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363
362. 사신 폭주 6
셀레스티얼 중에서 웬디고의 권속들을 알아보는 이들이 나타났다.
“이, 이 네더의 권속들은 그거 아냐? 그거?”
“세인트 말로리 항구를 습격했던….”
셀레스철 파이어는 당시 세인트말로리에 주둔하고 있지 않았지만, 웬디고의 사체를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했기에 이것이 세인트 말로리를 습격했던 네더의 권속임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이 왜 갑자기 이곳에서 나타났단 말인가?
그 의문은 흉흉한 마력을 뿜어내고 있는 트리오다나의 막사가 답해주고 있었다.
다만 이런 끔찍한 상황임에도 웬디고의 권속들이 대포 밥이 되어주면서 상황이 호전되기 시작했다.
반릉의 요새포는 웬디고의 권속들을 상대하기 위해 쉴 새 없이 불을 뿜어내야 했고 그런 만큼 방어가 취약해지는 부분이 나타났다.
“카르나 단장! 이게 대체!”
“트리오다나 경이 폭주하는 네더의 유물을 억누르고 있다!”
“네? 하지만….”
“그만! 지금은 저 요새포를 함락시키는 게 우선이다! 셀레스철 파이어! 집결!”
셀레스철 파이어의 단장 카르나는 히포그리프 기수들에게 탑승을 명했다.
히포그리프를 동원해 소수 정예의 병력을 산의 심장 요새의 상공으로 투입한다.
뱀파이어와 드워프 소서러, 그리고 블런더버스 병들이 난리를 치며 막아서려 했지만 그런 요새 망루를 향해 웬디고의 권속들의 공격이 집중되었다.
“지금이다!”
히포그리프 기수들이 급강하하며 요새포 망루에 내려섰다.
그들은 요새포를 장전하고 있는 포수들을 물리치고 뱀파이어와 드워프 소서러들, 드워프 가드들과 격전을 벌였다.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셀레스티얼 기사들의 힘은 절대로 얕잡아볼수 없어서 요새포 망루가 제압당했다.
요새포 일부가 침묵하면서 철옹성 같은 산의 심장 요새의 화망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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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구난기사단의 싸움이야, 악마들끼리의 싸움이야?”
왕의 교회 신자라서 그렇지 않아도 구난기사단을 미심쩍은 눈으로 보고 있던 에디르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참극에 혀를 내둘렀다.
사람과 사람의 싸움이 아니라 괴물들의 싸움이다.
여기에 화약과 대포가 불을 뿜어대니 그 끔찍함이란 지옥의 한복판을 방불케 했다.
“좋아. 그럼 비밀통로로 들어갈까?”
아자딘은 상황을 확인해 보고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 비밀통로로 들어갈 것을 주장했다.
“네? 저들을 돕거나 구난기사단에서 사용하는 네더의 신물이 뭔지 확인하지도 않고요?”
“아니, 네더의 신물이 뭔지는 알겠어.”
지금 트리오다나가 사용하고 있는 네더의 신물은 본래 아자딘의 소유였다.
“제어를 못 하면 가서 도와야 하나 싶었는데, 현재 상황을 보니 제어를 할 수 있는 것 같군. 그렇다면 우리 에란트리 퀘스트부터 먼저 해결하자고.”
아자딘은 그리 말하고 성큼성큼 비밀통로로 들어갔다.
반릉 아카데미 지하도에는 각종 마법적 진핵생물들로 가득했다.
불이나 전기, 산을 뿜어내며 주위의 마법적 쓰레기를 먹으며 성장하는 이 괴물들의 몸에는 쥐나 도마뱀, 다른 소동물들의 시체들이 박혀서 소화되고 있었다.
아자딘은 아우렐리아 던으로 그 진핵생물들을 불태우고 앞으로 나아가 길을 찾았다.
그런데….
“여기서 보게 되는군!”
낭랑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랍게도 그리셀다가 완전무장한 드워프 사수들과 자기 딸들을 대동한 채 지하도의 한 면을 봉쇄하고 있었다.
“놀랍군. 지금 이 난리가 났는데 여길 막으러 오다니?”
아자딘은 정말 놀랐는지 빈정거리는 건지 알지 못할 어조로 말했다.
산의 심장이 위태로운 상황인데도 아샤지트의 눈을 노리고 오다니.
“아샤지트의 눈을 회수하면 저런 문제쯤은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그보다 네놈. 설마 아샤지트의 눈을 가지고 움직이면서 내 감시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날 너무 무시하는 처사가 아닌가?”
