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37
36. 흑마법 재해 7
거리가 먼데도 위력이 예사롭지 않다.
‘전령일족이라는 걸 별로 숨길 생각이 없는 거 아냐?’
‘그런데 아자딘은 다른 전령들보다도 더 강한 월각궁을 쓰는 것 같은데?’
미디암과 이스마일은 아자딘의 활약을 보며 혀를 찼다.
‘전령은 분명히… 전술과 전략, 그리고 각종 사법 관련 사건들에 대해서 배운다. 하지만 대부분은 수박 겉 핥듯 가볍게 지나가서 실무 경험을 쌓지 않으면 부족하다고들 하지.’
그래서 기초훈련을 끝내고 나면 종사로서 전령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면서 실무에서 배워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아자딘은 종사 경험 없이 바로 전령이 되어 3개월 차. 그럼에도 뭐지 이 능숙함은? 기초훈련에서도 낙오했다던데 대체 카자스 장로는 어떤 방식으로 훈련시켰기에?’
미디암은 아자딘이 대체 어떤 훈련을 거쳤는지 그게 궁금해졌다.
*********
“어?”
아자딘이 쏜 화살의 엄청난 위력에 메이야가 기겁했다. 아자딘은 화살을 다시 재워 또 한 발을 발사했다.
-퍼억!
이번에도 호쾌한 소리와 함께 언데드가 쓰러진다. 마치 강풍에 휩쓸린 쓰레기 더미가 지면 위를 구르는 것처럼 화살을 맞은 언데드가 바닥을 쓸며 굴러간다.
[젠장. 이건 뭐야?]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지 술자가 경악했다.
“강자가 모든 걸 가진다면서? 누가 강자인지 보여주지.”
[웃기지 마 활쟁이! 고작 화살 몇 발 쏘고 잘난 척은! 이건 어떠냐?]그러자 언데드들이 광분하기 시작했다.
“그르르!”
“카아아!”
언데드들이 무서운 속도로 달려든다. 누가 보더라도 두려워할 광경이다. 하지만 아자딘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래 봤자지!”
아자딘은 아라가사 사법을 펼쳐 화살의 위력을 극대화하며 화살을 연거푸 쏘았다.
-핑!
바람 가르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날고 그때마다 달려드는 언데드들이 지면을 나뒹굴었다. 게다가 쓰러지는 언데드들이 곧 뒤에서 오는 다른 놈들의 장애물이 되어 적의 대열을 길게 늘어뜨리게 만들었다.
그 결과 메이야와 타르키 등이 선 전열에 당도한 언데드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넘어진 언데드들이 다시 일어나 오더라도 한 번에 투입되는 병력이 줄어들었으니 전열의 인물들이 충분히 상대 가능할 것이다.
“으어어. 생긴 거 진짜.”
롱소드를 집어 든 타르키가 선두에 서고 카카와 치코는 단창을 들고 약간 사선으로 서서 그의 후방을 지원한다.
타르키가 시원하게 롱소드를 크게 휘둘러 갈기면 그 스윙에 의해서 생기는 빈틈을 후방에 위치한 카카와 치코가 창으로 보조해 준다.
그러고도 방벽을 뚫고 접근하는 언데드들은 아자딘이 짐짝에서 꺼내준 숏소드와 방패로 무장한 성기사 메이야가 옆에서 차단해 처치한다.
이렇게 체계적인 진형을 유지한 채 싸우자 언데드들을 상당히 간단히 제압할 수 있었다. 게다가….
-슁!
-퍽!
아자딘이 쏘는 화살 외에도 상당한 위력의 화살이 언데드를 공격한다. 사냥용 활을 쓰던 미디암이 참지 못하고 월각궁을 뽑아서 쏘고 있는 것이다.
“야.”
“저 성기사에게만 안 걸리면 되잖아요?”
보아하니 성기사 메이야는 접전을 벌이느라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하긴 뒤를 돌아볼 틈은 없으리라.
그 틈을 타서 미디암은 물론 이스마일까지 은근슬쩍 월각궁으로 활을 바꿔 들고 화살을 날리고 있었다.
“그래. 내가 말하면 얼른 활 바꿔 들어라.”
아자딘은 미디암과 이스마일이 월각궁을 사용하는 걸 허용하고 자신 역시 화살을 날렸다.
