….
“수고가 많군. 이 늦은 시간에도 온 사방팔방, 전대륙을 돌아다니느라 고생이 많겠어.”
아자딘은 셰이드 해그들에게 빈정거리며 아우렐리아 던을 활에 걸었다. 그림스로운의 곤봉이 아우렐리아 던에 붙어 자세제어용 안정 날개로 변하면서 발사된 아우렐리아 던은 아직 변이를 끝마치지 않은 갈가마귀 괴물에게 떨어졌다.
-퍼엉!
갈가마귀 괴물 위에서 아우렐리아 던이 산산이 조각나며 불비가 되어 쏟아져 내렸다.
갈가마귀 괴물들이 미처 완전히 성장하기도 전에 불길에 휩싸였다.
[아니! 그 칼! 플랑크 경의 유물일 텐데!] [그 검은 구난기사단의 성검 중 하나다! 후대의 사술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진짜 천사들이 자신들의 피를 내어 만들어 준 검이란 말이다! 그걸 그렇게 막 쓰다니!]셰이드 해그들이 어이가 없어서 아자딘에게 원성을 토했다.
“아 그런 거였어? 그건 몰랐네.”
아자딘은 아우렐리아 던이 지혜 교단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진짜 천사들이 내려준 성유물이라는 말을 듣고 흠칫 놀랐다.
“어쩐지 다른 세라마이트 장검보다 유달리 좋더라니. 아니 그런데 그런 성유물인데도 베는 맛은 영 별로란 말이지.”
아주어스틸은 물론이거니와 평범한 강철검보다 베는 맛이 나쁜 건 어떻게 개선의 여지가 없단 말인가?
아자딘은 갈가마귀 괴물들을 불태우고 아우렐리아 던을 회수했다. 산산조각이 났던 세라마이트들이 다시 한데 모여서 아우렐리아 던의 모습으로 재조립되면 그림스로운의 곤봉이 그것을 회수해 아자딘의 손으로 돌아왔다.
[네 이놈! 두고 봐라!] [이게 끝이 아니다! 밤을 두려워해라!]셰이드 해그들은 자신들의 공격이 제대로 준비되기도 전에 아자딘에게 몰살당하는 것을 보며 분해했다.
그들의 쇠를 긁는 듯한 시끄러운 목소리, 어디서든 보고 듣고 느끼는 검은 와일드 매직의 무서움은 살아있는 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끔찍한 것이었으나 아자딘은 셰이드 해그들이 발광을 하건 말건 시큰둥해하며 마차에 올랐다.
“아니 너희들 이제 한물가지 않았어? 목성의 시대가 임하고 네더의 사신들이 나타났는데 그에 비해서 너희들은 한참 격이 떨어지잖아? 미친 용과 광포한 거인이 날뛰는 판국에 조막만 한 들개가 짖어봤자….”
[카악! 이놈!]“네더의 사신이 강림한 반릉 왕국으로 들어가고 있으니까 따라올 거 아니면 아가리 닥치지? 아니면 뭐 너희들이 아샤지트랑 대결할 거야? 마녀단의 힘이 과연 네더의 사신보다 강한지 증명해 볼 생각인가?”
네더의 사신과 싸울 거냐고 물어보니 마녀단의 셰이드 해그들이 꼬리를 내렸다.
[두, 두고 보자.] [밤을 두려워해라!] [언니… 그거 그만해. 조금 전에도 말했잖아. 자꾸 그러니까 좀 오그라드는걸?] [망할 것아! 오그라든 건 네 꼬부랑 코겠지!] [언니 콧대나 내 콧대나…. 하여튼 그런 말은 우리가 좀 잘나갈 때 해야 멋있지. 처맞아 놓고 이러니까 조금 병신같아.] [이것아. 적 앞에서 그런 소리를 하는 게 더 멍청한 거야! 설령 그렇게 생각해도 아자딘 백작 앞에서 할 말은 아니지!] [아니 그런데 우리 본체로 온 것도 아니고 그냥 집중을 끊으면 되는 거 아냐?] [시끄러! 이렇게 당해본 적이 간만이라 그걸 잊고 있었네!]셰이드 해그들끼리 서로 다투며 그 목소리가 점차 멀어져갔다.