아샤지트의 눈을 가지고 그리셀다의 권역에 들어온 순간부터 그리셀다는 아자딘 일행의 위치를 소상히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최정예 부대를 꾸리고 아자딘을 요격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그리셀다!”
니셀다는 자신의 모친, 그리셀다를 보자 분노하기 시작했다.
평상시 우아한 숙녀의 모습을 하고 있던 그녀였지만, 지금 그녀는 피를 탐하는 야수처럼 그르렁거리며 당장이라도 그리셀다에게 돌진할 기세였다.
그러나 아자딘이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그리셀다. 아케나르 주교가 여기에 있나?”
“물론이지. 그녀 또한 내 딸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단다! 여기서 만나보겠나?”
과연 뱀파이어들 사이에 새로운 검은 상복을 입은 그리셀다의 딸 한 명이 보였다.
교단의 성직자로서 미색을 가리기 위해 얼굴에 쓴 가면은 그대로, 검은 수의를 입고 있다.
“아케나르 주교.”
“아하하. 아자딘 백작. 설마 절 찾아오신 건가요? 기쁘군요.”
아케나르 주교가 기뻐하며 입을 벌리자 그녀의 입술 사이로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방금까지 누군가의 피를 마시며 환락에 빠져있었는지 달짝지근하고 퇴폐적인 목소리가 아자딘의 이름을 부른다.
아자딘은 그녀의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야에가스 신왕족일 텐데도 용케 뱀파이어로 만들었군.”
“하하. 신왕족은 무슨. 다들 지금은 잡종이 되었는데, 허세를 부리는 것뿐이다! 그리고 애초에 나의 능력은, 내 피는…아 지금 내가 왜 너랑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
그리셀다는 짜증을 내며 아자딘에게 외쳤다.
“자, 아샤지트의 눈을 내놔라. 그리한다면 너 역시 나의 밤의 궁정에 받아들여 내 수집품 중 최상의 자리에서 영원히 열락을 함께할 것이다. 아케나르가 너를 참으로 깊이 사모하고 있더군! 아케나르와 함께 내 곁에 서는 게 어떠하냐?!”
그리셀다가 아자딘을 쾌락으로 유혹했다. 하지만 아자딘은 코웃음 치며 대답했다.
“그런 부탁을 할 때는 좀 머리를 많이 숙이고 하면 어때? 너와 내 격차를 생각해 보면 바닥에 오체투지 정도는 해야지?”
“뭣?”
“전에 그렇게 털려놓고도 지금은 자신이 이길 것이라 확신하는 모습이 우습군. 아주 긍정적인 사고방식이야. 그리셀다, 네 지은 죄가 중하지 않다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 텐데.”
“건방진 놈! 쏴버렷!”
그리셀다가 부하들에게 명령하자 드워프들이 일제히 화승총과 블런더버스를 쏘아댔다.
화승총도 블런더버스도 제대로 된 위력과 명중률을 발휘하기엔 약간 먼 거리지만 상관없었다.
천장과 벽이 있는 지하도여서 명중율은 얼마든지 보정된다.
무수한 흑색화약이 불을 뿜어대고 매캐한 연기가 지하도 안에 가득 찼다.
“켁…콜록콜록. 아니 내가 질식사하겠네!”
그리셀다는 드워프들의 일제사격의 여파로 콜록거리며 부채질했다.
“아… 아자딘 백작이.”
그리셀다의 딸 중 하나로 편입된 아케나르 주교는 아자딘의 모습이 연기 속으로 사라지자 안타까워했다.
“안심해라 죽지 않았으면 그놈도 우리 혈족으로 받아들이겠다. 얼굴이 반반하고 명성이 드높으니 틀림없이 재미있는 장난감이 될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설령 죽었다 하더라도 사령술을 이용해 와이트로 되살리면 된다. 용모 역시 비교적 유지된 채로 부활하니 장난감으로 쓰기 좋을 것이다.
그런 말을 하려던 그리셀다였지만 어째 아자딘의 기척이 전혀 사라지지 않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머큐리얼 블러드!
그리고 수은 피 마법이 시전되었다.
지하도 안에서 독성 수은이 섞인 붉은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놀란 드워프 사수들과 소서러들이 뒷걸음질 쳤다.
그들의 앞에 굵은 나무들이 계속 자라나면서 주위 오물들을 빨아들이며 성장하고 있었다.
이 나무가 화승총과 블런더버스의 일제사격을 받아내고 아자딘 일행을 지켜낸 것이었다.