*********
아자딘과 미디암, 이스마일이 화살을 쏘기 시작하자 언데드들이 맥을 못 추기 시작했다.
화살비를 피해 타르키 일행에게 겨우 당도한 언데드들은 이미 만신창이여서 가볍게 근접무기로 건드려주기만 해도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다만 언데드들의 시체가 쌓이면서 타르키 일행이 계속 후방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이, 이 자식들….]술자는 당황하고 있었다.
어린아이가 끼어 있는 일당이라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상인과 용병들보다 훨씬 방어를 잘한다.
게다가 이 방어진형, 까다롭다.
얼마 되지 않는 가벼운 나무 벤치 같은 장애물들이니까 무시하거나 하려고 해도 좀비들은 운동성이 떨어져서 무릎 높이만 한 벤치를 넘으려다 걸려 넘어진다.
결국 보병 전력만으로는 화살비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와이번을 투입하자니 하늘을 나는 와이번은 빙의하기 좋은 개체라서 여기서 잃게 되면 뒤가 아쉽다. 체스로 치자면 여왕에 해당되는 패를 초반에 잃게 되는 것이다.
‘아끼다 말아먹는다. 차라리 처음부터 와이번을 전부 투입해야 했어.’
결국 술자는 자신의 카드를 아낌없이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
-크르릉.
곰이 나타났다.
좀비가 아니라 그저 몸에 검은 포자가 들러붙어 있을 뿐이다. 좀비보다 훨씬 생동감이 있고 빠르게 움직인다.
살아 있을 때와 차이 없는 운동성, 아니 살아 있는 존재다.
그리고….
-우엉?!
와이번들 또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상에서는 곰, 상공에서 와이번을 이용해 입체적인 공격을 감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으와!”
곰이 돌진해오자 전열은 삽시간에 쑥대밭이 되었다. 지금까지 인간형 좀비들을 상대할 때는 잘 버텨왔던 타르키지만 곰이 돌격해오자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다른 좀비들에게는 화끈한 위력을 과시하던 아자딘의 화살도 곰에게는 그리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
-퍽!
마치 투창처럼 화살이 거의 끝까지 박혀 꼬리깃만 살짝 보인다. 만약 이게 살아 있는 보통의 곰이라면 너무 큰 고통을 버티지 못하고 쇼크사했을 것이다.
그러나 곰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화살이 몸에 거의 다 박힌 채로 돌진해 온다. 몸에 박힌 화살 때문에 근육이 찢어지고 상처가 벌어지더라도 끄떡없다.
“히익!”
타르키가 방패와 검을 들고 옆으로 뛰어 곰의 돌진을 피하려 했지만 놈이 앞발을 휘둘렀다. 그 앞발에 방패가 걸리자 타르키가 무슨 장난감처럼 날아갔다.
날뛰는 황소 등에 올라탄 목동이 그런 것처럼 날아간 타르키는 지면에 추락했다.
“꺄악!”
“윽!”
카카와 치코 남매가 뒤이어 창을 찔렀지만 그들 역시 타르키와 같은 운명을 맞이했다. 창이 곰의 돌진에 휘말려 부러지고 지면을 나뒹굴었다.
“어!?”
주무관 메이야가 당황해서 주문을 시전했다.
-천벌의 일격!
그녀 앞에서 빛의 망치가 나타나 곰을 강타하고 폭발했다. 굉음과 함께 곰의 앞발이 마침내 꺾였다. 아자딘의 화살이 박힌 어깨와 몸통 부분이 찢어지며 곰이 앞으로 나뒹굴었다.
왕의 교회의 성기사, 그들 중에서도 엄선한 주교구의 주무관이 될 만한 위력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폭심지에서 그녀가 너무 가까웠다.
“꺄악!”
메이야는 자신이 시전한 신성주문의 폭발에 휩쓸렸다.
‘바본가!?’
창고에 갇혀 있을 때 그녀는 자신의 마법을 쓰면 문짝은 부술 수 있지만 자신도 휘말린다고 했었다.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저 성기사는 아마도 저 마법 하나만 쓸 수 있는 것이리라.
그래도 덕분에 곰을 쓰러뜨렸다.
[젠장. 역시 제법이군! 하지만….]곰의 돌진 뒤로 다른 숲 짐승들의 사체로 만든 언데드들이 몰려온다.
