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368
367. 왕좌의 부름 5
화살이 날아온 골목을 향해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또 하나의 금색 화살이 날아온다.
-화염돌풍!
그리셀다는 저 화살을 자신의 혈마법으로 막을 수 없다는 걸 알고 드워프들에게 배운 적색마력의 마법을 시전했다.
과연, 화염의 돌풍이 화살에 명중하자 화살에 담긴 마력이 상쇄되면서 바닥에 떨어졌다.
‘좋아. 드워프의 마법을 사용한 게 부끄럽지만, 지금 그걸 가릴 때가 아니지. 처음 쏜 화살과 방금 쏜 화살의 부피를 생각해 보면 워소드 한 자루 만들기엔 부족한 분량. 그렇다면 아직 한 발 더 남았을 거야.’
그리셀다는 적색 마법이 제대로 통하는 것을 보며 내심 쾌재를 불렀다.
아우렐리아 던이 뱀파이어들에게 주는 충격과 공포가 굉장해서 그녀조차 정신을 못 차렸지만, 그녀에겐 혈마법만이 아닌 다양한 재주가 있었다.
이번에도 화살이 날아온다.
그리셀다는 즉각 드워프의 마법으로 화살을 요격했다.
이번 화살은 평범한 강철 화살이어서 마법에 맞자마자 산산이 조각났다.
“…장난치지 마라, 아자딘 백작! 아직 아우렐리아 던으로 만든 화살이 하나 더 있을 텐데? 내가 그런 어린애 장난에 속을 것 같냐?”
그리셀다는 그리 말하고 아자딘이 있을 법한 코너를 향해 주문을 시전했다.
그리셀다 쪽에서도 잘 보이진 않지만 눈먼 마법이라고 해도 좁은 복도에서는 엄청난 위력이 있다.
게다가 이곳 복도 곳곳에는 마석이 버려져 있어서 행여 마석이 유폭이라도 하면 대폭발이 일어날 것이다.
과연….
복도 너머에서 대폭발이 일어났다.
“아하하하. 아우렐리아 던을 너무 맹신했구나. 멍청한 녀석 같으니라고!”
그리셀다가 승리를 확신하고 폭소를 터뜨렸다. 아무리 전령일족이라고 해도 마석에 유폭되었다면 멀쩡할 리가 없다.
마침내 건방진 아자딘의 꼬리를 잡았다. 그렇게 기뻐하던 와중이었다.
-퍼억!
그리셀다의 가슴에서 나무말뚝이 하나 튀어나왔다.
“…아니?!”
그리셀다의 딸 중 하나가 그녀의 등 뒤에서 나무말뚝을 찔러넣었다.
“크윽?! 너, 너는?!”
“역시, 딸들을 분간 못 하는군. 혈마법 좀 덮어썼기로서니 말야.”
버나드의 흑마법으로 냄새를 숨긴 니셀다가 그리셀다의 딸들 사이에 섞여 들어 온 니셀다가 스리슬쩍 그녀에게 접근했던 것이다.
그리셀다는 그것도 모르고 눈앞의 아자딘만 신경 쓰다 허를 찔리고 말았다.
“네, 네놈이 감히!?”
분노한 그리셀다의 다른 딸들과 뱀파이어들이 니셀다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니셀다는 사이드 소드 두 자루로 공격을 쳐내며 버텨냈다.
방어에만 급급해도 공격하는 뱀파이어들이 워낙 많아서 여기저기 상처를 입었지만, 그런 그녀를 지키기 위해 후방, 그러니까 드워프 근위대장 이아크가 뛰어왔던 방향에서 주문이 시전되었다.
-독혈지주 혈창!
피의 창이 날아와 뱀파이어들을 노린다.
그리 빠르지 않은 창이라 다들 피해낼 수 있었지만 그렇게 지면에 떨어진 창이 폭발하며 작은 피의 거미로 변화했다.
그 틈을 타서 니셀다는 잽싸게 탈출했다.
“크윽! 이것들이 감히 내게 함정을 파?”
그리셀다는 가슴에 박힌 말뚝을 뽑아 던지고 분노했다.
“그리고 감히 내 앞에서 혈마법을 시전해?!”