“네, 네더의 신물입니다! 저거!”
“뭐?”
아자딘이 그림스로운의 곤봉, 아니 그림스로운의 신물을 사용해서 화승총 공격의 방패막이로 삼았다. 그리고 버나드가 혈마법에 진사를 섞어서 머큐리얼 블러드 마법을 시전해 독성 안개를 이쪽으로 보내고 있었다.
깜짝 놀란 드워프 총사들이 화승총을 재장전하려 했지만, 재장전에 너무 오래걸리는 무기다.
“건방진!”
드워프 소서러들이 불길의 마법으로 머큐리얼 블러드를 태워버렸다.
독성 연기가 불타며 지하도 안은 더더욱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때 안개와 불길을 뚫고 거대한 그림자들이 드워프 소서러와 그리셀다를 향해 돌진했다.
“혈골렘!”
버나드가 피의 골렘을 소환해 낸 것이었다.
아샤지트의 눈을 가지고 있는 버나드는 일반 마법사들이 하나 두 개 만들기만 해도 혼절할 피의 골렘들을 계속해서 찍어냈다.
피로 이뤄진 골렘이 하수도의 잡동사니들을 집어 들고 몸엔 머큐리얼 블러드를 휘감은 채 돌격한다.
“이익!”
뱀파이어들과 드워프들이 마법과 무기로 피의 골렘들을 박살 냈다. 그리셀다가 직접 뽑은 정예들이라 그런지 지금까지 만난 다른 뱀파이어들보다 한층 더 뛰어난 검술과 마법을 선보이고 있었다.
이들은 피의 골렘을 두부처럼 썰어버리고 버나드의 무한에 가까운 혈마법도 마법으로 억눌렀다.
순식간에 피의 골렘들이 선지덩어리가 되어 무너지고 그림스로운의 나무 방벽도 타들어 갔다.
“하하하. 이게 전부냐? 아자딘 백작! 지금이라도 투항하면 내 너를 특별히 내 애첩으로 삼아주겠다! 아니면 네 반반한 얼굴을 남겨둘 자신이 없구나!”
그리셀다는 승리를 확신했지만….
문득 아자딘의 인기척이 사라졌다는 걸 깨달았다.
-퍽!
그리고 그리셀다의 옆구리에 검이 한 자루 꽂혔다.
피의 골렘이 박살 난 선지 덩어리 안에서 칼날이 튀어나온 것이다.
“아?!”
아자딘이 피의 골렘 잔해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셀다는 자기 눈을 의심했다.
그러니까 아자딘은 버나드에게 자신을 중심으로 피의 골렘을 만들게 하고, 무려 그 피의 골렘에 스스로 파묻힌 채로 자신의 곁으로 접근해 온 뒤 뱀파이어들에 의해 파괴되는 순간 선지 덩어리 안에 몸을 숨기고 있었단 말인가?
이걸 했다고?
아샤지트의 눈을 손에 넣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텐데 이런 사용법을 생각했었단 말인가?
그것도 이렇게 급박한 상황 속에서 해내다니?
그야말로 타고난 암살자나 가능한 발상이다.
전령일족이 왜 신왕살해자라 불리는지 알 수 있는 면모였다.
‘하필이면 아우렐리아 던에 맞다니!’
그리셀다가 즉각 몸을 빼냈지만, 칼날이 금색으로 달아오르며 불길이 일어난다.
아우렐리아 던이 그리셀다의 옆구리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끄….”
그리셀다는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다. 재빠르게 몸을 빼낸 그녀지만 꺼지지 않는 불이 그녀의 몸을 불태운다.
다른 뱀파이어들이 그리셀다를 구하기 위해 아자딘에게 덤벼들었다. 그것은 아우렐리아 던에 몸을 내던지는 짓이나 다름없었다.
-치익!
-촤악!
아우렐리아 던의 칼날이 넘실거리며 뱀파이어들에게 스치는 데 스치기만 해도 다들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 정도로 격통이 느껴졌다.
“크윽! 저놈의 아우렐리아 던! 저것 때문에!”
그리셀다는 손톱으로 아우렐리아 던에 찔린 부위의 살점을 도려내고 나서야 겨우 신성한 불길을 피할 수 있었다.
아무리 그리셀다가 최상위의 뱀파이어라 하더라도 내장을 한 뭉텅이나 도려내고도 멀쩡할 수는 없다.
결국 그녀는 기세 좋게 등장한 주제에 또다시 도주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