[내 언데드는 아직 많이 남았다! 그리고!]곰의 돌진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 와이번들이 하늘로 날아들어 창고 지붕 위에 내려앉았다.
[아하하. 어떠냐! 휘브리스 백성 놈들아! 이게 바로 너희들이 증오하는 전령일족의 힘이다! 너희들이 조롱하고 멸시하던 이에게 보복당하니 기분이 어떠냐?]그녀는 으스대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미안하지만 너는 일족의 힘을 전혀 모르고 있군.”
[뭐?]“일족의 힘이라면… 이런 거지.”
그 순간 와이번들이 비명을 지르며 일제히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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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번들은 날카로운 독침이 달린 꼬리를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가 밑으로 내리꽂으며 창고 지붕에 구멍을 뚫고 안으로 독침을 찔러넣었다.
아자딘과 미디암, 이스마일은 창고 처마나 창고 안쪽에서 바깥을 향해 화살을 쏘고 있었는데 와이번들이 그들을 노리고 독침 꼬리를 안에 넣고 휘두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하지만 아자딘은 그런 창고 지붕을 꿰뚫고 그대로 와이번들의 배에 화살을 꽂아 넣어 주었다.
워낙 강궁이라 곰에게 쏘았을 때도 거의 화살 끝까지 박혀 들어가던 화살이다. 그걸 이런 지근거리에서 발사하니 와이번들의 몸통을 꿰뚫고 내장을 다 찢어발기는 게 당연하다.
[이게 대체….]보지도 않고 지붕 너머의 와이번들을 찢어발기는 화살의 위력과 정확도라니.
그렇게 순식간에 와이번들을 즉사시킨 아자딘이 창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잘 봐라.”
아자딘은 활을 당겨 날아드는 와이번에게 쏘았다.
“우리들의 활은 하늘의 별도 떨구고….”
와이번의 날개에 명중한 화살은 뼈를 끊고 나아갔다.
거대한 송아지만 한 크기의 와이번 아성체가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진다.
“첫 번째 화살을 두 번째 화살로 맞추지!”
아자딘은 이선궁을 펼쳤다.
두 발의 화살이 동시에 한 와이번에게 명중해 양 날개를 다 잘라 버린다.
“황제의 명으로 신왕조차 토벌하니 이게 바로 우리들, 아라가사 민족이다. 전령일족이라는 건 우리를 다른 이들이 부르는 이름이니. 그대가 우리 일족이라면 아라가사라고 칭하는 게 맞다.”
아자딘은 그리 말하고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럼 당신은….]“내 이름은 아자딘. 황제의 전령 108령이다.”
[당신이, 전령이라고? 황제의 전령?]“그렇다.”
[하… 하하하하.]죽어가는 와이번이, 그에 빙의되어 있던 술자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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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암은 아자딘에게 만약 지금 이 술자를, 전령일족이라는 이유로 노예가 되어 고통받고 있던 술자를 설득한다면 존경하겠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그런 조건을 단 이유는 사실상 설득이 불가능하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일단 암흑의 마법에 손을 댄 이들은 결코 원래대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죽음의 힘을 다루는 흑색 마력을 접한 자는 죽음의 냄새를 항상 맡으며 싫어도 항상 죽음을 의식하게 된다.
대부분의 생명들이 살 때는 삶만을 염두에 두는 것과 반대로 검은 마력의 힘은 인간을 음울하게 만들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항상 보고 의식하게 만든다.
그것을 떠나서 노예로 학대당한 자의 원한과 원념을 무엇으로 억누르고 설득할 것인가?
그런데 아자딘은 아주 약간의 희망을 느꼈다.
그것은 바로 프라이드다.
전령일족이란 이유로 학대받았던 자가 휘브리스 백성들에게 복수하며 전령일족의 힘을 언급했다. 누군가에 의해 구별 지어지면 싫어도 그 정체성은 진해질 수밖에 없다.
전령일족이란 이유로 남들에게 차별받으니 전령일족의 강점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그것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자딘이 저 술자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긍지 있는 전령일족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다.
그런데 가능할까?
전령일족은 이미 긍지를 잃은 지 오래되었다. 아자딘은 그러한 전령일족들 사이에서도 멸시받는 자. 자부심을 가질 수 없는 능멸 받는 자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저 술자의 마음이 문제다.
그렇게나 고통받고 비틀려 있을 영혼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