*********
“와.”
에디르는 눈앞에서 벌어진 일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자딘이 망령들을 구원했다. 그러자 전설적인 마녀단의 수장들, 셰이드 해그들이 나타나서 아자딘을 공격하다가 패해서 물러났단 말인가?
그리고 왕이 될 자라고?
그야말로 영웅 신화의 한복판에 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닌가?
물론 셰이드 해그들이 꼬리를 말고 도망치면서 추태를 보여서 곧이곧대로 영웅 신화에 써먹을 수는 없는 장면이 되었지만….
약간의 각색을 하면 충분히 그럴싸한 장면이다.
“후후. 왜 우리가 백작님을 좋아하는지 조금은 이해하는 것 같군.”
버나드는 에디르가 눈앞에서 벌어진 일에 어안이 벙벙해하는 걸 보며 자기가 으쓱댔다.
“네더의 권속들이 이 땅을 배회해도, 핌불베르트가 오더라도 아자딘 백작이 있다면 뭔가 해줄 수 있을 거야.”
“…확실히.”
그런 기대가 든다.
처음부터 아자딘을 의심하고 있던 에디르조차 이제는 아자딘을 믿고 싶어졌다.
*********
아자딘 일행은 그 후 별다른 위협 없이 무난히 북상했다.
아샤지트의 눈을 가지게 된 버나드는 강력한 혈마법들을 이용해 일행의 자취를 감추었다.
뱀파이어나 아샤지트의 권속들은 아자딘 일행의 마차를 가까이에서도 발견하지 못했으니, 무수한 마물이 들끓고 있음에도 무인지경으로 지나갈 수 있었다.
“으으… 미치겠네.”
마부 역할을 맡은 에디르는 이 상황이 적응되지 않는지 몸을 떨었다.
그들의 길옆으로 코끼리만 한 크기의 혈관과 촉수로 뒤덮인 사교도 변이체들이 지나가는 일도 있었다.
“괜찮네. 내 마법을 믿게.”
“다들 그런 소리를 하지요.”
에디르는 말들이 놀라지 않도록 눈가리개를 채우고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진짜 바로 옆, 촉수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사교도 변이체들은 아자딘 일행을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갔다.
“하이고. 심장 떨려. 제 명에 못 살겠습니다.”
“그럼 다음부터는 혈마법을 이용해서 사교도 변이체들만 있을 경우는 빼내도록 하지. 하지만 뱀파이어들이 근처에 있으면 우리 위치를 들킬걸세.”
버나드는 불만을 토해내는 에디르에게 그리 말하고 아자딘을 바라보았다.
황제의 자리를 노리겠다고 천명한 아자딘은 마차의 짐칸에 앉아서 명상하고 있었다.
그의 몸 주위로 강력한 마력이 연거푸 순환하는 걸 보니 놀라운 고등 마법들을 다루고 있음이 분명했다.
아자딘이 황제의 후손이며 천사들에게 선택받은 인도자, 그리고 셰이드 해그들이 말하는 왕 될 자라는 말을 들었다.
지벡도 아자딘이 신왕진서 사본을 엄청나게 모아서 그의 몸 안에 신왕진서가 깃들어 있음을 말했으니… 아자딘의 명상은 틀림없이 이 세상을 바로 잡기 위한 원대한 계획의 일부이리라.
‘큰일이네. 큰일이야.’
정작 아자딘은 몸 안에서 날뛰는 마력들을 정리하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이미 아자딘의 몸은 죽다 살아난 몸이라 온전치 못한데, 아라엘이 워낙 마법의 대가라서 온갖 마법을 다 터득해서 잡다한 마도서들이 많다.
일단 머릿속에 떠오른 마도서 중 이해할 수 있는 것 아니면 죄다 버려가면서 버티고 있는데, 아라엘에게서 받은 마도서들은 비워도 비워도 어느새 차 있는 연못 안의 수초처럼 계속 자라나고 있었다.
보통은 마도서를 어떻게든 하나라도 가지고 싶어서 안달이어야 하는데 아자딘처럼 죽다 살아난 이로서는 잡다한 마력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오히려 골치가 아프다.
‘이러다 몸이 터지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