그리셀다는 즉시 혈마법에 개입해서 피의 거미들의 제어권을 빼앗았다. 버나드가 아샤지트의 눈의 힘을 빌려서 혈마법을 쓰고 있지만, 혈마법의 정교함에 있어서는 그리셀다가 몇 수는 더 위였다.
아무리 아샤지트의 눈이 있다고 해도 숙련된 마법사의 솜씨는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리셀다는 순식간에 피의 거미의 제어권을 빼앗고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저 녀석을 붙잡아!”
니셀다를 니셀다라 부르진 않았다. 그녀의 딸들은 모두 니셀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때 세 번째 금색 화살이 날아왔다.
“이럴 줄 알았다!”
그와 동시에 그리셀다는 화염돌풍 마법을 시전했다.
자신이 아자딘이라면 바로 이틈을 노려서 공격할 것이라고 생각해 미리 화염돌풍 마법을 준비해둔 것이다.
“이따위 잔재주가 계속 통할 거라고 생각한 거야?!”
“어. 그런데?”
“뭐?”
그 순간 그리셀다는 또 다른 화살 하나가 자신의 발치에 떨어진 걸 깨달았다.
아우렐리아 던의 금색 화살에 정신 팔려서 보지 못했던 별 볼 일 없는 철전촉 화살이었다.
강철 화살도 아니라 철전촉 화살, 좀 두터운 솜옷을 입고만 있어도 종종 막히는 한심한 화살이다.
그러나 이 화살에는 강력한 마력이 담겨있었고 그 화살은 그녀의 발치, 피의 거미 하나를 명중시켰다.
놀랍게도 이 피의 거미는 몸에 마석을 품고 있었다.
“…아?!”
이미 그리셀다에게 제어권이 넘어온 피의 거미지만, 몸에 품은 마석이 무거워서 스스로의 다리로 걷지 못하는 피의 거미.
즉, 처음에 혈창을 타고 날아온 자리에 그대로 세팅될 수밖에 없는 거미다.
-화조풍월, 백학!
무색마력이 폭발하며 그리셀다를 덮쳤다.
그리셀다의 몸이 하늘로 튕겨 올라가 천장에 충돌했다가 땅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제야 아자딘과 지벡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벡은 그리셀다에게 제어권이 넘어간 피의 거미들을 신성한 철퇴의 마법으로 전부 박살 냈다.
그 후 아자딘이 뛰어들어 그리셀다의 두 다리를 청의 처형인으로 잘라버리고, 그녀의 가슴에 또 다른 말뚝을 박아 넣었다.
“꺄악?!”
다른 뱀파이어들은 그리셀다가 위험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뒤돌아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아우렐리아 던의 주인! 아자딘 백작이다!”
“도, 도망쳐야 해!”
그리셀다를 어머니라 부르던 뱀파이어들이지만, 아우렐리아 던에 불타는 것을 감수할 만큼 효심(?)이 깊진 않았다.
버나드와 니셀다가 그들이 가는 길에 있었지만 다들 교전을 포기하고 도주했다.
결국 그리셀다만이 남았다.
“원수의 목숨과 신병을 내 손에 거머쥐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복수 아닐까? 단순히 죽이는 것보다는 말이지.”
“동의하는 바입니다. 백작님.”
니셀다가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때 왕좌가 있는 곳에서 또다시 창백한 힘이 맥동한다.
쓰러진 뱀파이어의 시체들이 꿈틀거리더니 그들의 피부를 뚫고 혈관이 튀어나온다.
뱀파이어들이, 그리고 시체들이 아샤지트의 권속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왕좌의 주인이 완전히 타락했군.”
아자딘은 그림스로운의 곤봉에서 채취한 수액으로 말뚝을 만들어 내 그걸로 다시 그리셀다의 아랫배에 꽂아 넣었다.
심장과 아랫배, 대퇴부를 말뚝으로 관통당한 그리셀다는 괴로움과 분노, 수치심에 몸을 떨었다.
“이 자식들! 날 죽여라!”
“반릉왕국은 어떻게 할 셈이었지? 드워프들이 사용한 소원의 마법은 궁극적으로 어떤 거냐?”
니셀다가 칼날을 들이밀며 그리셀다를 추궁했다. 하지만 그리셀다는 코웃음 칠 뿐이었다.
“하하. 날 바보로 보는군. 이제 와서 내가 그걸 말할 것 같으냐? 아자딘 백작, 날 패퇴시킬 수는 있어도 날 굴복시킬 수는 없어!”
“그런가? 드워프 왕은 당신을 토사구팽했는데, 당신은 그에게 충성한다 그 말인가?”
“뭐?”
그리셀다는 드워프 왕에게 충성하냐는 말에 발끈했다.
“내 부하로 버나드와 니셀다가 있어서 당신을 제압하긴 했지만, 솔직히 적으로서 존경하고 있다. 그리셀다. 당신은 아름답고 야심이 넘치지. 다만 내가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아우렐리아 던을 계승했고, 이게 뱀파이어들에게 너무 치명적이기 때문일 뿐이지 않은가? 다른 관계, 다른 입장에서 만났다면 이렇게 적이 되지 않을 수도 있었을 테지.”
“하. 웃기지 마라. 네놈….”
“진심이다. 그간 그대를 도발한 것은 무시 못 할 적이니까, 그대의 평정심을 흐트러뜨리기 위해서 도발한 것이지 내 진심이 아니었다. 버나드와 니셀다의 헌신에 보답하기 위해서지. 그대와 적이 되었지만, 적으로서 마지막까지 당신을 존중하고 싶군.”
“……….”
“드워프 왕의 야심에 대해서 말해줘. 당신이 더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당신에게는 드워프 왕이나, 나도 적.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숫자가 적고 힘이 부족한 적에게 힘을 보태줘서 둘이 상잔하도록 유도하는 게 이득 아닌가?”
“드워프 왕과 그 부하들이 네놈들을 잡아 죽이면 내가 탈출할 기회가 생길 수도 있잖아?”
“니셀다와 버나드가 그걸 용납할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아자딘이 아우렐리아 던을 칼집에서 뽑았다. 그것만으로도 기세등등하던 그리셀다가 흠칫 놀랐다.
“당신을 적으로 두기에는 위험한 존재라고 인정하기 때문에 살려서 보내지 않을 거다.”
“하. 지금 그걸 회유라고?”
“당신처럼 치명적인 밤의 여왕의 목숨을 저 드워프들에게 넘겨줄 수는 없으니까 말야.”
“…….”
“…….”
그리셀다는 물론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아자딘 일행들의 표정이 굳었다.
‘와. 이렇게 뻔뻔한 거짓말을 하다니.’
에디르는 내심 감탄했다.
‘무섭구나. 전령일족.’
‘전령일족이라서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거야?’
‘연기겠지? 연기 맞지?’
지벡과 니셀다, 버나드도 아자딘이 웃음기 없이 진실한 표정으로 말하는 것을 보며 질려버렸다.
그리셀다의 아름다움, 야심만만함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듯한 아자딘의 발언에 다들 두려움마저 느꼈다.
“뭐, 마나위단보다 네놈이 좀 더 귀엽긴 하군.”
그리셀다는 아자딘의 말에 넘어갔다. 그녀도 아자딘을 의심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냉정히 생각해 보니 여기서 그녀 혼자 자력으로 살아 나갈 방법이 없다.
적어도 아자딘이 존중을 말하는 이상 드워프 왕에 대해 떠들어 주는 동안 고문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아자딘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어차피 둘 다 원수라면 숫자가 적은 쪽에 정보를 보태어 서로 공멸하도록 유도하는 게 낫다.
“드워프들이 사용한 소원의 주문은? 무슨 소원을 빌었지?”
“야에가스 신족들과 융합해 그들보다 더 우월한 종족이 되는 것.”
“우월함이란? 무엇으로 우월함을 규정하지?”
소원의 마법은 실존하는지 아닌지도 모르던 엄청난 고등 마법이다.
하지만 그런 것과 별개로 무수히 많은 민담과 동화, 설화에서 나오는 소원의 마법은 용어를 잘못 정의하기만 해도 끔찍한 파멸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우월한 존재가 된다는 용어는 곡해할 여지가 너무나 많은 소원이 아닌가?
그런데 그리셀다의 대답은 너무 간결했다.
“큰 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